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결혼

셀프웨딩으로 스몰웨딩 하기: 메이크업/헤어/사진편

옥포동 몽실언니 2017. 4. 12. 09:00

지난 포스팅에서 저의 셀프 웨딩의 스드메 중 드레스 부분을 적어보았습니다. 

다시 언급하자면 저의 스드메는 아래와 같이 준비되었습니다. 

  • 드레스의 경우 인터넷으로 중국에서 배송되어 오는 저렴한 웨딩드레스로,
  • 메이크업은 화장을 곧잘 하는 친구가,
  • 헤어는 (셀프 고데기로 할 계획이었으나) 당일 아침에 함께 있던 친구가,
  • 웨딩슈즈는 eBay에서 한번 쓴 중고 슈즈를 아주 놀라운 가격에 낙찰,
  • 사진사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무료사진사 섭외.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 가운데 메이크업과 헤어, 그리고 사진사 섭외 부분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웨딩 메이크업

메이크업은 저에게 드레스며 반지 구입을 종용했던 J가 해주기로 했습니다.  J는 원래도 예쁘게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재능도 많고, 이미 친구들 결혼식에서 화장을 두어번 해준 적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외국인들이 아시안 얼굴 화장이 익숙치 않아서 저희 눈에 너무 어색하게 화장을 해주는 경우들이 있어서 친구들의 부탁을 받고 화장을 해준 나름대로 "경력"이 있는 아마추어입니다.  워낙 친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친구이기도 하고, 저보다 실력이 좋은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이므로 제가 하는 것보다는 무조건 더 나은 화장을 할 것임에 틀림이 없어서 J가 화장을 해주겠다는 제의가 저는 그야말로 땡큐 베리 감사! 

나름대로 일주일전에 미리 만나서 제 얼굴에 맞는 화장을 연습도 해보고, 드레스도 미리 입어보고, 헤어도 어떻게 할지 구상을 해 보았습니다.  J의 집에 가서 드레스를 입어보고는 찍은 사진이 바로 저 위의 드레스 뒷모습 사진이지요. ^^ 친구네 집에 가보니 친구가 가진 화장품을 제가 예전에 선물한 미니 쟁반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화장품 사진을 한장!

그리고 혹시 제가 쓰려나 싶어 자신의 결혼식에서 사용한 티아라를 꺼내뒀더라구요.  저는 드레스, 헤어와 티아라가 어울리지 않아서 그건 패스.  티아라 뒤에 있는 귀여운 하얀색 토끼인형은 제가 9년전 이 친구에게 선물한 인형인데 이 녀석이 아직도 이 집에 고이 잘 살고 있었어요.  반가워, 귀여운 토끼야!

그렇게 미리 예행연습을 해보니, 저희는 초짜라 메이크업에 시간이 한시간은 족히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충 어떤 것으로 어떤 식으로 메이크업을 해보자 합의를 했고, 결혼 당일.. 바로 아래 사진에서와 같이.. 친구가 열심히 화장을 해주게 됩니다.  우측에 있는 친구는 이날 아침 저희집에서 고데기로 자기머리를 예쁘게 세팅한 Saima.  결국 이 친구에게 급하게 제 머리도 맡기게 되었다는.. ^^


웨딩 악세서리 구입

그날 머리도 대충 고데기를 감아보고, 메이크업도 해보고 나니, 문제는 악세서리!  시간을 보니 근처 백화점이 문닫을 시간이 30분도 남지 않았습니다.  친구와 저는 외투만 걸치고 아주 빠른 경보로 걸어가서 가게 문닫기 15분 전에 도착.  10여분 만에 머리에 꽂을 핀과 귀걸이를 구입합니다.  마침 악세서리 일부를 세일하고 있어서 아래 머리핀은 8-12파운드 사이에 구입 (기억이 가물가물 ㅠ), 그리고 귀걸이 세트는 좀 더 비싸서 18파운드 정도에 구입한 것 같아요.  전체 악세서리를 30파운드 이내에서 해결!  모든 선택은 J의 안목에 따라, 그 친구가 이쁘다고 한 걸로 재빨리 골랐는데, 다들 이쁘다고 칭찬해주고 사진에도 너무 이쁘고.. 좋았어요!  역시.. 전문가(?!ㅋ)의 의견을 따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웨딩헤어 세팅하기

다음은 헤어!  헤어는 원래는 제가 직접 해보려고 친구에게 고데기를 빌려와서 두세번 실습을 했더랬습니다.  세번째 사진의 뒷모습이 고데기 연습을 두번째로 한 날인데, 시간이 없어서 급하게 한 데다가 스프레이가 없어서 고정을 못한 탓에 웨이브가 강하게 나오지 못해서 아쉬움이 들었지만.. 이 정도라면 내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더 고데기를 쉽게 감기 위해서 결혼 일주일 전 뉴몰든 한인타운에 가서 머리에 파마도 감았습니다.  파마머리에는 고데기가 더 쉽게 감긴다고 해서 감행한 일이었지요.  뉴몰든에 가서 장도 봐야 했고 다른 볼일도 있었기 때문에 겸사겸사 모든 일을 처리했습니다.  그러나 결혼 당일이 되니 메이크업을 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고, 그러다 보니 제 손으로 고데기를 감기에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런던에 사는 친구 Saima가 제 결혼 전날 저희집에 와서 함께 자고 결혼식장을 같이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 친구가 짜잔, 하고 이쁘게 세팅을 감고 방에서 나오질 않겠어요!  그래서 당장 "Saima, 내 머리 니가 좀 해줄래?  니 머리 되게 잘 했네!!" 하고 제 머리를 맡겼습니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헤어스타일 완성.  그리고 다시 제 화장을 해준 J가 반묶음을 해서 머리핀을 꽂아주면서 저희 헤어스타일은 그렇게 완성되었습니다.  그것도 식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ㅋㅋ 

그렇게 완성된 저희의 모습은 바로 아래와 같습니다. ㅋㅋ 아래 피규어는 저희 결혼에서 유일한 럭셔리 아이템.  결혼 당일 저희 모습과 똑같이 제작한 웨딩 케잌 topper 로 쓰이는 피규어입니다.  어디에 어떻게 쓰는 녀석들이냐구요?  

바로 아래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그렇게 쓰이는 물품입니다.  웨딩케잌 위에 장식으로 올라가는!  시내 케잌샵에서 이렇게 판매하는 것을 보고 H가 제안하여 만들게 되었는데, 그러기를 너무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저희 헤어스타일, 화장, 드레스 모양, 신랑 수트 색깔과 넥타이, 심지어 제 악세서리까지, 최대한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어줬어요.  중요한 것은 ㅠㅠ 결혼반지를 빼먹었다는 점!!  그래서 저 피규어에 저희 반지가 빠져있고, 부케와 신랑 코사지 꽃도 빠져있는..  피규어를 주문할 때 차마 생각을 전혀 못 했던 탓입니다. 

웨딩사진사 섭외

사진사 섭외의 스토리는 더욱 기막힌 우연입니다.  결혼준비 초창기에.. 결혼이 얼마나 돈이 많이 드는 행사인지 알고 아주 좌절을 해 있던 때였습니다.  나도 뭔가.. 중고로 나온 물품을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처음으로 Gumtree라는 영국의 중고거래 사이트 앱을 설치하고 이것 저것 둘러보았습니다.  우리 지역에 무료로 나온 물품은 뭐가 있나 둘러보던 중, 아니 이럴수가!! "Free Wedding Photographer 2017"이라는 광고가 있지 않겠습니까!  


재빨리 클릭을 해보니 이제 막 웨딩사진사로 경력을 쌓고자 하는 사진사가 자신의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 결혼하는 커플을 구하고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딱 한 커플에게 5시간을 커버하는 사진촬영을 무료로 해주되, 교통비와 식사값만 지원을 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운명같은 만남이!  저는 재빨리 이 친구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곧 결혼을 하는데, 버짓이 없어서 학생 사진사를 구하려던 참이었다.  너의 사이트를 보니 사진들도 너무 인상깊고 멋지다.  니가 우리 결혼식 사진을 찍어줄 수 있으면 우린 너무너무 좋겠다.  소규모 결혼이지만 아주 친한 사람들이 여기 저기서 와서 너에게도 재미있는 결혼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연락 기다리겠다" 는 내용의 이메일을 띄웠지요.  

그리고는 다음날 바로 답장이 왔습니다.  너무 좋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지 서로 이메일로 의논하기 시작했습니다.  

무료 사진사 이용의 후기라면, 이 친구 또한 웨딩촬영은 처음인지라 결혼이 처음인 우리 커플 못지 않게 이 친구도 초보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열성은 가득하나 웨딩촬영이 능숙하지는 못한 ㅋ 나름대로 저희가 적극적으로 포즈를 취하니 너무 좋아하면서 하나 하나 다시 보여주며 기뻐하더라구요.  

오전 촬영은 무료로 하고, 오후 리셉션에는 저희가 돈을 지불하고 촬영을 부탁했습니다.  저녁 리셉션에도 사진사가 있으면 좋겠는데 새로운 사진사를 구하기도 힘드니, 이 친구가 저희 예산 범위 내에서 해 줄 수 있으면 이 친구가 이어서 해 주면 좋을 것 같아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더니 얼마든지 좋다고 흔쾌히 수락을 한 덕분이지요. 

결혼식 바로 뒤에 사진 촬영을 조금 하고 나서 저희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즉흥적으로 구상하면서 사진을 찍는 사진사 에밀리를 보니 사실 불안한 마음이 슬쩍 올라왔어요.  "Tintin, 우리 돈 좀 써서 경력있는 사진사를 구할껄 그랬나?  괜찮을까?" 했더니, Tintin 의 대답:  "몽실, 걱정하지 마.  우리 중 그 누가 찍은 사진 보다는 훨씬 좋은 사진을 에밀리가 찍었을거야!" 그 대답에 저도 Tintin도 모두 큰 소리로 웃으며 괜한 우려는 접어버렸습니다. 

사진은 약 4주 뒤에 best shots을 보정해서 보내주고, 당일 본인이 찍은 사진 전부도 보내준다고 하네요.  친구들이 핸드폰으로 찍어준 사진들도 저희들의 행복한 모습이 잘 담겨있는 것 같아서, 훨씬 좋은 카메라로 더 기술이 좋은 에밀리가 찍은 사진은 훨씬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여기까지가 저희의 스드메 준비기였습니다.  셀프웨딩의 진수는 셀프메이크업과 셀프헤어였을법도 한데 저는 친구메이크업과 친구헤어 덕을 봤네요.  셀프웨딩을 진행하고 보니 주변에 있는 금손 친구들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한지 모릅니다.  결국 이것은 인맥웨딩이 아니었나 싶어 친구들에게 신세를 많이 지게 되어 미안했지만, 제 결혼에 함께 하는 친구들도 재미있고 뜻깊어해줘서 좋은 친구 둔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결혼이었지요. 

셀프웨딩~ 어렵지 않아요!! 다음에는 셀프웨딩의 진짜 진짜 진수, 바로 셀프 케이터링 (self-catering), 즉, 직접 음식장만하기 편을 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