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180

잠 자는 게 안 좋다는 첫째 아이, 자는 게 싫은 이유

저희 첫째 잭은 어려서부터 잠 자는 걸 정말 정말 싫어했어요. 또래에 비해 늘 낮잠이 적은 편이었고, 밤잠 재우기도 늘 힘든 일 중에 하나였어요. 아이 재우는 일이 큰 고충이었는데, 얼마전 잘 시간이 됐다고 다같이 침대에 누웠는데 첫째가 그러네요. "잭은 잠 자는 거 안 좋아!!! 자는 거 안 좋아!!" 와.. 아이가 다섯살이 넘으니 이제 자기 싫다고 떼를 쓰지 않고 잠 자는 게 싫다고 스스로 말을 한다고, 우리 잭 많이 컸다고 속으로 감탄을 했어요. "왜 자는 게 안 좋아?" 저는 아이에게 자는 게 왜 안 좋은지 물어봤어요. 제가 저희 아이가 자는 걸 이렇게나 싫어한다고, 그래서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주변에서 그런 얘기들을 해주셨어요. 아이에 따라서 자는 걸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아이들이 있..

[학교에서 생긴 일] 나는 내가 싫어. 난 공부를 못 해.

학교 선생님께서 저희 아이를 사회성 부족을 걱정하고 계실 때 있었던 일이었어요. 1월 말, 2월 초의 일이었죠. 아이가 잠자리에서 그러더라구요. 자기는 자기가 싫고, 자기는 공부를 못한다구요.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저는 아이의 이런 이야기에 놀라고 당황했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자연스럽게 아이와 대화를 이어가며 도대체 아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날의 상황을 자세히 이야기해보자면,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며 침대에 누워서 읽을 책들을 몇 권 골라 침대에 다같이 누웠어요. 첫째 잭과 둘째 뚱이 사이에 제가 누웠습니다. 제가 골라온 여러권의 책들을 보면서 첫째가 갑자기 영어로 말을 하네요. "I hate this book. I hate this bo..

[형제이야기] 너 T냐?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 이야기

요즘 제가 저녁에 누워 즐겨보는 채널이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피식쇼인데요. 우연히 알고리즘을 통해 shorts 영상 하나를 보고는 '이게 뭐야?!!' 하고 보기 시작해서 요즘 제 생활에 웃음을 주는 쇼가 됐어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글로벌 쇼'를 표방하며 미국식 토크쇼를 흉내내며 한국어 섞인 영어와 콩글리쉬 등을 가감없이 구사하며 진행되는 토크쇼예요. 저런 말과 재치들이 어디서 나오나 신기하고, 생각지 못한 발상들에 웃음을 터뜨리게 됩니다. 특히, 그 중에서 Daily Korean이라는 코너에서 한국어 최신 속어를 가르쳐주는 코너가 있는데, 그게 정말 재밌습니다. 최근에 나온 Daily Korean에서 배운 말이 '너 T냐?' 라는 말이었어요. 이 말을 듣자마자 저는 저희 잭과 뚱이..

[육아단상] 둘째 때문에 혼이 쏙 빠진 날

오늘은 둘째 뚱이 때문에 아침부터 혼이 쏙 빠졌어요. 사실 저희 첫째 잭 때문에 혼이 빠졌던 날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에 비해 둘째가 저희 혼을 빼 놓는 날의 수는 횟수로만 따지자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예요. 그렇지만 과거의 기억은 미화되는 법! 첫째 때문에 진땀빼고 힘들어했던 시기가 얼마나 지났다고, 이제는 그 시간들이 기억도 나질 않는 건 물론이거니와 아예 그런 적도 없었던 것처럼, 그야말로 '없던 일'처럼 여겨지기까지 합니다. 우리 둘째 뚱이는 첫째에 비해서는 키우기가 수월한 편이었어요. 그 수월함에 제가 너무 맘 놓고 있었던 것일까요. 자신을 좀 더 손쉽게 다룰 수 있다고 믿고 있던 엄마에게 이제 그만 정신차리라고, 난 언제까지나 그렇게 쉽기만 하지는 않을 거라는 선언이라도 하듯이 오늘 아침 ..

[육아단상] 아이가 처음으로 선생님께 인사를 건넸다!

2023년이 되면서부터는 대부분, 거의 99% 남편이 첫째를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고 있어요.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는 덕분에 가능한 일입니다. 2022년 1월 남편이 런던에 있는 직장으로 옮기게 되서 2022년 8월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를 왔는데요. 당시 런던에 있는 직장을 잡기로 한 것은 코비드 상황이 좀 더 장기화되어서 당분간은 출퇴근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는데요. 왠걸.. 당장 일주일에 하루씩 출퇴근을 해야했던 탓에 서둘러 런던 인근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렇게 급하게 이사를 진행하며 저랑 남편이 나눴던 얘기가, 막상 이렇게 이사하고 났더니 다시 재택만 하게 되는 거 아니냐고 우스개소리를 했었어요. 그런데 그것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올해들어 6월 초가 된 지금까지 남편이 회사에 나간 ..

영국 초등학교의 포닉스 교육과 손글씨 교육: 첫째(만5세)의 글씨 발전사와 둘째 마음 챙기기

저는 아이 둘을 키우고 있어요. 큰 아이는 다섯 살, 작은 아이는 세 살인데, 한국 나이로 치자면 큰 아이는 일곱살, 작은 아이는 네 살이에요. 오늘은 첫째의 손글씨 발전사를 써볼까 합니다. 한국에서도 일곱 살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기 전에도 글씨를 모두 배울 나이인데, 저는 이 나이가 왜 이렇게 이른 것처럼 느껴지나 모르겠어요. 제 친구들 중 똑똑한 친구들은 본인들이 네살, 다섯살에 스스로 한글을 깨쳤다고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티비에 나오는 글자나 책에 나오는 글자들을 궁금해할 때 주변 가족들이 조금씩 알려주는 것만 듣고 스스로 글자를 깨쳐서 글을 읽기 시작했다고들 했죠. 그러나! 저는 학교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글자를 배웠어요. 집에 언니가 둘이나 있었지만 언니들 곁에서 글씨를 깨치거나 하는 일은 저..

[형제육아의 즐거움] 만 5세 첫째와 만 3세 둘째의 말재간

요즘 아이들이 말을 할 때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첫째는 말이 늦기도 했지만, 언어적으로 표현을 많이 하지 않는 아이였어요. 몸짓과 행동으로 많이 하는 편이었거든요. 아기 때 옹알이도 별로 없었고, 좀 더 커서도 자기가 생각하는 걸 말로 하기 보다는 자기 혼자하는 어떤 행동에 몰입하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둘째는 말이 빨랐고, 자기가 하는 행동이나 자기가 느끼는 감정들을 말로 잘 표현하는 편이에요. 언어를 통해 표현하고 확인받고자 하는 욕구가 좀 더 많은 것 같고, 언어 자극에 대한 반응도 좀 더 큰 편인 것 같아요. 이렇게 첫째와 둘째가 참 다르지만, 둘 다 각자만의 속도대로 자기만의 방식대로 커가는 걸 보면 참 신기합니다. 첫째는 첫째대로, 둘째는 둘째대로 각자의 언어적 발달로 저를 놀라게 해요. ..

깜깜한 건 안 먹어도 돼 + 육아동지 및 육아선배들께 드리는 인사

오늘도 아이들을 재우느라 저의 밤쇼는 시작됐습니다. 저녁을 먹고, 아이들 양치를 시키고 나면 잠자리를 준비합니다. 아이들은 침대에 누워 자기 전에 읽을 책을 고르고, 남편은 아이들이 편하게 잘 수 있도록 침대를 다시 정돈해줍니다. 아이들은 많이 안 피곤한 날은 책을 많이 고르고, 곧 잠이 들 것 같은 날은 책을 적게 골라요. 많이 고르는 날은 다섯권 정도(얇은 책), 적게 고르는 날은 한 권만 고를 때도 있어요. 오늘은 둘이 함께 딱 세 권만 골랐네요. 다행이다 생각하며 책 읽기를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읽을 수 있는 쉬운 이야기 책을 읽을 때면 최소한 한 두 문장이라도 아이가 읽게 해보려고 애를 씁니다. 엄마 눈이 갑자기 안 보이네, 어쩌네 하며 쇼를 하기도 하고, 아님 딱 이 문장, 아님 두 문장만 잭..

[리셉션] 선생님과 면담, 그리고 그 후.. 자폐 의심과 우리의 대응

제 지난 이야기에 후기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실 거 같아요. 2023.01.31 - [교육/리셉션(0학년) 일상] - [리셉션 적응기] 아이(만 5세) 선생님께 또 불려갑니다... 사실 몇번이나 글을 적었다 비공개로 저장하고, 또 새글을 쓰다가 애들 때문에 중단하다가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 어느새 몇 주가 지나버렸네요. 당시 제 불길했던 예감은 틀리지가 않았어요. 선생님을 만났고, 선생님은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관찰한 아이의 특징을 나열하시며 소견서를 써줄테니 소아과 전문의를 만나볼 것을 권하셨어요. 선생님께서 묘사하시는 아이의 특징들은 다름아닌 고기능성 자폐(학습 능력은 있으나 사회적 상호작용이 안 되고 사회기술이 현저히 떨어지는 아이)였어요. 학습은 잘 되는 편이지만 다른 아이들과 상호작용이 없고 사회..

[리셉션 적응기] 아이(만 5세) 선생님께 또 불려갑니다...

네, 제목 그대로예요. 또 불려갈 예정이에요. 며칠 뒤에... 학교를 시작하니 한 학기에 한번씩 선생님과 부모님 면담을 하나봐요. 영국은 9월에 학기를 시작하고 1년이 3학기제로, 가을학기, 봄학기, 여름학기로 이루어져요. 첫 학기에는 10월 중간방학 직전쯤 10분간 온라인으로 선생님과 면담을 했어요. 그리고 이번에도 이번학기 미팅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미팅 하루를 앞두고 선생님으로부터 메일이 왔습니다. 따로 만나서 면담할 수 있겠느냐구요. 온라인으로 미팅을 하면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10분이 다 되면 통화연결이 끊어져요. 그런 점을 말씀하시며, 저희에게는 몇가지 더 이야기해야 할 것들이 있어서 며칠 후 방과후에 면대면으로 직접 만나서 미팅을 했으면 좋겠다구요. 이메일을 받자마자 저는 가슴이 철렁... 선..

나에게도 육아동지가 필요하다!!!!

요즘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아이 데리고 같이 놀이터에 가고, 카페도 함께 가고, 공원에서 함께 뛰어놀고, 날씨 안 좋은 날에는 집에서 같이 놀고 떠들 수 있는 육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첫째를 키울 땐 동네에 친구는 커녕 아는 사람도 하나 없었다. 나 홀로 아이 유모차 끌고 이리가고 저리가며 온종일 혼자 아이와 시간 보내며 오후 5시 30분에 퇴근할 남편만 목놓아 기다렸다. 생각해보면 그 때 난 혼자서 어떻게 그 외로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나 모르겠다. 누구와 함께 지내보지 않아서, 육아 동지를 가져보지 않아서 육아동지가 주는 위안과 기쁨 자체를 몰랐더랬다. 고기 맛도 먹어본 놈이 안다고.. 박사과정 하면서 외롭게 힘든 시간 버티는 것에 익숙했던 덕분에 그 시간을 당연한 듯 생각하며 지낼 수 있..

엄마의 인생은 어디에…

블로그에 글 쓸 시간이 나지 않는다. 핸드폰으로조차 글 쓰기가 여의치 않다. 아이들이 잠들면 나도 함께 잠이 들어버린다. 사실 아이들 재우다가 아이들보다 먼저 잠들 때도 많다. 뭔가 차분히 생각할 시간도 없고, 그러니 그걸 글로 쓰는 것도 어렵다. 흔히들 취미라고 하는 활동이 내게는 블로그 쓰기인데, 그 조차 할 시간이 없다는 건 내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든다. 고립된 타향살이에서 유일하게 내가 외부와 소통하는 곳인데, 그 소통마저 길이 막힌 느낌. 엄마가 된다는 게 이런 건지 몰랐다. 알았던들 뭐가 다르기야할까 싶지만… 알았다 하더라고 몸소 겪어보지 않고서는 그 괴로움과 고충을 온전히 100% 다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며 얻는 기쁨과 즐거움도 있지만, 그 대가로 내 취미 포기, 내 시간..

영국 초등학교의 학사 일정

다음 주부터 2주간 아이 학교가 방학을 해요. 영국은 지역마다, 학교에 따라 학사 일정에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일만적으로 9월 초에 새 학년 새 학기를 시작해서 10월 말에 잠깐 방학을 하고, 12월 중순에 겨울 방학을 합니다. 그리고 1월 초에 다시 개학을 해서 2월 중순에 일주일간 쉬었다가 4월에 또 부활절 방학을 2주 가져요. 그리고 5월 말에 또 잠시 쉽니다. 그리고 7월 중순주터 8월말까진 긴 여름방학. 여름방학을 마치고 돌아오면 9월 초에 다시 새학년을 시작해요. 일반 공립학교들은 1년 52주 중에 38주간 학사일정이 진행되는데, 사립 학교들은 방학 일정도 조금씩 다르고 하루 학과가 좀 더 길어서 1년 36주만 학교를 다녀요. 그래서 공립 학교는 연간 14주가 방학, 사립은 연간 16주가 방학..

33개월 둘째의 언어 발달

요즘 저희 둘째 뚱이는 엄마와의 하루를 보내며 즐겁게 살고(?) 있어요. 저도 오즘 둘째를 보며 이래서 사람들이 둘째, 둘째 하는구나 느끼고 있기도 합니다. 저희 둘째는 이번주로 33개월을 꽉 채워요. 3개월 뒤면 만 3세가 된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아직 마냥 아기같은데 벌써 이렇게 컸다는 게 믿기지 않고, 아직 만 3세도 안 됐는데 이렇게 말을 잘 하는 것도 참 신기해요. 저희 첫째 잭은 말이 늦고, 아이가 말이 없는 편이었어요. 옹알이도 많이 하지 않았고, 저희 엄마 표현에 잭은 아예 “입을 떼지 않는” 아이였죠. 반면에 두 돌도 되기 전에 전동드릴을 사용하고, 뛰면서 공을 발로 차는 신체 발달을 보였어요. 반면에, 저희 둘째는 세 돌이 가까워지는 지금도 공차기는 어눌하고, 뛰면서 공을 ..

[33개월 둘째 육아일기] 미스터 파인애플씨

요즘 집 앞에서 씽씽이 타기를 즐기는 둘째. 머리 스타일 보이시나요? 한국에서 “사과 머리”라고 불리는 저 머리를 저희 잭과 뚱이는 “미스터 퍼인애플씨”라고 부릅니다. “엄마, 선재 미스터파인애플씨 하고 싶은데~” 하고 저에게 머리를 묶어달라고 하는 둘째. 어느 날 둘째 뚱이가 자기도 저처럼 머리를 묶고싶다고 해서 아이 머리를 묶어줬더니 그 모습을 본 잭이 머리 모양이 파인애플 꼭지 같다며 “선재 미스터 파인애플?!!” 하고 마구 웃어서 다같이 웃음을 터뜨렸어요. 그런데 집에서는 한국어를 쓰니 그걸 제가 굳이 번역해서 “선재 파인애플씨됐어?” 하고 되물었더니 그 두 표현을 합쳐서 애들이 저 머리를 “미스터 파인애플씨”라고 불러요. 저희 둘째의 요즘 생활은 너무 즐겁습니다. 저 생활이 부러울 지경이에요~ ..

출산을 고민하는 분들께 올리는 출산장려일기!

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건 참 쉽지가 않습니다. 한국에 사시는 분들 중 해외 이주를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남에 떡이 커보이는 법이니 그럴 법도 하죠. 그런데 막상 해외에 오래 살다 보면 해외 살이는 딱 몇 년, 2년에서 3년 정도 한정된 기간만 하는 게 좋지, 주구장창 외국인으로 가족을 일궈서 살아간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교민들이 많이 사는 곳에서는 삶이 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현지 출신인 경우에도 삶은 조금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적어도 한쪽이라도 가족이 같은 나라에 있고, 그 나라의 사회와 문화에 익숙하니까요. 그러나 저희처럼 부부 모두 외국인으로 해외에 정착해서 살 때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당장 이 사회가 돌아가는 시스템도 모르고, ..

[장난감 추천] 만 4세 우리 아이가 가장 잘 갖고 노는 장난감

오늘은 저희 큰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을 소개해볼까 해요. 저희가 갖고 있는 장난감들 중에서 가장 본전 뽑았다 싶은 장난감들을 꼽아보자면, 1. 레고 2. 브리오 기차 놀이 세트 3. 토마스 기차 놀이 세트 4. Gravitrax 장난감 5. 미니 드론 6. RC 자동차 7. Hotwheels 자동차와 트랙 정도인 것 같아요. 레고 그 중에서도 최고는 레고인 것 같아요. 레고...그게 뭐라고...저희 잭은 레고를 좋아하네요. 작년 여름, 그러니까 아이가 만 3세 반 가량이었을 때 만드는 자동차나 비행기는 좀 단순한 형태를 반복했었어요. 아래와 같이 말이죠. 길쭉한 모양에 긴 날개를 달면 비행기. 길쭉한 모양에 짧은 날개를 달아주면 로케트 같은 식이었죠. 포크레인을 만들어도 그냥 단순한 모양의 포크레..

[육아일기] 전업주부로 복귀하는 중입니다.

두둥~ 그 날이 드디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제가 전업주부로 복귀하는 날! 실은 이미 적응기간을 시작했습니다. 풀타임 전업주부로 돌아가다 몇 주 전 제가 맡았던 마지막 일을 끝냈어요. 영국의 장애아동 돌봄 정책에 대한 보고서를 쓰는 일이었습니다. 현재 보고서를 다른 박사님 두 분이 검독(review)을 하고 계시고, 검독 결과를 받으면 그걸 바탕으로 원고를 좀 수정해야 해요. 그것만 빼고는 올해는 더 이상 제 개인적인 일은 없을 예정입니다. 고로, 저는 다시 전업주부로 돌아갑니다. 점진적 전환 한번에 전업주부로 돌아가면 힘들 것 같아서 저희는 점진적으로 전환하기로 했어요. 일단 5월부터는 어린이집 하루를 뺐고, 6월부터는 이틀을 뺐습니다. 그리고 7월 중순이면 아예 어린이집을 그만두고 아이들은 ..

[생후 28개월 성장일기] 언어발달: 말이 청산유수라~

저희 둘째 뚱이 이야기를 올려볼까 합니다. 요즘 저희 뚱이는 흔히 말하는 '시러시러병'에 걸렸어요. 다 안 좋대요. 뭐든 다. 잠 자는 거 안 좋아. 어린이집 가는 거 안 좋아. 이 옷 안 좋아. 이 밥 안 좋아. 다른 밥 줘. 요즘 들어 이 아이가 왜 이러는 걸까요? 얘가 요즘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나 하고 보니 아이가 28개월이네요. 이 시기가 그런 시기인가 봅니다. 저희 아이는 작년 초만해도 이렇게 아기아기한 느낌이었습니다. 저 때 저희가 아직 분유를 안 뗐나봐요. 동생은 우유 생각도 없는데 형아인 잭이 가든에 드러누워 저렇게 동생 젖병을 빨고 있었습니다. 생글생글 미소가 이쁜 아이. 이러던 어린 아이가 어느새 쑥쑥 자랐습니다. 이 아이는 자동차를 정말 좋아해요. 밥 먹을 때도 자동차와 함께 하는데..

[만4세 육아] 아이가 좋아하는 건축/창작 놀이

저희 첫째 잭은 어려서부터 뭔가를 짓는 걸 참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며칠 전 아이가 만든 연못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그 외에도 아이는 집에서 많은 걸 만들었다 부쉈다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오늘은 최근 아이가 만든 예쁜 것들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레고로 뭔가를 만드는 건 평상시에 자주 하는 놀이예요. 설명서를 보고 정해진 것을 만들며 놀지는 못하지만, 레고 모양을 이용해서 자기만의 무언가를 잘 만드는 편이에요. 뭐든 만들고 나면 그 때 그 때마다 뭘 만든건지 알려주는 편인데, 저 자동차는 뭐라고 하며 만든 건지 기억이 안 나네요. 유아용 큰 레고도 잘 갖고 노는 편이에요. 자동차 가라지를 만들었어요. 재활용 쓰레기 차도 들어가고, 그 외에 여러 트럭과 자동차를 실어놨네요. 큰 아이 잭이 뭔가를 만들면..

[만4세 육아] 아이가 만든 연못

안녕하세요. 정말 오랫만에 올리는 글입니다. 많이 바빴어요. 제 블로그 업데이트가 뜸할 때는 저나 가족이 많이 아프거나, 제가 많이 바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이번에는 많이 바빴어요. 새 글을 쓰려고 보니 거의 3주 반만에 올리는 새 글이네요. 잊지않고 저희 가족의 이야기를 읽으러 와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오늘은 저희 아이가 최근에 만든 연못을 공유할까 해요. 저희 첫째 잭은 뭘 만드는 걸 아주 좋아해요. 구조물을 만드는 걸 특히 좋아해요. 영국에서는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마트에서 아이들 놀이용 모래를 판매합니다. 아이들이 만지고 놀아도 안전하도록 깨끗하게 씻고 처리한 모래로, 한 포에 몇 파운드면 살 수 있어요. 할인하면 두 포대에 5파운드(8천원 가량) 정도에 살 수 있어요. 올해..

이사 계획에 대한 잭의 불편한 마음

매일 아침 어린이집이 가기 싫다고 우는 잭. 작년 겨울만 해도 제법 잘 다닌 것 같은데,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이렇게 가기 싫다고 다시 울기 시작한 게. 최근 한달도 안 된 일이다. 매일 가기 싫어하긴 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아이가 매일 아침마다 어린이집 문 앞에서 다시 씨름을 하자, 얼마전 케이트가 물었다. "혹시 아이가 이사 가는 거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러는 거 아니예요? 다른 건 이유를 찾을 수가 없어요." "네, 알고 있긴 한데... " 난 이사 가는 거랑, 어린이집 다니는 게 무슨 상관이라고 케이트가 저러나 생각하고 말았다. 그리고 어제. 아이가 어김없이 들어가지 않겠노라 어린이집 문앞에서 버텼고, 낮동안 몇번의 말썽으로 조용한 시간을 갖는 벌을 섰다고 했다. "아이가 어린이집 너무..

두 아들의 엄마되기, 상상도 해 본 적 없는 일

내 인생에 상상도 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사실 난 결혼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참 오랫동안 했었다. 내가 누군가와 연애는 몰라도 결혼을? 거기다가 출산을? 육아를? 상상이 잘 안 되는 그림이었다. 어린 시절, 두 언니 밑에서 셋째로 자란 나는 우리 집 세 딸들 중 그나마 가장 여성스러운 성격을 가진 아이였다. 언니들은 나와 비교할 수 없게 시원, 화끈, 괄괄한 성격이다. 난 우리 셋 중 가장 새침하고, 부끄럼 많고, 조용하고, 얌전한 아이였다. 어린 시절, 언니들은 내게 "쟤는 남자혐오증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 정도로 나는 남자에 대해 무지했다. 남자들과 말도 잘 나누지 못했고, 어려어했다. 아버지에 대한 어려움이 고스란히 전가되었던 것 같다. 동생도 남자아이였지만, 동생은 내게 인형같..

2022년 3월 30일, 워킹맘 포기를 선언하다!

오늘은 저에게 정말 중요한 날입니다. 꼭 기록해둬야 할 날이에요. 그래서 바쁜 일 다 제치고 블로그에 들어와서 이렇게 기록에 남겨봅니다. 오늘은 저희 아이들이 영국 어린이집을 다닌지 1년 하고 2일이 지난 날입니다. 바로 오늘, 저는 어린이집에 전화해서 이야기했어요. 5월부터 주 4일로 바꾸고, 6월부터는 주 3일로 바꾸고 싶다고 말이죠. 더이상 전업맘을 하지 않고, 일 욕심 내지 않고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을 늘리기로 결심한 날입니다. 몇달에 걸쳐, 아니, 아이들을 주 5일 보내는 거의 내내 고민했던 것 같던 그 고민의 답을 내린 날입니다. 그리고 그 결심을 실행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날이구요. 아이들은 지난 1년간 주 5일 풀타임으로 어린이집을 다녔어요. 영국 어린이집은 한국 어린이집과 달리 원하는 요..

[그림일기] 집안일과 함께하는 아이들의 일상

아이들은 집안일을 좋아한다. 제일 좋아하지는 않고, 하다 하다 할 게 없으면 집안일을 거드려는 것 같다. 특히 나와 틴틴이 진지하게 집안일을 할 때면 아이들이 덤벼대서 제대로 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도 집안일에 관심 없는 것보다는 자기들도 참여하려고 한다는 게 어딘가 싶어 아이들이 하고 싶어할 때면 최대한 기회를 주려고 한다. 위험한 수준만 아니라면. 잭이 좋아하는 설거지. 어릴 때부터 그렇게 설거지를 하고 싶어하더니, 이제 좀만 더하면 제대로 설거지를 할 수 있을 수준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무엇보다 폼만큼은 그럴싸하다는! 집에 가든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우리는 가든을 잘 쓰는 편이라서 다음에 이사가는 집에도 가든이 최소한 현재만큼의 크기라도 되면 좋겠다는 게 희망사항이다. 인조잔디, 노노~ ..

해가 나자 파티를 해야 한다는 네 살 아들

어제는 햇살이 정말 좋았다. 따뜻하고 화창한 봄 햇살이 쏟아졌다. 그래도 기온은 여전히 겨울이다. 한국의 겨울은 언제나 해가 많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저런 해가 정말 귀하다. 12월 한달 중에 해가 있었던 시간은 총 29시간 뿐이었다고 한다. 앞집 Jen이 내게 그 말을 하면서, 믿을 수 있냐고, 이게 말이 되는 날씨냐고 하소연을 해서 알게 된 사실이다. 미국 동부 출신인 Jen에게도 영국 날씨가 아직 적응이 안 되나보다. 갑자기 해가 반짝하고 나자 첫째 잭이 기분이 너무 좋았다. 아이 운동화를 사러 나가는 길. 새 신발을 산지 넉 달도 안 된 것 같은데, 아이 신발에 이미 구멍이 난지 한달이 넘었다. 신발을 신고 도대체 뭘 하는 건지, 신발 내구성이 심하게 떨어지는 건지. 작년 10월 말에 산 신발이 ..

[육아일기] 만 4세 아들의 창작의 세계

모든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우리 잭도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 그 중 우리 잭의 창작의 세계를 소개할까 한다. 얼마 전 어느 주말, 끼니마다 먹는 게 고민이던 우리는 한국슈퍼에 가서 김밥용 단무지와 우엉 세트를 사 온 게 기억이 나서 집에 있던 프랑크프루터(길쭉한 소세지)를 물에 데친 후 소세지 김밥을 말아먹었다. 내가 김밥을 싸겠다고 하자 잭이 와서 자기도 같이 싸겠다고 덤빈다. 잭이 열심히 쌌지만 김밥 모양은 엉망이었다. 그러자 자기 김밥은 모두 내팽개치고 내가 싼 김밥을 자기 접시에 달라고 했다. 김밥을 동그랗게 쌓아줬고, 아이는 접시를 들고 식탁으로 갔다. 식탁으로 간 후에도 나머지 김밥을 싸고 있는 내게로 와서 잘라둔 소세지를 하나씩 가져가던 잭. 하나를 가져가고는 잠시 후 다시 와서 또 하나를 ..

만 4세 아들의 질문: "엄마는 진짜 혼자서 해?"

요즘 우리 잭이 쑥쑥 자라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평소에도 늘 주변을 살피며 엄마 아빠가 하는 행동을 유심히 보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우리가 하는 행동을 늘 자기도 하고 싶어하고, 우리도 눈치 채지 못한 우리 행동을 아이가 따라하고 있어서 우리를 놀라게 할 때가 있다. 최근들어서 우리 부부가 직접 하는 것 중 아이가 자기도 따라해보고 싶었던 행동이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다름아닌 "대변닦기"였다!!! 엄마 아빠가 대변 닦는 것을 자기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엄마 아빠가 자기 대변을 닦아주지만 엄마 아빠는 각자 스스로 해결한다는 것쯤을 알고 있던 잭. 어느 날은 대변 본 후에도 다 눴다고, 닦아달라고 소리치는 소리가 나질 않아서 아이 화장실 문을 노크했다. 괜찮은 거냐고, 혹시 변기에 빠진 건 아니..

만 2세 아들의 지극한 자동차 사랑

뚱이는 자동차 사랑이 지극하다. 자나 깨나 자동차. 차를 탈 때도 자동차를 쥐고 타고, 목욕을 할 때도 자동차를 갖고 간다. 외출 준비를 하고 아이 신발을 신기려고 하고 있으면 어느샌가 아이는 자동차를 찾아서 재빨리 손에 쥔 채로 신발을 신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집에 자동차가 배달되어 왔다. 아이 둘이 자동차로 맨날 싸우니, 틴틴이 자기도 자동차가 갖고 싶단다. 아이들이 저렇게 좋아하니 자기도 자기만의 자동차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세일 중인 어느 자동차 세트를 주문했다. 그 자동차는 틴틴이 런던으로 출근한 날 배송됐다. 박스를 발견한 아이들. 자동차 사랑이 남다른 뚱이가 박스를 낚아챘다. 자기만의 힘과 속도로 낚아챘다. 절대적인 힘은 첫째 잭이 더 세지만, 해도 되는 것 안 되는 것에 대한 개념..

아이들의 근황

2022년 2월 2일 수요일 아빙던 날씨 흐림 아이들은 쑥쑥 잘 자라고 있다. 그간 어린이집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즈음하여 확진자가 3명 나왔고, 최근 또 2명이 나왔다. 우리 아이들 또래에게 감기는 그냥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다 보니 코비드와 살아가는 게 크게 특별하지는 않다. 우리 잭이 어렸을 때,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던 시기에도 얼마나 많은 감기와 중이염을 앓고, 아이를 데리고 한밤중에 응급실을 다녔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오히려 그 때보다는 상황이 더 나쁠 게 없는 것 같을 정도이다. 영국은 이렇게 코비드와 함께 살고 있다. 모두 앓고, 아프고, 견디며 집단면역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많은 생명의 희생이 있었고, 살아남은 이들도 많은 고통을 견뎌야했던 시간. 앞으로 우리는 얼마나 더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