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영국 공원의 다양한 동물들

옥포동 몽실언니 2017. 2. 15. 13:28

먹고 살기 힘든 가운데 여행이 소수들만 즐길 수 있던 럭셔리였을 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짧은 기간 안에 최대한 많은 나라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것이 자랑거리였습니다.  우리나라가 1995년까지만 해도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그 당시만 해도 일인당 국민소득이 일만불이 되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먹고 살기 힘든 가운데 겨우 휴가를 내어서 해외를 나갔으면 최대한 많은 곳을 가보고 많은 것을 보고와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는 것이 어쩌면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요즘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목적을 갖고 자유롭게 여행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세계여행을 하는 커플이나 부부, 형제, 모녀, 모자 등 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한 도시에서만 장기간 체류하며 현지에서 사는 듯한 방식의 여행을 하는 사람들 등 각자의 욕구와 개성에 맞는 여행을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저 또한 옥스포드는 하루 잠시 머물렀다 가는 곳으로 여행을 왔었는데, 돌이켜보면 한두곳 기억에 남는 것 외에는 이 도시의 정체는 뭘까..하는 호기심만 가진채 떠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가, 옥스포드에 여행오고 싶다는 주변인들이 있으면 저는 이곳을 하루만 머물러 가지 말고 며칠, 아니 적어도 일주일씩 있다가 가는 건 어떠냐고 권하곤 합니다.  며칠 머물며 지내볼 때만 알 수 있는 여러 보물같은 매력이 가득한 곳이기 때문이지요. 


바로 이 전의 포스팅에서 말씀드렸듯이 영국 사람들은 공원을 참 좋아합니다.  Meadow라고, 한국어로 초원이라고 할까요.. 푸르른 자연 초원은 잘 가꿔진 공원은 아니지만 공원과 함께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중요한 녹지 공간이자 산책 경로이기도 하지요.  이런 공원/초원이 주는 매력은 다양한 동물들과 자연스럽게 접촉을 하게 되면서 자연에 가까이 있도록 해준다는 것인데요.  여기서는 그래서 공원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동물들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너무 흔한 것은 일단 다람쥐지요..  사실 다람쥐들이 너무 재빨라서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은데, 이건 사람을 덜 무서워하는 아빙던 Albert Park에 사는 다람쥐들.. 핸드폰 카메라로 줌을 당겼더니 화질은 안 좋지만, 저렇게 도토리(?)를 먹는 다람쥐 사진 찍기가 쉽지 않은데 저 사진을 찍은 날 너무 행복했답니다.  역시, 행복은 가까운 곳에!  다람쥐들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모습이나 거꾸로 타고 내려오는 모습을 보면 두 발로 걷거나 뛰거나 밖에 할 줄 모르는 인간이 참 무능해보인답니다. 

@ Albert Park, Abingdon


초원, 자연 녹지가 푸르른 Meadow쪽으로 가게 되면 이렇게 소들도 나와서 앉아 있어요.  해가 좋은 날이면 해를 쬐고 싶은 것은 사람만이 아니라 소도 마찬가지인지 저렇게 팔자 좋게 누워있을 수가 없습니다.  해가 늘 쨍쨍한 한국에서는 해를 굳이 일부러 쬐려고 할 일이 없지만, 비 오거나 흐린 날이 너무 많은 이곳에서는 비타민 D 결핍인 사람들이 꽤 많고, 충분한 자연광을 받지 못해 계절성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도 많으니.. 늘 곁에 있는 햇살이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소중한 것입니다. 

@ Port Meadow, Oxford


가끔은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기숙사 작은 정원에 이렇게 뜬금없이 길 잃은 듯한 사슴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지요.  사슴이 어찌나 빠르고 발굽 소리가 크던지.. 저 속도로 달리는 사슴과 부딪히면 크게 다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Bishop's Garden, Wolfson College, Oxford


그런데 이렇게 사슴이 무더기로 있는 공원도 있습니다.  옥스포드에서 기차로 17분이면 가는 찰버리의 파크. 

@ Deer Park, Charlbury


영국에는 강이 많다 보니 오리와 거위들 또한 공원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고기를 잡으려고 잠수 중이신 한마리 오리님.  어떻게 저렇게 봉봉 떠서 가라앉지 않는지!  볼 때마다 신기합니다!

@ Port Meadow, Oxford


누군가가 근처에서 밥이라도 주기라도 하면... 난리가 납니다.  물 반 고기 반도 아니고.. 이건 물 반 오리 반!  다리 위에서 한 부부가 식빵을 던져주고 있었는데, 사실 오리들에게 식빵을 주면 건강에 안 좋은데 사람들이 자꾸만 식빵을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집에 남는 식빵을 들고 나와서 오리들에게 던져주면 정말.. 기겁을 하고 달려들거든요.  아무래도 밀가루, 설탕, 소금, 버터 등이 들어간 가공식품을..오리들 스스로 제조해먹을 수가 없으니.. 이런 제조식품이 오리들에게도 참.. 끊을 수 없는 마력을 발휘하나봅니다.. 어쨌든 물 한켠에 가득한 오리들! 

@ Abbey Meadow, Abingdon


오랫만에 해가 나니,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나왔어요.  거위들에게 밥을 주고 좋아하는 아이.  그리고 그 위를 날으는 멋진 거위 한마리.  

@ Abbey Meadow, Abingdon


거위와 밀당을 하는 아이!  자기가 가진 식빵을 모두 거위들에게 주고 나니 거위들의 관심은 죄다 식빵으로만 가버리고, 아이는 그저 허망하게 거위들의 뒷모습만 바라보네요. ㅋ  

@ Abbey Meadow, Abingdon


이 와중에도 세상 모르고 낮잠 중이신 거위 떼.

@ Abbey Meadow, Abingdon



그러다 고개를 듭니다. 

@ Abbey Meadow, Abingdon


그리고, 이젠 기지개를 쫘악~ 

@ Abbey Meadow, Abingdon


옆에서 함께 낮잠자던 거위떼가 일어나니, 그 우측에 있던 거위떼도 고개를 슬그머니 들어올리네요.  마치 잔디위에 앉은 모습이 물위에 동동 뜬 모습같아 보여요!

@ Abbey Meadow, Abingdon


움직이려는 자 (왼쪽 거위들), 그리고 움직이지 않으려는 자 (오른쪽 거위들), 둘이 뭔가 서로 다른 무리의 거위들 같아 보였어요.  

@ Abbey Meadow, Abingdon


그러다 대치 구도가 더욱 분명해집니다.  정말로 뭔가 두 무리가 다른 무리인 듯!  동물농장을 제대로 본 적이 없을 만큼 동물에 무관심했던 저에게 조차 이 거위떼 구경은 정말 신기했어요!!! 

@ Abbey Meadow, Abingdon


여기는 거위만 있냐, 그렇지 않습니다!! 이 바로 윗 사진에 강을 따라 하얀 점 같은 게 보이나요?  저것은 바로 새들!  한줄로 줄지어 앉아있는 새들입니다.  저 새들은 한줄로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하나봐요!  아래 사진을 보세요!  지붕 위에 가지런히 앉아있는 새들!  영국인들은 줄 서기를 중요시여기는데, 새들도 영국인들 따라서 줄을 서는 거냐고 땡땡님이 한마디를 거듭니다. ㅋ 그것도 말이 되네요!

@ Abbey Meadow, Abingdon


요이, 땅! 새들이 날아갑니다~ 한번에 단체로 날으는 것이, 뭔가 자기들끼리의 위험감지나 어떤 신호가 있었나봅니다!

@ Abbey Meadow, Abingdon


이건 선입견일까요..  흰색 새 떼는 귀여웠는데, 나무 한 그루에 검은 새가 이렇게 다닥다닥 앉아있으니 이건 좀 무서운 것은.. 색깔에 대한 저의 편견일까요.. 엄청 많은 새들이 한 나무에 저렇게 앉아 있으니, 나무 가지가 원래 휘어서 휘어 있는 건지, 혹시 새들 때문에 무거워서 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이건.. 뭐.. 개판이 아닌 새판이라 할 만합니다~

@ Linton Road, Oxford


열심히 밥을 먹는 거위들을 아랑곳 하지 않고 공을 차며 걸어가는 시크보이!  저 어린 나이에도 공을 돌돌 차며 잘만 걸어가는 아이를 보니, 거위도 신기했지만 저 어린 아이의 공 다루는 솜씨도 놀라웠지요. 

@ Abbey Meadow, Abingdon


강변에 앉아있던 새들.. 정말.. 이 또한 굉장한 새 떼입니다. 

@ Abbey Meadow, Abingdon


공원을 벗어나가 나가려는데, 거위 세 마리가 나란히 줄지어 걷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뒷편에 가지런한 나무들과 짝을 이룬 한줄서기 거위들.  귀엽죠?!  사실 보기엔 귀여운데, 이것들이 꽥꽥 하며 소리내며 싸우기라도 할 때면 정말.. 그런 소음과 공포가 없습니다.  오늘도 사실 거위들끼리 물에서 싸움이 붙는 것을 목격했지요.  거위 한마리가 다른 거위의 목을 콕콕 찌르며 자기의 온 몸의 무게를 실어 상대 거위를 물에 익사시키기라도 할 듯이 짓누르는데... 동물들의 세계는.. 멀리서 볼 때는 신기하고 귀엽지만 그들 삶에 깔려있는 생존 경쟁은.. 무시무시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지요.  

@ Abbey Meadow, Abingdon


동물을 사랑하는 영국인들.  Charlbury에 여행갔을 때 머물렀던 B&B에서는 욕실에 화장실 걸이마저 귀여운 청개구리입니다.  귀엽죠?  변기 뒷쪽에는 거위 상을 뒀는데, 정말.. 그들의 센스에 웃음이 터졌다는.. 사진을 올리고 싶지만 용량이 초과라 지금 사진들도 모두 사진 용량을 작게 축소해서 실제 본연의 맛을 잘 살리지 못해 아쉽네요.  

@ Watts Cottage, Charlbury


오늘 사진에 등장한 동물들은 대부분 옥스포드의 Port Meadow 일부, Charlbury 일부, 그리고 대부분이 Abingdon의 사진으로 거위/새들은 아빙던의 Abbey Meadow에서 찍은 것입니다.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이 나이의 저조차도 저 동물들을 바라보노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meadow를 거닐었습니다.  도시생활이 더 익숙한 저조차도 이렇게 자연의 매력에 흠뻑 빠지니 영국인들의 이런 공원과 녹지 사랑이 절로 이해가 됩니다.  도심에서 동떨어진 시골로 들어가지 않고서도 이렇게 주변에서 가까이 어릴 때부터 자연과 동물에 친숙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진 환경에서 살고 있는 이들이 참 부러워지는 순간이지요. 


영국인들이 공원을 좋아하고 산책을 참 좋아하지만 그 못지 않게, 어쩌면 그 보다 더 좋아할지도 모르는 것이 바로 차와 커피입니다.  그리고 맥주!!  다음에는 영국인들의 차/커피 사랑을 이야기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