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17

내려놓는 연습

뭘 그리 다 가지려고 하는가.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내려놓는 시늉만 했지, 내 안에는 여전히 욕심이 가득했다. 난 무엇을 원하는가. 무엇을 가지고 싶은가. 그것은 왜 가지고 싶은가. 그것을 위해 난 무엇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 그것을 위해 무언가를 희생하고 싶기는 한가. 무엇을 위한 희생인가. 그 희생은 의미가 있는 희생인가.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그것은 물질인가? 일에서의 성취인가? 물론 먹고 사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얼마만큼의 수준으로 먹고 살기를 원하는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무엇을 위해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 내 안에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 나는 내 삶이 무엇으로 채워지기를 바라는..

나의 즐거운 일상, 블로그에 글 쓰기!

지난 몇 달간 블로그에 글을 잘 쓰지 못했다. 일에 치이고, 애들에 치이며 컴퓨터에 앉아 글을 쓸 여유가 없었다. 지난 겨울 한국에 가서 자그마치 9년간 썼던 랩탑을 새걸로 교체하면서, 새 랩탑 활용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뭔가 익숙하지 않으면서, 약간 불편한데, 그 약간의 불편함이 아주 큰 장벽이 되었다. 최근 들어서는 코비드가 장기화되고(영국에서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 무엇인가처럼 취급되고 있지만) 추운 겨울이 길어지고, 아이들의 감기가 잦아지면서 내 몸도 안 좋았고, 덩달아 기분도 안 좋았다. 그러다 보니 블로그에 뭔가를 쓸 여력이 나지 않았다. 안 쓰다 보니 뭘 써야 할지도 몰랐다. 그러다 기운을 내기로 했다. 블로그에 글을 씀으로써 내 일상을 다시 재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도 나도 블로그를 ..

[엄마일기] 애들이 우는 것도 모두 다 한 때다.

다음 주 화요일 데드라인으로 인해 이번주는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다. 마음은 바쁜데, 아직 둘째가 자다가 자주 울고 깨다 보니 몸이 피곤하고 늘 졸린 상태라 실제로 일의 효율은 별로 좋지가 않다. 영국에 대한 자료를 정리 중에 있는데, 와.. 뭐가 이렇게 복잡한가. 세상이 원래 복잡하다고는 하지만, 한국어로도 잘 모르는 영역을, 한국에서도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모르는 영역을 영어로 자료를 찾고 그걸 이해하고 소화하려니 정말 어렵다. 그 와중에 자료는 뭐가 이리도 많고, 데이터도 뭐가 이리 많으며, 예쁜 차트와 그래프는 어떻게 또 이리 많은지. 영국 정부가 하는 것들을 보면 마음에 안 드는 정책이 정말 많지만, 정부 웹사이트나 여러 공공기관 웹사이트에서 각종 복잡하고 난해한 정보를 쉽고 직관적으로 전달하..

지난 시간들: 7-8월에 생긴 일, 그리고 우리가 도달한 결론

안녕하세요. 요즘 블로그 업데이트가 정말 뜸했죠?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아서인지 일상으로의 복귀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아서 저의 일상 복귀의 스타트를 블로그에 남기는 일기로 시작합니다. 저희는 남편의 차 사고(7월 초) 이후 두 달여간의 시간을 도둑맞은 느낌이에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버렸나 모를 정도로 두 달의 시간이 뭉치째 사라져버린 느낌이거든요. 저희는 차 사고 처리를 해야했고(7월 내내), 신차는 물론 중고차도 귀해진 이 시기에 하필 다시 차를 사느라 밤낮없이 중고차 마켓을 뒤져야 했고, 그 와중에 저는 음식 알러지로 온 몸과 얼굴을 두드러기로 뒤덮여 괴로운 며칠을 보내야 했습니다. 결국 저희는 마음에 드는 차를 찾았고, 시간이 촉박했기에 손등과 얼굴까지 두드러기가 올라온 상태로 마스크를 끼..

자신에게 친절하기: 오늘 한 뿌듯한 일들 기록

"We often wait for kindness... but being kind to yourself can start now." 번역하자면, "우리는 대개 (타인에게서 오는) 친절을 기다리지만, 스스로에게 주는 친절은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다."올해 아이 낳고, 아니, 2년 반 전 큰 애 낳은 후 육아서적이 아닌 서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첫 책, "The boy, the mole, the fox and the horse" 중 한 페이지. 책이 그림이 많다 보니 글밥이 매우 적어서 한숨에 읽어낼 수 있는 책. 명언으로 그득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주옥같았다. 그래서 나도 나에게 친절하기의 일환으로 오늘 한 뿌듯한 일들을 기록하며 나를 칭찬하고 잠자리에 들고자 한다. 집 정리를 했다. 낮잠 ..

일 일기

무슨 생각으로 이 와중에 일을 하기로 한 것인지.드디어 오늘 하나를 털었고, 이제 남은 하나를 이 달 말까지 잘 완성하면 된다.아니, 이제 내 기준에 "잘"은 없다. 그저 주어진 기한 내에 할 수 있는 만큼이 나의 최선이다. 내가 헌신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분명하게 한정되어 있으니, 그 이상의 욕심을 낼 수 없다.밤을 새거나, 밤을 새지 않더라도 하루 종일 꼼짝않고 일만 하는 일은 이제 꿈만 같은 일이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으니.***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 일로 인해 치르게 되는 희생이 많다.지나고 보면 이 희생이 별 것 아니게 느껴질 지 몰라도 지금으로는 정말 큰 희생이다.남편의 휴가를 모두 내 일을 하는 데 써야 하고, 가끔은 남편 점심시간에 나는 애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8월, 우리 부부의 생일 주간을 보내다

오랫만에 인사드려요. 그간 일을 하느라 자유 시간이 정말 없었어요. 일을 하지 않아도 자유 시간이 없었는데,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이 더더욱 없어졌어요. 시간이 없어서 없는 시간을 쪼개어 내서 일을 하니 몸이 힘들고, 몸이 힘드니 예민해지고, 예민해지니 싸우게 되더군요. 그렇게 남편과 싸움을 또 한번 했습니다.바로 제 생일 전날 밤에 말이죠. 8월은 제 생일, 그리고 제 생일로부터 딱 열흘 후 남편 생일이 있는 저희 부부 생일의 달이에요. 올해는 저의 자그마치 40번째 생일, 그리고 남편의 43번째 생일이었습니다. 만으로 해도 마흔이에요. 불혹. 그래서 생일 아침에는 울기까지 했습니다. 나 불혹 같은 거 할 경지에 이르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마흔이라고, 어떡하냐구요. 틴틴이 40세에 불혹이라는 말은 100세..

긴 침묵의 시간, 그리고 그 침묵을 깨기까지...

블로그에 근 한달여 시간동안 업데이트를 못 한 것은 아마 아이를 낳았던 출산 초기를 제외하고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9월 한달, 아이를 새 어린이집에 적응시키면서 나는 나대로 보고서 챕터를 작성하기로 한 일을 마감해야 했던지라 정신 없이 아이를 돌보면서 일을 하느라 바쁘게 보냈다. 9월 30일 데드라인을 맞추고 난 뒤 간만에 가졌던 휴식시간. 옥스퍼드로 가서 동생들과 맛난 점심을 먹고, 몇달째 미루고 있던 지인과도 점심을 먹었다. 빡빡했던 한달의 일정 탓인지, 나름의 번아웃을 겪은 시간 같았다. 힘들었던 몸은 쉬이 회복되지 않았고 (특히, 보고서 마감을 맞추느라 마지막 날은 밤을 꼬박 새었다), 몸이 힘드니 마음도 덩달아 힘들었다. 영국 날씨는 완연한 가을날씨로 접어들면서 10월 초에는 옥스퍼드지역에 홍수..

나의 꿈

1. 남편 은퇴 후 한국에 가서 살고 싶다.집은 우리가 친숙한 서울이거나 서울에 가까운 곳이었으면 좋겠다. 서울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가족이나 지인들이 가까이 살고 있어서 즐겁고 편안하게 지내기에 좋은 곳이었으면 좋겠다.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점이 있었으면 좋겠고, 도서관도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서점과 도서관 인근에는 카페도 제법 있을 것이니, 향긋한 커피도 자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볕이 잘 드는 거실에서 소파에 기대어 앉아 여유롭게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하니,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2. 아이들 대학보낼 돈만큼은 벌고 싶다.문득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애들 대학을 보내고 대학 보내는 동안 방값이라도 보태주려면 상당한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애 하나만 대학을 가더라도 남편 월급에서 반 이상을 ..

생후 15개월 15일_2019년 12주차 1일 몽실일기

주말이 또 이렇게 정신없이 갔다. 이번 주말에는 자유시간도 없었고 (아주 드물게 있는 것이니 없는 게 자연스럽지만 ㅠ) 어제는 남편이 두시간 회사가서 일을 하고, 오늘은 내가 두시간 동안 일을 했다. 오늘로 네덜란드 일은 일단락지었다. 4월 중순이면 번역일을 시작한다. 6월까지 마무리 지으려면 아주 주말을 모두 바쳐 일을 해야 할텐데 ㅠㅠ 가장 날씨 좋을 시즌에 주말마다 일만 하면 얼마나 우울할까 ㅠㅠ 그래도 먹고 살려면 해야 한다. 경력도 그렇고, 잭 어린이집을 보내려면 추가 소득이 필요하니 말이다. 오늘은 잭을 재워놓고 빈둥거리고도 싶었고, 블로그도 맘같아서는 열개쯤은 쓰고 싶었지만 (쓸 거리가 너무 쌓였다 ㅠㅠ 털지 못하고 계속 쌓여만 가니 마음에 뭔가 털어내지 못한 짐이 쌓인 듯한 느낌 ㅠ) 그러..

[현실육아일기] 주말아, 벌써 가는 거야? ㅠㅠ

주말이 갔다. 슬프다. 오늘 하루를 요약하자면,오늘은 낮잠을 잤다. 울었다.그래도 블로그는 했다. 어젯밤 잠자리에 누웠는데 순간 숨이 막힐 것 같은 기분이었다. 주말은 남편이 밤당번을 서는 날이라 나는 금요일밤부터 아기방에서 혼자 잤다. 어제가 그 두번째 밤이었던 것. 혼자 고요하게 방에 누워있는데.. 답답~ 한 것이 숨이 막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에게 전화해볼까.. 아니면 엄마에게 전화해볼까..' 생각하다가 그 어디도 내키지 않아 그냥 핸드폰 유튜브로 '밥블레스유' 비디오클립을 몇개 보다가 그냥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는데.. 이게 며칠만의 샤워인가.. 너무 상쾌했다. 나도 매일 매일 샤워하던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샤워가 사치가 되어버렸다. 우리집에서 어린 아들은 매일같이 따뜻한..

간만의 정신 스트레스

오늘은.. 정말.. 엉뚱하게 힘든 날이었다. 정신 스트레스가 이렇게 무섭고 힘든 것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되새긴 날이다. 육신의 고통은 그에 비하면 간지럼 수준이라 생각될 정도로. 스트레스 탓에 엉뚱하게 군것질만 잔뜩 하고, 이렇게 늦은 밤 (밤 11시 반)까지 잠도 안 자고 있다. 아이를 낳고 이렇게 밤 늦은 시간 (11시 반)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보기는 오늘로 두번째다. 첫번째는 알바를 시작했던 초기, 알바 데드라인 맞추느라 어쩔 수 없이 밤까지 일 한 날이었고, 오늘이 그에 이은 두번째. 컴퓨터에 앉은 것은 사실 중요한 집안일 처리 (공과금 변경)와 주말에 하던 알바를 미리 좀 해 놓고 자기 위해서였는데, 공과금 변경은 성공적으로 마쳤으나 알바 일은 손도 대지 못한 채 이렇게 시간이 늦어버렸다. ..

출산예정일, 나의 하루

오늘은 두둥~~ 우리 잭 출산예정일! 그러나 아직 감감무소식. 출산예정일을 맞아 나는 초초함을 달래기 위해 나혼자 옥스포드로 가서 Paul에 가서 맛난 애플파이에 디카프 커피도 한잔 하고, 서점도 들르고, 옥스포드의 활발한 젊은 기운도 쐬고, 쇼핑도 하고 (구경만) 올 계획이었다. 이런 야심찬 계획을 안고, 어제 저녁에는 미리 샤워도 하고 잤다. 그래야 아침에 바로 머리만 묶고 옷만 걸치고 외출을 할 것 같아서. 그러나 왠걸.. 아침에 블로그에 글 하나만 써야지..하고 앉아서는 글을 하나 쓰고, 한국에 있는 선배언니들과 함께 하기로 한 일에 대해 한두가지 이야기를 인터넷으로 나누고, 관련하여 이것 저것 자료도 찾아보고.. 그러다 블로그 글을 또 하나 올리고.. 또 하나 올리고.. 하다 보니.. 벌써 해도..

임신 36주.. 주말에도 계속되는 바쁜 일상..

저녁 6시 20분에야 소파에 앉자, 이게 오늘 제대로 된 첫 휴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뭐가 이리 바쁘냐 ㅠㅠ 앉아서 10분쯤 숨을 돌리고 나니 이제야 기운도 나고, 블로그도 끄적거려보고 싶어진다.이번주 금토일은 3일 연속.. 너무 바빴다. 금요일은 아침부터 health visitor가 다녀갔고, 오후에는 초음파 검사를 하러 가고, 잘못 구입한 아기용품을 환불하러 다니고, 자동차 세차도 하고 돌아왔었다. 어제 토요일은 아침 일찍 우리가 출산할 조산원을 방문했다. 아침 10시가 투어 일정이라 주차하는 데 걸릴 시간을 생각해서 조금 일찍 갔는데, 아침을 안 먹고 가면 배가 고파 힘들 것 같아서 8시부터 일어나서 샤워하고, 아침 차려서 Tintin과 아침 먹고, 옥스포드에 있는 병원 내 조산원 방문. 길어봤..

가족 부심

얼마전 T가 이야기했다. '언니, 나 이제 엄마 부심 좀 그만 부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엄마랑 친하니까 페북에 엄마 이야기를 쓰게 되는데, 생각보다 엄마와 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더라구요. 내가 엄마 이야기를 쓰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상처나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뭐 어때서 그러니. 난 니 이야기 다 재밌고 너무 좋은데~ 그냥 너 하던대로 계속 해~ 결국 소셜미디어라는 게 자기가 가진 것 보여주고 과시하는 곳 아니겠니~ 다들 자기의 일상, 자기가 가진 것, 좋은 것 이야기하고 보여주는데, 너에게 그게 엄마라면 엄마에 대해 이야기하고 보여주고 하는 게 뭐가 어떠니~ 어쩌면 소셜미디어를 가장 소셜미디어답게 쓰고 있는 거지. ㅋ 난 니 이야기 재밌어~" 라고 ..

한국에 방학이 끝났으면 좋겠다

한국에 방학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언니들과 통화를 하고 싶지만 하루종일 집에 있는 아이들 때문에 어느때보다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을 언니들을 생각하면 평소처럼 아무때나 내킨다고 선뜻 전화할 수가 없다. ...번역일 받은 것을 절반 이상 끝냈다. 일이 끝나가는데 이상하게도 일에 더 집중이 안 되고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가 않는다. 이 일까지 끝나면 다시 백수구나.. 일이 없는 상태를 불안해하는 친구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막상 상황이 닥쳐보니 왜들 그리 불안해하고 뭐라도 못 해서 안달이었는지 이제야 그 마음을 알겠다. 일이 끝나고 나더라도 이것저것 할일들은 많겠지만 경력에 잠깐의 공백이 생기는 것이.. 잠깐이 아닌 장기간이 될까봐 불안한 것이다. 나도 불안하다. 일이 끝나고, 출산 준비를 하고, 출산을..

옥포동 몽실언니

옥포동 몽실언니는.. 2016년 1월 8일 현재.. 영국 옥스포드에 장기 거주중인 언니입니다. 몽실몽실하다 하여 몽실이라는 별명을 가진 언니이지요. 옥포동은.. 옥스포드를 친숙하게 줄여부르는 은어(?)이구요. 살다보면 날이 좋을 날도 있고, 나쁠 날도 있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입니다. 그래도 날이 나쁠 때마다 흔들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어찌하면 좀 더 평정심을 갖고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늘 고민입니다. 날이 좋은 날 @ University Park, Oxford 날이 안 좋은 날 @ 위와 같은 장소, 같은 호수 다시 날이 좋은 날 @ Christ Church College, Oxford 영국에서 뜻하지 않게 유학생활이 길어졌고, 그런 기나긴 시간 동안 이 생각 저 생각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