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결혼

시청에서 하는 영국의 스몰웨딩

옥포동 몽실언니 2017. 3. 29. 07:24

영국에서도 결혼식은 돈이 많이 드는 행사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이야기하였듯이 영국인들은 일반적으로 결혼식장 대여, 파티비용, 허니문, 결혼반지, 드레스비용을 포함하여 약 2만5천파운드에서 2만9천파운드의 돈을 쓴다고 합니다  (§ 영국인들은 결혼에 얼마나 되는 돈을 쓸까? http://oxchat.tistory.com/38)  그렇다면 결혼식에 그렇게 많은 돈을 쓰기 싫은 경우, 혹은 쓸 수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요?


동거 


일단 너무 간단하게 동거를 할 수 있겠지요.  실제로 주변에서 친구들을 보면 결혼식을 하지 않고 함께 살다가 아이가 생겼을 때 결혼을 하는 친구가 있기도 하고, 결혼하지 않았지만 아이를 낳고 결혼한 것과 다름없이 사는 외국친구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동거라고 해서 부모님 허락 없이 당사자들끼리 결정해서 하는 동거인 경우도 있겠지만, 결혼식을 생략한 결혼 못지 않게 중요한 인생의 전환점으로, 가족, 친구 등이 모두 모여서 사실혼 관계에 들어감을 축하하면서 동거를 공식화하는 홈파티를 조그맣게 하는 친구도 있더라구요.  결혼식을 크게 하자니 부담이 되고 할 때 쓸 수 있는 방법이겠죠.  


시청 결혼식


그 외에 결혼식을 하고자 할 경우, 각 시청에서 결혼식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시청에서 결혼식을 할 경우 시청에서 결혼식용으로 사용하는 방을 대여하여 아주 적은 비용으로 행정에 들어가는 최소한의 비용만 내고 결혼식을 진행하게 됩니다.  가장 작게는 최소한의 증인 2명만 동반하여 아주 작은 방에서 결혼식 행사를 주재하는 공무원 직원들과 함께 하는 결혼식부터, 좀 더 큰 방을 대여하여 더 많은 하객을 초대하여 진행하는 결혼식까지 다양한 규모로 가능합니다.  영국에서는 국가에서 인정하는 "결혼"은 이처럼 시청에서 담당직원들의 주재 하에 이루어지는 결혼이거나, 교회에서 목사님 주재 하에 이루어지는 결혼입니다.  그러다 보니 시청결혼식의 경우 주례가 따로 없습니다.  결혼담당 직원들이 그런 역할을 모두 하게 되지요. 


그 외에는 결혼식을 진행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면허"를 받은 장소에서 결혼식을 진행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시청에서 결혼담당관이라 할 수 있는 담당 공무원 (Registrar)를 해당 장소로 파견하여 결혼식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으리으리한 성이나 유명호텔에서 결혼을 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약 500파운드 (80여만원)의 돈을 파견비용으로 시청에 지불하여야 합니다.  결혼과 관련해서는 모든 게 돈입니다. ㅠ


영국에서는 증명서 발급이 한국보다 매우 어려운데, 결혼증명서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결혼식을 마치면 바로 그 자리에서 결혼증명서를 발급해주는데, 실제 컴퓨터로 출력한 증명서가 아니라 바로 그 자리에서 시청"등록관"이 직접 현장에서 싸인을 한 서류입니다.  추가로 발급받고 싶을 경우 신청 후 대기기간이 꽤 걸린다고 해요.  직접 또 손으로 써서 줘야 하다보니, 본인들이 사실관계를 모두 다 다시 확인하고 자신들이 시간이 될 때 그 때에서야 새로 발급을 해서 주겠죠? ㅎㅎㅎ 공무원이 갑입니다. 


시청결혼식이라고 하여 법적 절차만 있고 혼인신고만 이루어지는 결혼인 것은 아닙니다.  결혼담당관의 주재 하에 나름대로의 축하 인사와 덕담이 담긴 이야기도 오가며 정식으로 반지교환과 키스까지 이루어지는 정식 결혼식입니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시청에서 결혼식용 방을 대여해주거나 야외가든을 저렴한 비용으로 대여하여 시민들의 결혼비용 부담을 낮춰주려는 노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저도 한국에서 저렴하게 결혼을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하여 시청결혼식을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한국의 경우 시청에서 결혼을 하는 경우 결혼식장 비용은 저렴하게 해결이 되지만 결혼식을 진행하기 위하여 야외결혼식의 경우 의자, 결혼식 세팅 등을 모두 대여를 해야 하고, 실내 장소의 경우 너무 분위기가 딱딱한 사무실 느낌이라 결혼식에 맞게 데코레이션을 하기 위해서도 꽤나 돈이 들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어떤 기준에서 선정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시청에서 권하는 몇 개의 업체들 중에서 식음료 제공 (catering) 업체를 고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곧 어떤 식으로 하든지 간에 결혼하는 당사자가 최소한 결혼식을 하는 듯한 분위기를 내면서 비용도 저렴하게 하고자 한다 하더라도 꽤 상당한 돈이 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어 회의가 들었습니다. 


시청 결혼식 비용 


영국의 경우 시청결혼식의 시설은 각 시의 사정마다 다릅니다.  좀 더 잘 되어 있는 곳부터 조금 더 열악한 곳까지 다양하겠지요.  그 중에 Swindon 의 시청결혼식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소개할까 합니다.  이곳은 옥스포드지역의 결혼식장보다 상당히 더 좋은 느낌이에요.  이런 방을 빌려서 시청에서 결혼할 경우 시청에 지불하게 되는 돈은 가장 작은 규모로는 증인 2인 포함하여 총 4명을 초대하여 진행하는 결혼식으로 약 50파운드 (8만원정도)가 소요되고, 약 65명 정도의 많은 규모의 인원을 수용하는 방에서 결혼할 경우 평일 200파운드 (약28만원) 에서 토요일의 경우 약 250파운드 (약 35만원)까지의 돈을 내면 결혼식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시청에서 하는 결혼식이지만 각 시의 상황에 따라 소정의 비용을 추가로 낼 경우 웹캠을 통해 결혼식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통해 송출하여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시설이 있기도 합니다.  꽤 잘 되어 있지요?  영국의 경우 일반 가정이나 시청에서도 모두 가든을 중요하게 가꾸다 보니, 시청의 결혼식은 실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결혼식 이후 시청의 가든에 나가서 야외사진촬영도 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각자 자신들의 사정과 기호에 맞게 시청 결혼식도 반드시 본인들이 사는 시가 아니라 다른 시의 시청에서도 결혼을 할 수 있습니다.  


글을 마치기 전에 시청 결혼식장이 어떻게 생겼나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래 사진들은 옥스포드에서 약 한시간 거리의 Swindon이라는 도시의 시청 결혼식장 사진입니다.  사진에 있는 꽃 장식과 그림들 등은 기본으로 제공되는 꽃들과 장식입니다. 


Swindon Registry Office의 Registrar's Office입니다.  증인 2명 포함하여 최대 4인의 하객을 초대할 수 있고,  가격도 가장 저렴합니다.  실제로 이곳은 Registrar (각종 등록 - 결혼, 출생 신고 등의 등록 - 에 대한 책임이 있는 직원) 의 사무실이며, 사무실의 여유공간을 이처럼 결혼식으로도 쓸 수 있도록 꾸며두었습니다.  결혼식 비용 50파운드 (약 7-8만원). 

아래는 Juno Room으로 신랑신부 포함하여 20명 하객이 수용가능한 결혼식장입니다.  평일 주말 등 요일에 따라 비용은 110-132파운드 (약 15만원에서 18만원).

마지막으로, 아래 사진의 Garden Room은 200-265파운드 (약 28만원에서 37만원), 신랑신부 외에 65명의 하객을 수용할 수 있으며, 내부에 웹캠까지 설치되어 있는 가장 규모도 크고 시설도 좋은 방입니다.  실내에 꽃장식이 모두 기본으로 제공되는 꽃들에, 야외 가든에서의 사진 촬영을 생각하면 상당히 좋은 결혼식장이 아닌가 합니다. 


다음에는 이런 식장에서 이루어지게 되는 시청결혼식에 대해 더 자세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