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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생활] 아픈 와중에 나를 감동시킨 남편의 보살핌

옥포동 몽실언니 2018. 12. 3. 07:47
안녕하세요.  영국사는 몽실언니, 감기가 걸린 그 와중에도 블로그를 이어갑니다.

감기에 걸린 아이를 저는 낮에 4시간 반씩 업으며, 남편은 밤새 아이랑 엎치락 뒤치락 하며 잠을 자며 돌보았더니 아이는 금새 회복기에 접어들었으나 아이 감기를 남편이 옮아 남편이 며칠 심하게 아프고, 이제는 제가 옮아 제가 콧물이 줄줄, 목은 간질간질, 연신 재채기까지.. 꼴이 말이 아닙니다.  

잭은 금요일부터 감기를 시작했고, 남편 틴틴은 월요일부터 시작한 것 같아요.  저는 금요일부터 시작한 것 같구요.  틴틴이 아파서 이번주는 내내 남편 건강 회복을 위한 보양식사를 이어갔어요.  월요일에는 연어구이, 화요일에는 떡국, 수요일에는 닭찜, 목요일에는 돼지고기 구이, 금요일에는.. 뭘 먹었나.. 기억이 안 나네요. ㅠ 어제는 가자미 미역국까지.. 이렇게 매일 보양을 하고, 어제는 틴틴에게 낮잠 잘 시간도 주었더니 틴틴은 어제 낮잠을 기점으로 아직 힘은 들지만 회복세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러기 무섭게 그 감기는 저에게 옮겨들어 아주.. 오늘은 장난이 아닙니다.  아이를 돌보면서 몸이 늘 힘들긴 했지만 이렇게 “감기”로 몸이 아프니 이건 또 다른 아픔이네요. --;; 아픔 자체 보다 불편함이 큽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이렇게 제대로 된 감기에 걸린 것이 딱 5년 만이에요.  그간 몸은 아팠어도 감기는 모르고 살았는데, 감기에 걸리니 이렇게 불편할 수가 없습니다.  콧물도 줄줄, 재채기도 연신, 목은 따끔따끔.. 기침도 캑캑..  

지난 5년간 어떻게 감기 한번 안 걸리고 살았냐구요?!  

조금이라도 감기 증상이 있다 싶을 때 잘 쉬고 회복하며 몸을 보살피면 심한 감기까지 가기 전에 몸이 낫거든요.  그러지 않았다가 한달, 두달씩 감기가 이어지다 중이염에, 임파선염으로까지 이어져서 한밤중에 응급실 가서 입원하기를 한두번 해 본 후, 감기가 온다 싶으면 무조건 쉬었어요.  그렇게 한 며칠, 아니 가끔 한 일주일 쉬는 것이 감기에 걸려서 호되게 고생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보면 훨씬 이득이거든요.  그나마 매일 학교를 나가지 않아도 되는 “학생”의 신분이었기에 그렇게 쉬면서 회복하는 것이 가능했지, 직장인이었다면 그러지도 못했을 거예요.  늦은 나이에 공부하다보면 힘들고 서러운 때가 가끔 있지만, 그래도 학생 신분이라는 것은 이렇게 몇가지 참.. 특혜받은 점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각설하고, 오늘의 이야기는 간만에 감기에 걸린 저를 위한 남편의 감동적인 서비스.. 저도 오늘은 자랑 좀 하려구요~

오늘 오전의 일이었어요.  틴틴도 아직 몸이 완전히 낫지는 않았는데 저는 마감이 내일 아침인 제 “일=알바” 때문에 저는 잭을 틴틴에게 맡기고 방에 올라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에너지가 있을 때 일을 해둬야 할 것 같아 오전에 해치우기로 작정했죠.  아니면 밤에 아이를 재운 뒤에 했을 일이겠지만요.  틴틴은  제가 일 하는 사이 아이와 놀다 아이를 재웠고, 그리고 나서 제 방을 “똑똑” 두드렸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틴틴은 제 책상에 따뜻한 차와 물을 놓아다줬어요. 

어제 제가 틴틴을 위해 끓여둔 도라지 차 남은 것을 보온병에 담아왔네요.  그리고 그냥 시원한 물도 한병.  (그 와중에 제 책상이 정말 엉망이죠?! 흐흐..)

“아… 고마워, 틴틴!”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마셔!” 
“응, 나 일 빨리 할게!  근데 머리가 띵해서 집중이 잘 안 돼.”
“응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해.”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저는 일을 하다가, 중간에 너무 멍하고 힘들어서 아무것도 없는 제 방 맨 방바닥에 몸을 뉘여 잠시 쉬었습니다.  청소기를 돌리지 않은지..2주는 족히 넘은 것 같은데.. 저는 먼지에 예민한 편이라 청소기로 밀지 않은 카펫 바닥에 이렇게 머리 대고 눕는 행동을 왠만해서는 잘 하지 않는데 오늘은.. 정말.. 어쩔 수 없었어요.  거실에 내려가서 소파에 기대어 쉬자니, 그러면 일 흐름이 끊겨서 일이 계속 하기 싫을 것 같고, 침실에 올라가자니 곤히 잠든 잭을 깨울 것 같고.  그냥 방 바닥에 새우자세로 옆으로 잠시 누우니 이내 조금이나마 회복이 되었습니다.

잭이 잘 때 최대한 일을 많이 해둬야한다는 생각에 저는 다시 일어나서 일을 하고 있는데, 틴틴이 또 문을 두드립니다.  그리고 책상에 대접을 하나 놓아줍니다.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먹어.” 

그릇에 조각낸 배가 들어있었어요!  대접의 배.  이미 몇조각 먹은 후에 사진을 찍었어요.  

어제 제가 틴틴의 아픈 목을 위해 배를 푹 달여서 줬더니, 오늘은 그걸 틴틴이 만들어왔습니다.  저도 어제 해 본 배 중탕이 처음이었는데, 틴틴은 저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이걸 혼자서 만들었을까!  정말 깜짝 선물입니다. 

“와, 이걸 어떻게 했어?!!!”
“그냥 냄비에 물 아주 조금 넣고 약하게... “
“우와.. 감동... 고마워!!”
“꿀이 조금 들어있으니까, 밑에 뭐가 남아 있으면 그건 꿀이니 그냥 마셔도 돼.”
“꿀을 넣었어? (단 것을 싫어하고, 내가 단 것을 먹는 것도 자제시키려 하는 틴틴이?!)”
“응, 유튜브에 보니 꿀을 좀 넣으라고 나와서
“와..!! 유튜브 찾아보고 한 거야?! 대단!!!”

어제 제가 달여준 배가 엄청 달았는데, 그게 혹시라도 꿀을 넣어서 달았다고 생각한 것일까요.. ㅋㅋ 그냥 오래 푹 달여내면 엄청 단 맛이 나던데, 틴틴은 어쨌든 유튜브를 찾아보고 꿀까지 넣어서 보양간식 배를 달여내어 왔네요.  (나중에 물어보니 그냥 유튜브에서 꿀을 조금 넣으라 해서 넣은 거라 합니다.)

시식후기는... 제가 달인 것처럼 푹~ 달여내지 않아서 배가 아주 몰캉하면서 단맛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틴틴의 마음이 저를 따뜻하게 녹여냈습니다~

사실.. 저는 틴틴 모르게 이미 제 일을 하면서 제 방에서 저 혼자 간식을 먹고 있었어요.   바로 다크쵸콜렛 진저!  다크쵸콜렛이 코팅된 설탕절임 생강이죠.  (이미 5-6알 먹은 후에 찍은 사진 ㅋ)

일단 일을 한다고 제 방에 올라오긴 했는데, 뭔가 집중을 높이기 위해 설탕은 필요하고.. 먹을 것을 가지러 부엌에 내려갔다가는 잭의 눈에 띄어서 잭이 다시 저에게 매달리고 젖을 물고 난리가 날 것이니 부엌은 못 가겠고..  옆방에 한국에 가져갈 선물로 사둔 쵸코생강 사둔 게 생각나서 “선물만 좋은 걸 하나~ 나도 하나 먹어보자!” 하며 과감하게 하나를 개봉하여 야금야금 먹고 있었거든요. 

“생강은 감기에 좋으니까~~” 

라는 핑계를 대며 한알 한알 먹으며 약 절반을 먹어치우고, 남은 것은 오후에 틴틴과 모두 먹어치웠습니다. 

저는 이 설탕절임 생강 자체도 좋아하고, 여기에 쵸코까지 입혀있는 이런 쵸코생강도 좋아합니다.  다만.. 칼로리.. 말그대로 생강을 설탕에 푹 담근 설탕 덩어리이기도 한데 먹다보면 엄청 먹게 되어서 이것만큼은 나름 자제하는 편이죠.  그러다 얼마전 마트에서 크리스마스용으로 이쁘게 포장되어 나온 쵸코생강이 2개 값에 3개를 준다고 하길래 3통을 사서 한국에 가져가려고 옆방에 고이 모셔뒀었거든요.  

통이 너무 이쁘죠?  나무 상자를 열면 흰 포장지 안에 쵸코생강이 들어있어요.

3박스 중 나머지 2박스는 한국에 가져갈 것이니, 그것은 제값에 산 셈 치고, 저는 공짜로 한박스 먹는다 생각하면 그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한박스에 자그마치 6파운드!!).  굳이 이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선물용이라고 비싸게 주고 산 건데 제가 하나 뜯어먹으니 마음이 좀 불편하긴 한가봐요.  이렇게 이쁘게 포장된 게 아니면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건데, 좀 더 비싸게 주고 산 걸 이렇게 저혼자 먹으니 맘이 그런가 봅니다. 

어쨌든 오늘 틴틴의 배려와 보살핌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하루종일 저를 위해 차도 끓여주고, 20분이었지만 낮잠을 잘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게 해줬고, 오늘의 알바를 제때 마감에 맞춰 마칠 수 있게 아이도 혼자서 돌보았습니다.  

제가 더 감동하는 것은 그러면서도 단 한마디의 불평도 없다는 거예요. 저는 틴틴이 아프거나 힘들어하면 가끔씩 구박도 하고 눈치도 주는 편인데, 틴틴은 절대 그런 게 없어요. ㅠ 제가 오늘 저녁에 하루종일 너무 고마웠다고 말하니 틴틴이 하는 말,

“뭘, 잘 해 준 것도 없는데 고맙다고 해..  내가 고맙지..”

틴틴은 듣기 좋으라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고, 자기 생각에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아요.  

자랑이 정말 길었네요.  틴틴이 이렇다고 해서 완벽한 사람은 아닙니다.  다른 취약한 점들, 부족한 점들, 저와 부딪히는 점들도 많지요.  그런 점들로 인해 가끔 둘이서 투닥거리 할 때도 많답니다.  어찌 늘 좋기만 하겠어요.  저희도 사람인데, 지지고 볶기도 하지요. ^^

어쨌든 오늘 하루 이렇게 틴틴 덕에 저는 나름 제 할일도 하고, 몸도 오전보다는 조금 회복한 듯...하지만 저녁에 안 자고 지금 이러고 있는 바람에 다시 목이 아주 많이 아파오네요. ㅠ

이제 정말 자야겠어요.   여러분, 감기 조심하세요!!  특히, 아이가 감기에 걸렸나요?  그 감기에 옮지 않게 더더욱 조심하세요!!  아이 감기가 독하다 하더니 정말 그런 것 같거든요!

그럼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한주 보내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