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일기

자신에게 친절하기: 오늘 한 뿌듯한 일들 기록

옥포동 몽실언니 2020. 8. 27. 09:06

"We often wait for kindness... but being kind to yourself can start now." 


번역하자면, "우리는 대개 (타인에게서 오는) 친절을 기다리지만, 스스로에게 주는 친절은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올해 아이 낳고, 아니, 2년 반 전 큰 애 낳은 후 육아서적이 아닌 서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첫 책, "The boy, the mole, the fox and the horse" 중 한 페이지.  

책이 그림이 많다 보니 글밥이 매우 적어서 한숨에 읽어낼 수 있는 책.  명언으로 그득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주옥같았다.  

그래서 나도 나에게 친절하기의 일환으로 오늘 한 뿌듯한 일들을 기록하며 나를 칭찬하고 잠자리에 들고자 한다.


집 정리를 했다. 


낮잠 없는 애 둘을 데리고 집 정리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그 전까지는 불가능해서 시도조차 못 한 일들.  그런 일들을 과감히 실행했다.  

코로나라서 삶이 힘들지만, 코로나라서 가능한 일들이 있는데, 오늘의 집정리가 그런 일이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집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서는 삶이 너무 피폐했다. 그래서  그 피폐함이 더이상은 견딜 수 없어서 결국 행동에 옮겼다. 

결론적으로, 힘은 들었지만 아주 잘 한 일 같다. 아이도 즐거워했고, 분위기 전환도 되었다.  그리고, 이 분위기가 어떻게 우리 삶을 바꿔줄지에 대한 기대도 되면서 설레인다. 

가장 큰 변화가 3층 다락방에 있던 텔레비전을 1층 거실로 옮긴 것.  하하하!  첫째 낳고 2년 반만에야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일상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티비수신료는 꼬박꼬박 내면서 티비를 한달에 한두번, 그것도 10분, 20분 겨우 보는 신세였는데 (그것도 영유아 방송으로만), 이제는 아이들 잠든 후 남편과 거실에서 빨래를 개면서 티비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랩탑을 연결해서 영화나 넷플릭스를 감상하는 것도 가능!!!  시간만 있다면, 그리고 그 시간을 잠이 아닌 영상시청에 들일 수 있는 우리의 체력만 있다면 말이다 (우리는 이 체력 부분이 제일 힘든 부분...).


친구 생일 선물을 샀다. 


내 영국 생활 내내 내게 정말 큰 버팀목이 되어 준 친구.  아니, 영국에 오기 전 한국에서도 석사생활 내내 서로의 고충을 나누고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었던 친구.  우연한 인연으로 출발하였으나, 이후 서로의 전공이 너무나도 다른데도 불구하고 같은 학교에서 동고동락하며 석사 시절을 보내고, 이후에도 같은 나라에서 박사 시절을 함께 보낸 내 소중한 친구의 마흔번째 생일.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선물이 있었는데, 그 선물은 구할 길이 없어 유사품을 겨우 찾아 생일 직전에야 구입에 성공했다.  친구가 좋아해야 할텐데..  

친구는 이런 거 안 줘도 되는데, 뭣하러 줬냐고 하겠지만, 친구가 유용하게 잘 쓰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랑해, 친구!  정말 많이 보고싶어!!!


데드라인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이건.. 그리 뿌듯한 일은 아니지만, 데드라인을 하달받기 무섭게 거의 곧바로 요청했다.  그게 현실적이니까.  

이미 지금 하나의 데드라인에 맞춰 일을 하고 있어서 그 다음 일을 상대가 요구하는 시간 안에는 완성하기가 힘이 드니, 일주일만 시간을 더 주면 아주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신속하게 답장을 했다.  현재 나와 그 일로 연락을 주고 받는 이는 그간 함께 일 해 본 그 누구보다 이메일에 회신을 잘 해 주고 (적어도 답장을 해 준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이다) 나에게도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줘서, 함께 일 하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도 그 분에게 최대한 친절하고 상냥하게, 또 즉각적으로 연락을 취하려고 노력한다. 

지금껏 몇 안 되는 기회이지만 한국에 있는 몇몇 조직과 일을 해 보면서, 좋았던 점들도 많이 있지만 적응이 잘 안 되는 부분들도 제법 있었다.  내게 요구하는 일정이 아주 일방적이고 사전 논의가 전혀 없기도 하고, 갑작스럽게 어떤 일을 급하게 요청받기도 하고, 급하다 재촉하여 서둘러 연락하면 내 연락에 대한 회신은 감감무소식이고, 내가 요청하는 정보나 피드백은 잘 돌아오지 않는 그런 경우들이다.  그런데 현재 일을 함께 하고 있는 이 분은 메신저 역할을 너무 잘 해주시는 분이라, 나도 그 분에게는 좋은 피드백을 듬뿍 주려고 노력한다.  그간 함께 일 해 본 분들 중에 최고로 친절하고 일을 잘 도와주신다고, 너무 감사하다고.  그랬더니 상대는 오히려 내게 고맙다 하며 그 뒤로 나에 대한 친절과 배려가 더 늘었다.  감사한 분.  앞으로 잘 되실 분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음을 내려놓았다. 


드디어!! 마음을 내려놓았다!!  

약 11시간 마음을 내려놓았다. ㅋ 아침에 눈 뜨면서부터 내 일 걱정을 했는데, 오후에 아이 낮잠 잔 틈에 잠시 뭐라도 해 보려다가, 그냥 마음을 내려놓았다.  오늘은 그냥 애들만 보자고.  그랬더니 마음이 편했다.  대신 내일은 마음과 몸 모두가 고단하겠지.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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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틴틴이 아주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한 것 같은데, 그래서 블로그에 적어두고 싶은데 당췌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떤 일로서든 나를 자주 웃게 해 주는 사람이 내 배우자라는 사실이 좋다.  아마 그래서 틴틴과의 결혼 결심이 조금 더 쉬웠는지도 모르겠다.  같이 있으면서 별 것 없이도 이리 즐거우니, 함께 살면 얼마나 즐거울꼬 생각했는데, 역시 그 웃음이 고된 생활에 큰 활력이 된다. 

내일 틴틴이 날 웃겨주면 그 일은 꼭 메모를 해 둬야겠다.  원래도 나쁜 기억력이 둘째까지 낳으며 더 나빠지니, 더욱 부지런히 기록함으로써 기억을 붙들어매야겠다. 

오늘 하루 잘 정리하고, 내일도 화이팅!  이번주, 그리고 다음주 월요일, 잘 버텨서 일을 잘 마무리짓고 싶다.  그러기 위해 오늘은 굿나잇!  내일아, 곧 만나자!!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