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페인 알메리아

겨울여행의 묘미, 어둠 속에 더욱 빛나는 야경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 13. 22:54

춥고 어둡고 습한 유럽의 겨울 날씨는 여행의 최적기는 아닙니다.  그래서 비수기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저희 같은 겨울 여행객에게는 장점이 있습니다.  더 좋은 숙소를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도 있고, 주요 관광지가 붐비지 않아 조용히 감상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못지 않게 좋은 점은 바로, 야경을 보기 위해 너무 늦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  오늘은 바로 이 스페인의 겨울 야경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스페인 알메리아의 겨울은 따뜻했고 밝았습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말입니다.  영국에 비해서 훨씬 밝고 따뜻한 겨울의 알메리아.  그렇지만 여전히 겨울은 겨울이므로 날은 쌀쌀했으며 저녁 6시가 되면 어둠이 깔렸습니다.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11월 중순이 지나면 시내에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크리스마스 조명을 밝히기 시작합니다.  겨울은 이런 오색의 조명들이 유럽 도시들 특유의 노오란 가로수 조명들과 어울어지며 고유의 겨울 야경을 만들어냅니다.  


저희가 도착한 다음날은 알메리아의 알카자바 (La Alcazaba) 성과 함께 한 하루였습니다.  낮에는 성을 둘러보고, 저녁에도 성의 야경을 보기 위해 알카자바 성 인근으로 향했습니다.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5분에서 10분만 걸어가면 이렇게 조용한 골목길이 펼쳐집니다.  이 때는 아직 어둠이 완전히 내리기 전입니다.  


알카자바 푯말을 따라가다 보면 이렇게 우측 골목 사이에 알카자바성의 예수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골목길도 오르막인데, 저 예수상의 높이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좀 더 어둠이 깔리면, 이렇게 골목 사이로 자신의 위엄을 자랑하는 알카자바성.  11세기에 지어진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두번째로 큰 성 답게 골목 곳곳에서 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성의 야경을 더 가까이 보기위해 다가가 봅니다.   가로수의 높이와 비교해보면.. 정말 높죠? 도대체 11세기에.. 저 높이의 성을 지었다니.. 과거의 건축기술은.. 아직 현대가 모두 설명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대단한 위엄.  이 성 내부의 더 자세한 모습은 다음 기회에 보여드릴게요.  


성으로 오르는 길.. 은 너무 인적이 없어서 사진만 찍고 산책은 피하고, 주차장을 따라서 있는 좀 더 밝은 산책로를 걸어가봅니다. 


따란~~ 여기서 이렇게 도시의 야경을 보게 될 줄이야!!  성의 야경만 생각했지 도시의 야경은 생각지 못했던 터라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짙은 어둠이 내린 곳은 해안가입니다.  노란 불빛 아래 작은 종이상자들처럼 붙어있는 집들.  처음 접하는 전경이라 저 야경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성에서 내려와 다시 시내 쪽으로 10분-15분만 걸어가면, 이 조용한 동네와 아주 대조적인 시내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조명을 만나게 됩니다.  시내 가장 메인 도로를 포함하여 가장 큰 도로에는 동그란 도너츠 모양의 가로수 사이로 오색찬란한 기하학적 문양의 크리스마스 조명이 불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이런 조명 장식들은 영국의 다른 지역은 몰라도 옥스포드에서는 본 적 없는 디자인에, 또 그 규모 또한 대단했습니다.  알메리아는 인구가 20만일 뿐인 도시이지만, 인구 50만의 도시 영국의 옥스포드에 비해 크리스마스 조명의 규모가 훨씬 커서 사실 깜짝 놀랐습니다.  특히 옥스퍼드에서는 이렇게 여러가지 색깔을 쓰지 않는 것 같은데, 스페인은 알메리아도 그렇고 다른 지역도 이렇게 알록달록한 조명을 하는 것이 독특하네요. 


이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매일 저녁마다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매이다 보면 독특한 크리스마스 조명이 앙증맞고 귀여워서 절로 웃음이 머금어졌습니다.  이쪽 골목은 이렇게 동그라미 조명들.  뭔가 기하학적 상징들을 표상화한 것 같은 느낌이 이 조명들을 독특해 보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건.. 뭘 형상화 한 것일까요?  번데기가 뒤집혀있는 모양 같기도 하면서 (^^;)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도로 위에 떠 있있는 하얀 조명이 눈길을 끌었지요.  


그나마 아래 두 사진의 조명들은 이상하게 좀 더 친숙한 느낌입니다.  더 좁은 골목들이다 보니 조명도 좀 더 작은 규모이지만 모양은 더 수려합니다.  이건 싼타 썰매의 바퀴를 형상화한 것이려나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조명들.   그리고 그 좁은 골목을 거니는 길쭉 길쭉한 사람들. ^^


이건 마치 엄마들이 옷에 차는 브롯치에 쓰일 법한 화려한 무늬의 조명.  저녁 시간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시내를 누비고 있어서 저녁 시간이지만 여전히 활기를 띈 시내 모습입니다.  


스페인의 상점들은 저녁에도 좀 더 늦게까지 장사를 하는 것 같습니다.  영국은 5시반에서 6시면 칼 같이 문을 닫아버리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  그러나 그렇게 늦게까지 장사를 하는 것은 점심/시에스타 시간 때문인지 1시반부터 5시까지는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고, 5시에 다시 열어 8시까지 다시 장사를 하는.. 이런 형태의 가게들이 많더라구요.  


저녁이 늦었는데, 다들 시내에서 뭘 하나.. 궁금해하던 찰나, 어느 골목에서 발견한 인파들!

이 작은 골목에 사람이 가득한 것은 이 골목이 Bar들이 밀집해있는 골목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골목보다 유독 이 골목에 핫한 곳이 많은지,  한 골목 전체가 저렇게 술을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한국같은 24시간 편의점이 없지만, 24시간 자판기는 있었습니다.  스낵도 팔고, 음료도 파는데, 사실 사진에는 없지만 성인용품을 파는 자판기도 함께 있었습니다.  한국인인 저희에게는 다소 놀라운 발견이었죠.  ^^


마지막날 저녁에도 어김없이 야경 구경은 이어졌습니다.  이번에는 바닷가쪽!  알메리아 해안쪽으로 걸어가는 길에 발견한 인달로 (Indalo) 상을 발견.  이 인달로는 기원전 2500여년경 동지중해 지방인 레반틴 지역에서 기원한 것이라고 하는데, 알메리아의 수호 상징입니다.  도시 곳곳에 이 인달로 모양을 한 목걸이와 장식들을 판매하고 있어요.  이 인달로가 뭘 상징하는 것일까 하고 땡땡님과 토론을 벌였는데, 저는 줄넘기 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패러글라이딩 하는 사람인가.. 했더니, 친절한 위키피디아님에 따르니 무지개를 들고 있는 거라고 하지 뭡니까!  무지개를 들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하더라구요.  이 인달로를 집이나 가게 앞에 두면 악으로부터 보호해준다고 하는 토템신앙의 상징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인달로를 마주칠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뭔가 보호받는 느낌! 


해안가에 있는 산책로에도 이렇게 노점상이 즐비합니다.  아마 크리스마스 기간이라 들어선 마켓 같은데, 늘 스페인을 겨울에 여행한터라 겨울에 여행할 때마다 어느 지역에든 이런 형태의 장이 서있던 기억이 나네요.  여기는 좀 더 무난하게 별 모양의 크리스마스 조명! 앙증맞죠?  가족들,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가게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에서 추운 겨울 속의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드디어 해안가.  해안가에도 밤이 늦었지만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노란 조명 불빛 아래 야자수들, 그리고 애완견과 함께 혹은 가족 연인 친구들이 산책을 하는 조용한 해안가.  


스페인 알메리아의 겨울 저녁은 좀 전에 보신 인적이 드문 알카자바성 인근을 제외하고는 저녁에도 시내를 돌아다니고 해안을 산책하기에 안전한 느낌이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다니고 있지요.  아마 레스토랑이나 바들이 대부분 저녁 8시나 8시반이 되어야 영업을 시작해서 밤 10시, 11시까지도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아요.  그 식사 시간이 될 때까지를 기다리는 것이 늦은 저녁 시간에 익숙치 않은 저희에게는 곤욕이었지만, 노인부터 어린아이까지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늦은 시간에 저녁 식사를 하고 산다는 것이 참 신기했어요.  뭐든지 익숙해지면 괜찮은가 봅니다.  


사진을 다시 둘러보니 저도 여행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르네요.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좋은 점 중에 하나가 이런 것 같습니다.  기억을 정리하며, 기억을 되살리고, 또 기억을 기록하다 보니.. 또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여행에서 얻는 끝없는 새로운 자극들이 주는 즐거움 때문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