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임신

임신 38주, 3일간 5편 영화보기가 우리 부부에게 남긴 것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1. 23. 02:00

지난 일요일, 집에서 우리 부부는 영화를 두편 보았다.  아기가 태어나면 이런 시간을 갖기 힘들테니 원래는 영화 한편을 같이 보자고 한 것이 결국 두편이 되었고, 그러고 나서 각자 본인이 원하는 영화를 각자의 장소에서 또 한편씩 보았다.  모아나, 그리고 신고질라를 함께 보고, 나는 혼자서 한국영화 공조를, Tintin은 왕좌의 게임 시리즈 7의 첫 에피소드로 그날 하루를 다 보냈다.

일요일에 영화를 함께 본 것이 우리가 함께 한 4년의 시간 동안 함께 영화를 본 세번째 날.  우리는 둘이서 함께 영화를 보는 게 이렇게나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고, 월요일 저녁에도 함께 영화를 보기로 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어벤져스 2를 볼 수 있도록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영웅물들을 하나씩 미리 보는 것.  Tintin은 이미 다 본 것이었지만 다시 보고 싶기도 하다고 하여 일단 아이언맨 1을 월요일 저녁에 봤다.  아니, 아이언맨이 이렇게 재미있는 영화였을 줄이야!  시각적 인식능력이 떨어지는 나에게는 이미 영화를 봐서 내용을 잘 알고 있는 Tintin이 이런 저런 설명을 곁들여주며 영화를 보니 영화의 재미가 두배가 된다.  게다가 집에서 중간 중간 화장실도 가고, 간식도 챙겨먹으며 영화를 볼 수 있으니.. 아 이 맛에 집에서 영화를 보는구나 싶다.  그래서 우리는 그 다음날인 화요일에도 영화를 또 보기로 약속했다.  매일 한편씩 보자고! 

그리고 어제 화요일.  드디어 셋째날이 되었고 우리는 토르를 보기로 했다.  전날 영화를 다 보고 났더니 밤 11시가 좀 넘은 시간.  밤늦게까지 영화를 본 탓인지 나도 잠을 설치고 Tintin도 잠을 설쳤다.  피곤했던 우리는 이젠 영화를 일찍 보자고, 그래서 밤에 좀 쉬고 정신도 가라앉힐 수 있도록.  Tintin이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나는 저녁을 준비했고,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우리는 얼른 거실에 앉아 토르를 시청하기 시작.  다행히 토르는 아이언맨보다 짧으니 잘됐다.  두시간이 조금 넘어 영화가 끝나고, 우린 머리도 식힐겸 동네 산책을 나갔다.  그래야 잠을 잘 잘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니나 다를까, 나는 돌아오자마자 양치만 하고 바로 뻗어버렸고, Tintin은 몇시에 침실로 왔으려나.. 기억도 나질 않는다.  자다 깨 보니 나는 입술이 부르터있다.  Tintin도 아침 8시 반이 되도록 여전히 비몽사몽. (9시까지 출근인데 ㅋㅋ) 도시락을 대충 챙겨주며 Tintin에게 물었다.

나: Tintin, 어제는 잘 잤어?  컨디션 어때?  사실.. 나 입술이 또 헐었어.  영화 매일 보는 게 힘든가봐 ㅠㅠ

Tintin: 그래?  나도 입안이 헐었네.. ㅠ

나: Tintin, 우리는 둘다 체력이 진짜 약한가봐.  저녁에 집에서 영화 한편 보는 걸로 둘 다 이렇게 지치다니.. 

Tintin: 그러게.. ㅠ 오늘은 우리 영화보지 말고 쉬자. 

나: 응.. 그러자.  우린 둘다 약하니.. 체력을 잘 관리해야지.. 

영화 보는 것만으로도, 그것도 집에서 젤 편한 옷차림에 젤 편한 자세로 영화를 보는 것으로도.. 이렇게 입술이 다 부르트니.. 도대체.. 이 몸으로 아기를 키우는 건 둘째치고.. 아기를 낳을 수나 있을지.. 그것도 걱정이다. 

내가 못 낳으면.. 병원에서 꺼내라도 주겠지.. 생각하며 일단은 걱정하지 말기로 한다.  다들 낳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은 예정일보다 일찍 나오지 않고 나와 Tintin에게 이런 특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선물해준 우리 이쁜 아기에게 감사의 마음. 

아기를 뱃속에 데리고 있느라 요즘은 밤이면 밤마다 골반이 빠질 듯이 아프고 손발도 부어서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이게 다 아기를 만나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면 전혀 기분이 나쁘지가 않다.  아가야, 건강하게만 지내다오!  곧 만나자!  이젠 2주도 안 남았구나!  보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