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임신

출산예정일, 나의 하루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2. 6. 02:08

오늘은 두둥~~ 우리 잭 출산예정일!  그러나 아직 감감무소식. 

출산예정일을 맞아 나는 초초함을 달래기 위해 나혼자 옥스포드로 가서 Paul에 가서 맛난 애플파이에 디카프 커피도 한잔 하고, 서점도 들르고, 옥스포드의 활발한 젊은 기운도 쐬고, 쇼핑도 하고 (구경만) 올 계획이었다.  이런 야심찬 계획을 안고, 어제 저녁에는 미리 샤워도 하고 잤다.  그래야 아침에 바로 머리만 묶고 옷만 걸치고 외출을 할 것 같아서. 

그러나 왠걸.. 아침에 블로그에 글 하나만 써야지..하고 앉아서는 글을 하나 쓰고, 한국에 있는 선배언니들과 함께 하기로 한 일에 대해 한두가지 이야기를 인터넷으로 나누고, 관련하여 이것 저것 자료도 찾아보고.. 그러다 블로그 글을 또 하나 올리고.. 또 하나 올리고.. 하다 보니.. 벌써 해도 지고 오후 5시가 되었다.  소파 의자에 걸터앉아서 도대체 몇시간을 꼼짝않고 있었나 모르겠다.  어깨도 굳고 목도 아프고.. 잭은 아직 감감무소식이고,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다. 

뭐 하나 붙들고 하고 있노라면.. 이렇게 몇시간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있으니.. 병이 나지 않을래야 나지 않을 수 없다.  내 건강을 위해서라도 나는 일을 하면 안 된다...는 말도 안 되는 결론을 내려본다  (자주 자주 움직이며 일을 끊어주고 휴식을 취할 생각은 않고 ㅋㅋ). 

원래는 아침을 먹으면서 한국 뉴스를 보는데 한국에서도 내년 가을부터 상위 10% 재산/소득자를 제외한 모든 가정에 아동수당을 도입한다는 뉴스를 보고, 영국에서 아동수당을 수급받는 사람들은 재산/소득이 어느정도인지 궁금해서 그걸 찾아보던 중에 이렇게 여러 다른 일로 흘러가고 흘러가다가 하루를 마치게 되었다.  나중에 영국의 아동수당에 대한 글도 써보면 좋을 거 같다.  

이렇게 나의 출산예정일 하루는 지나가게 되는구나.  내일부터는 혹시 모를 택배 배달 때문에 꼼짝없이 집에 있어야 하는데.. ㅠ 집에서 뭐하지.. 걱정이다.  오늘이 자유롭게 외출할 유일한 날이었는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않게 소포가 하나 도착했고, 나는 부엌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우편배달부는 내가 없는 줄 알고 소포를 전달하지 않고 우편취급소에 보관해둔다는 보관증만 남겨두고 가버렸다 ㅠㅠ 아마 Tintin의 누나, 즉 나에게는 시누되는 라나 언니의 출산선물인 것 같은데.. 아무튼 배달을 놓치는 바람에 내일 Tintin은 그 작은 차에 우리 출산가방을 다시 다 꺼내서 공간을 마련한 후 퇴근 후에 소포를 가지러 우편취급소를 다녀와야 하게 생겨버렸다. 

언제 나올지 모를 우리 아기를 기다리는 초조한 하루하루가 될 거 같다.  모레까지도 별 소식 없으면 나는 2시에 병원에 가서 조산사를 만나게 된다.  다음주까지도 소식이 없으면 다음주에는 의사를 만나게 될 듯.  한국은 37-38주부터 내진을 종종 하는 모양인데, 자궁경부를 체크하는 내진을 하게 되면 진통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희안하다.  그런 내진을 한국 산부인과들은 대부분 하는 것 같으니.  영국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없으면 출산예정일이 지나도록 내진을 할 일이 없다. 

뿐만 아니다.  영국은 왠만해서는 유도분만을 하지 않는다.  출산예정일에서 2주까지도 기다리는 경우가 있고, 그러다 보니 전에 내 조산사가 이야기했듯 4.9킬로의 큰 아기를 자연분만해서 낳기도 하는 것 같다.  나의 한 친구도 올 여름 출산예정일 10일이 지나서야 양수가 터지면서 아기를 낳게 되었다.  나는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 

아가야.. 밖에 좋은 거 많으니.. 고만하고 대충 나오자~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