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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옥스퍼드 하프 마라톤 참가 후기

옥포동 몽실언니 2018. 10. 14. 06:19

안녕하세요!  영국사는 몽실언니입니다. 

오늘로 저희 남편이 옥스퍼드 하프 마라톤에 참가한지 딱 일주일이 되었어요.  남편의 달리기를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를 전하며 남편의 달리기 후기를 공유할까 합니다.

일단 이번으로 남편의 옥스퍼드 하프 마라톤은 세번째였어요.  첫번째는 저와 연애 전이었고, 두번째는 저희 결혼 6개월 전이었던 2016년 10월 9일이었지요.  당시의 옥스퍼드 하프 마라톤은  저의 생애 첫 하프마라톤 도전으로 남편과 함께 약 4달간 꾸준히 달리기 훈련을 진행했어요.  그러나.. 하필.. 논문 데드라인이 걸리는 바람에 저는 결국 참여하지 못하고 (돈만 날리고) 틴틴 혼자서 참여했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8년 10월 7일에 틴틴은 자신의 세번째 옥스퍼드 하프 마라톤을 뛰었네요.  이것도.. 제가 참여하려고 등록했다가.. 훈련을 충분히 못 하게 되면서.. 틴틴이 급하게 한달간 달리기 훈련을 하여 제 번호판을 달고 급 투입..  이건 사실 규정상 어긋나는 일인데.. 42파운드라는 약 6만원 돈의 참가비가 아깝다며.. 틴틴이 굳이 자기가 달리겠다고 고집을 피웠어요.  사실..  돈이 아까운 것도 있긴 하겠지만, 워낙 달리기를 좋아하는 틴틴인지라 아이 낳고 제대로 달리기나 운동할 시간을 만들 기회가 없던 차에 '돈 아깝다'는 핑계 대며 달리기를 좀 하고 싶던 마음도 많았던 것 같아요.  

옥스퍼드 하프 마라톤 이야기로 돌아가서, 옥스퍼드 하프 마라톤은 달리기 루트가 옥스퍼드 시내 곳곳을 포함하다 보니 전경이 아주 좋고, 그래서인가 원래도 좋던 인기가 최근에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지요.  2010년 초반에만 해도 7-8천명의 사람들이 참여하던 경기가 2016년에는 12,000여명이 참여를 했거든요.  올해는 얼마나 참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틴틴의 말로 이번에도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고 해요. 

아래 사진은 옥스퍼드 하프 마라톤 공식 웹사이트에 올라 있는 사진인데, 이렇게 옥스퍼드의 유명 건축물들 사이사이를 러너 (runner)들이 독점하고 마음껏 달릴 수 있는 기회는 딱 이때 뿐이니 한번쯤 참여할 만 하지요!  저의 권유로 옥스퍼드 하프 마라톤에 참여했던 저의 친구 H도 코스가 너무 좋았다고, 즐겁게 달릴 수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사진:  옥스퍼드 하프 마라톤 공식 웹사이트

남편은 제가 My Asics를 통해 다운로드 받은 달리기 훈련 프로그램 중 마지막 5주 간의 훈련을 완수했어요.  보통은 하프 마라톤의 경우 적어도 8주에서 12주간의 훈련을 하고 경기에 참여하는데, 이번에는 워낙 급작스럽게 저 대신 참여하게 되는 바람에 평소보다 훈련을 많이 하지 못했죠.  하려고 했더라도 육아로 인해 충분한 훈련을 할 시간도 없긴 했구요. 

사실 대리참석이나 달리기 등록증 양도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해요.  그러니까..저희는 하면 안 되는 일을 한거죠.. ^^;;;; 그런데 이번에 틴틴은 대리참석을 하고는 그 댓가를 나름 치르고 돌아왔어요.  옥스퍼드 하프마라톤처럼 경기규모가 꽤 큰 하프마라톤이나 마라톤에 참여할 때는 경기 참여인원이 워낙 많고, 그렇다 보니 참여자의 "예상 완주시간"에 따라서 가슴에 두르는 번호표를 발행을 해주는데요.  틴틴의 하프마라톤 기록은 1시간 31분이 최고기록이라 틴틴의 달리기 속도대로라면 아마 C 구간 정도로 훨씬 앞쪽에서 출발을 했을 거예요.  그러나 이번 등록은 제가 한 것이다 보니 저는 제 예상 완주시간을 2시간 25분인가로 기입해서 등록을 했고, 그에 따라 F구간에서 출발하게끔 번호표를 받았어요.  그러다 보니 틴틴은 제 번호표를 달고 F 구간에서 자기 보다 훨씬 달리기 속도가 늦은 사람들과 달리기를 해야 하는 바람에 자기보다 느리게 뛰는 사람들을 앞지르느라고 제대로 속도 한번 못 내고 왼쪽 오른쪽, 앞지르기만 하다가 볼 일 다 본 것 같다고 하네요.  ㅋㅋ 달리기 구간 전체 중에 단 한번도 전력질주를 할 기회가 없었다구요.  그건 옥스퍼드가 워낙 오래된 도시이고, 그러다 보니 달리기 루트 대부분의 길이 좁아서 사람들이 몰려있는 구간에서 앞에 가는 느린 사람들 앞지르기 하기가 여의치 않아서 더 그랬답니다. 

그렇게 나온 그의 기록!  1시간 43분 27초에 하프 마라톤을 완주하였습니다~ 틴틴의 옥스퍼드 하프 마라톤 최고 기록은 1시간 33분인데, 본인의 최고 기록보다 10분이나 늦었다고 실망했어요.  다른 것보다 제대로 뛰어볼 기회 없이 시합이 끝나버려서 허무하다고.  발에 물집 하나 잡히지 않고, 자기가 하프 마라톤을 뛴 게 맞는지 실감이 안 날 정도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같은 일반인이 보기에는 꽤 대단한 기록이죠?

공식 웹사이트에서 결과를 조회할 수 있게 되어있는데, 이렇게 빠른 속도임에도 불구하고 여자 참여자 3927명 중 997등 (Gender Place) 이라고 하네요.  --;;;; 참여한 여자들의 수가 한국의 일반적 달리기 대회보다 많아서 한번 놀라고, 남편의 낮은 등수에 또 한번 놀랍니다.  위 사진의 Division Place는 35-39세 여자 참여자 중의 등수인데, 525명 중 131등이라고 하네요.  

다들 얼마나 빠르길래..  아무래도 등수가 잘못 된 것 같아서 (특히 성별 등수) 좀 전에 주최측에 gender place 정보가 제대로 된 게 맞는지 문의를 남겨두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저 place는 결승선을 통과한 순서인 거 같기도 하네요.  남편은 워낙 뒷쪽에서 출발했다가 앞에 가는 수많은 사람을 따라잡아서 여성 약 4000명 중 약 1000등으로 들어온 것 같은..  원래대로라면 빠르게 달리는 사람들을 앞쪽에서 출발시키기 때문에 결승선을 통과한 순서가 달리기 속도 순서와 거의 일치해야 하는데, 틴틴의 경우 제 번호표를 달고 워낙 뒷쪽에서 출발하는 바람에 등수가 저렇게 나온 것 같아요.  달리기에 참여할 때 가슴에 두르는 띠에 보통 "칩"이 들어있어요.  그래서 달리기 출발선과 결승선에도 센서가 있고 코스 중간에도 센서가 있어서 그 센서에서 이 칩을 인식해서 이 사람이 제대로 출발선을 통과하였는지, 코스 중간에 이탈 없이 제대로 달렸는지, 또 결승선을 제대로 통과하였는지 인식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위의 사진을 보시면 10K에 49분08초라는 기록이 있죠.  10km 구간에서 센서가 부착되어 있었나봐요.  어쨌든, 아마 gender place와 division place는 달리기 기록에 대한 순서가 아니라 칩이 결승선 통과한 것을 바탕으로 만든 단순 결승선 통과 "순서"에 대한 등수같아 보이네요.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경기 종료 후 이렇게 결과도 검색할 수 있고, 공식 포토그라퍼들이 찍은 사진도 조회할 수 있어요.  본인의 번호표를 입력하면 자신이 포함된 사진이 검색가능한데, 그 중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있으면 신청해서 돈을 주고 구입할 수 있죠.  검색을 해보니 틴틴이 찍힌 사진이 대여섯장 정도 검색이 되는데, 그 중 그나마 아래의 사진이 옥스퍼드 시내의 모습과 틴틴의 달리기 모습이 잘 나온 것 같아요.  그러나 누가봐도 B501 표를 단 남자가 주인공인 것 같은 사진이라 돈 주고 구입할 거 같지는 않네요.  틴틴 바로 앞에서 달리는 사람이 B구간 표를 달고 달리는 것을 보면.. 틴틴이.. 정말 뒤에서 출발해서 많은 사람을 따라 잡고 B 구간에서 출발한 기록 빠른 사람과 함께 달리기를 하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네요.  틴틴 우측에 보이는 건물은 옥스퍼드의 All Souls College라는 곳이에요.  옥스퍼드 대학의 38개 칼리지 중 하나이죠.  그러나 이곳은 학생들은 소속되어 있지 않고 박사학위가 이미 있는 펠로우들만 소속되어 있는 칼리지예요.  저 All Souls College에 소속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영예로 여겨진답니다.  

딱 5주간 훈련하고 달리기를 했을 뿐인데도 틴틴은 체중은 그대로이지만 뱃살은 좀 빠졌고, 오랫동안 근력운동을 못해서 그런가 상체는 더 얇아졌어요. ㅋ  다른 것보다, 일단 몸이 가벼워진 것을 느낀다고, 전에 비해 피로감도 덜 하고 에너지도 좀 더 있는 편이라고 좋아합니다.  대신 9월 내내 gym에 한번도 못 가고 한달 등록비를 내버렸네요. --;; 지금 생각해보니 제 하프마라톤 등록비 아낀다고 달리기 훈련하다가 한달 gym등록비를 내버렸네요. --;; 내일 틴틴이 일어나면 이 이야기를 해줘야겠어요!

그렇게 틴틴은 부상 하나 없이 하프마라톤을 잘 끝냈고, 함께 참여하느라 멀리 리즈에서 아빙던까지 와 준 저의 친구 H도 부상 없이 달리기를 잘 마쳤습니다.  틴틴의 달리기를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리며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