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임신

임신 중기.. 악몽과 개꿈사이..

옥포동 몽실언니 2017. 9. 5. 17:30

'임신 중 악몽'이라는 검색어로 구글링을 해본 적이 있다.  임신 16주였던가.. 임신 중 처음으로 악몽을 꿨고, 그날로부터 3-4일간 연속으로 매일 악몽을 꿨다.  임신 초기를 넘기고 이제야 임신 안정기에 접어들었는데 매일 매일 악몽의 연속이었다.  

이상한 것은 그 꿈이 너무나도 생생해서 아침에 일어나서는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 구분이 잘 안 갈 정도였다.  게다가 그 꿈들은 대개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보인다든지, 내게 관심을 안 주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줘서 내가 너무너무 서운해하는.. 그런 식의 천편일륜적인 꿈이었다.  처음 그런 악몽을 꿨을 때는 이미 꿈에서부터 내가 서럽게 울기 시작했는데, 꿈에서 서럽게 흐느끼다가 눈을 내가 내는 소리에 잠이 깼고, 옆에는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남편이 있지 않나.  그 남편을 흔들어깨우며, '틴틴, 나한테 왜 그랬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다그치며 한참을 엉엉 울었다.  

남편은 왜 그러냐고.. 무슨 일이냐고.. 자기가 뭘 했냐고.. ㅋㅋㅋㅋ 아.. 나는 내내 울면서도.. 내가 왜 이러나.. 그건 꿈이었는데.. 알면서도 울음이 멎질 않았고, 아무렇지 않게 누워있는 남편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이건.. 마치.. 7살짜리 조카가 꿈에서 자기 엄마가 자기 과자를 먹어버린 바람에 잠에서 깨어서 부엌으로 와서는 "엄마, 왜 내 과자 다 먹었어!!! ㅠㅠ" 하며 울어서 언니가 어이가 없었다고 하던 그 에피소드 속의 7살짜리 조카의 짓을 내가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어쨌든 그날로부터 나는 매일 그런 부류의 꿈.. 남편이 나를 매우 서운하게 하고, 특히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줌으로써 나를 서운하게 하는.. 그런 꿈을 연속으로 꿨고, 꿈들은 늘 너무 생생했고, 너무 이상했던 나머지 이것 또한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의 장난인가 하며 인터넷을 검색.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나처럼 이상한 꿈을 꾸는 임산부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에 놀랐다.  호르몬의 힘은 참으로 놀라워라!  임신 중 여자들은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 불안감은.. 상당히 동물적인 것과 연결이 되는 것 같다.  뱃속에 그 전에 없던 생명을 품고 있으니.. 거기서 오는 불안이야 당연히 있겠지만 그에 더하여 임신이 어느정도 안정되고 나면 내 새끼에게 밥을 물어다줘야 할 남편이 혹시 나를 떠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더해져서 이렇게 이상한 꿈을 꾸게 되는 듯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편이 바람을 피거나 하는 식의 비슷한 패턴의 꿈을 꿨다고 호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꿈들이 그토록 생생한 이유는 임신 중 호르몬의 변화로 인하여 꿈을 꾸는 수면 단계인 REM (rapid eye movement) 상태가 길어지는데, 그러다 보니 꿈이 생생한 가운데 잠을 깨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꿈을 더욱 선명하게 기억하게 된다고.  이거야 말로 진정 호르몬의 짓이다!

우연히 한국에 있던 친구와 카톡을 하던 중, "나 너무 이상한 악몽을 매일 꿔.." 했더니 큰 아들이 이미 초등학생인 그 친구 왈, "그것도 한때일 뿐.  그 시기를 즐겨라.. 아니나 다를까.. 그런 식의 꿈은 그 한주를 끝으로 더이상 꾸지 않았다. 

그 뒤로 이어졌던 꿈은.. 좀 코메디 같은 꿈들이었다.  아기가 태동이 없다 싶을 때 불안한지 꿈에서 내 뱃살 위로 선명한 아기 발이 튀어나와서 너무 신기하고 반가워서 내가 그 발을 손으로 확 잡는 꿈, 친구가 애기를 낳았다는 연락이 오자 나도 출산할 것에 대해 두려움이 들었는지 꿈에서 임신 22주 밖에 안 된 상태에서 애기를 조산하는 꿈을 꾸기도 했다.  이 꿈도 완전.. 악몽이라 해야 하나 개꿈이라 해야 하나..  아기를 낳았는데, 만삭이 되어 아기를 낳은 내 친구의 아기보다 더 큰 아기가 나왔다.  그런데 우리가 다운증후군 고위험으로 임신 초기에 놀랐던 적이 었던터라 그런지 아기가 다운증후군이 있는 것같이 생겼는데, 그보다 더 한 것은 몸을 살짝 돌려봤더니 엉덩이에 길~다란 꼬리가 자라있지 않은가!!!! 한 50센티미터는 되어 보이는 긴 꼬리가 자라 있는데, 놀랍게도 병원에서 그 꼬리에 딱 맞는 옷을 입혀둬서 꼬리 또한 따뜻한 옷 속에 들어가 있었다. ㅋㅋㅋ 어쨌거나 아이의 꼬리를 확인하고는.. 우리 아기.. 이렇게 엉덩이에 꼬리가 자라 있어서.. 자리에는 앉을 수 있을까.. 누워 잘 때는 안 아플까.. 우리 아기 어떻게 힘들게 살아가나.. ㅠㅠ 마음아파하다가 정신을 차리니 꿈이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인 사흘 전의 꿈은.. 바로 그 꿈을 잇는.. 이상한 꿈이다.  이 날밤 꿈에는 놀랍게도 나에게 아이가 둘이었다.  이미 우리 아들 Jack은 태어났고, 나에게는 둘째 이쁜 딸래미가 있었다.  우리는 무슨 일이었는지 차를 타지 않고 버스를 타고 남편과 함께 가족들을 만나러 (우리 가족들이 왜 영국에?!) 떠났는데, 이 버스가 얼마나 고속주행을 하는지.. 게다가 한번은 엄청 경사가 심한 내리막이 있어서 버스가 그 내리막을 엄청난 속도로 달려갔다.  너무너무 놀란 나는 버스에서 내린 뒤 속싸개에 곱게 싸두었던 우리 아가가 잘 있나, 아기 바구니에 들어있던 우리 아가의 속싸개를 살포시 열었는데!! 아니, 이럴수가!!! 우리 아가가 계란후라이가 되어 있지 않은가!!!!!!  

노른자가 좀 눌려있는 상태에.. 완숙은 아닌 몰랑몰랑한 계란후라이였는데, 흰자는 거의 다 익어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완전히 하얀색을 띈.. 아.. 어떡해 ㅠㅠ 우리 애기.. ㅠㅠ 속상해했더니 꿈 속에서.. 누군가가 '괜찮아.. 조금 지나면 저절로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거야." 라고 위로해줬다.  게다가 더 웃긴 것은 우리가 내렸던 버스정류장은.. 도대체 뭔지.. 모든 여자들이 임신 만삭의 상태에 가슴을 다 드러내고 남편들과 함께 배, 가슴 마사지를 하고 있지 않은가! 아무튼.. 아주 이상한 개꿈이었다.

이제.. 오늘로 임신 27주에 접어들고, 다음주면 임신 28주로 후기에 접어든다.  임신 28주부터를 임신 8개월이라고 한다는 것도 나는 2주 전쯤에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렇게 무지한 임산부라니!  이제 세달 후면.. 아기를 만나겠구나.. 아기를 만나기 전에.. 내 몸 회복에 대해..신생아 돌보기에 대해..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  아기를 만났을 때..조금이라도 덜 당황하기 위하여~ 

어쨌든.. 나와 같이 악몽.. 혹은 개꿈을 꾸는 임산부들이여.. 모두 화이팅!  내 친구의 말마따나 이 꿈들 또한 다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