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임신

이사한지 세달만에 영국이웃들이 건넨 뜻밖의 출산선물!

옥포동 몽실언니 2018. 2. 9. 19:57

정말이지 이것들은 깜짝선물이었다. 

작년 3월 아빙던에 처음으로 이사와서 가장 작고 저렴한 아파트에 세를 들어 살다가 임신 사실을 알고나서 작년 9월에 현재의 집으로 이사를 들어와서 12월 초에 Jack을 낳았으니, 그 사이 딱 3개월을 이 집에서 살았을 뿐인데 아이를 낳고 나서 옆집, 건넛집, 건넛집의 옆집으로부터 출산 선물을 받게 된 것!

아래는 우리 앞집 에밀과 제니퍼 부부가 건네준 선물.  에밀과 제니퍼는 Tintin의 회사 동료인데다가, 우리집 집들이 음식을 조금 건네준 후에 답례로 할로윈 케잌을 받기도 하는 등 서로간의 왕래가 조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출산 선물까지 챙겨줄 줄은 몰랐다. 

위 사진의 우주복 스타일의 'spleeper' 세벌과 귀여운 아기 양말 한 켤레에, 작은 인형 하나.  그리고 너무 이쁜 손글씨로 적어내려간 카드가 바로 앞집 에밀네 가족이 건네준 선물이다.  세 벌에 한세트인 위 사진의 옷은 손에는 따로 손싸개를 하지 않고도 옷 소매를 이용해서 손을 쌀 수도 있고, 양말을 따로 신기지 않아도 발까지 감싸주는 '슬리퍼'이다.  한국식 슬리퍼 샌달 신발 아니고, 아기 옷이다. ^^ 

영국의 백화점 존루이스 자체브랜드의 옷인데, 영국에서는 백화점에서 팔아도 이런 식의 아기옷은 저렴하다.  순면 100% 3벌짜리 세트에 5-8파운드 내외이니  12,000원에 세벌의 옷이 가능.  존루이스 옷은 다른 저렴한 마트 아기옷들보다는 가격이 조금 더 비싼 대신 (영국 대형마트 ASDA의 의류 브랜드 George의 sleeper는 5벌에 10파운드, 한벌에 3천원 꼴인데, 면은 더 얇고 질이 낮다.) 

앞집의 옆집 할머니 조이스와 우리 옆집 헤일리와 앤드류네는 겨우 인사 한번씩 나눈 게 전부였던 사이였기에 이들로부터의 선물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우리는 아이를 낳고 다음날 병원에서 바로 돌아왔지만 그 다음날 밤 응급실행을 시작으로 하여 아기 황달때문에 첫 한달간은 거의 매일 병원을 오가야 했다.  그랬던 어느날 병원에서 돌아왔더니, 집 앞에 왠 카드가 한장 와 있는 게 아닌가!  누가 보낸건가 하고 조심스레 뜯어보니 바로 앞집의 옆집 할머니 조이스로부터의 축하카드다.  아래 사진의 선물포장이 에밀네의 옷과 양말이 든 선물이고, 가운데 인형도 에밀네에서 보내준 크리스마스 로빈 인형.  우리 잭이 은근 저 인형을 좋아한다.  왼쪽의 화려한 카드가 바로 조이스 할머니가 보낸 카드이고, 우측카드가 에밀네 카드.

이들이 보낸 메세지에는 우리 아들 잭의 출생을 축하해주는 메세지가 들어있었다.  왼쪽 카드는 조이스 할머니 카드, 오른쪽 카드는 에밀네 카드인데, 조이스 할머니는 심지어 우리 이름도 기억하지 못해 미안하다 하는 이야기로 메세지를 시작하여, 이웃에 귀여운 작은 아이가 태어나서 너무 기쁘다는 인사를 건네주었다.  

너무 크게 감동하고 고마웠던 우리는 뭐라도 답례를 해야 할 것 같아서 황급히 쵸코렛을 두통 샀다.  에밀네는 가족이 채식주의자인 관계로 채식주의자용 쵸코렛 상자 큰 것을 샀고, 조이스 할머니의 카드 선물에 대해 큰 쵸코렛 박스로 답례하는 것은 서로서로 부담이니, 할머니께는 자그마한 크리스마스용 쵸코렛 상자를 하나 사서 각각 감사인사를 쓴 크리스마스 카드와 함께 남편을 통해 전달했다.  두 집 모두 너무 고맙다며 좋아했다.  그 저녁은 선물을 건네며 쑥스러운 우리 남편의 유독 큰 웃음소리 덕분에 (!) 골목에 사람사는 듯한 웃음소리가 퍼지는 저녁이었다. 

그리고 며칠이 더 지나... 그날도 우리는 여느때처럼 병원을 갔다가 돌아와서 문을 여니 문 안에 또 선물이 들어와있다!  "이건 또 뭐야~~!!" 하고 열어보니 바로 옆집 앤드류와 헤일리 가족의 선물 아닌가!  귀여운 공룡그림 포장지에 든 아기옷과 함께 카드가 왔다.

영국은 카드도 참 이쁘다. 

카드를 주고 받는 문화가 너무나 발달해있기 때문인지 카드 종류도 정말 다양하다.  고마워도 카드, 미안해도 카드, 좋아해도 카드, 생일에도 카드, 어머니의 날에도 카드, 아버지의 날에도 카드, 학교 졸업해도 카드, 결혼해도 카드, 아기 낳아도 카드, 병으로 아파도 카드, 무슨 일에든 카드가 일단 기본이다.  특히 선물을 주고 받기에 부담스러운 사이에는 카드가 작은 선물로 제격.  카드도 '선물'로 쳐야 하는 이유는.. 카드 값도 비싸기 때문에. ^^;;  앤드류와 헤일리도 우리와 구두로 인사를 한두번 나눈 게 전부라 우리 이름의 스펠링을 모르다 보니 우리 이름을 은근슬쩍 흘려써서 부정확하지만 글씨를 흘려썼기 때문인것처럼 보이게 적어서 왔다.  귀여운 예의다.  ^^ 선물을 뜯어보니 귀여운 사자 패치가 붙은 남자아이 옷이다.

앤드류네 선물이 도착했을 때쯤에는 우리 잭이 아프기 시작해서 이들에게는 따로 고맙다고 인사할 선물을 구입할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크리스마스, 연말 연휴가 끼면서 뭘 주문하든 간에 도착시간이 너무 늦어지고, 그렇게 되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기에도 너무 늦어질 것 같아서 미리 사둔 화려한 신년카드 한장을 적어서 선물 너무 고맙고, 우리 아들은 태어나자 마자 너무 좋은 이웃을 만나 너무 운이 좋은 아이라고, 너희 가족도 새해 건강하고 행복이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메세지를 담아 그 집 문 안에 살포시 놓고 왔다. 

우리 부부만의 초보육아가 3주쯤 지났나.. 둘이서만.. 아니 아기까지 셋이서만 고립되어 지내고 있던 어느날 또 초인종이 울린다.  "누구지?" 하고 남편이 나가보니 앞집 에밀의 부인 제니퍼다.  쵸코렛 너무너무 고맙다며, 아이 돌보는데 설탕의 힘이 좀 필요할 거라고, 그 때 먹으라고 하며 또 뭔가를 건넨다.  아, 이 끝없는 주고받기 체인!!  이걸 정리해보고자 쵸코렛을 건넸건만, 또 이렇게 집에서 직접 만든 쿠키선물이 돌아왔다! 

제니퍼는 바로 앞집에서 들고 오는 것이니 그냥 랩에 싸서 건네줄법도 한데 항상 이렇게 어떤 식으로든 이쁘게 포장을 해서 건네주는 센스쟁이다.  이런 건 나도 좀 배워야겠다.  포장지를 살포시 뜯어보니 피넛버터 베이스의 쿠키에 쵸코가 들어있는 작은 쿠키와 생강향이 가득한 진저쿠키가 담겨있다.  둘 다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쿠키들!

피넛버터에 쵸코라.. 최강 칼로리에 완전 느끼하지 않을까 싶겠지만 이건.. 일단 먹게 되면 멈출 수 없는 중독성이 발휘된다.  부드러운 스니커즈의 쿠키 버전이라고 하면 될까.  코스트코에도 이 비슷한 달코미 디저트를 파는데 (거기는 쿠키는 없이 쵸코렛 안에 피넛버터 필링이 들어있다) 그것과도 매우 비슷한 맛이다. 

어쨌거나 우리 잭은 이렇게 이웃들의 축하를 받으며 태어났다.  마음 씀씀이가 참으로 고마운 이웃들이다.  낯선 곳으로 이사오면서 이웃들과의 이런 식의 상호작용은 기대치도 못했는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참 좋은 곳에 이사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이곳이 많이 낯설고 어색하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