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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생활] 전기세와 가스비가 두 배로 올랐다!

옥포동 몽실언니 2022. 2. 16. 08:00

영국의 전기가스료는 작년부터 엄청나게 올랐다.  

영국은 전기가스가 모두 민영화되어 민간 회사에서 전기와 가스를 제공한다(여러분..  민영화가 좋은 게 아니에요.  중앙에서의 통제가 안 됩니다ㅠ).

민간 회사에서 전기와 가스 서비스를 제공해서 좋은 점은 뭐가 있을까?  시장에서의 업체간 경쟁?  운영 효율화?  그런 측면도 어느 정도 있기는 할 거다.  아마 그게 민영화의 목적이기도 했을테니까.  중앙 정부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할 때 발생하게 되는 관료주의와 비효율이 누적되며 민영화를 정당화했을테니까. 

전기 가스가 모두 민영화화된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좋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진장 불편하다.  좋은 점은 회사마다 요금이 달라서 이 회사, 저 회사 옮겨다니며 가장 싼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도 말이 좋아 장점이지, 해마다 이 회사, 저 회사 요금 비교하고, 상담하고, 회사를 옮겨다니는 게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말하자면, 해마다 핸드폰 요금 업체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보라. 

회사를 옮겨다니는 이유는 옮겨가지 않고 그 회사에 계속 머물러 있게 될 경우 그 회사에서 더 비싼 요금을 내게 되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오래된, 충성하는 고객에게 더 비싼 요금을 물리다니.  

그런데 그렇게 전기가스요금이 운영되던 곳이 이 곳, 영국이었다. 

그리하여 우리도 회사를 해마다 옮겼다.  그래야 젤 싼 요금을 쓸 수 있으니까.

그러던 중 우리가 쓰던 회사가 망!했!다!!!!!

진짜 망했다.  우리집에 전기와 가스를 대던 회사가 망한 것이다!!!!

민영화가 이런 거다.  민간 기업이니, 망하기도 하는 거다. 

지난 해 가스 도매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회사가 버티지 못하고 망했다고 한다.  

우리는 1년간 가스와 전기 단위별 금액을 고정해놓고, 그 금액을 사용량만큼 내도록 하는 요금제(fixed rate)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 회사가 망하기 전까지는 가스 도매가격이 올라도 우리에게는 여파가 없었다. 

그러나 우리 전기가스 회사가 망했고, 영국 정부는 그 회사 고객 전부를 일괄적으로 영국 내 제일 큰 전기가스 회사 중 하나인 Octopus 라는 회사로 옮겨가도록 했다.  

그렇게 자동으로 회사가 옮겨지면서 우리 요금은 고정요금이 더이상 적용되지 않고, 이제 전기가스 단위요금이 변할 때마다 그 변한 요금을 적용받는 요금제로 옮겨졌다. 

이제 대부분의 전기/가스 회사들이 고정요금제를 더 비싸게 제공한다고 한다.  향후 전기가스료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도매가격 변화로 인한 리스크를 회사가 감당하는 것이 더이상 회사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전 회사에서 새 회사로 강제 이전 조치가 되었고, 전기가스료 인상으로 인해 매달 내는 요금이 거의 두 배로 올랐음을 확인했다.

매달 전기와 가스 사용료를 합해 94파운드 내던 것이 이제 180파운드가 되었다.  한국돈으로 매달 15만원 내던 게 이제 29만원이 된 것이다!!! 아흑.... 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급격한 전기가스료 인상이 아무렇지 않게 가능한 것도 어쩌면 이게 민영화된 체제이기 때문이려나?  회사의 수지타산이 그렇다는데, 고객인 우리가 뭘 어쩌겠는가.  

영국 정부에서는 각 가정의 부담을 고려하여 200파운드를 가정마다 지원해준다고 하는데, 그걸 매년 40파운드씩 5년에 걸쳐 지원해준단다.  정말... 장난하나... ㅠㅠㅠㅠ 매년 1주치에 대한 전기 가스비를 지원해주겠다는 것이다.  1년 52주 중 1주치를. 

하아.. 다시 생각해도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그런데 우린 절을 떠날 수 없는 상황.  그렇다면 이 상황에 맞춰 살아야 한다.

전기가스비가 얼마나 심하게 올랐는지 확인한 이후부터 보일러에 실내온도를 22.5도로 맞추고 지내던 우리는 당장 그 온도를 21도로 내렸다.  낮에는 20도로 내려놓고 생활하기도 한다.  

이렇게 했더니 내 작업실의 온도는 어제 보니 19.2도까지 내려가더라. 

추위를 많이 타는 내가 실내온도를 19.2도로 해놓고 생활하는 때가 다 오다니!

그런데, 놀랍게도 이렇게 하고 사니까 또 살아진다.  몸이 어느정도는 적응을 하는 것 같다.  예전같으면 춥다고 보일러를 당장 돌렸을 온도인데도 이제는 적당하게 느껴진다.

대신, 집에서 맨발 금지.  항상 양말차림에, 오리털 잠바까지 입고 있다는 사실!  따뜻한 차도 자주 마신다. 

사실 집에서 목도리까지 하고 있다가 그건 목이 너무 불편해서 내려놓았다.

그러나.. 너무 추울 때는 내 방에서만 다이슨 히터를 켠다는 건 안 비밀... ㅠ

영국.. 전기 가스비가 너무 올랐다.  ㅠ 어쩌면 좋나.

다음에는 꼭 거실에 난로가 있는 집으로 이사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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