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임신

영국에서 태아 심장소리를 듣는 이색적 방법

옥포동 몽실언니 2017. 9. 18. 15:22

영국에서는 임신 기간 중 초음파 검사가 지역에 따라 2회 (초기, 중기) 에서 3회 (초기, 중기, 후기 한번씩) 밖에 없기 때문에 그 외의 기간에 조산사와 의사는 아기가 잘 자라고 있는지 초음파로 절대 측정하지 않는다.  아니, 그러지 못한다.  왜냐?  초음파 기계가 일반 병원이나 조산사 사무실에는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렇게 초음파 없이 영국에서 아기의 성장정도를 점검하는 독특한 도구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임신 초기를 넘기고 나면 영국에서는 20주에 정밀 초음파를 통해 기형아 검사를 하고, 이후 25주가 되면 처음으로 의사 (산부인과 의사 아닌 일반 가정의) 와의 첫 정기 진료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나서 3주 뒤, 28주가 되면 조산사와 다시 만나서 철분수치 등의 피검사가 행해진다.  (이후, 31주에 두번째로 의사와의 만남 - 이때도 당연히 일반 가정의.  큰 문제가 없으면 영국에서는 임신 기간 중 산부인과 전문의를 만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후에는 조산사와 약 2주에 한번씩 만나게 된다. 

신비한 도구들은 그 때부터 등장했다.  가장 첫번째 것은 바로 줄자!! 

몇주전 25주 의사 검진 후 올렸던 포스팅에서 영국에서는 아기의 성장 정도를 줄자로 잰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다.  나를 침대에 눕혀놓고 바로 아래와 같이 의사가 자궁의 크기를 측정한 뒤 내 차트에 기록을 한다.  25주 당시 23cm, 28주인 이번에는 26센치로 나왔다.  23주에는 이 길이를 재면서 의사가 아기가 작다고 해서 나를 매일 과식하게 만들더니, 이번에는 조산사가 측정하면서 3주간 3센치가 커졌으면 정상적으로 크고 있는 것인데다가, 아기가 커질 시간은 앞으로도 충분히 남았다며 나를 안심시켜줬다. 

줄자로 잰다는 이야기를 말로는 들어본 적 있었지만 직접 당할 (?) 때의 황당함이란.. ㅋ 굳이 쓸데 없이 초음파로 인력과 기계, 전기를 낭비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던 나였고, 이런 전통적(?) 측정 방식이 신기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두번째 물건은 이번 28주에 발견한 것으로 바로 아래의 것!!!  너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이번 28주 조산사 미팅때에는 조산사 실습학생이 함께 참석했다.  영국에서는 조산사가 되기 위해서는 3년간의 교육과정을 밟는데, 3학년 학생이라는 명찰을 달고 있었다.  조산사는 실습생에게 아기 심장소리를 들어보라고 이야기했고, 그러자 그 실습학생은 위의 사진과 색상마저 동일한 저 파란색 도구를 들고 왔다.  이름하여 피나드 호른 (Pinard Horn) 또는 그냥 피나드 라고 줄여 부르기도 하는 태아 심박소리 청취도구이다.

바로 아래처럼 듣지는 않았고 ㅋㅋ

아래 사진과 동일하게 나를 눕혀 놓은 후 내 배를 손으로 이곳 저곳 만져서 아기의 위치를 확인한 뒤.. 정확하게 아래 사진에서와 같은 포즈로 조산사가 피나드에 귀를 대고 아기 심장소리를 체크했다.  

난 도대체 그 기구는 뭐하는 거냐고.. 묻자 Pinard라고 알려줬고, 이런 것으로 검사한다니 너무 신기하다고.. 사실 난 지난번 줄자 측정에도 충격받았다고ㅋㅋ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연배 높은 조산사 왈, 줄자로 배를 재는 것도 상당히 발달된 상황이라고 했다.  과거 자기가 교육을 받던 시절에는 줄자도 없이 손으로만 임산부 배를 만져서 개월수를 가늠하고, 아기가 어느 정도 자랐는지도 손으로 모두 만져서 확인을 하도록 교육받았다는 것!!! 그에 비하면 이제는 줄자를 쓰니, 이건 상당히 진보한 방법이라고... 2-3주 혹은 4주에 한번씩 초음파를 찍어서 확인하는 한국적 상황에서 생각할 때는 정말.. 헉..소리가 나올 이야기다. ㅋ

어쨌거나 조산사는 내 배를 손으로 쓱쓱 만져보더니 아기의 머리가 아랫쪽에 있다고 너무 좋다고 한 후 저 pinard로 심장 소리를 확인.  아기 머리 위치를 확인한 후 아기 등의 위치를 가늠해서 그쪽에 대고 심장소리를 직접 듣는 거라고 한다.  그리고 나서는 나도 들을 수 있게 스피커 달린 청진기 비슷한 것을 대어서 아기 심장소리를 들려준다. 

그러나 이후 대반전!!! 

집에 와서 Pinard horn에 대해 인터넷을 찾아봤더니..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태아 심장 청진기라 하질 않는가!!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미국 의사들도 이 pinard를 유럽에서 아직 많이 쓰는 것에 대해 깜짝 놀란다고 한다.  그들은 도플러 검진기인가..하는 기계를 써서 심장소리를 듣는데, 위키에 따르면 사실 그 기계보다 정확도는 Pinard가 더 높다는 것!!!! 이 얼마나 놀라운 반전인가!!  그건 도플러는 모체의 심장소리와 아기의 심장소리를 잘 구분하지 못하고 들려주는 경우가 있으며, 기타 소음도 많아서 태아의 심장소리만 가려 듣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에 반해 Pinard 는 아기의 심장소리만 듣는 데는 더 유리하다는 것!

무조건 기계화, 고도화 되었다고 더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저 고전적으로 보이는 기구가.. 사실 대단한 기구라는 것에도 놀라고..

어쨌든.. 매번 의사/조산사를 만날 때마다 놀랄 일이 있으니.. 지겨울 틈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