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공부하기/석박사과정 공부

유학지 선택 시 날씨의 중요성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 8. 09:15

유학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유학 국가는 어떻게 정하는지, 유학 도시는 또 어떻게 정하는지이다.  특히, 영국 유학을 고려하는 경우, 나는 일단 영국 날씨가 지내기에 괜찮을지 잘 생각해보라는 조언을 꼭 하는 편이다.  


유학 결정 시 전공과 학교, 지도교수 등의 부분들은 학업적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겠지만, 이와 별도로 내가 꼭 덧붙이는 조언은 해당 지역의 날씨가 어떤지, 그 날씨가 나와 잘 맞는지도 중요하므로 날씨를 꼭 고려하려는 것이다.


요즘은 외국으로 유학을 가더라도 이미 기존에 해당 국가에 대한 경험을 어느 정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로 여행이나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 혹은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거주한 경험 등.  그래서 해당 지역에 대해 익숙한 경우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있어서, 혹은 이미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여행/교환학생/어학연수/어린시절 거주경험과 장성한 나이에 유학을 하는 경우는 또 다르기 때문에, 특히 그것이 장기간의 거주를 요하는 박사과정 유학일 경우에, 날씨는 유학시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 나의 경험이다.  


사실 유학의 경우, 자신의 세부관심주제를 지도해줄 수 있는 좋은 교수가 있는지, 그리고 해당 학교에서 장학금을 얼마나 주는지, 혹은 장학금이 없거나 부분적이더라도 생활비나 학비 수준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서 최종 유학 학교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유사한 조건의 학교 둘 이상을 놓고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나라면 날씨가 좋은 곳으로 가라고 과감히 이야기할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날씨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을 보라.. 누군가는 '와~ 분위기 있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런 날씨가 일주일 내내 지속되고 한달, 두달, 거의 한 계절동안 지속된다면..원래 매우 활기차고 밝은 사람이라도 밀려드는 우울감을 어찌할 수가 없다. 


사진: 옥스퍼드 울프슨 칼리지 기숙사 창문에서 내다본 어느 비오는 오후.. @ Wolfson College, Oxford



사진이 어둡게 나온 것은.. 사진 탓이 아닌..고스란히 날씨 탓이다.  저렇게 구름이 짙게 드리우고 비가 오는 날이면..오후 2시라도 날이 매우 어둡다.  


영국의 경우 비가 자주 오는데, 영국 내에서도 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오는 지역들이 있기는 하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캠브릿지만 해도 옥스포드보다 비가 적게 오고, 친구들은 거기가 영국 내에서 소우지 중 하나라고 하기도 한다.  요크도 비가 적게 오며, 남쪽으로 가서 브라이튼이나 본머스 같은 곳도 상대적으로 매우 날씨가 좋은 곳들이다.  그런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런던이나 기타 지역들의 경우.. 비와 구름은.. 그냥 일상이다.  초여름부터 초가을은 화창한 날씨가 제법 이어지고, 특히 여름이 좋다.  그러나 그 기간을 제외한 거의 6개월의 기간 동안은.. 특히나 10월부터 1월은.. 어둡고 축축하고 그래서 뼈를 스미는 듯한 무거운 추위가 이어지는.. 암흑의 기간이다.  


몇해전 라디오에서 들은 바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30대 이상 성인 중 약 30%가 SAD 라고 하는, seasonal affective disorder 라고 하는 계절성 정서장애를 앓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일조량이 적어서 생기는 우울증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실제 런던 출신인 나의 한 친구도 병원에서 비타민 D 결핍이라며 약을 처방받았다고 한다.  그 이후로 그 친구의 남동생이 때때로 내 친구를 가든에 강제감금 (?!)을 시키는 일들이 있었다.  가든에서라도 해를 좀 쬐라고.. 어쨌든 한국에서는 여름 장마 때를 제외하고는 이따금씩 오는 비가.. 이곳에서는 매우 흔한 일인데, 그것은 그냥 비가 자주 오는 현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곳 옥스포드만 그런 것도 아니다.  미국 시애틀에 유학간 이도 날씨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호소한 이들이 많다.  미국의 경우 그래도 신식 기숙사들이나 신식 건물들에 숙소를 얻어서 살게 되면 외부 환경에서 어느 정도 독립되는 쾌적한 생활이 가능하지만, 영국의 경우 아주 오래된 건물들에 살게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비가 오면 집도 눅눅하고 춥고, 밖이 바람이 많이 불면 집에도 우풍이 심한 경우가 많으므로, 이런 날씨에 대한 고려는 특히나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렇다 한들, 좋은 학업 조건을 가진 학교가 영국에 있다면, 그리고 비가 특히나 많이 오는 도시에 있다면.. 날씨고 뭐고 간에 유학을 오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날씨가 이렇게나 열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오는 것과, 아무 생각 없이 왔다가 새학기가 시작하는 10월, 즉 1년 중 가장 나쁜 날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그 때에 영국에 들어와서 영국에서의 첫 학기를 아주 우울하게 보내게 되는 것은 다를 것이다.  그래도 이런 경고를 듣고 오게 되면 그 여파가 좀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한다.  이 날씨가 힘이 드는 것이 본인 뿐만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 그래도 좀 덜 힘들지 않을까..하는..


영국의 그 좋은 자연도.. 이런 날씨 하에서는 그리 황량할 수가 없으며, 이 스산하게 추운 날씨를 더더욱 스산하고 춥게 만들어버린다.  아래에서 사진을 구경하며, 오늘 포스팅은 여기까지~ ^^ 


아래 사진: Oxford University Park에서 메소포타미안 길로 가는 길에 St Catherine기숙사가 멀리 보인다 (멀리 노란건물).  그 앞 나무에 겨우살이도 많이 살고 있네.. 


사진: Oxford University Park 안, 강가를 따라 나 있는 산책로.. 단풍이 그래도 다 지기 전에..이 스산함이란..  하늘이 하얀 것은.. 카메라 탓이 아니라..하늘이..그야말로 하얘서 그렇다. 


전형적인 영국의 가을/겨울 날씨.  하늘이 그냥.. 하얗다.  


사진: Queen's College, Oxford.  옥스포드 하이스트릿에 있는 오래된 칼리지.  하늘을 보라.. ㅠㅠ 사람이 있고 버스가 있어도..하늘이 그냥..하얗게 흐리다..


사진:  옥스포드 시내 High Street. 맑은 겨울날은 정말 귀하다.  


사진: 그나마 날이 좋은 날이 이렇다.  Clarendon Building, Oxford.  아직 겨울방학 중이라 시내가 텅텅 비어서 이렇게 인파가 적은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사진: 이런 겨울날 중 귀하게 있는 날이 맑은 날.  날씨가 너무 좋다고 아래 사진 (기숙사) 을 찍어서 친한 동생에게 보냈더니, "언니, 영국에 너무 오래 살았나봐요!! 이게 날씨가 좋아요??!! 한국은 정말..겨울에도 햇살이 눈이 부시단 말이에요!!" 라는 소리를 들음.


사진: 그래도 가끔 이렇게 겨울에 피는 꽃도 있다.  향이 매우 강하다. @ University Park, Oxford

아래 꽃은 한국어로 올분꽃나무라고 한다.  (구글 이미지 검색을 통해 찾아냄! 놀라운 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