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영국 어린이집 St Mary's 방문 후기

옥포동 몽실언니 2019. 4. 3. 08:00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저희는 2019년 3월26일 오후, 1시 55분에 예정된 아이 예방접종을 인근 병원에서 맞힌 후 2시 30분에 어린이집 방문을 하기로 했어요. 

이 어린이집은 Bright Horizons 이라는 어린이집 체인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저희가 사는 아빙던 지점의 이름은 St Mary’s 입니다. 

이날 간만에 날이 따뜻하여 매일 오리털 파카를 입고 다니던 잭이 가벼운 쟈켓 차림으로 변신했어요!  병원으로 가기 위해 기다리면서 아빠 손 잡고 골목을 누비며 돌을 갖고 놀던 잭.  오른손에 주먹 꼭 쥔 거 보이시죠?  병원에 가서도 애가 손을 꼭 쥐고 있어서 왜 그러나 하고 주먹을 펴봤더니 저 손에 돌맹이를 하나 들고 있었어요.  그 돌맹이를 병원까지 내내 들고 갔다는 거 아닙니까~



병원에 가면 항상 리셉션 앞에 세워져있는 노란 밴드를 항상 만지고 싶어해요.  에구.. 



예방접종을 무사히 마치고, 바로 저희는 어린이집을 방문하였습니다.  어린이집 입구에 푯말이 붙어있네요.  어린이집이다 보니 안전을 위하여 반드시 미리 예약을 해야만 방문할 수 있고, 방문 시 본인의 사진이 나와있는 신분증으로 본인확인을 한 후 시설에 들여줍니다.



이 곳은 두 개의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아래의 건물과 놀이공간은 2세 이하 아동들의 공간이 있는 건물이에요. 그 건물의 뒷편이죠.  위 사진의 문으로 들어가면 방들이 있고, 그 방들 뒷쪽에 아래와 같은 작은 놀이터가 있었어요.



이 건물의 2층은 걷지 못하는 아기들을 위한 공간이고, 저희 잭처럼 걸어다니는 아이들은 아랫층에 있는 놀이공간을 사용 중이었어요. 

정원은 32명이고, 수요일이 가장 원생들이 많은 날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월, 화, 금요일에 자리가 있는 상태이고, 수요일도 1-2자리 정도는 있다고 하더라구요.  저희가 방문한 날은 화요일이었는데, 그날도 아이들은 꽤 많아 보였어요.

이곳은 저희 잭보다 2주반 일찍 태어난 저희 옆집 아이 엄마가 소개해준 곳이었는데, 마침 저희가 방문한 날이 옆집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는 날 (화요일)이어서 이웃집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아동대 교사 비중은 1:3 정도라고 했습니다.  한 사람의 'key carer’라 불리는 전담선생님이 아동 3명 정도를 담당하고, 각자 전담아동들의 기저귀도 갈리고, 밥 먹는 것도 도와주고, 야외 가든에 나가서 놀 때는 옷도 입혀주고, 매일 아이들이 몇시에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기저귀는 언제 갈았는지 등의 사항을 daily feedback 종이에 적어서 준다고 해요. 

비용

하루를 full로 보내면 하루 61파운드, half day 만 보내면 43파운드에요.  되도록이면 반일보다는 하루 종일 보내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이죠?  아무래도 오전 half day를 하는 아이를 구하기는 쉬워도, 오후 half day만 하려는 사람은 찾기가 힘들테니, half-day 만 보내는 부모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더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매일 full로 한달을 보내게 되면 한달 비용은 1278 파운드라고 하네요.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192만원 정도.  이건 아주 비싼 것도, 아주 저렴한 것도 아닌.. 그냥 일반적인 금액 같은 느낌입니다.  한국보다는 확실히 비싸지만, 교사 대 아동 비율과 어린이집 운영시간이 한국보다는 좋다는 점.. 그런 차이가 있기는 하지요.  그리고, 음식, 기저귀 모든 것이 제공됩니다.  여벌 옷만 챙겨보내면 되는 거죠.  기저귀의 경우, 저희가 방문한 어린이집은 자연분해되는 자체 일회용 기저귀 브랜드를 사용한다고 해요.  Bright Horizons 이라는 곳이 대형 체인이다 보니 자체 브랜드도 갖고 있나 보더라구요.  저희 잭 사이즈 (5) 로 샘플 기저귀도 하나 받아왔습니다. 

전반적인 느낌

이날.. 저는.. 그냥 그렇다는 느낌을 받고 왔어요.  그야말로.. “just okay...” 라는 느낌.  맘에 쏙 들만큼 괜찮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니, 뭐 이런 곳이 다 있어?!” 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거죠.  그야말로 그저 그랬어요.  

저희를 안내해주는 담당자 Richard 는 친절했고, 제가 질문하는 것들에 모두 잘 대답을 해 줬어요.  저는 지난번 포스팅 (영국 어린이집 알아보기 (3) 어린이집 고를 때 꼭 체크할 것)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내용들을 중심으로 이것 저것 물어봤어요. 

등하원 시간:

보통 8-9시 사이에 등원해서 4-6시 사이 부모의 사정에 따라 하원한다고 합니다. 

식사 및 간식: 

식사도 모두 어린이집내 식당에서 요리사 두명이 요리한 음식을 제공하는데, 아침 등원 후 아침식사 (시리얼 등), 오전 티타임 (간단한 비스킷이나 티케잌 등과 음료), 11시반 점심, 오후 1시에도 티, 오후 4시에 저녁식사던가.. 아무튼 1-2세 반은 하루종일 거의 먹는 스케줄이 많다고 합니다.

저희 아이 같은 경우 계란 알러지가 있는데, 그에 맞춰 식사가 제공되느냐고 물으니 당연하다고 하네요.  다양한 알러지를 가진 아이들이 매우 많이 있고, 모두 그에 맞춰 식사를 제공한다구요.  영국은 워낙 견과류알러지 있는 아이들도 많고, 저희 잭같이 계란 알러지가 있는 아이들도 많아서 이런 부분들은 참 편한 것 같습니다.  

시설:

정원이 32명인데, 아이들이 32명이나 있는 곳 치고 실내 공간이 그렇게 넓지는 않았고, 실외 공간도 아이들이 나가서 놀면 꽤 복작복작한 느낌..  그렇다고 아주 좁은 건 또 아니긴 했어요.  

위생:

흠..한국어머니들께서 가장 “뜨아” 하실 부분은 아이들의 실내 놀이공간에서 모두들 신발을 착용하고 생활한다는 점입니다.  저희 잭의 나이대의 아이들은 여전히 뭐든 입으로 가져가고 입에 대고 입으로 탐색하기를 즐기는데, 그런 아이들의 놀이공간이 실발을 신고 생활하는 공간이에요.  그러니.. 한국식 개념에서의 “위생” 기준에는 부합할리 만무합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고 보았을 때.. 저희 기준에는 좀 “찝찝”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말도 안 되게 더럽거나 먼지가 펄펄 날리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저는 청소/위생상태를 보기 위해 아이들 기저귀 가는 곳의 상태를 확인해봤는데, 정리가 아주 잘 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세면대나 기저귀교체선반, 기저귀교체패드 등은 깨끗하게 잘 관리되고 있었어요.  그런 점에서도 이곳은 그렇게 나쁜 곳은 아니고, 그야말로 “오케이”인 곳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들의 태도: 

가장 저희를 주저하게 한 것은 교사들의 태도였는데요.  전체 선생님이 아마 열명정도는 되어 보였는데, 그 중 두세선생님을 제외하고는 그저 ‘일’로서 그곳에 와 있는 느낌이 강했어요.  자기 아이들을 그다지 신경쓰는 것 같아보이지 않던 느낌.. 그리고 사실.. 조금 조심스런 이야기지만 영국의 전형적인 working class 사람들 같아 보이는 느낌도 강했구요.  야외로 아이들 놀이시간을 가지러 나가자, 본인 아이들 곁에 앉아 아이들을 신경써 주는 선생님은 딱 한두선생님 뿐이었고, 나머지 선생님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하고, 다른 일 보고..  저희같은 부모 방문객이 와 있는데도 그렇게 아이들을 많이 신경쓰는 느낌이 아니고, 아이들에 대한 표정도 그렇게 밝거나 한 게 아니라서 그 점이 마음이 좀 걸렸어요.  그리고, 그 시간에 각자 피드백 종이를 들고 앉아서 본인들의 행정업무를 보기도 했구요. 

한편으로는 당연히 선생님들도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려면 이런 시간을 활용해서 피드백 종이 작성하고, 본인들도 한 숨 돌리며 교사들끼리 이런 저런 이야기 좀 주고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보다 아이들, 그리고 예비 학부형인 저희를 대하는 태도가 그렇게 따뜻하지는 않고 좀.. “시간을 때운다”는 느낌?  그런 느낌인 것이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날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음이 찹잡했어요.  현재로서는 빠른 시간 안에 아이를 보낼 수 있는 곳이 딱 이 한곳 뿐인데, 여길 과연 보내고 내가 맘 편히 내 일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요.  

돌아와서 틴틴에게 물었어요. 

몽실: 틴틴, 나는 다른 것보다 교사들 중에 몇명만 빼고.. 나머지 선생님들은.. 좀 시간을 때우는 듯한 느낌이라 그런 게 좀 그랬어.  애들을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은..  그리고 좀 차가운 것 같기도 하고..

라고 말하며 저는 영국 정부에서 권장했던 꼭 체크할 사항을 모두 물어보고 왔나 다시 확인하기 위해 제 블로그에 제가 올린 리스트를 다시 보며, 틴틴에게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들이 행복하고 편안해보이는지” 에 대한 항목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몽실: 틴틴, 내가 설명듣는 시간에 틴틴은 계속 애들이 있는 공간에 나가 있었잖아.  틴틴이 보기에는 거기 있는 아이들이 행복하고 편안해 보였어? 
틴틴: 응?  글쎄, 애들도 그냥 시간 때우는 거 같아 보이던데?   
몽실: 푸핫
틴틴: 그 중에 좀 키도 크고 덩치 큰 애 하나가 행동도 거칠고, 다른 애들을 좀 괴롭히는 경향이 있는 애가 있긴 했는데, 선생님들이 애들한테 크게 신경을 안 쓰기는 해도 아이가 문제행동을 하면 바로 개입하기는 하더라구.  그 돈에 뭘 바래.. 
몽실: 흠.. 그런가..?

그 뒤로 저희는 주변에 영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과 대화를 조금씩 나눠가며 아이를 언제부터,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맡길지 계속 의논 중입니다.  고민을 계속 하는 것은 단지 이 어린이집이 마음에 쏙 들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라, 육아와 제 삶, 육아와 저희 가족의 삶, 공보육과 우리 잭의 삶 등에 대해 고민과 갈등이 계속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도대체 왜, 무엇때문에 망설이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향후 차차 풀어가보도록 할게요. 

참고로, 지난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어린이집 고를 때 체크할 내용을 다시 가져와봤습니다.  참고하세요~ 

어린이집을 보러 갔을 때 체크할 사항으로 영국정부에서 권장하는 내용:
  • 먼저, 본인 자녀 연령 아이를 받는 곳인지 (일부는 2세 미만을 받지 않는다고 하네요)
  • key carer 시스템이 있는지:  담당 선생님이 따로 있어서 그 선생님과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 깨끗하고, 환하고, 아동 중심적 세팅인지, 또 실내외에 안전한 공간이 충분한지
  •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적절한 시설이 있는지 (연령대에 따라 다양한 방과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지)
  •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들이 행복하고 편안해보이는지
  • 직원들이 아이들에 대해 따뜻하고 보살펴주는 분위기로 의사소통하는지, 또 아이들을 항상 잘 감독하는지

마지막으로, 어린이집에 가서 질문할 사항: 
  • 보육교사 대 아동 비율과 전년도 직원 교체율 (교사 교체가 잦은 곳일 경우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을 것이고, 그 어린이집이 교사들에게 일하기에 그리 좋지 않은 곳이라는 지표도 되니 물어보라고 권장하는 것 같아요.  교사:아동 비율이 저희 잭 나이인 2세 미만에 대해서는 1:3이 정부 규정입니다. )
  • 하루 일과 활동
  • 아이들이 낮잠자는 곳
  • 어린이집 시설 외에 다른 곳에 아이들을 데려가기도 하는지
  • 알러지 등 특별한 식이요법이 필요한 아이들에 맞게 식사를 제공하는지
  • 훈육정책
  • 하루 일과 전과 후에 담당보육자와 이야기할 수 있는지
  • 정착기간에 대한 정책 (setting-in 이라 하여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를 운영합니다.  보통 첫날은 1시간 엄마와 함께 머물고, 그 이후에는 2시간, 또 4시간 이렇게 늘려가며 아이 혼자 짧게 머무는 게 가능한지 지켜보는 기간이지요)
  • 최근 어린이집 감사보고서를 볼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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