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결혼

나만의 스몰웨딩 셀프로 준비하기-프롤로그

옥포동 몽실언니 2017. 3. 29. 18:51

결혼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개인의 생각에 따라서만 준비할 수도 없는 것이 한국에서 결혼하는 대부분의 이들의 실정일 것입니다.  오죽하면 한국에서는 당사자간의 결혼이 아닌 "집안"과 "집안"의 결혼이라든지, 혹은 양가의 "부모"가 중심인 결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한국에서 결혼하는 경우 대부분 양가 부모님간의 의사 조율에 더하여, 주변 지인들의 애정어린 조언들 또한 때로는 부담과 압박이 되곤 하는 것이 결혼의 실태인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본인들의 생각에 따라 자신들의 뜻에 따른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외국살이 중 결혼의 이점

외국에 산다는 것은 이럴 때 이점이 있습니다.  일단 부모님께서 물리적으로 떨어져있다 보니 개입하실 수 있는 여지가 적고, 또한 부모님께서 외국 현지의 사정에 대해 한국만큼은 모르시다보니 더더욱 자식들 손에 결혼을 맡겨둘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자식들이 나이까지 있어 버리면 부모님들은 연로하시기도 하고, 나이든 자식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기도 힘든 상황이 되니, 이런 경우 결혼은 대부분 결혼 당사자간에 일로 귀결이 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저희들의 결혼이 딱 그러했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저출산 문제에 이어서 젊은 층의 결혼비율 자체도 낮은 것에 대하여 정부가 허례 허식을 버리고 스몰웨딩이 진짜 뜻깊은 웨딩이라는 식의 공익광고를 만들어서 젊은사람들의 거센 비난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온갖 예단 예물은 정작 결혼하는 당사자들이 원해서라기 보다는 부모님들과 주변의 등쌀에 떠밀려서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다가, 당장 제대로된 안정적 일자리가 없다 보니 결혼이라는 큰 일을 생각하지 못하고 미루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치 대단한 예단 예물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있는 듯이 비난하는 듯한 광고의 톤이 젊은이들의 비난을 불러일으킨 것이지요.  아래는 그 공익광고 화면을 캡쳐한 사진을 따 온 것입니다.

그 공익광고는 아래에서 보시는 것처럼 한발 더 나아가 "검소한 결혼이 가치있는 결혼(?!!!!)"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럼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본인들이 가진 경제적 여유만큼 여유로운 결혼으로 손님들을 대접하는 결혼은 가치가 없는 결혼이라는 말인가!  어느정도 수준이 검소하며 어느정도 수준이 검소하지 않는 것인지, 그것을 누가 어떻게 판단하며, 왜 검소한 결혼만이 가치있는지, 그 '가치'는 누가 매기는 것인지.. 아주 논란의 여지가 많을 수밖에 없는 멘트로 이 광고가 끝을 맺으니.. 거센 비난과 비판을 불러일으킨 것이 전혀 놀랍지가 않습니다.

저는 그 광고를 보면서 광고에서 이야기하는 검소한 결혼 한계를 떠올리며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광고에서 보여주는 소위 "스몰웨딩"의 모습은 우리가 연예인들의 스몰웨딩에서 보던 것과 같은 모습으로, 전형적인 웨딩드레스와 수트는 아니지만 여전히 아주 고급스럽고 현대적인 수트와 드레스 차림의 작지만 화려하고, 신부 곁에는 신부들러리 드레스 차림의 화사한 들러리들이 꽃이 가득한 야외 가든에서 결혼을 축하하는 모습으로, 한국에서 그런 식의 스몰웨딩을 하려면 왠만한 동네 예식장의 결혼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아래와 같은 모습입니다.  

저희 부부는 교제기간 중에 간혹 서로가 원하는 결혼식의 모습은 어떠한 것인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희는 둘 다 작고 소박하며 정말 가까운 지인들만 함께 모여서 서로 덕담을 주고 받으며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결혼이었으면 좋겠고, 결혼"식" 자체에 큰 비용을 들이고 싶지 않으며, 이후에 잘 사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냐는 것에 뜻을 함께 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결혼을 하기로 한 후, 처음에는 한국에서 작고 소박하게 결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저희가 생각하는 비용 한도 내에서 결혼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설이 아닌 성당 결혼식을 알아보았는데, 심지어 성당에서 결혼을 하더라도 예식진행에 대한 비용으로 백만원이 넘게 드는 비용을 내야 하고, 시청에서 빌려주는 결혼식장도 협력업체의 도움을 얻어 결혼식장 데코를 하고 케이터링 (식음료 제공)을 준비해야 한다고 나오니, 정말 시청에서 혼인신고만 하고 가족 지인과 함께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으로 결혼을 할 게 아니고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결혼식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보였습니다.  게다가 한국에서 소규모 인원이 오붓하게 괜찮은 분위기에서 식사를 하려면 시내에서 이동거리가 상당히 되거나, 혹은 교통이 좋으면 비용이 비싸지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서도 식사비는 식사비대로 비싸면서도 분위기는 결혼식 분위기가 나지 않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희는 결국 한국에서가 아닌, 영국에서 먼저 우리가 원하는대로의 결혼식을 올려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물론 이것은 단지 작은결혼식에 들어가는 비용문제만 고려된 것이 아니라 학교 행정 및 비자, 가족 등 개인적 상황 등이 맞물리면서 결과적으로 이르게 된 결정이기는 했습니다.  영국에서 결혼식을 할 경우, 우리가 원하는대로의 작고 소박한 규모로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자신청 비용도 더 저렴해지고 간단해지는 이점도 있었으며, 비자 때문에 두어달 부부가 생이별한채로 떨어져 지낼 필요도 없어지기 때문에 저희 둘을 위해서는 이것도 괜찮은 옵션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설정한 적정예산범위

제가 생각한 우리 결혼을 위한 적정비용은 200-500만원의 한도였습니다.  아무리 하더라도 생일잔치도 아닌 결혼식이니 200만원은 들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러나 아무리 많아도 500만원은 넘지말자..고 하는 것이 제 마음속의 한계범위였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준비하다 보니 200만원의 예산으로는 부부간에 갈등이 자주 야기되었습니다.  200만원의 한도 내에서 결혼반지를 준비하고, 드레스를 구입하고, 식장을 대여하고, 웨딩슈즈를 구입하고, 남편 수트도 구입하고, 결혼 하객과 식사를 하고.. 하기에 돈이 정말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런 부족한 예산으로 뭐라도 해보려 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안 될 일을 되게 하려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런 예산확대

게다가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온갖 결정해야 하는 일들이 연속해서 일어나는데, 그 와중에 신혼집도 구해야 하고 신혼집으로 이사도 해야 하고, 각자의 일도 해야 하고 하다 보니 종국에는 정신도 없고 힘도 들고 하여 그냥 "해! 해! 해! 그냥 해!" 라며, 뭐든 결정할 일이 생기면 그냥 그것으로 "해"버리는 쪽으로 신속히 결정해버림으로써 예산보다는 시일에 맞춰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여 결정을 해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미 우리가 지출하였거나 지출계획 중에 있는 비용이 200만원을 훨씬 넘어선 것은 이미 오래되었으나, 그래도 우리의 최대한계였던  500만원에는 미치지 않는 선에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예산설정의 원칙 및 배경

비록 500만원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몇백만원의 돈은 어떤 누군가에게는 아주 큰 돈일 수 있습니다.  

이런 예산이 만들어진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현재 우리 상황에 맞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저의 상황에 맞게 하자는 것이 더 컸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오랫동안 가족들의 신세를 지며 학생신분으로 살아온 터라 더이상 저 좋자고 가족에게 큰 경제적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제대로 된 일자리 없이 너무 오랜 시간 학생신분으로 살아온 저에게 500만원의 돈은 정말 큰 돈입니다.  제가 지금 당장 벌고 모으려고 해도 쉽지 않은 돈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 배우자 될 사람 혹은 그의 가족에게 큰 부담을 지우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동등한 출발을 하고 싶었고, 제 기준에서 합리적이라 여겨지는 방식으로의 결혼이 하고 싶었습니다.  상대방 또한 얼마되지 않는 월급을 한푼 두푼 아껴가며 검소하게 살아온 인생이라는 것을 알기에 단지 저희 둘의 결혼"식"을 위해 큰 돈을 쓰는 것은, 게다가 이 적지 않은 나이에 하루로 끝날 이벤트를 위하여 큰 돈을 쓴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보기에는 오랜 시간 직장생활을 해 온 제 배우장의 상황을 생각할 때, 그래도 인륜지대사에 어찌 그것밖에 안 되는 돈으로 손님치레를 하고 거사를 치르려 하느냐고 비난할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양가의 부모님은 어찌 자식들이 그렇게 하겠다고 하는 것에 그대로 두느냐고 오히려 부모님을 비난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예산이 제 기준에서는 제가 부담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예산이었기에 최대한 이 선을 유지하고자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아끼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것들을 하다 보면 일이백으로는 힘들 수 있다는 계산은 아주 쉽게 나왔고, 우리가 오랫동안 타지 생활을 하는 동안 함께 해오며 고맙고 신세진 사람들에게 이 결혼식을 통해 인사도 하고 최소한의 대접도 하려면 그래도 어느 정도의 비용은 들 수 밖에 없다는 사실도 분명했기에, 이런 좋은 일에 너무 짜게 짜게는 하지 말자고 생각하니 최대한으로는 500만원의 범위를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아직 전체적으로 우리가 얼마를 썼는지 정확한 결산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결혼식 비용은 알지 못합니다.  어림짐작으로 계산해도 200만원은 확실히 넘었는데 500만원은 확실히 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이것 또한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결혼"비용으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대략 이 정도의 예산범위 하에서 저비용 셀프웨딩을 어떻게 준비하였는지, 저희의 셀프웨딩 준비기를 다음부터 들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