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일기

일 일기

옥포동 몽실언니 2020. 8. 16. 08:18

무슨 생각으로 이 와중에 일을 하기로 한 것인지.

드디어 오늘 하나를 털었고, 이제 남은 하나를 이 달 말까지 잘 완성하면 된다.

아니, 이제 내 기준에 "잘"은 없다. 

그저 주어진 기한 내에 할 수 있는 만큼이 나의 최선이다.  

내가 헌신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분명하게 한정되어 있으니, 그 이상의 욕심을 낼 수 없다.

밤을 새거나, 밤을 새지 않더라도 하루 종일 꼼짝않고 일만 하는 일은 이제 꿈만 같은 일이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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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 일로 인해 치르게 되는 희생이 많다.

지나고 보면 이 희생이 별 것 아니게 느껴질 지 몰라도 지금으로는 정말 큰 희생이다.

남편의 휴가를 모두 내 일을 하는 데 써야 하고, 

가끔은 남편 점심시간에 나는 애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일을 해야 하기도 했다. 

그런 날은 점심을 미리 간단히 준비해서 각자 일 하면서 우적 우적.. 

내가 제일 싫어했던 일이 책상에서 밥 먹는 일이었는데, 그걸 간만에 다시 해 봤다.

그리고 결심했다. 애들 돌보는 중에는 절대 일 욕심은 내면 안 되겠구나.

나도 힘들고, 틴틴도 힘들고, 애들도 힘들다. 

애들은.. 그렇게까지 힘든지는 모르겠지만 (자기들이야 자기들 좋은대로 울고 웃고 할 것 다하니..) 나와 틴틴은 확실히 이렇게 무리하면 체력이 많이 딸린다. 정신적으로도 지친다. 지치면 우울해진다. 우울해지면 왜 우리가 이렇게 고립되어 영국에 살고 있는지 회의가 든다. 그러므로 피곤하고 지치지 않도록 심신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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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조금이라도 경력단절을 줄여보려고, 경력이 단절은 되어도 뭔가 조금이라도 연속성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욕심을 내는 것인데, 왜 그 경력단절의 희생과 약간의 욕심이 굉장한 무리가 될 수 밖에 없는지, 그런 내 현실에 화가 날 때가 있다.  왜 그 희생과 대가의 당사자가 나여야만 하는지.  그걸 내가 감당하는 게 가족 전체에게 좋을 것이라는 판단하게 내린 결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상황이 항상 100%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게 주어진 상황에서의 차선이라 내린 결정이지, 우리 모두가 가장 바라는 현실이기 때문에 내린 결정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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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짧은 책을 한 권 읽었는데, 오랫만에 책 한 권을 다 읽으니 기분이 좋더라. 좋은 영화 한편 본 것마냥 계속 마음에 잔상이 돌고 힘들 때마다 책에서 읽은 대목과 독서하는 동안 느꼈던 낯선 기분, 내가 직접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만나고 돌아 온 기분, 고립되어 있지만 누군가와 잠시 연결되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너무 좋았다. 

다음에 그 책에 대해 블로그에 꼭 올려야지. 

매일 블로그에 글이나 적으며,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에 내 경력단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그런 날은... 영원히 오지 않겠지...?? 적어도 은퇴 전까지 혹은 로또에 당첨되기 전까지는..?

이제 내일부터 시작하게 될 마지막 남은 프로젝트를, 이달의 과제이자 올해 내 마지막 일이 될 프로젝트를 잘 시작하고 잘 끝낼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 밤은 이만하고 잭 옆에 가서 자야겠다.

(난 언제 내 남편이랑 함께 자보나.. 결혼 후 함께 잔 날보다 함께 자지 못한 날이 더 길어지는 느낌이다.)

사진: 우리 부부에게 짧은 휴식을 선물해주는 고마운 해피밀.  맥도날드 drive thru 까지 가는 길, 그리고 오는 길, 또 돌아와서 해피밀 먹으며 해피밀 장난감으로 아이가 즐거워하는 시간까지가 우리의 주말 휴식 시간이다.  이 정도 휴식을 위해서라면 2.99파운드, 5천원이 안 되는 이 돈이 전혀 아깝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