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육아일기 2017-20

[둘째 6개월] 첫째와는 참 다른 둘째의 발달상황

옥포동 몽실언니 2020. 7. 13. 08:30

안녕하세요. 

오늘은 오랫만에 저희 둘째 뚱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뚱이에 대한 글이 너무 적어서 아쉽다는 저의 애독자분의 이야기에 뚱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희 둘째가 태어났을 때, 주위에서 그러더라구요.  다들 비빌 언덕을 보고 눕는 거라고.  잭 하나만으로도 저희는 충분히 힘들기 때문에 둘째 뚱이는 순할 거라고.  아니나 다를까 둘째 뚱이는 순둥이입니다.  눈만 마주치면 방긋 방긋 웃어요.  어쩜 이런 아이가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순둥이는 순둥이인데, 활동적이고 잠 없는 순둥이입니다. 

둘째 뚱이는 잘 먹습니다.  젖병 거부로 힘겹게 모유수유를 이어나갔던 잭 때와는 달리 둘째는 분유도 잘 먹어요.  뿐만 아니라 모유도 아주 잘 먹는 아이였습니다.  꿀꺽꿀꺽, 힘차게 빨아서 재빨리 먹는 아이였지요. 

얼마전부터 이유식을 시작했는데, 이유식도 잘 먹어요.  숟가락 잡은 제 손을 잡아당기기도 하고, 방긋방긋 웃으며 입을 벌려요.  저희 잭은 단 한번도 제 손을 이렇게 분명하게 잡아당긴 적은 없었고, 이유식이든 밥이든 이렇게 방긋 방긋 웃으며 먹은 적이 없거든요.  

뚱이는 잘 잡니다.  태어나자 마자부터 잭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잠을 잘 자서 얘가 혹시 황달때문에 이렇게 자는 건 아닐까 의심했는데, 그 의심은 적중했습니다. ^^;;; 황달 때문에 아주 많이 잔 것이었더라구요.  잭에 비할 바가 못 되는 보다 심한 황달이었지요.  그러나 황달이 나은 후, 낮잠은 잭만큼, 혹은 잭보다 더 못 자는 편이지만 밤잠은 아주 잘 자요.  어떻게 이렇게 자는 아이가 다 있나 싶을 만큼 말입니다.  저녁 9시 30분쯤 자면 아침 6시 30분까지 깨지 않고 9시간을 죽 잡니다.  잭보다 더 잘 자요.  잭은 잠 자는 중에 잠꼬대로 울먹이기도 하고, 엄마를 찾으며 제 얼굴을 쓰다듬어 확인하기도 하는데, 뚱이는 엄마 없이도 잘 잡니다.  

뚱이가 잘 자긴 하지만, 낮잠은 하루 종일 다 해서 1시간도 안 될 때도 있고, 길어야 1시간 반이나 2시간 자는 정도예요. 제가 옆에 누워서 같이 자면 더 잘 자는데, 잭 때문에 그러질 못하니 아이 낮잠도 어쩔 수 없이 짧은 편입니다. 

잠은 짧지만, 잘 자고 나면 항상 방긋방긋 웃어요.  혼자 발을 잡고 놀기도 하구요.  저희 잭은 자고 일어나면 신생아 때를 제외하고는 늘 울면서 일어났고, 혼자 발을 잡고 논 적은 단 한번도 없거든요.  그래서 이런 장면이 저희에게는 나름의 문화충격입니다. 

뚱이는 활동적입니다.  태어나서부터 목을 제법 잘 가누어서 그 때도 뭐 이런 애가 다 있나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목을 잘 가누고 허리 힘이 좋아서인가 5개월이 되기 무섭게 뒤집더니 곧바로 되뒤집기까지 하고, 6개월이 며칠 남지 않은 요즘은 사방 팔방 잘도 돌아다닙니다.  배밀이는 아직 잘 못 하는데, 옆으로 옆으로는 얼마나 잘 움직이는지.  한 자리에 앉혀두면 바로 엎드린 후 옆으로 옆으로 돌고 돌아 360도로 돌아있어요.  또, 좌로 갔다 우로 갔다 움직이면서 전진하여 벽 근처 전기기구 케이블을 물고 빨고 있어서 화들짝 놀랄 때도 있구요.  


그렇게 움직이니 앉는 것도 빨랐어요.  5개월 좀 지나니 비틀거리며 혼자 앉을 수 있게 되었고, 5개월 3-4주차가 되자 자기 혼자 넘어지지 않고 앉아있는 시간이 제법 길어졌어요.  잭에 비해 훨씬 빨리 앉는 게 정말 신기합니다.  애들마다 이렇게 다르네요. 


(사진: 5개월 1주차, 처음으로 혼자 앉은 날!)


외부 환경에 대한 관심이 지대합니다.  저희 잭에 비해 장난감을 비롯한 외부 환경에 대한 관심이 아주 지대해요.  교육학에서 배운 개념을 활용하자면 field independent 한 유형 같아요.  저희 잭은 field dependent 한 유형이거든요.  환경에 얼마나 의존적인지를 나타내는 것인데, 저희 잭은 누구와 함께 있는지, 어떤 분위기 속에 있는지에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아이인데, 뚱이는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하고 싶은 것, 자기가 관심 가는 것에 더 집중하는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저희 뚱이는 형아 잭과는 낮잠 적은 것 빼고는 상당히 다릅니다. 

저희 잭은 예민하고 섬세한 편인데, 뚱이를 보면 이 아이는 좀 더 무던한 편일 것 같은 느낌.

잭은 뚱이에게 관심이 많은데, 뚱이는 형아보다는 자기 하고 싶은 것, 자기 좋아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질 것 같은 느낌 같은 느낌..  우리 잭의 동생 사랑이 외사랑이 되면 어쩌나 싶어 벌써 마음이 짠 해지는 게 엄마의 마음입니다. ^^;

그렇게 저희 뚱이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형아로 인해 엄마와 눈 맞추는 시간은 너무너무 제한적이지만, 형아의 관심을 듬뿍 받고, 제 아빠를 엄마로 알고 자라고 있어요.  엄마든 아빠든 누구 하나랑이라도 제대로 된 관계만 형성하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새로 태어난 아이와 충분히 눈맞춤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 때때로 속상할 때도 있어요.  그래도 제 새끼인데, 힘들어도 품에 꼭 안고 덩실덩실 춤도 추고 싶은데, 그러기가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그래도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주니 그것으로 고맙습니다.  그렇게 저희 뚱이는 내일이면 꽉 채운 6개월을 맞이합니다.  

형아 잭은 어느새 자기 인생의 20%를 동생과 함께 한 셈이 되었고, 동생을 질투하고 괴롭힐 때도 있지만 이뻐하고 좋아할 때도 많아서 다행입니다. 

어찌저찌 첫 6개월이 지났으니 앞으로도 이 만큼의 시간만 더 지나면 분유도 끊고 우리와 같은 밥을 먹고 제 발로 걸어다니겠지요.  그걸 생각하니 뚱이의 아기 같은 모습을 눈에 더 많이 담아두고 싶어요. 

아이들은 쑥쑥 자랍니다.  아이들과 함께 제 마음도 풍요로워집니다 (대신, 몸은 죽어납니다.  정신도 살짝은 피폐해집니다.  저만의 시간이 너무 없거든요. ㅠ).  

그렇게 저희 가족은 네 가족으로의 삶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사진: 뚱이 6개월을 3일 앞두고.. 뚱이 생애 첫 공원 산책.  2020년 우리 가족의 자그마치 두번째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