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임신

출산 2주를 앞두고 우리 부부가 서둘러 하고 있는 일들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1. 22. 00:51

우리 부부는 올 1년간.. 아니.. 우리가 부부로 존재했던 것은 3월말부터니까.. 지난 8개월간.. 너무나 바쁜 시간을 보냈다.  올 초에는 결혼준비를 하느라 분주했고, 신접살림을 차릴 집을 알아보느라 분주히 다니고, 이삿짐이 정리되기도 전에 결혼식을 치르고, 결혼식 하기 무섭게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고, 내 비자를 신청해야 했고, 뒤늦게 하는 한국 상견례를 앞두고 상견례 장소 섭외 및 사진작가 섭외를 하고, 한국에 휴가를 가서 양가 가족 친지들에게 인사를 올리고, 돌아오자 마자 아기와 함께 살기 위한 집을 알아보러 다니고, 은행 대출을 알아보고, 집 계약을 하고, 이사를 하고, 처음으로 가구들을 구입하고, 이삿짐을 정리하고, 아기물건들을 장만하고.. 산후 조리 중에 먹을 음식들을 준비하고.. 하다 보니.. 어느새 출산이 2-3주 앞으로 다가와 있지 않은가!!!!!  

이젠 정말.. 자유롭게 보낼 시간이 없어진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 우리.  둘이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실컷 해두기로 다짐했다.  그 중 하나가 같이 영화 보기.  우리는 연애를 3년 넘게 했지만 늘 내가 몸이 안 좋았던 탓에 함께 영화관 데이트를 해 본 것은 한번이 전부.  집에서라도 영화를 보려고 한두번 시도해봤으나.. 몇시간 한자리에 앉아서 영화에 집중하는 것이 체력에 너무 부쳐서 그마저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결혼 하고 나서 몇달전 딱 한번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본 것이 우리 둘이 함께 한 영화관 데이트 두번째.  

오랜 학생생활 중에.. 나는 몸도 아팠다 보니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일은 나에게는 아주 럭셔리한 일이었고,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그랬다가 몸이 아프면.. 그 뒷감당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자제할 수밖에 없는 일. 

그러다가 막상 영화 좀 보면서 즐기려고 하니.. 무슨 영화를 봐야 할지도, 어디서 영화를 빌려서 봐야하는지도 몰라서 뒤늦게 남편과 동생들에게 물어물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지난 주 금요일에는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서 영화를 네편이나 보았고, 일요일에는 Tintin과 처음으로 아무 일정 없이 집에 있는 날!  그래서 같이 영화 한편 꼭 보자, 약속을 했고, 우리 둘은 그날 하루 영화를 두편이나 봤다.  디즈니의 모아나와 신고질라.  그리고 어제도 내친김에 아이언맨 1을 보았다.  사실 신고질라나 아이언맨 같은 영화는 남편이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  난 헐리우드 영화에 대해 별로 흥미가 없는 편이었고, 특히 뛰어난 한 개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식의 스토리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영화들은 별로였는데, 막상 보고 나니.. 다양한 장르의 영화 속에서 여러 현실 사회의 문제들이 은유적으로 표현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를 보고나서 남편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도 좋고.  또 남편이 좋아하는 영화를 보니, 내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한다는 사실에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기분도 좋다.  재미도 있고, 남편이 또 그렇게 좋아하니.. 이중으로 좋다. 

갑자기 영웅물을 보게 된 것은 Tintin이 어벤저스 2를 보겠다고 하는데, 나는 어벤저스에 나오는 영웅들 중 스파이더맨 외에는 잘 몰라서 함께 보면 영화를 잘 이해할 수 없을거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꼭 미리 봐두면 좋은 영화가 뭐냐고 물으니, 아이언맨 1편을 꼭 보면 도움이 될 거라고.  그렇게 아이언맨 1편을 봤는데, 어라, 생각보다 재밌네?!  ㅋ 그래서 우리는 오늘은 캡틴 아메리카 첫편을 보기로 했다.  그렇게 한편 한편씩 본 후에 함께 어벤져스를 즐기기로. 

자기 직전에 영화를 보고 자서 그런가.. 꿈에서 아이언맨 수트를 사러 갔다.  그것도 영국의 중고거래사이트 Gumtree를 통해서. ㅋㅋㅋ 우리가 맨날 중고 물건들을 사느라 Gumtree를 들락거리고 거기를 통해 여러 거래를 하다 보니.. 꿈에서조차.. 아이언맨 수트를 Gumtree 를 통해 사러 가다니.. 일어나서도 황당하더라는.. 

영화가 잠잘 시간이 다 되어 끝이 나니.. 나도 이상한 개꿈을 꾸고, Tintin도 잠을 좀 설쳤단다.  영화로 인해 우리 정신이 너무 활성화되어서 그런가.. 그래서 오늘은 Tintin 퇴근 후 저녁만 먹고 바로 영화를 보기로 했다.  캡틴 아메리카.  기대.  아이언맨 만큼 혹은 그 보다 더 재미있기를!!! 

이번 주 내내 Tintin과 함께 이렇게 영화를 계속 보게 될 것 같다. 다음주는 진짜 countd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