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출산 8개월 3일, 생애 첫 하프마라톤 준비 7일차.

옥포동 몽실언니 2018. 8. 12. 20:08

오늘 8월 11일 토요일은 출산 한지 8개월 2일 (앱이 그렇다고 알려줌ㅋ).  오늘로 하프 마라톤 훈련 6일차에 접어들었다. 

대회일정: 옥스퍼드 하프마라톤 (2018년 10월 7일)

준비 1일차 (D-62): 2018년 8월 6일 (월) Warm up 4킬로 (1km당 7분 19초)

준비 2일차 (D-61): 2018년 8월 7일 (화) Easy Run 3킬로 (1km당 8분 8초)

준비 3일차 (D-60): 2018년 8월 8일 (수) 휴식 

준비 4일차 (D-59): 2018년 8월 9일 (목) Easy Run 5km (1km당 8분 9초)

준비 5일차 (D-58): 2018년 8월 10일 (금) 휴식

준비 6일차 (D-57): 2018년 8월 11일 (토) 첫 Long Run 7.2km (1km당 7분 46초)

준비 7일차 (D-56): 2018년 8월 12일 (일) 휴식

어제는 첫 롱런.  매주 토요일마다 있을 장거리 달리기의 첫번째 훈련일이었다. 

전날 저녁부터 긴장.  과연 내가 오랫만에 7킬로가 넘는 거리를 달릴 수 있을까..  아이가 잘 자고, 나도 잘 자야 가능한데. 

사실 지난 목요일 5킬로 달리기 이후 그 다음날인 금요일은 하루종일 너무너무 피곤하고 힘들었다.  특히 아이가 낮잠을 오전에 한번 30분, 오후에 한번 30분밖에 자지 않아서 아이와 함께 누워서 쉴 틈조차 없었다.  그래서인가 저녁에 수유를 하며 아이가 잠들기 무섭게 나도 옆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그저께밤부터는 새로운 이 하나가 잇몸을 뚫고 나오느라 그런지, 요 근래 조용히 잘 자던 아이가 밤새 울면서 깼다.  그 바람에 그간 밤중수유를 끊었음에도 그저께부터는 매일 밤마다 다섯번 넘게 젖을 물리는 것 같다.  안아줘도 달래지지 않으니 결국 젖을 물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이가 잠들자마자 나도 함께 잔 덕분인가 아침에 그럭저럭 잘 일어날 수 있었고, 남편과 함께 커피 한잔으로 잠을 깨우며 나는 롱런에 나갈 준비를 했다.  

사실 아침에는 뛰러 나가기 싫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춥기도 추웠고, 간만에 밤새 다섯번이나 수유를 했더니 피곤하기도 피곤했다.  이발을 하기로 한 남편에게, 혹시 먼저 이발부터 하고 오겠냐는 제의까지 했다.  그랬더니 틴틴 왈,

"아이, 몽실 먼저 달려.  일단 롱런을 할 때는 달리기를 최우선으로 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안 뛰게 돼.  그러니 몽실 먼저 달리고 오면, 나는 그 후에 이발하러 갈게."

나의 달리기를 배려하고 응원하는 남편의 마음.  달리러 안 나갈 수가 없었다. 

나는 틴틴이 만들어준 커피를 마저 마시며 한숨 돌리고, 화장실을 다녀온 후, 간단히 채비를 하여 집을 나섰다.  아침 8시 27분. 

슬슬 걸었다.  딱 30분까지 걸으며 웜업을 하자, 마음 먹었다.  걷는 시간이 좋아서 시계가 8시 28분 29초를 지날 때부터 가슴이 콩닥거렸다.  아.. 1분 30초 뒤부터는 달려야 하는구나.

그 때 맞은편에서 달리기를 하며 오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잘도 뛴다.  그래, 그렇다면 나도 달려야지.  8시 29분 54초, 55초, 56초, 57초, 58초, 59초, 8시 30분. 땡!  달리기 시작!

그렇게 천천히 달리기 시작, 달리면서 코스를 생각했다.  이 좁은 동네에서 7.2킬로를 무슨 수로 달린담.. 어디로 갔다가 어디로 와야 이 거리를 지겹지 않게 달릴 수 있을까..

매번 달리던 길로 간 후, 공원에 접어들어, 공원 안을 한바퀴 돌고, 강변으로 나갔다.  템즈강을 끼고 있는 아빙던 메도우로 다가갈수록 러너 (runner)들이 많았다.  폼도 좋고, 아주 잘 뛴다.  앞서 뛰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내 러닝 폼도 생각하고, 달리기 페이스도 생각하며 달리다 보니 이런,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메도우에 모여있다.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있는 5킬로짜리 Park Run 을 뛰기 위해 모인 사람들.  

함께 달리기를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보니 부러움이 들었다.  '나도 틴틴이랑 우리 잭이랑 같이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한무리의 사람들을 슬쩍 훔쳐봤다.  

'나도 저기에 끼어서 5킬로를 달릴까?'

하는 마음마저 들었다.  아빙던 파크런에는 나도 가입이 되어 있는데, 달리기에 참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  게다가 아직은 달리기를 하려면 시간이 좀 남았는지 사람들이 모두 몸을 풀고 있다.  나는 이미 달리기를 시작하였으니, 그리고 나는 천천히 달려야 하니, 저들과 함께 뛰는 것은 무리이리라..  나는 나의 달리기를 하자 생각하며 죽죽 달려나가다 보니 3킬로를 넘어섰다.  

3.2킬로쯤 달렸을 때부터 집 생각이 간절했다.  

'아, 그냥 집에 가고 싶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는 노릇.  조금만 더 달리자, 조금만 더.. 하며 달리다 보니 4킬로.. 또 5킬로. 

이제 집으로 슬슬 돌아가는 코스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 주 가장 길게 달린 것이 5킬로를 40분간 달린 것이어서 그런지 35분쯤 달렸을 때부터는 슬슬 오른쪽 무릎에 피로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5.5킬로, 집 근처로 가는 길에 이미 접어들자 이 때부터는 다리도 슬슬 무겁다.  6킬로.. 드디어 1.2킬로밖에 남지 않았다.  6킬로부터는.. 정말이지 10초 간격으로 시계를 체크한 것 같다.  시간을 보고 또 보고.. 다리도 점점 무거워졌다.

한참 달리기를 하던 2년반 전만 해도 평일에 7.2킬로를 뛰는 것도 무리가 없었는데, 지금은 이게 이리도 길고 지겹고 힘들다. 

6.5킬로.. 벌써 집 근처다.  7.2킬로를 채우기 위해 급히 남편 회사 인근 산책로로 접어들어 300미터를 더 달렸다.  그리고 나면 돌아오느라 다시 그 길을 300미터 뛰고 나면 집 근처로 가면 7.2킬로가 채워지리라..  생각하며 달리고 또 달렸다.  속도는 '느리게' 뛰는 것이 목표였으나 생각했던 '느린 속도'보다는 조금 빨랐다.  그래서 마지막 2킬로는 더 속도를 느리게 하기 위해 신경썼다.  그래야만 여파가 적으리라는 생각에.  

드디어 7.1킬로, 7.2킬로, 그리고 정지. 

달리기 기록을 보니 평균 페이스 7분 46초.  총 55분 58초를 달렸구나.  거의 56분.  

구간별 속도를 보니 다른 러너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 3킬로에서 4킬로 구간에는 나도 모르게 속도가 조금 올라갔다.  이 날의 원래 목표는 8분 20초에서 30초 정도의 속도로 달리는 것이었는데..  느리게 뛰는 것도 중요한 훈련인데, 아직도 나는 초보라 그런지 목표한 속도대로 페이스를 맞춰 달리는 것이 잘 되지 않는다. 

집에 돌아오니 틴틴은 잭을 재워두고 차를 한잔 하고 있다.  수고했다며 나에게 "엄지 척"을 내밀었다.  그 순간 밀려오는 감동.  나의 달리기를 이렇게나 진심으로 응원해주다니. 

우리는 함께 아침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도대체 아이가 자는 동안 둘이 함께 밥을 먹는 게 도대체 얼마만인가!!  이건.. 거의 몇달만의 일인 것 같았다.  

밥을 다 먹기 무섭게 아이가 깼고, 우리는 아이와 함께 옥스퍼드에 들러 West Gate 쇼핑몰의 샌드위치 집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써머타운에 가서 남편은 이발을, 나는 M&S에서 간단히 장을 보고 그렇게 돌아왔다. 

돌아와서 틴틴은 수영을 하러 gym으로 고고.  간수치가 정상 인근으로 돌아와서 그런가 틴틴도 전보다 활기가 생겼다.  나에게 달리기할 시간을 주었으니, 나도 공평하게 그에게 수영할 시간을 줬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니 둘 다, 아니 셋 다 아주 피곤. 

밤에는 또다시 잭이 자주 깨며 젖을 찾을 것을 알았기에, 틴틴을 아기방에서 자게 하고 나만 잭 옆에서 자며 밤새 자다 깨다를 반복. 

그리고 일어나서 또 다시 우리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새벽 4시 50분에.

일요일을 맞아 청소도 하고, 아이도 재우고, 자리에 앉아 이 글을 쓰다 보니 오늘이 8월 12일.  이런, 틴틴의 생일이 아닌가!!! 나의 생일도 정신없이 지나갔는데, 이렇게 틴틴의 생일도 정신없이 맞았다.  우린 둘 다 내일 월요일이 12일인 줄 알고 있었는데.. 오늘 일요일이 12일이다. 

황급히 틴틴을 부엌으로 불러 꼭 안으며 뽀뽀를 했다.  

"갑자기 왜 그래?"

틴틴이 물었다. 

"틴틴, 생일축하해~~"

"내 생일이야?  (두 손을 곱게 모아 내밀며) 선물 줘~~"

"크크, 선물, 당연히 내가 준비해뒀지~~"

나는 지난 주 잭과 옥스퍼드에 가서 사온 양말 두켤레와 생일축하카드를 내밀었다. 

"틴틴, 이거 양말, 내가 이날 입고 있던 티셔츠, 반바지, 허리벨트값 다 합친 것보다 이 양말 두켤레가 (60원쯤??ㅋㅋ) 더 비쌌어~"

"정말?!! 양말이 뭐 그렇게 비싸?"

"옥스퍼드에서 만들었대~~ ㅋㅋㅋㅋ"

"와~~ 귀한 양말, (반바지 허리춤에 양말을 끼우더니) 이렇게 양말 달고 다녀야겠다~~"

크크크 

"사랑해~"

틴틴의 이 유치하면서도 귀여운 장난에 웃음이 났다.  도대체 저런 아이스런 장난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리 엄마는 우리 둘이 노는 것을 보고는 "너희 둘다 막내들이라 하는 짓을 보면 무슨.. 애들 같기도 하고 좀.. 바보들 같아~" 하며 웃으셨다.  그렇다, 우리는 늘 유치하게 이러며 논다.  서로의 유치한 수준이 잘 맞아 참 다행이라 하며.

그렇게 나의 한주간의 하프마라톤 훈련은 성공리에 마쳤다.  이제 경기일까지 8주가 남고, 본격적 훈련은 7주 남았다.  어젯밤부터 잭이 다시 콧물이 찔찔 나기 시작했는데.. 부디 감기에 걸리지 않고 잘 넘어갈 수 있기를.. 나도 큰 부상 없이, 그리고 아직 다 낫지 않은 기침감기도 얼른 나아 훈련을 잘 완수하고 달리기를 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