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임신

몸이 약한 임산부의 건강관리를 위한 사투

옥포동 몽실언니 2017. 8. 11. 09:30

사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는.. 이런 이야기들을 쓰고 싶었다.  아픈 몸으로 살아가면서 느꼈던 여러 감정들, 생각들, 경험들..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에 오랫동안 놓여 살면서 깨닫게 된 여러 생각들.. 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와 유사한 상황에서 혼자서 힘들어 하고 있을지 모를 사람들에 대해 나의 경험을 나눔으로써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나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니.. 사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꽤나 조심스러운 일이었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도 막막하였다.  한두번 시도를 해 보았지만 내용 자체가 무겁고 어두워서 그런 글을 쓰는 상황 자체에 놓이는 것도 조금은 꺼려졌다.

블로그를 조금씩 해가다 보니 어떤 경로로든 유입되어 들어와서 나의 글을 보는 사람들이 한두사람씩 생기기 시작했고, 수년을 고생하여 쓴 내 학위논문은 지도교수와 심사위원 외에는 읽어봐주는 이가 없는데, 별 것도 아닌 나의 블로그 글을 읽어봐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너무 큰 기쁨이었다.  이 기쁨은 나로 하여금 더더욱 많은 이들이 좋아하고 관심있고 읽어보고 싶어할 만한 글들만 쓰게끔 하는 동기로 작동했고, 난 마치 인기영합주의 정치인이 된 마냥 그저 관심받기 쉬워 보이는 글들 위주로 적어오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어느날은 바로 오늘이다.  비가 오고.. 난 임신으로 인해 몸이 점점 무거워지고, 잠도 잘 못 자고, 소화도 잘 안 되고, 그런데 식욕은 너무나 강하고, 식욕을 잘 참지 못하는 나의 약한 성질로 과식을 하고, 후회를 하고.. 이 모든 과정을 반복하는 며칠의 시간을 보내다가 큰 맘 먹고 어제부터는 아침 산책을 시작으로 뭔가 좀 더 내 몸을 생각하는 생활을 하리라 다시 한번 결심하면서.. 이렇게 나의 건강과의 사투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씩 써내려가보기로 한다. 

건강이 좋지 않은 내가..  건강이 좋지 않았기에 불임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던 내가.. 임신을 하였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  그 몸으로 애 낳고 애 키우고 어찌 하겠냐고 걱정부터 하던 것이 우리 언니요, 겨울에 애기 낳게 되어 그렇잖아도 몸 힘든데 더 힘들겠다고 걱정해주던 것도 가까운 친구요.. 나 스스로도 기쁨은 잠시.. 과연 내가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아니, 출산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아니, 그것보다 임신 과정을 잘 버텨낼 수 있을까.. 걱정부터 했던 것이 바로 넉달 전의 일이다.

몇달의 시간이 지났고.. 그래도 박사과정 공부가 끝나고 나니 시간이 여유롭고.. 몸이 힘들면 맘 편히 쉬면 되니.. 그 또한 건강에는 도움이 되었고.. 누군가 늘 내 곁에 있어주니 마음도 편안하고.. 임신으로 인한 여러 소동이 있었으나.. 건강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먹고, 운동하고, 쉬고, 회복하고.. 하는 일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임신도 했고, 나이도 한 살 더 먹었지만, 그래도 과거에 끔찍하게도 많이 아프던 시간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천국같은 삶이고, 아픈 몸으로 살아온 시간이 길어진 만큼 이런 몸을 어르고 달래가며 살아가는 나의 요령도 늘었다.  또다시 몸이 아프면 힘들지만 며칠 잘 쉬면 낫는다는 것도 이제는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 아픈 것 자체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훨씬 줄었다. 

이런 긍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임신이라는 상황..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이 상황은.. 나에게 끊임없이 불안함으로 작동하는 것 같다.  건강한 임신부도 이런 불안감은 누구나 갖고 있을텐데, 도대체 수년간..6-7년을 아픈 몸으로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살아야 했던 나에게는.. 이런 불안감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사실..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괜찮은 척 하고 지내지만.. 자신도 없고.. 겁은 당연히 더더욱 나고.. 걱정도 너무 많다.  그러나.. 그야말로.. 이렇게 걱정하고 두려워한들 어쩌리오.. 귀한 생명이 찾아왔고, 이쁜 아기를 만날 생각을 하면.. 이 정도는 참아야지.. 나보다 더 몸이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아이를 낳고 기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어딘가에 많이 있을텐데.. 이 정도로 앓는 소리를 하는 것이 가끔은 부끄럽다.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내가 하는 것은.. 대단할 것은 없다.  잘 먹고, 잘 쉬고, 컨디션이 괜찮을 땐 운동부터 꼭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외국에서 혼자 살며 내 건강을 챙겨야 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내 몸은 내가 챙기기..  정말 꼼짝 못할 정도로 몸이 너무너무 아픈 상황이 아니라면.. 아니.. 몸이 그렇게까지 아프다고 하더라고.. 밥은 꼭 챙겨먹고, 과일도 먹고.. 비타민도 먹기.. 다른 걱정 말고 계속 누워서..잠 오면 자고, 잠이 깨도 누워있기.. 그러다 좀 회복하면 가볍게 산책하고.. 또 먹고.. 또 누워서 쉬면서 더 회복하기.. 그리고 좀 더 회복하면.. 다른 급한 일 다 제쳐두고 가볍게 운동하며 몸을 다시 살려주기.. 즉, 무조건 건강이 우선이고, 이를 위해 휴식과 운동을 최우선으로 하려고 노력한다.

지난주는 며칠간 좀 무리했더니.. 바로 임파선이 부어서.. 기침도 하고, 열도 나고, 몸도 춥고.. 재채기도 하고.. 이대로 있다간 큰 감기 걸리거나 꽤 오래 아프겠다..싶어 집에 있던 콩나물로 진한 콩나물국을 끓이고, 국에서 건져낸 콩나물은 밥에도 얹어서 비벼먹고, J가 싸 준 말린 오미자와 도라지로 차도 끓여서 마시고, 비타민의 보고라고 하는 키위도 정성스레 썰어내어 한끼를 차려 먹었다.  이건.. 뭐.. 밥을 먹는 게 아니라 민간요법의 약을 먹는 거나 다름없는 식사.. 맛을 위해 먹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건강을 챙기려서 차려낸 식사다. 

임신 초기에도..중기에도.. 꾸준히 운동을 해 왔건만, 요즘 와서 몸이 급 무거워지면서.. 그리고 임파선염의 여파로 컨디션이 저조해지면서 거의 일주일 넘게 운동을 못 했다.  그러다 보니 살은 찌고, 몸은 더 무겁고, 하루 종일 몸은 더 쳐지고.. 그래서 어제부터는 특단의 조치!  아침부터 활기차게!!  Tintin의 출근길에 Tintin의 회사까지 같이 갔다가 거기서부터 집까지 걸어오는 길에 혼자서 산책을 했다.

영국은 어제도 비, 오늘도 비다.  어제는 본격 비옷을 입고 산책을 했는데, 오늘은 어제보다는 비가 덜 오는 것 같아 가벼운 방수가 되는 자켓을 입고 30분간 산책.  동네 다리에 걸려있는 자물쇠들.. 그리고 그 난간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작은 빗방물들..  빗방울이라도 보면서.. 일상 속에서 재미를 발견해야 이 지루한 영국 삶도 살만해진다. 

스페인에 가면 길에 오렌지 나무가 가로수로 있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데, 영국은 길에 이렇게 블랙베리 덩굴들이 많이 있어서 놀라게 한다.  길에 널린 것이 블랙베리다.  마트가면 200g에 2파운드씩은 줘야 먹는 것인데 여름부터 가을, 초겨울까지도.. 이렇게 자연 속에 마구 널려 자란다.  검게 검게 빨리 익거라~ 블랙베리야~ 

산책로의 잔디에도 빗방물이 몽글몽글..  이 날씨에도 개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 달리기 하는 사람은 항상 있다.  어제와 오늘은 나도 그런 산책자 중 한명이 되었다. 

나무에 맺힌 빗방울들.. 그래도 거센 비가 아니어서 산책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더 강한 빗줄기의 비가 강풍을 동반했더라면.. 산책하기는 힘들었을게다.  

집 앞 가든의 정원수에도 빗방울이 몽글몽글.. 

이렇게 주위의 아름다운 녹지 덕에.. 그래도 마음을 추스리고 달래어가며 지내는 것이 이곳 영국에서는 한결 쉽다.  적어도 나에게는..

며칠째 내리는 비.. 밤마다 추워서 이불을 두겹 덥고도 새벽에 외투를 꺼내 잠옷위에 꺼내입어야 잠을 잘 수 있는 날씨.. 아직 8월 중순도 안 되었는데.. 가을 느낌이 물씬 난다. 

이번주로 임신 23주.  다음주면 나도 임신 7개월에 접어든다.  24주부터가 7개월이라는 것도 초짜 임산부인 나는 어제서야 알게 되었다.  어쨌거나.. 애기는 올 겨울이 되면 나올 것이다.  (아니, 그 때 나와야 한다...)

그때까지.. 건강관리를 잘 해야 할 것이다.  건강 관리에 대한 글을 가끔씩 쓸 수 있으면 써보자..다짐하며.. 오늘 글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