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in 2022

[육아일기] 만 2세, 만 4세 이중 언어 발달

옥포동 몽실언니 2022. 2. 14. 08:00

아이들의 영국 어린이집에서의 1년

 

저희 아이들은 2021년 4월 초부터 영국에서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습니다. 

큰 아이는 만 3세, 둘째 아이는 만 1세 좀 지나서부터 영국 어린이집을 다닌 것입니다.  큰 아이 잭은 코비드 발발 이전에 영국 어린이집을 파트타임으로 약 4개월 다니고, 차일드마인더에게 약 6개월 다닌 전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는 잭이 영어도, 한국말도 입을 떼기 전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영국 어린이집을 다니고 약 1년이 되어가자 아이들의 언어발달에 변화가 보이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한국어 수준 

두 아이들 모두 한국어를 잘 합니다.  그러나 둘이서 놀 때는 벌써부터 영어로만 말하는 상황들이 자주 관찰되고 있어요. 

저는 부부 모두가 한국인이고 집에서 한국말만 쓰다 보니 아이들 한국어 발달에 대해서는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저희들도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1년쯤 다니기 시작하니 벌써 한국어 유지에 대한 걱정이 들고 있습니다.

첫째의 한국어 수준

저희 큰 애, 잭은 작년 겨울 한국에서 4개월을 지내고 오면서 혀꼬부라진 소리였던 한국어 발음이 많이 좋아져서 발음이 제법 선명해졌었어요.  그러나 이제 다시 아이의 한국어는 혀꼬부라지고, 가끔 한국인인 저에게는 다소 어색하게 들리는 '번역식' 한국어 표현을 쓸 때가 많이 보입니다. 

과일을 씻어줄테니 기다리라고 하면 아이가 하는 말,

"엄마! (엄마가 과일을 씻는 동안) 기다릴 수 없어!!!"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하자면, "엄마, 못 기다리겠어." 가 되어야 할텐데, 아이는 아직 '못'과 '안'을 잘 구분해서 쓰지 못해요.  영어에서는 둘 다 'not'이나 'no'로 사용되다 보니 구분이 좀 더 힘든 것으로 보여집니다. 

아이가 말하는 저 표현을 영어로 하면 자연스러워져요. 

"Mum, I can't wait!" 

이렇게 말이죠. 

한국어로 번역하면 말그대로 '기다릴 수 없어'가 되는데, 한국어 상황에서는 어색한 표현입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유창성은 계속 좋아지고 있어요. 

오늘 틴틴의 이야기에 따르면, 잭이 이런 표현을 했대요. 

"아빠, 잭이 뭐뭐 하려고 했는데, 뭐뭐 하니까 뭐뭐 할 수가 없네?"

라고 말이죠.  그 '뭐뭐'가 무엇인지는 틴틴도 잊어버렸는데, 이렇게 복잡한 상황을 설명해내는 모습에 틴틴이 놀랐다고 합니다. 

둘째의 한국어 수준

둘째 뚱이는 또래에 비해 말이 빠른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하는 구체적인 표현과 요구에 저희가 놀랄 때가 많아요. 

오늘 아침에는 우유 뚜껑을 집어들더니 그 뚜껑에 우유를 달라고 하네요?  

"엄마, 뚜껑에 우유 부어 줘."

라고 아주 또렷이 말해요.  

말이 는 만큼 고집도 늘었어요. 

뚜껑에 날카로운 부분이 있어서 입을 다친다고, 뚜껑은 닫는거지 컵이 아니라고 설명하자 아이가 이내 떼를 쓰며 팔을 휘젓고 난리를 쳐요. ㅠㅠ 

"날카로워서 입을 콕 다칠텐데?"

라고 재차 물어도 아이는 곧죽어도 거기에 우유를 마시겠답니다.

어쩔 수 없이 우유를 조금 부어줬습니다.  

아이는 이제야 만족했다는 듯이 웃으며 우유를 입에 부어마시더니, 바로 뚜껑을 내려놓아요.  안 된다는 건 설명을 들어 알고 있고, 굳이 자신이 다칠 일은 자기도 만들기 싫었던지, 아님 막상 뚜껑에 마셔보니 별 게 없었던지 바로 뚜껑을 내려놓고 이후에는 뚜껑에 마시지 않았습니다. 

그 외에도, 지난 주말 시누 집에 다녀 오는 길, 달리는 차에서 앞으로 보이는 죽 내리뻗은 도로를 보며,

"레이싱 트랙 같아!!!" 

하고 소리치며 좋아해요.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자동차, 그 자동차가 달리는 곳이 레이싱 트랙.  그런데 우리가 타고 가는 차가 바로 그런 레이싱 트랙 같은 도로 위를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자 아이가 신이 났어요. 

그 도로는 별 것 없는 평범한 도로였어요.  그런데도 앞으로 쭉 내뻗은 도로, 그 위를 쌩쌩 달리는 차들을 보니 뚱이가 신이 났던 것 같아요. 

고모집에 있던 새들이 알을 품으러 가는 바람에 새들을 보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던 그 날.  아이는 집에 와서도 계속 그럽니다.

"새 없었어.  새 알 낳으러 갔어."

하고 말이죠.

형아가 때리면 바로 일러요. 

"형아가 때렸어."

형아가 자기 자동차를 가져가도 바로 말합니다.

"형아가 자동차 가져갔어어어어엉."

하고 울면서 말이죠.  

책을 보면서 물고기 그림을 보며 좋아해요. 

"여기도 Ray, 저기도 Ray, 저기도 Ray!"

Ray 라는 물고기를 좋아하는데, 이게 한국말로는 뭐라고 부르는 물고기인지 모르겠네요. 

아이가 '-도' 와 같은 조사를 잘 쓰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합니다. 

그 외 뚱이가 많이 하는 말은, "형아, 하지마!!!", "안 좋아", "뚱이 자동차 어디 갔어?", "똥 쌌어.", "배고파.", "아빠 보고 싶어.", "엄마 보고 싶어.", "3층 가고 싶어.", "거실 내려가고 싶어.", "목욕 하고 싶어." "자동차 밑에(=아래층 거실에) 있어.", "뚱이 책 밑에 있어." 등등.  


아이들의 영어 수준

한국어도 쑥쑥 늘지만 영어도 늘고 있어요.  어린이집에서 하는 말은 대부분 알아듣는 것 같아요.  잘 모르는 단어들이 있긴 하겠죠.  그래서 잭은 집에서 가끔 책을 읽다가 어떤 단어가 나오면 그게 뭔지 물어볼 때가 있어요.

"엄마, Silly 뭐야?"

하고 말이죠. 

그럴 때 아이에게 적절하게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단어가 여러 뜻이 있다 보니 딱 한마디로 뭐라고 해야 하나 어려움을 느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엄마 아빠의 영어 공부도 시급합니다. 

 

첫째의 영어 수준

큰 애는 이제 어린이집에서 친구와 영어로 이야기도 가끔 하나 봐요.  

게다가 얼마 전에는 제가 모르는 단어도 가르쳐줬어요.  아이 책을 읽어주다가 거기에서 "Cheeky monkey"라는 표현이 나와서 제가 틴틴에게 "틴틴, 치키가 뭐야?"하고 묻자 갑자기 옆에 있던 잭이 대답을 하더라구요. 

"웃긴 거야."

하고 말이죠. 

뚱이와 둘이 놀 때 자꾸만 영어로 말해요.  제가 영국에 십수년간 살면서 단 한번도 써 본 적 없는 표현들을 말하며 놉니다.  그건, 성인이 영국에 와서 살면서 굳이 쓸 일이 없을 법한 표현들이거든요. 가령,

"You move away(너 저리 비켜)!", "You go away(너 저리 가)!", "You can't touch(너 만지면 안돼!)!" 같은 표현이 가장 많이 등장하죠. 

그 외에 둘이서 계단에서 점프하면서 놀면서,

"You jump from here(너 여기서 뛰어내려)." "You go there(너 저기로 가).  I jump from there(나 여기서 뛰어내릴거야)."

이런 식입니다.

 

둘째의 영어 수준 

둘째도 영어를 곧잘 하는 것 같아요.  말을 많이 하지는 않는데, 선생님들 말씀에 자기들에게 와서 "Help(도와주세요)."라고 말하며 도와달라고 할 때가 많다고 하네요.

그 외에 아이가 자주 말하는 표현은, "More please(더 주세요)."입니다.  어린이집에서 밥이나 간식을 먹을 때 더 달라고 하는 말을 잘 써요.  집에서 우유나 간식을 줄 때도 더 먹고 싶을 때 가끔 영어로 "모어 플리즈" 라고 합니다.  그럼 저희는 "더 줘?"하고 한국말로 되묻죠.  그럼 아이도 "더 줘."라고 한국말로 대답.

아이가 영어 노래도 잘 불러요.  알파벳 송도 부르고, 바바 블랙쉽도 부르고, 형아가 좋아하는 let it go도 요즘 조금씩 따라부릅니다. 

아침에 아이 양말을 신겨주는데, 양말을 다 신고 잘 했다고 하자 자기가 자기 스스로 "Good boy(착하네, 잘 하네 등?)"라고 말해요. 

형아에게 제일 잘 하는 말은 단연코 "No!!!!".  무조건 No 예요. No. 하하.  아님 형이 뭐라하건 무시하거나. 

사진: 형아 옆에 눕고 싶은 뚱이와 그게 싫어서 도망간 잭.

 

아이들이 한국말을 유지하는 것은 그나마 쉬울 것 같은데, 차차 자라면서 한글을 가르치고 글 읽기를 훈련시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 같아요.  그건 어느 정도 배우고, 익히고, 기억하고, 반복하는 노력이 필요한 일이니까요. 

 

해외에 살면서 이중언어를 유지하도록 하는 일, 쉽지 않은 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