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임신

영국 병원에서 운영하는 모유수유 교실: 첫째 시간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1. 21. 23:31

어제는 아빙던 지역 병원 (Abingdon Community Hospital) 에서 운영하는 모유수유 워크샵을 다녀왔다.  지난번 조산사 (midwife) 와의 만남에서 조산사가 알려줘서 산전교실과 함께 이 모유수유 워크샵 참석을 예약했고, 11월 4일 토요일에 산전교실을, 그리고 11월 20일 어제 모유수유 워크샵을 다녀왔다. 

걸어가도 30분, 버스타고 가면 30-35분이 걸리는 탓에 아빙던 지역병원에 갈 때는 항상 바쁘게 걸어가야 한다.  어제도 언제나처럼 늑장을 부리다가 부랴부랴 나섰더니 시간이 많이 늦어서 집에서 병원까지 2.88킬로나 되는 거리를 27분만에 걸어가는 기염을 토해야 했다.  배가 안 불렀을 때는 가뿐하게 걸었을 거리에 속도인데 어제는 어찌나 힘들던지.. 걸어가는 방법 외에는.. 그 30분 거리를 택시로 만원돈 되는 돈을 내고 타고 가거나 35분을 걸려 지겹게 버스를 기다려 버스를 타고 가거나 하는 방법밖에 없기에.. 조산사를 만나러 병원으로 가야 할 때면 늘 이렇게 병원행으로 운동을 대신하게 된다.

병원에 도착하니 오늘의 참석자 중 4명이 산전수업을 함께 했던 임산부들이고, 새로운 얼굴은 두명.  그 중 한명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기의 "보모"를 데려왔다.  흠.. 말로만 듣던 '보모'쓰는 사람을 이렇게 직접 보기도 하는구나.. 

모유수유 워크샵을 병원에서 한다고 해서 어디 거창한 방이라도 빌려서 할 줄 알았더니 병원 입구의 로비 공간에 의자를 두르고 앉아 거기서 수업이 진행되었다.  오늘의 진행자는 옥스포드 북쪽 Kidlington 지역의 조산사.  이름을 말했는데 너무 작고 빠르게 말해서 듣지 못했다. 

모유수유 수업진행

역시나.. 영국식 수업진행이다.  종이를 나눠주며 두 그룹으로 나눠서 모유수유에 대해 자신들이 알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적어보라고 한다.  어색하게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며 기록했고, 목록 작성이 대충 마무리되자 조산사가 그 목록의 하나 하나를 짚어가며 부연설명을 해준다.  총 2시간의 수업이었는데, 처음 한 시간은 그렇게 모유수유의 장단점, 오해와 실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끝이 났고, 잠시 후 두번째 시간은 실질적으로 모유수유 하는 방법, 사람들이 실수하는 부분, 문제 상황에 대처방법, 기타 질문들을 주고 받으며 끝이 났다. 

모유수유의 장점은 흔히 들어서 잘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 아기의 면역력을 증강시켜 주고, 엄마에게도 여러 질병 (유방암 등)의 위험을 낮춰준다.  
  • 옥시토신 호르몬 분비로 엄마의 자궁수축을 도와 회복을 빠르게 한다.  아이와 엄마의 유대감 형성도 도움.  
  • 특히 천식, 알러지 등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아기에게 그런 질병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 위험을 상당히 낮춰준다고.  
  • 그 외 돈도 절약되고,
  • 분유의 경우 젖병 준비, 물 온도 맞추기 등으로 아기가 배고파할 때 바로 수유하기 힘들고 아기가 배고파서 한참 울고 나서야 우유를 줄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모유수유를 할 경우 아기가 배고플 때 바로 수유를 할 수 있다는 점. 
좀 더 유용했던 것은 아래와 같은 모유수유 관련 도움말.

모유수유 관련 팁: 
  • 모유수유시 젖꼭지가 아플 때는 대부분 수유 자세가 잘못 되어서 그렇다.  아기가 편하게 물 수 있는 자세가 아니다 보니 발생하는 일.  그렇게 되면 젖꼭지가 찢어지고 갈라지게 되어 엄마에게 많은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 젖꼭지가 갈라졌을 때 바르는 Nipple Cream (젖꼭지 크림)은 진통제가 아니므로 통증을 가라앉혀주지는 않는다.  다만 수분을 공급해줘서 갈라진 부위를 덜 아프게 해주는 것이며, 피부로 흡수되고 아기가 먹어도 무해하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수분제일 뿐.  모유수유 후에 바로 발라서 다음 모유수유 전까지 피부 속으로 흡수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이 좋다. 
  • 유선염이 생길 경우 아주 힘든데,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최대한 모유수유를 자주 하는 것.  온찜질 냉찜질을 번갈아 하는 것도 도움이 되는데, 그렇게 하면서 아기에게 최대한 수유를 자주 해서 뭉친 울혈을 풀어주는 게 가장 좋다. 
  • 아기가 어릴 때 손님이 집을 방문하게 되면 되도록 손님이 짧게 머무르도록 한다.  모유수유 자체만으로도 엄마는 많이 힘들고 지치기 때문에 나머지 시간에는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는데 시간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손님이 올 경우 손님 스스로 본인의 차를 만들어 마시도록 하고, 절대 손님을 대접하겠다고 부엌을 오가며 체력을 소진하지 말도록 할 것.
모유수유의 단점
  • 아기의 아빠가 모유수유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  모유수유를 할 수 없게 되므로 아빠의 육아참여가 줄어들게 되고, 아빠와 아기와는 엄마가 아기와 쌓게되는 유대감을 쌓기 어려워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아빠가 기저귀를 갈아준다든지, 목욕을 함께 한다든지, 많이 안아주고 책을 읽어줌으로써 유대감을 쌓을 수 있으므로 이런 방법을 쓸 것을 권고. 
  • 밖에서 수유를 해야 할 때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점.  이에 대해서는 요즘은 공공장소에서 모유수유를 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훨씬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과거에는 공공장소에서 모유수유를 하면 나이 있는 어른들이 눈총을 많이 줬다고 한다)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또한 아기와 아기 엄마들에게 매우 우호적이고 이들을 위해 시설이 잘 되어 있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엄마 어깨에 큰 가재수건을 아기 머리까지 늘어뜨려서 엄마의 가슴과 우유를 먹는 아기를 가리기도 하는데, 그것이 좋으면 그렇게 해도 되고.  사실 숙력되기만 하면 가슴을 열어서 아기에게 물리고 나면 밖에서 보이는 것은 아기 머리밖에 없기 때문에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일단 아기가 젖만 물게 되면 딱히 외부에 보이는 것은 없기 때문에. 
  • 아기가 얼마만큼의 양을 먹었는지 알기가 어렵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기가 잘 자라는지, 그리고 아기의 변이 처음에는 검정색에 가깝다가 생후 2-3일 경에는 녹색변, 그리고 이후에는 황금색 변으로 변하는지 아기의 기저귀 상태를 보고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아기의 위장의 크기가 생후에는 작은 구슬만한 크기밖에 되지 않으므로 많은 양의 모유를 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생후 며칠이 지나면 그 구슬이 오백원짜리 동전만한 지름의 구슬크기로 늘어나고, 생후 10일 경이 되면 그 때에서야 탁구공만한 크기가 된다.  따라서 점진적으로 모유수유의 양을 늘려가면 되고, 아기의 무게가 잘 증가하고 대변을 잘 보게 되면 그걸로 아기가 충분히 먹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러 설명을 해 준 뒤 질문하는 시간에 내가 제기한 두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들:

1.  분유를 줄 경우 젖병을 소독하여 깨끗한 젖병을 물리게 되는데, 모유수유를 할 경우 엄마의 젖꼭지나 가슴 위생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 Midwife의 답변:  아기는 태어나면서 엄마의 세균을 공유하게 되기 때문에 엄마가 가진 균들은 아기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안전.  따라서 엄마 가슴을 모유수유시마다 특별히 관리할 필요는 없다.  그냥 젖을 물려도 안전.

2.  아기가 울기 전에 배가 고프다는 것을 눈치챌 방법은 없는가? 
--> Midwife의 답변:  아기가 배가 고프다는 사인을 주게 되는데, 그것을 읽어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가장 좋지 않은 수유 타임은 아기가 울고 나서야 모유든 분유든 먹이는 일.  아기가 우는데에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되고, 분유의 경우 분유를 타고 준비하는 동안 아기가 지쳐서 배는 고픔에도 불구하고 잘 먹으려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며, 결국 그로 인해 성장이 저해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타게 되기 쉽다.  그런 점에서 모유수유는 바로 수유가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  (더 구체적으로 아기의 배고픔 사인을 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ㅠ) 아기가 나타내는 배고픔 싸인을 읽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유수유를 하다 보면 엄마의 모유 생산량이 아기가 먹는 양과 맞춰지기 때문에 엄마의 유방에 우유가 차는 정도를 통해 아기에게 우유를 줄 때가 되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기도 하다. 

그렇게 첫번째 시간이 끝나고, 두번째 시간에는 좀 더 실질적인 도움말이 제공되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