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영국에서 3만원으로 장보기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 26. 05:04

오늘은 영국의 장바구니 물가를 소개할까 합니다.  영국에는 여러개의 마트들이 있습니다.  그 중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저렴한 마트는 Tesco 와 Sainsbury로 둘이 비등비등하다가 몇년전부터 테스코가 세인스버리를 넘어섰는데, 테스코와 세인스버리는 영국의 가장 흔한 마트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젠 Lidl 이나 Aldi 등의 더 저렴한 가격을 들고 나온 마트들이 인기를 끌면서, Waitrose나 Marks and Spencer같은 고급 슈퍼마켓을 이용하는 중산층들까지도 최저가 마트와 고급마트 장을 함께 보는 등 마트계의 경쟁구도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영국에서의 '중산층' 개념은 한국에서의 '중산층'과는 다소 다른.. 훨씬 좀 더 과거의 계층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영국의 '중산층'과 같은 계층문화 특징은 다음에 언젠가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좀 힘든 하루였습니다.   어제 하루가 좀 피곤하고 힘든 날이었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서도 피로가 가시지 않았고, 거기에 친한 동생이 몸이 많이 아프다고 연락이 와서 걱정이 너무 많이 되는데 현실적으로 당장 가 봐 줄 수 없는 상황이라 속상하고, 그러다 보니 마음도 우울해졌습니다.  이럴 땐 나가서 산책이 답입니다.  그런데 꼭 그렇게 산책을 나가다 보면 발걸음이 사람이 많은 시내를 향하게 되고, 그럼 꼭 마트에 들어가서 먹을 거리를 충동구매하게 됩니다.  스트레스 받았을 때 쇼핑을 하면 필요하지 않은 것도 마구마구 담게 되죠.  그렇게 오늘 이 몽실언니는 마트에 들러서 먹거리 과소비를 하고 옵니다.  


소쿠리가 넘치도록 가득 담아 왔더니 제 손에 있던 장바구니 두개가 가득찼습니다.  너무 많이 샀군.. 생각한 순간 금액은 19.43파운드.  현재 환율로 28500원입니다.  영국에서 장을 볼 때마다 느끼지만 식재료비가 서울과 비교하여 정말 저렴합니다.  서울이라 특정지어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장바구니 물가라는 것이 도시냐, 지방이냐, 도시 안에서도 시내 슈퍼마켓형 마트에서 사느냐, 시장에서 사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제 설이 다가오니 신문에서 한국의 차례상을 차리는데 돈이 얼마가 드는지, 비싼 식재료비에 서민들의 등골이 휜다는 이야기는 명절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단골기사들입니다.  한국과 영국에서 식재료 유통 및 식재료비가 어떻게 다르게 관리를 하는지 서울에서는 식재료비가 물가에 비해 훨씬 높은 속도로 인상되는데, 영국에서는 식재료비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체감 물가에 별 차이가 없습니다.  영국 장바구니 물가를 소개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는데, 장을 볼 때마다 먹어치우기 급해서 사진을 찍어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오늘 드디어 제가 장을 봐온 영국에서 3만원이 안 되는 돈으로 장 본 물건들을 보여드리려 합니다.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아들을 학교에서 데리고 가는 한 아버지와 마주쳐서 자전거를 먼저 가라고 길을 양보하고 뒤에서 살짝 한장 찍었습니다.  어린 아들은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아버지는 자전거 앞에 달려 있는 작은 구루마(?)에 더 어린 아이가 또 하나 타고 있지요.  저렇게 아이들을 여럿 데리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은 볼 때 마다 늘 미소가 지어집니다. 

장본 물건들을 모두 책상에 쏟아냈습니다.  쇼핑 목록 없이 충동적으로 쇼핑을 한터라 그냥 제가 먹고싶은 것들만 담겨져 있습니다.  비싼 간식, 비싼 야채봉지 (다듬어지지 않은 생야채는 더 싸요), 비싼 요거트, 비싼 과일들.. 먹고 싶은 것들을 그냥 막 담아버린 장보기였던 점을 감안하면..이건 간식과소비 장보기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뭘 샀나 찬찬히 살펴볼까요?  19.43파운드어치 장바구니를 공개합니다. 

먼저 제가 좋아라하는 과일들!  저는 vegetarian이 아닙니다.  Frutarian입니다.  ^^ 과일을 너무 좋아해서 땡땡님이 붙여준 별명입니다.  하루종일 과일만 먹으래도 일주일은 버텨낼법한 프루테리안 식성을 갖고 있죠.  그러다 보니 사과 한봉지, 블루베리 한통, 오렌지 한봉지, 귤 한봉지, 그리고 망고. ㅋㅋ 이 많은 과일은 몇일이나 갈까요?  저는 늘 과일 한봉지는 1회분이라고 우기며 과일을 무지막지한 양을 먹어치웁니다. 

저 사과 6개 한봉지에 1파운드, 약 1500원. 오렌지 5개에 1.85파운드.  2700원정도네요.  망고는 사실 비싼 과일이에요.  영국에서요.  하나에 우리돈으로 약 천원. 

베리 종류 과일도 모두 비싼 과일에 속하는데, 일일이 다치지 않게 손으로 직접 따야 하다보니 그런 것 같아요.  블루베리 한봉지에 3천원이 좀 안 되는 2파운드.  

이 블루베리는 요거트와 함께~  아래 요거트는 요거트계의 황제 ㅋㅋ 젤 비싼 요거트 중에 하나입니다.  보통 커다란 요거트 한통이 1파운드에서 1.65파운드 사이인데, 이 녀석은 작은 통이 한통에 1.25파운드짜리 비싼 요거트입니다.  그런데 오늘 이녀석이 반값 세일을 하길래 얼른 두 녀석 담아왔습니다.  Natural fat free greek yogurt입니다.  아주 thick 한 식감이 뭔가 디저트 대용으로 만족감을 주는 요거트지요.  마치 진한 크림을 먹는 듯한 느낌?!  달콤한 디저트 대용으로 마음을 채워주는 요거트예요.  달게 먹고 싶으면 꿀을 좀 넣어 먹으면 건강한 디저트 느낌 충만!  

요렇게 한통에 170그램짜리, 작은 통. 오늘은 세일인 덕에 0.75파운드, 우리 돈으로 1100원짜리 요거트네요.  그래도 한통을 두번에 나눠 먹으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정당화합니다. 이 요거트 반통에 블루베리 한주먹 가득과 함께 먹으면 아주 맛이 좋아요!

이건 야채봉지인데, 이 야채 저 야채 섞어둔 봉지가 2개 값에 3개를 준다는 3 for 2 딜이 있어서 세봉지나 구입.  한 봉지에 1.25파운드, 약 1850원인데, 세일이어서 세봉지에 약 3700원을 주고 사왔습니다.  요즘 바빠서 요리해먹을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이렇게 야채 한봉지 전자렌지에 2분 돌려서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그냥 뭔가 편하게 건강해지는 느낌이지요.  바쁠 때 즐겨찾는 메뉴예요.  

다진 소고기 400g짜리도 한통 구입했습니다.  집에 대파가 잔뜩 있어서, 소고기에 대파 넣고 매운 소고기국을 좀 끓여먹을 예정입니다. ^^ 이 소고기는 우리돈으로 약 4300원.

이렇게 건강한 것들만 살 수는 없죠.  작은 신라면을 요즘은 테스코에서도 팝니다.  사실 이렇게 테스코에서 신라면을 판지는 몇년 되었습니다.  하나에 75펜스.  우리돈으로 라면 하나에 1100원.  비싸죠?  그래도 이렇게라도 신라면을 먹을 수 있으니 그걸로 좋습니다. 

그리고 또 저의 군것질거리.  오늘 스트레스를 받아서 비싼 과일, 비싼 요거트도 마구마구 담았는데, 이렇게 비싼 군밤 간식도 마구마구.. 2개나 담았습니다.  자그마치 한봉지에 2파운드짜리 간식.  커다란 감자칩이 2파운드가 안 되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비싼 간식입니다.  2800원짜리 간식..  이렇게 많은 것을 사고 나니 19파운드나 나왔네요.  평소에는 필요한 것들 위주로 담으면 7파운드에서 12파운드 정도 나오는 편입니다. 

사진을 찍기 무섭게 밤 한봉지를 열어서 접시에 먹을 만큼만 담고 먹기 시작.. ㅋ

모듬야채도 얼른 전자렌지에 2분 돌려서 그릇에 담았는데,

설거지를 싫어하는 자취생은 그릇 한켠에 고추장 한스푼! ㅋ

과일도 과일그릇에 한가득 담아줍니다. 

멀리서 과일만 찍어도 이쁘네요.  와구와구 먹을 일만 남았습니다!!

과일 측면샷 ㅋ 밤을 조금 낸 후에 나머지는 저렇게 집게로 닫아뒀습니다.  보이시나요?

결국 접시에 담았던 밤을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남은 밤도 모두 이렇게 접시행 ㅋ

냠냠.. 밤 한봉지를 이렇게 한순간에 먹어치웠습니다. 

오늘 장 본 것 영수증입니다.  과일과 간식거리 위주로 장을 19파운드나 보다니.. 먹는 것에 있어서 돈을 아끼지 않는 탓에 좀 과한 장보기여서 좀 민망하고 부끄럽네요.  예전 한국에서 마포에 살던 시절 공덕역 롯데마트에서 장을 보던 것과 비교하면, 이것 저것 먹고 싶은 과일을 다 사지도 못 하고 담았다가 뺐다가를 반복해도 장을 보면 3만원에서 5만원은 훌쩍 넘곤 했는데 그러던 시절과 비교하면 이곳의 과일값이 저에게는 천국입니다. 


사실 오늘은 울적한 기분을 달래기위한 마구잡이 쇼핑이었지만, 다음에는 진짜 식재료 위주로 장을 봐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에비앙에서 썼던 유명한 광고문구가 있습니다.  What you drink is who you are' 즉 '당신이 마시는 물이 바로 당신입니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바이오쪽 공부를 하는 친구의 말에 따르면  요즘은 이것이 실제로 이론으로서 타당성을 더더욱 얻고 있다고 해요.  What you eat is who you are.  당신이 먹는 음식이 바로 당신입니다.  먹는 음식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유기농으로 모든 음식을 먹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냥 건강한 음식 먹고 싶은 음식 적당히 먹는 것은 기분도 좋고 건강에도 좋고,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외로운 외국생활에서 먹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는 몽실언니의 오늘 이야기도 여기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