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영국인들은 결혼식에 얼마를 쓸까?

옥포동 몽실언니 2017. 3. 2. 08:14

영국에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결혼을 할까요?  기독교 전통이 있는 나라들에서 결혼은 교회결혼식을 할지 시청결혼식을 할지 선택할 수 있는 경우들이 대부분입니다.  세부적인 규정과 절차들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제가 살고 있는 영국의 경우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영국의 결혼식 


영국에서의 결혼은 절차적으로 한국에 비해 좀 더 가까롭습니다.  한국은 결혼'식' 자체를 여러가지 준비로 까다롭게 하는 데에 반해, 영국에서는 '결혼'을 공식적으로 하는 것을 꽤 엄격하게 관리를 하고 있지요.  영국에서 결혼을 하려면 먼저 신랑과 신부가 당연히 필요하겠죠? ^^ 그리고 최소한 두 명의 증인이 꼭 필요합니다.  여기까지는 한국과 동일합니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국가에 혼인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결혼'식'을 해야 하며, 정부에 고용된 결혼 등록 담당관이라 할 수 있는 담당 공무원 지휘 감독하에서 결혼식이 이루어집니다.  결혼담당관은 결혼식을 주재하면서 바로 서류에 싸인을 하고, 결혼식 직후 결혼증명서를 발급해줍니다.  이 결혼증명서를 발급받음으로써 영국에서는 비로서 혼인관계를 증명할 수 있게 됩니다. 


영국사람들이 쓰는 평균 결혼 비용


요즘은 한국에서 스몰웨딩이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기는 하지만 늘 결혼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 사회적 이슈로 이야기되곤 했는데, 결혼에 돈을 많이 들이는 것이 한국만 그런 줄 알았더니 이곳 영국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곳 사람들도 결혼식에 드는 비용이 최소한 2만 파운드에서 3만 파운드, 즉 한화로는 요즘환율로야 3천만원에서 4천5백만원이지, 1년 전의 환율로 생각하면 5천만원도 훌쩍 넘을 수 있는 그런 비용을 결혼에 쓴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돈은 고스란히 결혼식을 진행하는데 사용하는 비용입니다.  엄청나지요?  (참고: 모든 비용을 계산편의상 환율 1파운드에 1500원으로 계산했습니다). 


Brides 라는 매거진에서는 결혼에 드는 비용을 아래와 같이 약 3만파운드로 제시하였는데 (우리돈 4천5백만원 참고: http://www.bridesmagazine.co.uk/planning/general/planning-service/2013/01/average-cost-of-wedding), 실제로 2016년 The Sun 신문기사에 따르면 약 3천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람들이 결혼에 쓴 비용이 평균 25,090 파운드였다고 하니, 실제로 사람들이 그 정도의 돈을 쓴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thesun.co.uk/living/1840440/average-cost-of-wedding-soars-to-25000-and-parents-still-foot-most-of-the-bill/).  도대체 이 비용들을 모두 어떻게 댈까요?  The Sun 의 기사에 따르면 약 48%의 커플들이 부모의 도움을 받았다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한국이나 영국이나.. 부모 도움 없이는 결혼이 힘들기는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ㅠ


그런데 결혼 비용의 항목을 보면 한국과는 다소 차이가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영국에서도 아직 결혼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체험적 정보가 너무나 부족하지만, Brides 라는 웨딩 매거진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결혼식에 가장 큰 비용이 드는 것 중 하나가 장소 대여비입니다.  한국은 장소대여비 자체가 높기 보다는 해당 장소를 사용하면서 동시에 결혼식을 하는 곳에서 음식을 먹는 식음료비용이 더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국의 경우 장소대여비 자체가 단연 높습니다.  영국에서 호화로운 결혼식은 성 (castle) 같은 곳의 장소를 빌려서 하는 결혼식입니다.  아래는 옥스포드 인근의 Blenheim Palace로, 처칠생가로 유명한 곳인데, 이 성에서도 몇 개의 방을 결혼식 장소로 대여해줍니다.  저녁 6시부터 밤 1시까지 사용하는 방 사용료가 주말이나 휴일 결혼식의 경우에는 약 천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자료: http://www.blenheimpalace.com/assets/files/department/hospitality/downloads/Private%20Events%20price%20list%202016.pdf).  

위 사진:  Blemheim Palace로, 이 큰 성 안에서 방 하나를 빌려서 결혼식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결혼 이외의 용도로 대여하는 것도 가능.


아래사진:  위의 블래넘 팰리스 (Blenheim Palace) 에서 발행한 웨딩 브로셔에 담겨있는 사진.  좀 더 구체적으로 결혼식 대여장소의 결혼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장소 대여비가 공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약 천만원 가량입니다. 


이처럼 장소대여비 못지 않게 많은 돈이 드는 것이 신혼여행, 약혼/결혼 반지, 그리고 결혼식 음식입니다.  전체 결혼비용으로 3만파운드 (우리돈 4천5백만원)가 든다고 제시하고 있는 웨딩매거진 (Brides)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결혼장소 예약에 우리돈으로 약 400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The Sun의 신문기사에서는 약 650만을 장소대여비에 쓴다고 하는데, 어떻게 조사하는지에 따라 결과들이 조금씩 다른 것 같네요.  


그 외 신혼여행에 약 670만원의 돈을, 약혼반지 450만원, 결혼반지 120만원, 결혼 리셉션에 약 600만원, 결혼식의 식음료에 또 약 600만원, 사진/비디오 촬영에 약 150만원이 든다고 합니다.  다음으로는 꽃장식에만 약 100만원의 비용이, 웨딩케잌에 약 50만원!!!  그리고 DJ나 밴드를 불러서 하는 엔터테인먼트에 또 백만원 남짓한 돈이 듭니다.  신부의 드레스에 약 230만원의 돈이, 신부의 웨딩슈즈에 약 25만원, 초대장 및 감사 카드 등에도 약 50만원, 머리장식에 20만원, 신부들러리 들의 복장 지원 및 대여 등에 드는 비용이 50만원, 신랑 의복이 약 65만원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렇게 비싼 결혼 비용을 한국 상황과 비교하면 장단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소위 '스드메'라고 불리는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대여, 메이크업에 몇백만원씩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영국에서는 위에서 제시한 드레스의 평균 비용이 드레스 구입비용이지 대여비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영국에도 드레스나 웨딩슈즈 대여소가 있습니다.  심지어 웨딩드레스를 중고로 사기도 하며, 영국의 유명한 채러티 샵 (charity shop)인 옥스팜 (Oxfam)에서는 기증받은 중고웨딩드레스를 염가에 판매하는 전문 웨딩 샵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웨딩드레스라는 것이 결혼식 때 한번 입고 더 이상 입을 일이 왠만해서는 없다 보니, 웨딩드레스를 집에 묵혀두던 사람들이 이처럼 복지단체에 기증하면, 그것을 복지단체에서 좋은 가격에 판매하여 여러 복지활동에 그 기금을 사용하는 것이지요. 


또한, 웨딩케잌은 한국에서도 상당히 비쌀 것 같고, 웨딩촬영은 한국에서도 워낙 비싸니.. 한국과 영국의 결혼비용을 각 항목별로 일대일로 비교하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곳곳마다 꽃장식을 하니.. 꽃장식비용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저희 언니들이 결혼할 때 생화로 꽃장식 하는데 큰 돈이 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영국에서는 같은 양을 꽃을 쓰더라도 왠지 한국보다는.. 덜 비쌀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실제로 어떨지는 모르겠네요. 

웨딩케잌이 이렇게나 비싸다는 것을 몰랐던 저는, 방금 영국의 괜찮은 슈퍼마켓 브랜드인 막스앤스펜서 (M&S)의 웨딩케잌 가격을 알아봤습니다.  가장 비싼 웨딩케잌들이 349파운드씩 한다고 나오네요.  한국돈으로 약 50만원.  슈퍼에서 파는 웨딩케잌 가격이 이 정도이니, 케잌전문샵에서 케잌을 직접 맞추면 더 비쌀 것 같아요.  

어릴 적 웨딩싱어라는 외국 영화가 있었습니다.  그 때 사실 결혼식에 가수나 밴드를 불러서 노래를 하고 춤을 추고 하는 문화에 조금 놀랐던 기억이 나는데, 영국에서도 결혼식에 빠지면 서운한 것이 바로 DJ입니다.  가끔 칼리지 근처에 있는 단독주택들에서 본인 주택의 가든에서 웨딩파티를 하면서 DJ들을 불러서 밤늦도록 쿵짝쿵짝하며 파티를 하는 바람에 밤늦게 소음에 시달린 적이 있는데, 실제로 이런 DJ를 부르는데 약 백만원의 돈을 쓴다고 하니.. 쓸데 없는 데 돈을 쓰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디제이를 불러 집에서 결혼파티를 하는데 생각보다 그리 큰 돈은 아닌 것 같아 보이기도 하면서.. 역시 결혼은.. 사람들의 사정과 관점에 따라 비용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것 같습니다. 

아니, 결혼식에 이렇게 많은 비용이 든다면.. 돈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냐구요?  이곳이라도 왜 스몰웨딩이 없겠습니까.  오히려 영국에서는 한국에 비해 돈을 덜 들이고도 할 수 있는 결혼식의 방법도 아주 다양합니다.  가장 손쉽게는.. 동거가 있겠죠.  ^^;; 또한 실제로 시청에서 비용을 적게 들이고 결혼할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에 결혼식 장소를 대여하기도 하는 등 적은 비용으로 결혼할 수 있는 방법들이 한국에 비해서는 상당히 다양한 편입니다.  앞으로 영국에서의 웨딩에 대한 글을 좀 더 써보려고 합니다.  영국 사람들이 비용을 최소화해서 올릴 수 있도록 해주는 영국의 스몰웨딩 노하우,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