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1

[만3세 놀이활동] 아이의 창작세계

옥포동 몽실언니 2021. 4. 15. 19:06

저는 뭘 그리고 만들고 하는 것에 참 흥미가 없던 사람인데요.  아이를 보면 만들고 그리는 것은 어쩌면 본능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큰 아이 잭은 손에 뭔가가 묻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영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미술이나 창작 활동을 많이 하는 편인데, 아이들이 어릴 때는 어린이집에서 아이 손바닥이나 발바닥에 물감을 묻혀 종이에 찍은 후 그 그림을 활용한 창작활동을 많이 합니다.  저희 잭을 돌봐주던 차일드마인더 베키는 다른 아이들이 모두 해도 저희 잭은 늘 하기 싫어해서 하지 못했다고 알림장에 적어둘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던 잭이 요즘은 가끔 그림을 그립니다.  손에 물감이 묻는 게 싫은 이 아이는 붓을 이용하지요.  아이는 붓으로 그었을 때 나타나는 붓의 질감을 신기하게 관찰하는 것 같아요.  며칠 전, 제가 둘째 뚱이를 재우러 올라간 사이, 아빠가 부엌 뒷정리를 하는 중에 잭이 혼자서 물감과 붓, 종이를 꺼내더니 혼자 붓질을 하며 작품 두 점을 완성했습니다.

3세 4개월, 잭의 미술 작품

아침에 일어나 나이 작품을 본 저는 깜짝 놀랐어요.  뭔가 초록색 물감으로 아이가 그려둔 붓의 터치가 뭔가 강렬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았거든요.  기후변화 위기의 시대에 딱 맞는 작품같다고나 할까요! 하하하.  네, 제가 바로 아들 바보 엄마, 맞습니다.  ^^ 

"우와, 잭, 이거 잭이 직접 그린 거야?  엄~~~청 멋지다!  대단한데?!" 

"이거, 잭이 혼자서 물감, 붓, 종이 꺼내더니 혼자서 다 한 거예요."

틴틴이 잭을 한층 더 부추겨주는 말을 거드네요.

"와, 대단하다. 진짜 멋진데?!"

아이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으쓱해했습니다.  저는 아이를 꼬옥 안아줬어요.  굉장히 멋진 그림이라고. 

그리고 아이들이 어린이집으로 떠난 후.. 

틴틴과 부엌으로 걸어들어오며 부엌 바닥에 놓인 아이 작품에 다시 한번 눈이 간 저는 틴틴에게 말했습니다.

"와.. 틴틴, 저 그림 진짜 멋있지 않아? 요즘 저런 그림이 어디 그럴싸한 건물에 걸어두면 '천만원' 이렇게 된다는 거잖아?"

하고 괜한 농담을 건넸습니다. 그러자 틴틴의 대답하기를,

"에이. 그래도 색깔 한 두개는 더 있어야지."

그 소리에 저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틴틴의 저런 위트에 저는 반했나봅니다.  네, 저희는 아직도 신혼이에요~ ^^

+

저 그림은 며칠간 계속해서 부엌 바닥을 뒹굴었습니다.  저희가 제대로 청소와 정리를 하지 않은 날들이 지속됐다는 뜻이지요.  아이 그림을 그제야 치우면서 제가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잭, 저 그림 진짜 멋진데, 엄마가 저 그림(위 그림 중 왼쪽 그림) 사도 돼?"

"응. 사십만원."

"우와, 그렇게 비싸? 그럼 이건(오른쪽 그림)? 이것도 사고 싶어~"

"그건 열만원!"

아이가 자기 그림에 붙인 값입니다.  제법 가격이 나가죠? 사십만원이라니! 그래도 붓칠 좀 더 한 걸 더 비싸게 부르네요. 

그리고 그 날 아침에 그린 또 한점의 그림이 있었는데요.  그 그림의 가격을 물으니, 그 때는 대답합니다.

"아홉만원!"

네, 저희 아이의 상태입니다.  기수와 서수를 섞어 쓰는 상태이지요. 

그렇게 저희 집에는 현재 40만원짜리 그림 한 점, 9만원짜리 한점, 10만원짜리 한점으로 제법 고가(?)의 그림이 세 점이나 비치된 상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