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영국에서 도전하는 생애 첫 손만두!

옥포동 몽실언니 2017. 5. 2. 09:00

저는 어린 시절 한번도 집에서 만두를 빚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추석마다 엄마 옆에 앉아서 송편은 빚었을지언정, 엄마가 한번도 만두를 빚어주신 적은 없었지요.  그래서 만두를 집에서 해 먹는다는 것은 나로서는 상상도 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슈퍼도, 한국 식당도 없는 곳에 살고 있는 저로서는.. 한국 음식이 정말 먹고 싶으면... 참거나...직접 하거나.. 둘 중에 하나입니다.  

며칠 전부터 만두가 계속 먹고 싶었는데, 마트에 파는 일식 교자는 너무 짜고 가격도 너무 비쌉니다.  뭔가 조미료맛이 듬뿍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영국에서 학생으로 오래 살다 보니.. 돈이 없어서 대부분의 끼니를 집에서 직접 해서 먹게 되고.. 이러다 보면 돈은 없으면서 입맛만 예민해집니다.  다른 것보다 조미료 맛에만 예민해져서 밖에서 파는 음식들이 입에 잘 맞지 않게 되는.. 그런 상황이 오지요.  이건 저만이 아니라 주변의 친구들도 하나같이 한국에 다녀올 때마다 이젠 식당에서 파는 음식을 잘 먹지 못하겠다, 조미료가 많이 든 음식을 먹으면 배탈이 난다, 다들 전에 없던 이런 증상을 호소하곤 하지요. 

그래서 이번에 도전한 음식은 만두입니다.  게다가 찜기없이 만두 찌기! 두둥~ 기대해주세요!

완전 만두 초짜인 저는 독일에서 유학 중인 친한 동생이 놀러왔을 때 그 친구와 함께 첫 만두 실습을 했더랬습니다.  만두를 만드는 것을 그 친구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직접 보게 된 것이지요.  그 친구 또한 어린 시절 집에서 한번도 만두를 만들어 먹은 적이 없는데, 그 친구는 제가 사는 곳보다 훨씬, 아주 훨씬 더 깡촌인 독일의 작은 마을에 살다 보니 김치부터 만두까지 모든 한국음식을 직접 해 먹지 않고서는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젠 척척 혼자서 김치도 잘 담고, 만두도 뚝딱뚝딱 해 먹는.. 그야말로 그 친구가 사는 니더작센의 장금이가 되어있지요.  어쨌든, 각설하고, 그렇게 한번 '실습(!ㅋ)'을 해 본 만두를 이번에 저 혼자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칼국수와 비교해서 조금 더 성공?!  그래도 한번 장금이가 하는 것을 보고 배웠다고, 혼자서 처음으로 해 보는데 좀 낫더라구요.  게다가 점심에는 처음으로 해서 제가 먹어보고, 저녁에는 퇴근한 Tintin에게 저녁으로 해줬는데, 확실히 점심 때 처음 만들던 것보다 저녁 때는 더 쉽게 잘 만들어졌습니다.  몇번 더 하다보면 나도 이내 곧 만두장인이 될 수 있겠다, 희망을 가지며 즐겁게 만두를 만들어먹었습니다.  그 덕에 저는 오늘 점심도 만두, 저녁도 만두를.. ㅋㅋ 

영국에서는 SK마트라고 우편으로 한국음식을 배달해주는 슈퍼가 딱 하나 있는데, 이곳에서 손만두를 주문한 적이 있었는데, 무슨 손만두인지 7개가 들었는데 가격이 7파운드 (만원 남짓)이 넘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만두 하나 하나 먹을 때 마다.. 맛은 좋았지만 어찌나 돈 생각이 나던지.. ㅋ 직접 해서 먹으면 정말.. 같은 값으로도 훨씬 맛있고 푸짐한 만두를 할 수 있으니.. 두둥.. 기대하면서 만두 만들기 시작!

참고로 제가 배운 만두는 한국식보다는 중국식 만두에 더 가깝습니다.  저에게 만두를 전수(?)한 T가 중국친구에게 만두를 배웠거든요.  다른 것 보다 고기를 양념에 재울 때 통후추를 약불에 끓여서 후추향을 낸 기름을 조금 넣어주는 것이 중국만두의 특징입니다. 

재료는..기본적으로.. 밀가루와 자기가 만두에 넣고 싶은 것.. 만두피 반죽은 한나절에서 하루 정도 미리 해서 숙성을 해두면 더 쫄깃쫄깃한 만두피를 즐길 수 있다는 여러 블로거님들의 말을 듣고, 저는 만두를 하기 전날 만두피 반죽을 넉넉히 해서 만두피로 해 먹을 부분을 떼 놓고 나머지로 칼국수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남은 반죽은 냉장고에 하루 숙성, 그리고 바로 다음날, 만두를 빚어먹었지요.  만두피 반죽이 냉장고에 있으니.. 자, 재료 준비 시작.

1. 다진 고기에 양념하기:  다진 돼지고기 500그램을 사서 조금, 후춧가루, 맛술, 참기름을 넣고 고기의 하얀 실끈이 보일 때까지 마구마구 치대줍니다. 

2. 다른 야채 손질 전에 후라이팬에 약불로 식용유를 두르고, 통후추를 넣어서 약불에서 통후추를 볶습니다.  그래서 이 후추기름이 준비되면 돼지고기 양념에 4숟갈 넣고 고기 다시 주물주물..

3. 나머지는 모두 제가 넣고 싶은 재료 투하.  중국 만두는 배추나 샐러리를 넣고 하는 경우가 많대요.  집에 사둔 배추가 있으니 배춧잎 겉잎을 6장 정도 뜯어서 잘게 다진 후 소금에 절여둔 후, 완전히 절여지면 물기를 완전히 쏙!!! 빼서 물기 빼기.  

4. 전 새우가 들어간 중국집의 킹프론덤플링 같은 게 먹고 싶어서, 새우도 아래와 같은 새우를 두통 사서 잘 손질한 새우를 적당히 다져서 만두속으로 함께 준비했어요.  새우가 익히면 크기가 작아지니 좀 씹히는 맛이 있도록 새우 한마리를 두세등분 정도로 큼직하게 다져줬지요.  새우의 내장을 다 제거하고 깨끗이 씻었더니 아래의 회색빛 새우가 하얀 새우로 변신을 하더군요. 

5. 여기에 저는 파도 다져서 양껏 넣고 (전 혹여라도 고기 냄새 날까봐 파를 엄청 듬뿍 넣었어요), 마트에서 산 부추 (chives)도 잘게 다져 넣어줬어요.

6. 중국집에서 딤섬으로 시켰을 때 나오는 새우만두를 보면 늘 돼지고기가 함께 들어있길래, 원래는 돼지고기배추만두, 그리고 새우부추만두가 되었을 녀석들을 둘 모두 섞어 섞어, 돼지고기새우배추부추만두로 변신시켰어요.  아래는 새우와 돼지고기를 섞어준 새우만두 속.

그리고, 아래는 새우가 들어가지 않은 고기만두 속.

1차로 저 혼자 맛을 본 다음 남은 만두 속을 반찬통에 잘 넣어주었습니다.  고기만두 속을 조금만 남겨두고 모두 새우에 섞었더니 순수 고기 속 (filling)은 왼쪽 작은 통 절반정도밖에 남지 않았네요. ㅋ

6.  모든 재료가 준비되었으니 이제 만두 빚기.  만두피 반죽을 한 것을 조각조각 낸 다음 밀대로 빡빡 밀어서 얇은 만두피 준비!  사진이 좀 어둡게 나왔는데, 야들야들 얇게 잘 밀어졌어요!

잘 밀어진 만두피 속에 아래와 같이 만두속을 한숟갈 넣고 (팁: 집에 있는 티스푼을 이용해서 만두속을 떠 넣으면 만두피도 찢어지지 않고 적당량을 적당한 모양으로 만두피 위에 올리기가 좋아요!)

장금이에게 배운대로 모양을 잡아주면.. (처음이라 좀 서툽니다 ^^;;) 

하나만 보면 좀 못생긴 것 같지만, 가지런히 여러개를 놓아두면 뭔가.. 잘 만든 듯한 느낌을 줍니다!!

혹여라도 만두가 도마에 붙을까봐 종이호일 (유산지)를 깔아줬어요.

7.  이제 만두를 찔 타이밍!  찜기 없이 만두 찌기가 시작됩니다. 지난번 장금이와 함께 첫만두를 해먹었을 때, 물에 넣어 물만두로도 해 먹어보고, 찐만두로도 해 먹어봤는데, 확실히 물에 풍덩 들어가지 않고 찐 만두가 더 맛있더라구요.  그 때 저희의 관건은 찜기 없이, 그리고 면보 같은 것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만두를 찔 것인가 하는 것이었죠.  과학요리의 대가 장금이는 이내 좋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종이 호일을 이용하여 찜기를 직접 만드는 것인데요. 

먼저 냄비나 소스팬, 혹은 뚜껑있는 후라이팬 바닥에 물을 좀 넣고, 그 위에 냄비 모양에 따라 자른 유산지를 넣어줍니다.  그리고 유산지 위에도 약간의 물을 넣어서 만두가 유산지에 붙지않고 물 위에 아주 살짝 동동 뜰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은 정도면 충분합니다.  혹시라도 자주 열어서 보게 되면 냄비 바닥에 넣는 물도 좀 더 필요할 수 있는데, 중간에 물 양을 봐가면서 냄비 바닥의 물을 조금 보충해줘도 좋습니다. 

만두를 빚기 전에 이렇게 유산지를 넣어둔 상태로 뚜껑을 덮어두면 만두를 빚는 동안 팬이 충분히 달아올라 만두를 찔 준비가 됩니다.  그럼 뚜껑을 열고 김이 폴폴 나는 DIY 찜기 안에 만두를 쏙쏙 집어넣습니다. 

그리고 약 10분쯤 기다리면 찐만두 완성!!!  만두를 꺼낼 때 자칫하면 만두가 찢어질 수 있는데, 저는 요리용 위생장갑을 끼고 만두를 살포시 들어 꺼내줬어요.  잠깐 잡고 꺼내는거라 그리 뜨겁지 않아요.  젓가락으로 꺼내려다 보면 만두피가 찢어질 수 있으니 숟가락을 이용하거나 저처럼 손으로 직접 (!! 뜨거우니 주의!!) 꺼내는 편이 좋습니다. 

8.  자, 시식타임!  저는 너무 작은 팬에 하는 바람에 일단 4개만 건져서 맛을 봅니다.  간이 안 맞아서 싱겁긴 하지만 그래도 집에서 직접 담근 김치와 단무지 무침 약간과 고춧가루초간장과 함께 만두를 냠냠!!

만두피를 숙성해뒀던 덕분인지, 칼국수로도 함께 먹겠다고 야무지게 반죽을 치댄 덕분인지, 만두피가 아주 얇게 잘 만들어졌어요.  만두 속이 비칠 정도로!  

간장에 살짝 찍어서

한입 앙!  하얀 새우 살이 보이는 것이 새우만두입니다!!

먼저 점심에 시식을 해 본 뒤, 저녁에 Tintin 퇴근 시간에 맞춰 또 만두를 빚었습니다.  위에 사진에 열개가 넘게 나란히 있는 만두는 남편이 온 저녁에 둘이 함께 먹으려도 대량으로 빚은 만두예요.  다음날은 만두를 4개만 얼른 빚어 야채 듬뿍 넣은 계란국에 만두를 넣었더니.. 이로서 만두국 완성 ㅋ  김가루를 위에 솔솔 뿌리니.. 계란국에 만두를 넣기만 해도 만두국이 되어 버렸어요.  그리고 오늘도 또 만두를 먹어서.. 3일 연속 만두 ㅋㅋ 그래도 질리지 않고 맛있었어요. 

단, 오늘의 실수가 있었다면, filling으로 만든 만두속에 소금간을 하는 것을 깜빡했더니 첫날과 둘쨋날 먹은 만두는 간이 밍밍해서 간장을 꼭 찍어먹었어야 했어요.  그래서 오늘 만들 때는 만두 속에 소금을 솔솔 뿌려서 그렇게라도 소금간을 조금 해서 만두를 만들었더니, 아주 살짝 소금을 쳤을 뿐인데도 만두 맛이 확!!! 더 살아나더라구요.  소금의 중요성, 그리고 음식에서의 "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 날이었습니다. 

이상, 영국에서 생애 처음으로 만두를 도전한 몽실언니의 만두 도전기였습니다.  한국음식점이 없는 외국에 사시면서 중국슈퍼에 파는 냉동만두 먹기가 영 찝찝하신 분들, 한국에서라도 직접 만든 건강한 손만두를 드셔보고 싶으신 분들, 한국식 만두에 두부를 물기짜서 넣고 하는 것이 어렵고 힘드신 분들, 간단하게 중식만두 레서피로 만두를 만들어 드셔보세요!! 찜기 없이도 유산지를 이용해서 간단히 DIY 찜기를 만들면 되니, 정말 간편하고 맛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