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ADHD와 함께 살아가기

[ADHD 일기] 엄마, ADHD는 뭐의 약자야?

옥포동 몽실언니 2025. 6. 24. 00:54

어제, 그러니까 6월 22일 일요일 오전이었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주말 2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게임&게임방송 이용권을 다 써버리고 더 이상 할 게 없다고 지루해하던 때.  

엄마도 엄마 보고 싶은 티비 한번 좀 보자~

 

엄마도 너희들처럼 티비 좀 보겠노라 하고 티비 채널을 돌렸다.  요즘은 티비를 인터넷으로 보다 보니 현재 방송국에서 송출해주는 방송 중에 골라봐야 했던 우리 어린시절과 달리 채널 선택권이 다양해졌다.  그 중 나는 무조건 건전하고 안전한 컨텐츠만 들어있는 BBC iPlayer로 들어갔고, 내가 전에 핸드폰으로 보다가 중단한 다큐멘터리, "Inside Our Mind: ADHD"가 상단에 떴다.  큰 애가 이 방송에 혹시라도 관심을 보일까, 혹은 이걸 매개로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싶어서 아이가 내 옆에서 보채는 중에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아이는 재미가 없었던 모양이다.  자꾸만 내 손에서 리모컨을 뺏으려고 하는 통에 리모컨 숨기고 찾는 놀이를 하며 시청을 하던 중 아이가 갑자기 나한테 물었다.

엄마, ADHD 는 뭐의 줄임말이야?  (What does ADHD stand for?)

아이가 이 프로에 관심을 가지는 건 좋은데, 막상 첫 질문을 던지니 나는 아직 아이와 이 이야기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응, 그건 Attention..... 그 다음은 뭐더라... 엄마도 좀 알아봐야겠다.

 

그리곤 결국 그 채널을 꺼버렸다.  아이는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을까?

현재 만으로 일곱살, 한국 나이로는 아홉살 초등학교 2학년의 나이인 아이.  이 아이는 본인이 ADHD 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게 집중을 잘 하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게 힘들고, 밥 먹는 시간에도 자꾸만 다른 생각이 나서 몸을 움직이게 되는 것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알 것이다.  워낙 여러번 이야기를 들었으니... 그리고, 균형잡는 운동을 하면 집중력도 좋아진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 또한 워낙 여러번 이야기를 들었으니... 그런데 정작 ADHD가 무엇에 대한 약자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아이에게 나는 Attention 까지밖에 말해줄 수가 없었다. 

Deficit 이라는 말을 차마 꺼낼 수 없었다.  너에게 무엇인가가 결핍되어있단다. 

이어서, 너의 활동성은 Hyper.. 과다한 상태.

그리고 그것을 우리는 "Disorder"라고 부른다는 것을.

아이가 상처받지 않게, 겨우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이해력과 사고력으로 자신의 ADHD가 무엇에 대한 약자인지, 이 이름의 의미가 무엇인지, 나는 그것을 아이가 상처받지 않게 설명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도 잘 모르겠다고 얼버무려버렸다. 

왜 disorder라고 부르는지, 그게 뭔지 아이가 궁금해할 것 같은데, 난 그것을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그리고 오늘, 6월 23일 월요일. 점심을 먹으며 어제 보다 말았던 다큐멘터리 나머지 부분을 마저 시청했다. 두 명의 사례가 나오는데, 그 두명의 사례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각 에피소드마다 눈물이 났다. 

아이야. 너는 과하지 않단다. 너에게 잘못됨이 있는 것도 아니란다. 우린 모두 다르고, 너는 너 자체로 완전하고 아름답다.

 

아이의 진단명을 부정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아이의 진단명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아이와 함께 나누되, 그것이 너의 "잘못됨"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아이가 분명히 인식할 수 있게 설명해주고 싶다.  좀 더 시간을 두고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