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부동산 및 집구하기

세입자가 청소를 하고 이사나가는 영국의 부동산 시스템

옥포동 몽실언니 2017. 9. 7. 10:00

한국과 영국이 다른 점이 참 많지만, 살면서 가장 몸으로 느끼게 되는 부분이 바로 집과 이사에 관련된 부분이다.  아무래도 인간의 의식주 중의 한 부분인 '주'에 대한 부분이니, 체감하는 차이가 상당하다.  

결혼 후 영국에서 처음으로 학교 기숙사를 떠나 민간 주택에 살게 되면서 부동산을 들락거리며 부동산 업무를 보다 보니 한국에서 집을 구하러 다니고, 집을 계약하던 모습과 다른 점을 많이 느낀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청소!  영국에서는 이사를 나가는 세입자가 반드시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나가야 한다는 점!

한국에서는 이사를 들어가기 전에 가장 큰 일이 항상 이사들어갈 집을 깨끗이 청소하는 것이었다.  나 하나 지낼 자취방이야 방 구석구석을 닦고, 벽도 닦고, 욕실, 부엌.. 등등 주변의 도움을 받아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들어갔고, 가족이 있는 언니들은 늘 전문 청소업체를 계약하여 아파트 청소를 한번씩 싹 하고 들어가는 것을 보곤 했다.  

영국에서는?!  이사를 나가는 사람에게 청소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는 청소를 할 필요가 없다!

어찌보면 한국이나 영국이 다를 바 없다.  한국에서는 이사 나갈 때 청소를 하지 않고 나가는 대신, 이사를 들어가는 사람이 청소를 한다.  영국에서는 이사를 들어갈 때는 깨끗이 청소된 집으로 들어가는 대신, 내가 이사를 나올 때도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나와야 한다는 점.  즉, 본인이 살 집을 청소하느냐, 살았던 집을 청소하느냐의 차이일 뿐, 이사를 할 경우 한번만 청소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한국과 같은 시스템에서는 이사를 나올 때 이삿짐을 옮기면서 집을 필요이상으로 엉망으로 해 놓고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영국에서는 그럴 여지를 아예 두지 않는다는 것이 차이.  

집 계약 종료시점이 다가오게 되면 부동산으로부터 연락이 온다.  체크아웃 (이사 나가는 것) 관련한 규정들과, 자신들이 승인한 청소업체 리스트를 보내온다.  어떤 곳을 어떤 상태로 청소해놓고 나가야 하는지와 관련된 내용만 아래와 같이 두장에 이른다. 

부동산에 따라 이런 부분을 좀 더 느슨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 좀 더 깐깐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현재 우리가 세들어 사는 집을 관리하는 부동산은 그래도 아주 악덕 부동산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좋은 부동산 (아예 이런 곳은 잘 있지도 않다ㅎㅎ) 도 아닌, 그냥 일반적인 곳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영국의 시스템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청소의 책임이 세입자에게 있는 만큼 집을 중개하는 부동산에서 집 청소 상태에 대해 아주 꼼꼼하게 체크를 하는 편이고, 악덕 부동산의 경우에는 별에별 트집을 다 잡아서 보증금에서 그에 대한 비용을 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살면서 우리가 일부러 더럽힌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에 대한 청소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이런 가장 대표적인 예가 창문!  창문을 안쪽 뿐만 아니라 바깥쪽까지 깨끗이 청소할 것을 요구하는데, 창 밖이야 우리가 일부러 더럽히려고 더럽히는 것이 아닌 저절로 비, 바람, 먼지, 거미집 등으로 자연스럽게 더러워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사나갈 때 세입자에게 이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가장 깐깐하게 관리하는 것은 카펫 청소.  

카펫청소는 반드시 전문업체를 통해서만 청소를 해야 하고, 전문업체를 통해 청소했다는 것을 영수증을 통해 증명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부동산에서 승인한 몇개의 업체 중 하나를 통해서 청소 계약을 함으로써 그 부분을 명확히 해줘야 한다.  이것도 사실 부동산에 따라서는 전문업체를 통하지 않아도 카펫 상태가 좋으면 그걸로 용납해주는 곳도 있다고 하는데, 남편 Tintin은 지금껏 여러 곳의 부동산과 거래를 해봤지만 그런 곳은 한 곳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것도 다 복불복인가?!  어쨌든 이런 규정에 따라서 우리는 부동산에서 소개하는 업체 중 구글에 리뷰가 괜찮은 곳으로 계약을 했다.  

이로써 처음으로 기숙사에서 기숙사 간이 아닌, 민간 주택에서 또 다른 민간 주택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남편 Tintin은 경험이 많지만 나는 이런 이사가 처음.  금요일에 짐을 빼고 주말동안은 이제껏 지내온 이 집을 닦고 광을 내며 반짝반짝 청소를 해야한다.  그렇게 하더라도 결국은 이런 저런 이유로 보증금을 조금 깎이게 되기 때문에 되도록 청소를 깨끗하게 해서 트집의 여지를 줄여야 한다.  일단 나가는 곳을 깨끗이 정리하고.. 나면.. 우리가 들어가 살 집을 정리하는 일만 남는다.  한동안 바쁜 나날들이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