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공원을 좋아하는 영국사람들

옥포동 몽실언니 2017. 2. 15. 11:42

영국에 와서 유학이나 생활을 할 경우 런던처럼 큰 도시에 사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참 생활이 단조롭고 따분하기 쉽습니다.  저녁 5-6시면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몇몇 마트를 제외하고는 마트와 슈퍼도 모두 문을 닫고, 심지어 커피숍도 오후 대여섯시면 모두 문을 닫습니다.  저녁에 문을 연 곳이라고는 음식점, 펍, 그리고 더 늦은 밤에는 클럽 정도가 전부입니다.  외국에서는 가족들끼리 보내는 시간이 많다고 하는데, 특별히 할 게 없으니 가족들끼리 시간을 많이 보내는 것인지, 가족들끼리 시간을 보내며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 저녁 놀이 문화가 발달하지 않는 것인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알 수가 없지만, 일단 인건비가 비싼 이 나라에서는 사람이 하는 서비스는 당연히 모두 비싸고, 자연스레 가족들은 집에서 저녁시간을 오붓하게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 칠팔년의 세월을 지내면서.. 도대체 이 나라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사나.. 궁금증이 들 때가 참 많았습니다.  이 곳에서 꽤나 오래 살았지만 아직도 저는 영국 사람들이 무슨 생각으로 어떤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는지는 잘 알지를 못합니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 영국 사람들과 부대끼다 보면.. 영국사람들은 이런 재미로 사는가보다..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지극히 제 일상적 경험과 주관적 생각에 바탕하여 몇가지를 꼽아보자면,


첫째가 바로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재미로 사는 것 같습니다.  영국인들은 왜 그런지는 몰라도 자연과 녹지에 가까이 있는 것을 너무 좋아합니다.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영국이 제2차 대전 시 독일의 폭격을 받았을 때에 가장 시급하게 복구에 힘쓴 것이 공원이었다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는 오스트리아가 오페라극장 복구에 가장 먼저 힘썼다고 하는 것처럼, 한 나라의 사람들이 자기 나라의 어떤 것을 가장 소중히 하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잣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동네 곳곳마다 크든 작든 공원이 있고, 이 공원은 주민 모두의 소중한 놀이터이자 휴식처입니다.  놀랍게도 이런 공원에서 지켜져야 하는 규칙들은 모두들 잘 준수합니다.  옥스포드의 경우 University Park라는 대학의 가든이지만 공공에 개방되어 있는 이 파크는 공원 내에서 자전거를 타지 못하게 되어 있고, 심지어 끌고 가는 것이라 하더라도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오지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이 공원을 정말 일상적으로 지나다니지만 자전거를 타고 이 공원을 통과하는 사람이나 자전거를 끌고 가는 사람은 1년에 한두번 보는 정도입니다.  공원을 통과하면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로질러 갈 수 있기 때문에 자전거로 몰래 통과하고싶은 마음이 들게도 마련이지만 그런 경우를 보기란 아주 드문 일입니다.  또 이런 공원들에는 조명도 설치되어 있지 않으므로 야간에는 출입이 통제되고, 그러다 보니 꽃과 나무, 동물들 모두 도심에 있는 공원이라 하더라도 어느정도 도시의 조명과 소음으로부터 차단됩니다.  


이런 공원들에서 영국인들은 뭘 하냐구요?  바로 산책을 합니다.  혼자서, 연인, 가족들이 산책을 하지요. 



유모차를 끌고 나와서 산책을 하기도 하고,


개와 함께 산책을 하기도 합니다. 

재밌는 것은 개와 개주인을 보면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위와 아래 사진을 비교해보세요.  뭔가 그렇지 않나요?  저만의 선입견인가요?! ^^;


걷기만 하냐구요?  물론 달리기도 하지요~ 날이 춥건, 덥건, 비가 오건, 바람이 불건 늘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다음에 여러 날씨에서 달리기 하는 사람들 사진을 모아서 한번 올려보도록 하지요.  열정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넘어서.. 운동중독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들게 하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혼자서 사색을 하는 사람도 있고,


혼자서 낚시를 하는 사람도 있고 (시내 왠만한 공원 강가에서의 낚시는 허가받은 낚시임), 


아이들과 함께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강에서 펀팅을 하기도 하고 (긴 지팡이로 강바닥을 밀어서 배를 나아가게 하는 방식입니다), 


날이 좋은 여름에는 카약을 하기도 있지요. 


이렇게 저처럼 사람 구경, 경치 구경, 꽃구경 하는 아낙도 있구요. 


1년 중 하루 걸러 하루 비가 오는 영국의 날씨를 생각할 때 사람들이 이렇게 나와서 걸어다니며 산책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지요.  그래서 영국에서는 웰링턴 부츠라고 불리는 장화와 옷에 왁스칠이 되어 있어서 바람과 비를 모두 막아주는 쟈켓 등이 그저 멋이 아니라 실용성이 있는 의복들입니다.  또한 개들을 위한 비옷도 많이 판매하네요.  


공원에 나오면 동물도 많아요.  요즘 아직 겨울이 완전히 가지 않았다 보니 사진들이 모두 어둡고 사람이 적은데, 이제 봄이 좀 더 다가오고 날이 따뜻해지면 공원은 아침이고, 점심이고, 오후고 할 것 없이 산책과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로 넘쳐나게 됩니다.  물론 인구밀도가 한국처럼 높지 않다 보니 공원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경우는 잘 없지요.  날이 너무 좋을 때 일광욕을 하기 위해 모두 공원으로 뛰쳐나오거나 공원에서 달리기 대회 등 큰 행사가 있는 날을 제외하면요.  날이 좋으면 공원에 동물들과 어울려 노는 아이들도 많이 볼 수 있어요.  아래 사진은 친구 아들, 조셉. ^^ 


영국의 공원들이 가진 매력은 사실 무궁무진합니다.  그 중 하나가 여러 동물들과의 자연스러운 접촉인데, 다음 포스팅에서는 영국에서 공원과 녹지 (meadow)를 산책하며 만날 수 있는 동물들에 대해 좀 더 집중적인 소개를 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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