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페인 알메리아

맛있고 저렴한 점심, Menu of the Day로!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 9. 10:07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에서는 레스토랑들이 '오늘의 메뉴'들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해진 종류의 스타터, 메인, 디저트 중에 three course를 할 경우 이 세가지 모두를, two course로 할 경우 스타터+메인 혹은 메인+디저트 등 원하는 조합으로 두 코스로 정하는 요리를 제공한다.  비행기에서 만난 은퇴후 스페인에 정착한 영국아주머니께 알메리아에서 뭘 먹어야 할지 여쭤봤는데, 아주머니께서는 점심에 '오늘의 메뉴'를 시키면 11-12유로 사이로 괜찮은 식사를 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사실 이 대답에 나는 꽤 실망했다.  왜냐하면 스페인에 십년을 넘게 산 분이, 자기 인근 지역에 놀러 온 사람에게 이 지역에서 먹을 만한 음식이 '오늘의 메뉴'라고 말하다니... 그러면서, 스페인의 디저트는 참 별로라는 말씀을 덧붙인다.  영국인이 그런 이야기를 하니 좀 웃기기도 했다.  또 영국인에게 먹을 것에 대해 물어본 내가 잘못인가..하는 생각도.. 하긴.. 영국의 디저트도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그리고..사실.. 나도 좋아한다. 


어쨌든 도착당일부터 다음날 점심, 저녁 모두를 Bar에서 스페인식 식사를 한 우리는 셋쨋날 점심에는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신대로 Menu of the Day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사실 이건 술을 많이 못 마시는 우리에게는 술한잔당 타파스 하나가 나오는 이곳의 음식 주문 방식이 왠지 술을 적게 하는 우리에게는 손해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이기도 하고, 여러개의 타파스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동행인인 땡땡님은 배가 안 차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이기도 했다.  그래서 정식으로 three course 식사를 하면 그래도 땡땡님의 배를 채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또 메뉴의 값이 싸기도 할 뿐더러, 영국아주머니가 그래도 추천했을 때는 그럴만해서 그런 거 아니겠느냐 하는 생각이었다.  게다가 같은 값으로 땡땡님 배라도 가득 채워주자는 마음. 우린 주저없이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별 4개 이상을 받은 인근 식당 La Encina로 들어갔다.  


오늘의 메뉴 식사 후 전반적인 느낌은: 

  • 역시, 트립어드바이저 (Trip Adviser)에서 별 4개 이상이면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재확인.
  • 전체 11유로에 3코스 요리, 플러스 빵과 음료까지 포함이라.. 이건 거의 거저다.  
  • 땡땡님의 사이드로 나온 감자튀김이 다소 실패였던 것을 제외하면 아주 좋은 식사였다.  스타터가 특히 기대이상으로 좋았다.  디저트도 좋았다.  
  • 우리의 경험은, 스페인 레스토랑에서는 빵을 달라고 해야 준다.  빵과 함께일 때 요리들이 더 빛났다.  빵이 맛있기도 했고. ^^

이곳은 트립어드바이저에 나오는 맛집들이 모여있는 광장 한켠에 자리잡은 식당.  우리가 두번째 손님이다.  아직 식당에서 직원들은 손님 맞을 준비 중.. 가게 Bar쪽 사진을 찍는데 직원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 시간이 일러서 그런 듯. 우리는 12시 땡 했던 시간인가..12시 반인가.. 그랬던 것 같다.  대부분 점심은 가볍게 먹는 듯해서 더 식당이 조용한 듯 하기도 하다. 


사진: 가게 입구쪽 Bar 사진. 


오늘의 메뉴.  이 가격에 이런 메뉴라니.  


땡땡님의 스타터.  베샤멜소스로 만든 컬리플라워 그라탕.  아주 식상한 컬리플라워 그라탕을 생각했지만 맛은 기대이상에 양도 많아서 이게 오히려 메인인가 싶었을 정도였다.  대만족!  마늘과 생선이 듬뿍 들어간 컬리플라워 그라탕에, 그 위에 얹어진 치즈도 제맛이었다.  느끼한 음식을 그리 즐기지 않는 땡땡님도 아주 맛나하며 좋아했다.  사진에 보이는 것보다 그릇이 더 크고, 음식도 더 맛있었다.  우리 둘다 먹어보고 놀랐다는. 


나의 스타터는 카스탈리안 수프.  무슨 숩인지 전혀 모르고 일단 뭔가 스페인 느낌이 강하게 나는 이름에서 이끌려서 시켜봤는데.. 오.. 감탄!! 저것도 보기에는 그런데 실제 맛은 훨씬 좋았다는. 


이 숩을 가까이서 보면, 이렇게 토마토 베이스의 숩인데, 돼지고기 햄도 들어있고 마늘도 들어있고, 계란도 하나 들어있고.. 그 위에 튀긴 바게트 두 조각을 얹어줬다.  숩에 얹어먹는 튀긴 식빵 조각인 크루통을 아예 빵 째로 튀겨서 내어주다니.  


이 숩을 먹고..땡땡님과 나 모두, "이건 완전 해장용인데?!"라고 감탄.  아주..국물맛이 맵지않은데도 얼큰하고 맛이 깊었다.  어째 이런 맛이 나나 둘이 고민을 하다가 내린 결론은,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다 맛이 좋다보니 음식도 다 맛이 좋은가보다..고 결론. 


이건 땡땡님의 메인디쉬 (main dish).  토마토 소스에 있는 요리는 너무 맛있었는데, 양이 좀 적은 듯했고 (스타터가 너무 푸짐했던 탓에), 감자튀김이 좀 눅눅한 게 에러였다는.  기름이 충분히 달궈지기 전에 급하게 튀겨낸 듯한 느낌.  감자튀김은 영국이 잘 하는구나..하는 성급한 일반화를 하게 만들어버린 감자튀김이었다.  하지만 이 집 음식 전반적으로 비교하면, 가격대비 아주 훌륭한 요리.  (메뉴의 이름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ㅠ)


이건 내 메인 요리.  아직 스페인 지방쪽은 영어가 많이 딸리나보다.  아마 Grilled Flounder를 시킨 것 같은데, grilled가 아니라 fried였다.  아예 통 생선 두마리가 나와서 땡땡님과 나 모두 요리를 보는 순간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래도 맛은 너무 좋았고, 생선 인심에 또 기분이 좋았다는.  뼈를 발라 먹어야 하는데, 뼈를 바르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즐거운 일이었다.  옆에 사이드로 나온 감자는.. 아주.. 한국식 요리같은 맛이라서 내 요리는 뭔가 한국인에게 아주 친숙하게 맛있는 맛이었다.  비결은 아마 듬뿍 들어간 마늘과 파였던 듯.  얇게 저민 감자는 마치 스페니쉬 오믈렛에 들어갈 법한 감자같은데, 간장만 좀 들어가면 한국식 감자조림 반찬 같은 느낌도 들었다.  생선은.. 뭐 더 말할 것 없이.. 흰살생선이었다.  아마 Bream 같더라는.  내 메인은 만족!


이렇게 먹고 나니, 디저트는 뭘로 하겠냐고 한다.  땡땡님은 치즈를, 나는 오렌지를 시켰다.  그런데!! 이럴수가!! 진짜, 그냥 오!렌!지! 가 나왔다. ㅋㅋㅋ 이 순간 우리 둘은 두번째 웃음이 터졌다.  그러나 이내 오렌지 맛을 보고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냥 오렌지가 나왔지만 이번 여행에서 먹은 오렌지 중에 가장 맛있는 오렌지였다.  그리고 함께 나온 오렌지칼은 오렌지가 그냥 쓱쓱 썰어져서 너무 편했다.  스페인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저 오렌지 칼은 다음에는 꼭 하나 사오고싶다. 


땡땡님의 디저트.  스페인에서는 이 치즈를 많이 먹나보다.  마트에 갔을 때도 많이 보였는데.. 뭔가.. 모짜렐라치즈같은 느낌인데 그것보다는 좀 더 단단한 느낌.  거기에 이 지역 꿀과 호두를 얹어줬다.  땡땡님은 이건 본인 입에는 너무 달다 하여 대부분 내 차지가 되었다.  


음료를 agua con gas 한병씩 주문하여 이런 요리로 식사를 했는데 (우리가 무한리필했던 빵 사진은 빠졌다), 정말로 식사비는 둘이 다 하여 22유로!!!  즐겁고 값싸고 맛있게 한끼 채운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Menu of the Day in Almeria! 



스페인 여행가는 분들은 꼭 맛집은 Trip Adviser로 검색해보고 이용하시길.  별 4개 이상이면 절대 실망하지 않는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