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일기

영국에 온지 한 달 반. 이제야 슬슬 적응되는 영국 생활

옥포동 몽실언니 2021. 4. 23. 00:06

한국에서 영국으로 온 게 3월 5일. 

어느새 영국에서 지낸지 한달 반을 넘어서고 있는데, 이제야 영국에 좀 적응이 되는 기분이다. 

그렇게 오래 살던 곳인데도 다시금 적응하는데 이렇게나 시간이 걸리다니. 

한국에 가서도 두달쯤 되어가니 한국 생활이 적응이 되더니, 어느 쪽으로든 생활 환경이 바뀌게 되면 두 달 정도는 적응시간이 필요한 가보다. 

이렇게 직접 체험해보고 나니, 한국으로 완전히 재이주를 하기 전까지 2-3년의 시간 동안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지내는 것은 어떨까 했던 내 생각이 참으로 무지하고 오만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을 옮길 때마다 적응시간이 두 달이니, 일년이면 전체 중 넉달을 그 지역에 적응하기 위해 지내야 한다.  넉달이면 1년의 3분의 1이다.  너무 긴 시간.  나와 틴틴에게도 무리이고, 아이들에게는 더 부담이다. 

다행히 이제 영국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영국은 4월에서 9월까지가 가장 살 만하다.  한국에서 온 우리에게는 그렇다.  한국은 4월부터 황사가 기승을 부리고, 여름은 심한 무더위로 에어컨 없이는 살기가 힘들다는 것을 생각하면 4월에서 9월은 영국이 참 살기 좋다. 

그러나 9월이 가고 10월이 오면 그때부터 3월까지 영국은 참 어둡고, 습하고, 기온이 낮지 않지만 높은 습도로 추위가 뼈솟을 에워드는 것 같은 기나긴 겨울이다.  오후 3시반이면 어두워져서 아침 8시는 되어야 밝아지는 시기.  아침이 되고 낮이 된다고 환하지도 않다.  하루종일 회색이다. 

한겨울에도 쨍하게 뜨는 한국의 햇볕은 영국 사람들이 스페인 남부로 여행을 가지 않고는 가질 수 없는 것.  겨울에 스페인을 여러번 가 본 적 있는 나로서는 스페인의 겨울보다 한국의 겨울이 낫다고 호언장담 할 수 있다.  스페인의 겨울이 따뜻하긴 해도, 나는 한국의 겨울 햇살이 더 따사로웠다.  아마 스페인은 겨울에도 바람이 많은 편인데, 한국은 겨울에 기온은 낮지만 바람도 별로 없고 흐린 날이 거의 없으며, 비도 잘 오지 않고, 내렸다 하면 눈에, 그 눈도 하루 이틀이면 쨍하고 뜨는 해가 모두 녹여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날씨 이야기를 주구장창 쓰는 것을 보니, 영국으로 돌아와서 가장 적응이 안 된 것이 날씨였기 때문이리라.  게다가 올해는 갑작스레 찾아온 4월 초의 한파.  그리고, 한파와 함께 아이들에게 찾아온 감기.  그로 인한 나와 틴틴의 체력 저하.  체력이 딸리면 기분도 안 좋고, 체력이 딸려서 기분까지 안 좋으면 그 어떤 일에도 별다른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여기서 뭐하고 있나, 어쩌다 이국만리까지와서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에 빠지는데, 답 없는 생각에 빠지는 것만큼 답답한 일도 없다. 

어느새 목요일.  내일이면 금요일.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니기 전에는 시간이 그렇게 더디게 가는 것 같더니,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나가는 요즘은 어쩜 시간이 이리 빨리 가는지. 

이번 주말을 지나고 나면 다음주부터는 나도 슬슬 일을 시작하게 된다. 

돈 되는 일은 없다. 

아니, 돈 되는 일이 하나는 있는데, 그 일로 만든 돈을 종잣돈 삼아 내가 하고 싶지만 돈 안 되는 일을 하는데 투입하게 될 것이다. 

잠시 돈 생각에 생각이 지나치게 몰입되었던 적이 있었다.  바로 얼마전이 그랬다.  그래서 이런 저런 돈 걱정, 내 경력 걱정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도 적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고, 생활에 조금 안정을 찾고 나니 다시 정신이 든다.  돈은 있으면 편리하지만, 우리 인생이 돈만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 않나 하고. 

돈 안 되는 일이라고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그 일은 절대 되어질 수 없는 일일까?  돈 안 되는 일이라서 돈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일일까?  

얼마만큼의 돈이 있어야 우리는 만족할 것인가? 지금 만족하지 못한다면 돈이 더 있다고 만족한다는 보장이 있을까?

그리하여 나는 계속해서 돈 안 되는 일을 할 것이다.  세상에 가치있는 것이 돈 뿐인 것은 아니니까.  돈은 도구이지, 돈이 전부는 아니니까. 

이번주에 블로그에 글을 열심히 올린 것은,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면 블로그에 글을 쓸 틈이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쓸 시간이 없더라도 블로그가 너무 조용하지 않도록 예약글을 몇개 걸어두었다.  그래서 내 목표는 내가 일 하는 중에도 글이 하루에 하나씩은 올라올 수 있으면 좋겠다.  꼭 긴 글일 필요가 없지 않은가.  짧더라도 뭔가 소식을 남기고, 기록을 남기고, 기억을 저장하고 나누고 싶다. 

좋은 삶을 살고 싶다.  그게 어떤 삶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좋은 사람으로, 좋은 만남을 가지며, 가치로운 일을 하며, 좋은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