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초등학교 생활 14

[Reception Year] 둘째의 만 4세에서 5세 손글씨 발전사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를 와서 첫 1년간 엄마와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작년 가을에 드디어 형아가 다니는 학교의 어린이집(널서리)을 다니기 시작한 둘째 뚱이. 우리 뚱이는 어린이집을 시작할 때도 자기 이름을 쓸 줄 몰랐다. 집에서 아이에게 연필을 쥐어주며 이름 쓰기를 가르칠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어린이집에 가면 배울 것이고, 결국 언제가 됐든 자기 이름은 쓸 줄 알게 될 것이므로 내가 집에서 붙잡고 가르쳐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작년 9월, 학교 어린이집을 시작하고 매일 매일 엄마가 싸주는 도시락을 갖고 열심히 어린이집을 다니던 뚱이. 두번째 학기가 되었을 때였나.  해마다 한번씩 하는 선생님과 부모님 면담 시간이 다가왔고, 그 때 처음으로 선생님과 줌으로 온라인..

속상한 날.. 잭이 나 때문에 울었다...

오늘은 좀 속상한 날입니다. 우리 큰 아이 잭이 저 때문에 울었거든요.  요며칠 아이에게 제가 제 화를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여서 야단치는 일이 여러번 있었어요. 오늘도 그랬습니다.잘못을 했으니 야단을 치는 거지만, 전 그 야단이 꼭 고성을 동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늘 제 감정(=화)을 억누르고, 이성의 끈을 잡고, 아이에게 뭐가 잘못이고,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는지 이야기하고, 같은 잘못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아이의 다짐을 받으며 아이를 나무랐는데, 요 며칠은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잘 안 되더라구요. 정말 오랫만에 올리는 글이 이렇게 우울한 글입니다. ㅠㅠ왜 그랬을까.. 이유야 찾으려면 많습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피곤하고, 자기도 자기의 화가 잘 주체가 되지 않을 겁니다.  ADHD..

[영국이민생활] 아이 초등학교에서 부모 봉사자 되기

드디어 아이 학교에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아이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려고 처음으로 마음 먹었던 것은 작년이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봉사를 시작하기까지 근 일 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네요.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이 많았고, 그 관문 앞에서 작년에는 제 풀에 꺾여 포기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올해 2월 중순에 다시 한번 큰 맘 먹고 학교에 봉사활동을 하겠노라 문을 두드렸고, "부모 봉사자 (Parent Volunteer)"가 되기 위한 긴 과정을 거친 후 4월 29일 월요일 오늘 드디어 첫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내 시간을 들여서 돈도 받지 않고 학교를 돕겠다고 나섰지만, 학교로 들어가는 과정은 만만치가 않았어요.  그게 제가 작년에 결국..

[영국 초1 이야기] ADHD여도, 자폐여도, "괜찮아, 사랑이야"

안녕하세요.  참 오랫만에 글을 올립니다. 블로그에 글을 다시 쓸 수 있기까지 몇 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희는 잘 지내고 있었어요.  겨울동안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 같은 시간을 보냈고, 그 시간이 새해 초까지 이어졌어요.  복잡했던 생각과 마음들이 정리되면서 우리 가족의 삶은 전과 같으면서도 또 새로운 한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제목에서 짐작하시다시피 지난 겨울 저와 틴틴 저희 부부의 화두는 ADHD와 자폐였어요.  자폐를 영어로 줄여서 ASD(오티즘 스펙트럼 장애)라고도 하죠.  최근에는 이 모든 것들을 포괄해서 Neurodiversity라고도 부릅니다.  신경발달이 '다른' 것일 뿐, 잘못된 게 아니라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같아요. 어쨌거나, 저희 가족의 화두가 ADHD와 자폐였던 ..

[학교에서 생긴 일] 나는 내가 싫어. 난 공부를 못 해.

학교 선생님께서 저희 아이를 사회성 부족을 걱정하고 계실 때 있었던 일이었어요. 1월 말, 2월 초의 일이었죠. 아이가 잠자리에서 그러더라구요. 자기는 자기가 싫고, 자기는 공부를 못한다구요.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저는 아이의 이런 이야기에 놀라고 당황했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자연스럽게 아이와 대화를 이어가며 도대체 아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날의 상황을 자세히 이야기해보자면,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며 침대에 누워서 읽을 책들을 몇 권 골라 침대에 다같이 누웠어요. 첫째 잭과 둘째 뚱이 사이에 제가 누웠습니다. 제가 골라온 여러권의 책들을 보면서 첫째가 갑자기 영어로 말을 하네요. "I hate this book. I hate this bo..

[육아단상] 아이가 처음으로 선생님께 인사를 건넸다!

2023년이 되면서부터는 대부분, 거의 99% 남편이 첫째를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고 있어요.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는 덕분에 가능한 일입니다. 2022년 1월 남편이 런던에 있는 직장으로 옮기게 되서 2022년 8월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를 왔는데요. 당시 런던에 있는 직장을 잡기로 한 것은 코비드 상황이 좀 더 장기화되어서 당분간은 출퇴근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는데요. 왠걸.. 당장 일주일에 하루씩 출퇴근을 해야했던 탓에 서둘러 런던 인근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렇게 급하게 이사를 진행하며 저랑 남편이 나눴던 얘기가, 막상 이렇게 이사하고 났더니 다시 재택만 하게 되는 거 아니냐고 우스개소리를 했었어요. 그런데 그것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올해들어 6월 초가 된 지금까지 남편이 회사에 나간 ..

전국민을 조기교육하는 영국의 공교육: 부모 입장에서 좋은 점과 힘든 점

저희 첫째는 만 5세, 영국에서 리셉션(Reception) 학년에 다니고 있어요. 리셉션은 초등학교 1학년을 시작하기 전에 있는 1년간의 과정입니다. 만 4세에 시작하는 영국의 공교육 영국은 의외로 교육과정이 빠르게 시작됩니다. 만 3세가 되면 모든 아이들이 1주일에 15시간씩 널서리(유치원)를 다닐 수 있고, 만 4세가 되면 리셉션 학년에 진학해요. 주 15시간은 일하는 엄마들에게는 터무니없이 적은 시간 수이지만, 만 3세라는 아이들의 연령을 생각하면 하루 3시간만 기관에 머물며 단체생활에 조금씩 적응하기에 딱 적당해보이기도 하는 시간입니다. 1년간 그렇게 적응을 한 후, 만 4세가 되면 주 5회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학교생활을 하게 되는거죠. 영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놀란 것은 아이들에 대한 교..

[리셉션 적응기] 선생님 면담 후.. 부부동반 재면담 이야기

지난 번 글에서 선생님과의 면담 후에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몹시 당황한 일을 적어보았는데요. 오늘 드디어 그 뒷 이야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지난 일 요약 이전글을 보시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요약하자면, 저희 선생님은 저희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이 너무 떨어진다고 자폐를 의심하셨고, 의사를 만나볼 것을 권하셨어요. 저는 그 자리에서는 좋다고 했는데, 집에 돌아와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선생님께서 보시는 우리 아이와 집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우리 아이 모습이 많이 달라 혼란스러웠고, 그런 점을 선생님께 이메일을 보내 추가로 설명드렸어요. 그리고, 저는 영어 장벽을 좀 낮추기 위해 아이에게 '외국어로서의 영어' 수업을 매일 10분이라도, 안 되면 주 2회만이라도 받을 수 있을지 여쭤봤어요. 그에 대한 선생..

[리셉션] 선생님과 면담, 그리고 그 후.. 자폐 의심과 우리의 대응

제 지난 이야기에 후기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실 거 같아요. 2023.01.31 - [교육/리셉션(0학년) 일상] - [리셉션 적응기] 아이(만 5세) 선생님께 또 불려갑니다... 사실 몇번이나 글을 적었다 비공개로 저장하고, 또 새글을 쓰다가 애들 때문에 중단하다가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 어느새 몇 주가 지나버렸네요. 당시 제 불길했던 예감은 틀리지가 않았어요. 선생님을 만났고, 선생님은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관찰한 아이의 특징을 나열하시며 소견서를 써줄테니 소아과 전문의를 만나볼 것을 권하셨어요. 선생님께서 묘사하시는 아이의 특징들은 다름아닌 고기능성 자폐(학습 능력은 있으나 사회적 상호작용이 안 되고 사회기술이 현저히 떨어지는 아이)였어요. 학습은 잘 되는 편이지만 다른 아이들과 상호작용이 없고 사회..

[리셉션 적응기] 아이(만 5세) 선생님께 또 불려갑니다...

네, 제목 그대로예요. 또 불려갈 예정이에요. 며칠 뒤에... 학교를 시작하니 한 학기에 한번씩 선생님과 부모님 면담을 하나봐요. 영국은 9월에 학기를 시작하고 1년이 3학기제로, 가을학기, 봄학기, 여름학기로 이루어져요. 첫 학기에는 10월 중간방학 직전쯤 10분간 온라인으로 선생님과 면담을 했어요. 그리고 이번에도 이번학기 미팅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미팅 하루를 앞두고 선생님으로부터 메일이 왔습니다. 따로 만나서 면담할 수 있겠느냐구요. 온라인으로 미팅을 하면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10분이 다 되면 통화연결이 끊어져요. 그런 점을 말씀하시며, 저희에게는 몇가지 더 이야기해야 할 것들이 있어서 며칠 후 방과후에 면대면으로 직접 만나서 미팅을 했으면 좋겠다구요. 이메일을 받자마자 저는 가슴이 철렁... 선..

[영국생활] 초등학교 리셉션 첫학기 적응하기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옥포동 몽실언니라고 쓰려고 했는데, 더이상 옥포동에 살고 있지를 않네요. 저의 근시안적이었던 닉네임, 어찌해야할까요. 그나저나, 오늘은 저희 아이 학교 생활 적응 이야기를 해보려구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았는데, 너무나 많아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글을 시작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이전에도 한번 아이 학교생활과 관련한 고민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요. 이젠 저 나름대로의 결론이 좀 내려진 상태예요. 그 결론을 공유하자면, 아이는 학교 생활을 잘 하고 있다. 선생님 말씀을 너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자. 영국이나 한국이나, 좋은 학교, 좋은 선생님도 있고, 다소 아쉬운 학교, 이해하기 힘든 선생님도 있게 마련이다. 하는 것입니다. 아이와 나의 첫..

영국 초딩맘의 지역 도서관 예찬론

첫째 잭이 영국에서 초등학교를 입학하며 첫 학부모 역할에 정신없는 몽실언니입니다. 영국에서는 저도 대학원 생활밖에 안 해본터라 초등학교 학부모가 된다는 게 어떤 일인지는 이제야 하나씩 처음으로 경험하고 있어요. 그 중 요즘 저희 생활을 풍요롭게 해 주고 있는 지역 도서관 이용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몇 달 전부터 저희 첫째 잭이 늘 “한 번도 안 본 책”만 읽고 싶다고 해서 창고에 있던 안 읽은 책 꺼내가며 책 돌려막기 하느라 힘들었는데, 최근 몇 주전부터는 지역 도서관에 가입해서 한번에 20권씩 책을 빌려오는 덕분에 읽을 책이 풍성해졌어요. 그 덕분에 아이도 새로운 책을 즐겁게 보고, 저도 여러 책을 읽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요즘 저희 독서의 주요 테마는 우정, 친구관계, 바른 행동이에요. 학교에서 선..

영국 초등학교의 학사 일정

다음 주부터 2주간 아이 학교가 방학을 해요. 영국은 지역마다, 학교에 따라 학사 일정에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일만적으로 9월 초에 새 학년 새 학기를 시작해서 10월 말에 잠깐 방학을 하고, 12월 중순에 겨울 방학을 합니다. 그리고 1월 초에 다시 개학을 해서 2월 중순에 일주일간 쉬었다가 4월에 또 부활절 방학을 2주 가져요. 그리고 5월 말에 또 잠시 쉽니다. 그리고 7월 중순주터 8월말까진 긴 여름방학. 여름방학을 마치고 돌아오면 9월 초에 다시 새학년을 시작해요. 일반 공립학교들은 1년 52주 중에 38주간 학사일정이 진행되는데, 사립 학교들은 방학 일정도 조금씩 다르고 하루 학과가 좀 더 길어서 1년 36주만 학교를 다녀요. 그래서 공립 학교는 연간 14주가 방학, 사립은 연간 16주가 방학..

첫째의 초등학교 입학

저희 첫째 잭이 초등학교에 입학했어요~ 축하축하!! 정말 오랫만에 글을 업데이트합니다. 공지사항에 월수금, 화목토에 글을 올리겠다는 둥 호언장담이 무색하게 긴 공백을 가졌어요. 그 기간 동안 저희는 아빙던을 떠나 런던 근교로 이사를 했고, 이사에 따른 온갖 행정일을 처리하고, 새로운 지역에 아이 학교 입학 신청을 하고, 한동안의 대기를 했다가 드디어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됐어요. 둘째는 형아가 학교 간 뒤에 자기 혼자서 엄마의 관심을 독차지 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하던 둘째가 이젠 다시 엄마에게도 사랑 표현을 많이 해주고, 엄마와 많이 친해졌어요. 저에게 보내주는 눈빛과 미소가 달라졌답니다. 그런데, 학교는 저희 첫째 아이가 입학했는데, 왜 제가 아이보다 더 힘든 것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