영국생활

식탁음식 개혁, 6만원으로 유기농 장보기

옥포동 몽실언니 2017. 7. 11. 19:29

안녕하세요!  영국 사는 몽실언니입니다. 


어제 시청한 식탁음식에 대한 다큐멘터리의 영향으로 저와 Tintin은 어제 바로 집 앞 마트에 장을 보러 갔습니다.  사실 유기농으로 음식을 바꿔야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먹을 음식이 다 떨어져서 장을 봐야 하는 때이기도 하였습니다.  저희집의 냉장고는 부엌 선반 아래에 들어가는 냉장고라서 워낙.. 작다 보니.. 장을 자주 봐야 하거든요.  바로 이런 식이죠.  아래의 저 작은 냉장고가 저희 부부가 이 집에서 쓰고 있는 냉장고입니다.

몽실언니의 냉장고를 공개합니다~~ 어제 장을 본 덕분에 그래도 음식들이 좀 들어차있네요.  아주 부끄러운.. 저희들의 민낯.  가감없는 사진. ㅋㅋ 웃긴 건 저 작은 냉장고에 된장만 4통이 들어있고, 고추장은 이미 떨어진지 한참 되어서 얼마전 한국에서 온 친구가 가져다 준 소고기볶음고추장 팩 (우측 문 가장 상단에 빨간뚜껑 달고 누워있는 녀석)이 전부랍니다.  거기에.. 잘 쓰지도 않는 버터는 현재 4개나 저장 중이니.. 한번 냉장고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어제 장을 본 음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두.. 유기농이에요.  맨 우측 상단의 오트케잌은 남편 간식인데, 저건 따로 유기농 옵션이 없어서.. 그리고 어쨌든 남편 Tintin이 회사에서 간식으로 먹을 거라서.. 본인이 좋아하는 것으로 구입했고, 나머지는 모두 Waitrose에서 파는 유기농.. 

유기농 베이컨, 양파 한봉지, 버터 (야외에서 자유롭게 풀 먹고 자란 소에서 짜낸 우유로 만든 버터예요!), 치즈, 블루베리, 요거트, 넥타린 (복숭아), 자두, 사과, 샐러드 2봉지, 버섯, 닭가슴살 4조각, 파 한단입니다.  앗.. 남편이 체코 맥주를 한병 샀는데, 그건 집에 오자 마자 냉장고로 들어가서.. ㅋㅋ 사진에 안 찍혔네요.  그건 유기농은 아닙니다. ^^;;  


위에 사진에서 눈치채셨겠지만 Waitrose에서 나오는 유기농 제품들은 모두 Waitrose Duchy Organic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있어요.  이것은 Waitrose와 Duchy Organic이라는 브랜드가 합쳐지면서 생긴 웨이트로즈 자체 유기농 식품 브랜드인데요.  Duchy Organic이란 찰스 왕자, 즉 다이아나비와 결혼했다가 이혼한.. 윌리엄과 해리 왕자의 아버지이자 현재의 여왕인 퀸 엘리자베스 2세의 아들인 바로 그가 세운 회사였어요.  자신의 땅에서 재배한 유기농 식품을 Duchy Organic이라는 브랜드를 설립하여 1990년부터 농장 슈퍼 등을 통해 판매하다가 Waitrose가 이 브랜드를 사면서 독점적으로 Waitrose에서만 이 유기농 제품을 판매하게 되었고, 이후 Waitrose Duchy Organic이라는 브랜드로 만들어내는 제품이 더 다양해지고 많아졌죠.  Duchy 라는 것이 영국의 콘월과 랑케스터 공국이라고 하는데, 찰스 왕자의 콘월지역 땅에서 처음 재배하여 키운 유기농작물을 판매했다고 합니다.  


Waitrose는 1904년 서부 런던의 한 지역의 식품상점에서 시작된 슈퍼마켓 체인으로, 1983년에 이미 유기농작물을 판매하기 시작한 영국의 첫 슈퍼마켓 체인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Waitrose).  2008년에 이미 유기농 식품 마켓에서 웨이트로즈가 18%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로 2009년에 찰스 왕자의 Duchy Organic 회사를 사들였고 (그 회사가 잘 안 되고 있어서 Waitrose가 구제해준셈이라고 하네요), Waitrose에서는 이 때부터 Duchy Organic 제품을 독점적으로 판매하게 된 대신 찰스 왕자가 운영하는 자선단체에 일정 비용을 내기로 했다고 합니다.  또한 찰스 왕자는 웨이트로즈 매장을 방문하고, 웨이트로즈의 시니어 임원들과 그 배우자들과 함께 식사도 했다고... ^^;;  어쨌든 이런 연관성 때문인지, 아니면 오랜 그 유기농 식품에 대한 전통 때문인지 Waitrose는 여왕은 물론 찰스 왕자에게 식재료, 와인, 그리고 술과 음료를 제공하는 공급자입니다. 


어쨌든 이렇게 사고 나니.. 39.10파운드.  요즘 환율로 치면.. 5만8천원쯤 되네요.  거의 6만원이라고 해두죠. 

어떤가요?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나요?  

사실 닭가슴살은 영국에서 가장 비싼 닭 부위살이라서, 굳이 유기농이 아니어도 비싼 편에 속합니다.  그리고, 버섯 같은 경우 유기농이 아닐 경우 1파운드일텐데, 유기농으로 사면 1.49파운드.  베이컨 같은 경우 유기농이 아닌 것은 1.25-2파운드 등 다양하게 있을텐데 이것은 세일해서 3.79이니.. 다소 비싸죠?  그래도 유기농 과일들이 생각보다 저렴해서 놀랐어요.  집에 와서 꺼내보니 과일이 조금 작기는 하지만 맛은 오히려 더 진하고 좋아서 조금 놀랐어요.  야채로 넘어가보면 일반 파의 경우 저 작은 파 한단에 보통 55펜스인데, 유기농은 95펜스.  거의 두배값이에요.  체다 치즈도 유기농이 좀 더 확실히 비싸고.. 다들 조금씩 더 비싼데.. 아주 못 사먹을 값은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장을 본 음식으로 저녁을 뚝딱 차립니다.  사실 저는 Tintin이 오기 전에 간식이며 오트밀 등으로 끼니를 때운터라 미리 만들어둔 삼겹살야채볶음밥을 Tintin에게서 조금 얻어먹고, 기름없이 팬에 구워낸 닭가슴살에, 닭가슴살을 구워낸 팬에 버터를 살짝 넣고 버섯 3개, 작은 양파2개, 베이컨 1장, 호박 1/3개를 잘게 썰어 야채볶음을 만들었지요.  그리고 샐러드 두봉지 중 한봉지를 물에 충분히 담궈 깨끗이 씻은 후 (이제 유기농이라고 해도 빡빡 깨끗하게 씻어먹기로 ㅠㅠ) 직접 만든 머스타드 소스에 슥슥 무쳐내니.. 나름 푸짐한 밥상이 뚝딱 만들어졌습니다.

닭고기 요리~  기름 없이 두꺼운 스테인리스 팬을 뜨겁게 달군 뒤 구우면.. 마치 그릴이나 기름에 구워낸듯이 구운 자국도 나고 닭고기 냄새도 하나도 나지 않게 부드럽게 잘 구워져요.  괜히 밋밋하니 후추와 파슬리 가루를 슬쩍 뿌려보았습니다.  

사실 밥상 왼쪽에는 Tintin의 머그잔에... 담긴.. 맥주가 한잔~ ㅋㅋ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저를 두고 혼자서만 맥주를 한잔 하는 게 미안해서 마음에 걸렸는지 이쁜 맥주잔을 두고 일부러 머그잔에 맥주를 마시는 Tintin.  그의 그 마음이 이쁘고 고맙네요.  그냥 이쁜 잔에 마셔도 괜찮은데~

이렇게 먹은 뒤 저희는 요거트에 블루베리를 넣고 체다치즈 한조각을 디저트로 식사를 마쳤습니다.


이 유기농 식단이 얼마나 오래 갈 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당분간이라도 노력은 해보려구요..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도.. 커피가 마시고 싶어 죽을 것 같은 몽실언니... ㅠㅠ Decaf라도 한잔 마실까..싶은데.. ㅠㅠ 갈등 중..  식이조절을 통한 다이어트 한번 시도해본 적 없는 저로서는.. 임신 때문이기는 하지만.. 식이조절을 한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네요!!!  


모두 건강하게 먹고, 건강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