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 11개월 아들에게 띄우는 편지

옥포동 몽실언니 2018. 11. 8. 06:27

이틀 뒤면 만 11개월을 채우는 우리 잭.  너는 도대체 어디서 이런 웃음을 배웠니?  이렇게 사람 마음을 녹이는 미소는 어디서 오는 거야? 니가 이렇게 엄마 아빠에게 웃어줄 때마다 엄마 아빠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쁨과 고마움을 느낀단다. 

너와 함께 한 시간이 이틀뒤면 벌써 열 한달이구나.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  ‘열달’이라는 시간은 엄마에게는 절대 오지 않을 시간처럼 느껴졌었는데, 어느새 그 열달을 넘기고 열한달을 채워가고 있다니.. 시간이 참 빠르다, 그치? 

요즘 니가 이앓이 때문인지 밤새 열번도 넘게 소리를 내지르며 깨고 우는 탓에 엄마와 아빠는 그 어느때보다 몸이 곤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어.  몸은 많이 힘들지만 너와의 관계에서만큼은 그 어느때보다 돈독해지고, 많이 교감하고, 너로 인해 참 많이 웃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  두달 전만 해도 엄마는 여전히 엄마가 ‘엄마’가 된 것에 적응이 되지 않아 어리둥절했는데, 지금은 엄마 스스로 엄마를 ‘엄마’라 부르는 것이 너무 익숙해졌어.  이제 나의 삶이 ‘엄마’가 아니었던 때가 어색하게 느껴지고, 그 때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었나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이제는 엄마의 이런 ‘엄마’로서의 삶이 내 몸의 일부같이 느껴진단다.  참, 희안한 일이지? 

이렇게 ‘엄마’로서의 생활이 익숙해진 것은 그저 열한달이라는 시간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 시간 동안 너와 함께 겪어온 여러 변화들 때문이 아닌가 싶어.  너와 의사소통하는 능력도 늘어나고, 아직도 많이 서툴지만 너의 자기표현을 좀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너도 엄마 아빠 말을 좀 더 잘 알아듣는 것 같고, 많이 반응해주며, 너와 우리가 서로 길들여지고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아.  너와 함께 웃고 우는 시간이 쌓여가면서 어느새 엄마는 너의 ‘엄마’라는 역할이 자연스러워지고 내 몸으로 스며드는 것 같아. 

아직도 니가 낑낑거리고 울면 안쓰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다가, 니가 캑캑 소리를 내며 한껏 웃어주면 그렇게 고맙고 감동적일 수가 없어.  엄마에게 안아달라도 달려들면 네 체중에 눌려 버겁기는 하지만, 그저 내가 네 ‘엄마’라는 이유로 니가 이렇게 나를 원하고, 나를 찾고, 내게 달려와주고, 내게 안겨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맙고 가슴이 벅차다.  너에게 내가 받고 있는 사랑은 도대체 뭐라고 명명해야 할까.  그저 ‘사랑’이라 하기에는 ‘사랑’이 흔하게 쓰이는 의미와 너무 다른 느낌의 사랑이라 이 느낌을 ‘사랑’이라 부르는 게 맞는지 잘 모르겠어.  아빠에게 느끼는 사랑, 부모님께 내가 받은 사랑, 엄마가 가까운 친구들에게 가지는 ‘사랑’, 그 어느 감정과도 유사하지 않은 처음 느껴보는 사랑이야.  너와 딱 3초만 눈이 마주쳐도, 그 마주친 순간에 니가 씽긋 웃어주기라도 하면 더 배가 되는 뭉클하면서 먹먹하면서 벅차오르는 사랑.  

엄마는 오랫동안 몸도 많이 아팠고, 외롭고 힘든 시간도 많았어.  이런 엄마에게 너는 그간의 모든 고생과 어려움을 보상해주기라도 하듯이, 아니, 그 아프고 힘들고 외로웠던 시간이 모두 너를 만나기 위한 시간이었기라도 한 것처럼 엄마에게 와서 엄마를 이렇게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보듬어주는구나.  

엄마는 참 많이 부족해.  불안함도 많고, 의지도 약하고, 귀도 얇고, 마음도 약해.  그러면서 심지어 게으르기까지 해서 육아에 대해서 공부도 안 해..  그래서 엄마 아빠가 너를 제대로 키우고 있는 게 맞는지 가끔 불안하고 겁이 날 때도 많아.  약해지지 않고, 고민을 미루지 않고, 아집과 독단에 빠지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너를 한 인격체로 존중하되, 훈육도 잘 하되, 언제나 사랑으로 믿어주고 아껴주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은데, 과연 엄마가 그런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완벽한 부모는 못 되겠지만, 그래도 늘 사랑하는 마음, 또 올바른 사랑을 주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다짐 만큼은 잊지 않도록 노력할게. 

너의 존재 그 자체로 엄마는 너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단다. 늘 부족한 엄마이지만 사랑해줘서 고마워.  우리 늘 건강하자.  내일도 힘들겠지만 즐거운 하루 기대할게.  항상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