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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치즈, M&S의 Petite Crème

옥포동 몽실언니 2019. 4. 8. 00:57
어제는 한달만에 나홀로 옥스퍼드 외출! 

내 시간을 가지라는 틴틴의 이야기에 정처없이 집을 나와 어디로 갈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옥스퍼드로 향했다.  항상 외곽도로를 통해 옥스퍼드를 가는 버스를 탔는데, 이번에는 분위기를 바꿔 35번 버스를 타고 갔다.  그 버스는 인근의 작은 마을들을 거쳐 옥스퍼드로 가는 버스인데, 소요시간은 어차피 같다.  다만 버스가 자주 다니지 않을 뿐.  

옥스퍼드에 가서 웨스트게이트 쇼핑센터 한 옷가게에서 세일 중인 니트도 하나 구입하고, 틴틴의 셔츠도 두 장 세일 중인 걸로 구입하고, 선물로 보낼 양말도 몇켤레 구입하고, 마지막으로는 M&S에 들러 먹거리 장을 봤다. 

옥스퍼드에는 있지만 아빙던에는 없는 것이 바로 이 Marks & Spencer (M&S)인데, 한국에서는 일부 백화점에 M&S의 옷을 판다고 하는데 이 M&S는 옷보다 식품/음식이 더 유명하다.  식품장으로는 M&S가 영국 내 단연 최고다.  영국에서 최초로 ready-made (반조리식품) 음식을 만들어서 팔기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이건 다른 이야기로, 막스 앤 스펜서의 '스펜서'는 윌리엄/해리 왕자의 엄마 다이애나의 family이기도 하다.  다이애나의 성이 바로 스펜서이다). 

M&S는 Waitrose보다 비싸지도 않으면서 맛과 품질은 더 뛰어나다.  그 M&S에 들러서 우리 잭이 좋아하는 블루베리도 대형포장으로 하나 사고, 수박/메론 잘려져 있는 과일도 사고, 치즈도 하나 사고, Trifle도 하나 샀다.  그 중 오늘 포스팅에서 소개하는 것은 바로 어제 구입한 Petite Crème 이라는 치즈.  (사진을 찍기 전에 포장을 뜯어버렸다ㅠ)

사실 작은 Brie (브리)치즈를 하나 살까 하다가 틴틴도 함께 먹을 걸 생각해서 적당량의 치즈로 고른다고 고른 것이 이 치즈였다.  일반 브랜드의 브리치즈나 까망베르 (가령, 프랑스의 President 같은 브랜드) 는 아무 마트에서나 살 수 있다보니 M&S에 오면 여기서만 살 수 있는 것을 사고 싶어진다.  그래서 고른 것이 M&S 자체 브랜드에서 나온 프랑스산 소프트 치즈.  브리 치즈나 까망베르와 비슷한 모양을 한 것을 보니 비슷한 치즈일 것 같았다. 

겉의 보송보송 털이 난 하얀 껍질이 이 치즈의 부드러운 식감을 연상케한다.  

꽃잎처럼 생긴 나무틀에 담겨있는데, 꽃잎 (?) 하나를 아래로 내려 그 부분만큼 칼로 자르니 딱 1인분이다.  물론 1인 1조각 이상 먹을테지만. ^^

한 조각을 썰어내니 브리나 까망베르와 비슷한데 좀 더 매트한 느낌..?  덜 크리미한 느낌이다. 

이런 소프트치즈는 먹기 전 최소 30분 전에 실온에 내어놓으면 훨씬 부드럽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십수년전 프랑스에서 어학연수할 때 치즈에 대한 책을 산 적이 있는데, 그 책의 내용 중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만 딱 이것 하나만 기억난다).  그러나 우리는.. 잭이 잘 때 얼른 먹어야 하므로 30분을 실온에 두고 기다릴 새 없이 냉장고에서 꺼내자마자 바로 냠냠..!

치즈만 먹어보니 예상한대로 브리 보다 좀 더 단단한 느낌, 덜 느끼한 느낌, 향도 덜 강한 느낌..  깔끔하니 맛있다. 

그냥 먹기 심심하여 냉장고에 있던 양파처트니를 꺼내 발라먹었다. 

영국식 ‘매실액’이라고나 할까 ㅋㅋ 카라멜라이즈한 양파 처트니.  지금 보니 적양파로 만든 처트니네.  
처트니는 일반적 잼을 만드는 과일이 아닌 것으로 만든 잼이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치즈와 먹어도 맛있고, 빵에 발라먹어도 맛있고, 스콘에 발라먹어도 맛있고, 비스킷에 발라먹어도 맛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식 제육볶음용 고기를 절일 때 써도 아주 깊은 맛이 나고 좋다. 

처트니는 치즈와 잘 어울린다.  특히 치즈가 짠데, 여기에 이런 양파 처트니를 곁들이면 서양식 “단짠”이 된다고나 할까.  중독성이 강하다. 

틴틴과 나는 한조각 잘라서 나눠먹고는 이내 또 한조각, 또 한조각 잘라 먹으며 결국 치즈 반통을 한자리에서 끝냈다.  사실 나 혼자 먹었어도 저 정도는 먹었을 것 같은데, 틴틴이 있어서 오히려 이런 단품 과식은 적게 되는 것 같다.  틴틴은 여러모로 내 인생에 참 고마운 존재!

밋밋한 비스켓에 치즈와 처트니를 곁들어먹으면 더 맛있는데, 둘 다 배가 매우 불렀던 상태였던 터라 비스킷은 생략하고 치즈와 처트니만 차 한잔에 곁들였다.

아침부터 잭을 밖으로 데려나가 신나게 굴렸더니 아이가 점심시간에 정신없이 잠을 잔 덕에 틴틴과 간만에 점심 차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고마워, 잭!

영국에 오시는 분들에게는 치즈, 비스킷, 처트니 조합을 시도해보실 것을 권한다.  처트니는 종류도 많고 가격도 저렴해서 사먹기도 좋고 한국에 선물용으로도 좋다.  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것, 유리병이라 깨 질 위험이 있다는 단점은 있지만,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잼/처트니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고, 포장도 이뻐서 특별히 뭔가 더 하지 않아도 소소하지만 괜찮은 선물이 될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