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임신

임신 16주에서 20주.. 다이나믹한 시간들

옥포동 몽실언니 2017. 7. 24. 09:30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몽실언니는 이번주로 임신 20주를 끝내고.. 며칠 뒤면 21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하루하루의 몸의 변화를 실감할 수는 없지만 며칠씩 지나면서 보면 조금씩 달라져있는 제 몸에 깜짝 깜짝 놀라게 됩니다. 


16주까지는 사실 체중도 큰 변화 없고 1-2킬로 정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 정도는 사실 하루 이틀 밥 많이 먹고 퍼져 있다 보면 금새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몸무게이니 별 신경 쓰지 않고 지냈는데, 16주가 지나면서는 정말 하루 하루 놀랄 정도로 배도 나오고, 식욕도 너무너무너무 강해지고, 먹고 싶은 음식도 너무 구체적이면서도 많고.. 많이 먹으니 배도 더 쑥쑥 나오고.. 그런 시간이었어요.  

16주가 되는 첫날에는 밤에 배가 너무너무 아파서 꼼짝을 할 수 없을 정도였던지라 남편의 부축 없이는 화장실을 못 가는 지경이었어요.  혹시 맹장이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눈물 쏙 빠지게 아팠는데, 다음날 병원에 가보니.. 맹장은 아닌 것 같다고 하고, 그 며칠 뒤에는 조산사가 제 배를 보더니 같은 주수의 산모들에 비해 배가 좀 더 위로 올라와있다나.. 어쨌거나 하루 이틀 고생스럽더니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괜찮아지고 나서는 지금껏 별 탈 없이 지내고 있어요. 


임신 20주를 마쳐가고 있는 요즘에는.. 정말.. 사람의 호르몬이 무서운 거라는 것을 여실히 깨닫는 시간입니다.  전 입덧이 심하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임신 초기에도 그리 식욕이 당기고 상큼한 음식이 그리 먹고 싶은.. 그저 입덧 약한 임산부들의 평범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14주 이후:  선명한 악몽들의 연속


14주를 지나면서부터는 이상한 악몽을 너무 많이 꿔서 힘들었어요.  이것도 모두 호르몬 때문이라고 하던데, 임신 중에는 밤에 화장실을 잘 가게 되는데, 임신 중에는 REM 상태의 수면이 길어져서 (Rapid Eye Movement) 그 중에 잠을 깨게 되면 유독 꿈을 선명하게 기억하게 되어서 임신 중 꿈을 많이 꾸게 된다고 해요.  그 중에서도 임신 중에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거나 하는 등의 꿈을 꾸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제 꿈이 딱 그랬지요.  남편이 꿈에서 절 두고 다른 여자에게 너무 잘 해줘서 꿈 속에서 너무너무 화가 나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마구 울었는데, 눈을 딱 뜨자 꿈인 거예요!!  그런데 그 꿈이 너무너무 선명하고 현실 같아서 옆에서 아직 잠에서 깨지도 않은 남편을 마구 흔들어깨우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ㅠㅠㅠㅠㅠ 어찌나 따져댔는지.. ㅠㅠ 전 그게 꿈인 것을 알면서도 남편의 얼굴을 보는 순간.. 꿈 속에서의 그 감정들이 너무 생생해서.. 멀쩡한 생사람만 아침부터 잡았답니다. 


이 에피소드를 애 둘 낳은 육아선배인 친구에게 이야기하니, 딱 그 때만 꾸는 꿈들이라고.. 그 이후에는 그런 꿈 꾸려고 해도 안 꾸니까 걱정 말고 지금을 즐기라고 합니다.  그렇게 며칠을 연속하여 말도 안 되는 이상한 꿈들을 꾸더니.. 정말 거짓말같이 그런 증상은 사라졌어요. 


16주 이후:  하루가 다르게 불러오는 배


16주를 지나면서는 태반도 완성되고, 이 때부터 태아가 쑥쑥 큰다고 하더니.. 정말 거짓말처럼 이때부터는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쑥 쑥 올라와 있는 제 배 높이에 저도 남편도 모두 놀라는 하루 하루들이었습니다.  그 외에는.. 그저 너무 강하게 올라오는 식욕을 감당하기 어려워 괴로운 시간들.. 그리고 과식하는 시간들이 이어졌지요.  아주 미약하지만 뱃속에서 뭔가 꼬로록 움직이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17주 이후:  아주 드물지만 태동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 며칠에 한번씩.. 


19주:  아기 심장 정밀검사


저희는 병원에서 아기가 심장에 문제가 있는지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연락이 와서.. 며칠 잠을 지새우며 마음을 졸이다가 병원에 가서 심장 정밀 초음파를 찍게 되었어요.  다행히 현재로서는 아무 이상 없어 보인다고 하여 마음을 놓았습니다.  그 전에는 다운증후군 고위험인지도 모르겠다고 해서 걱정했다가 다운증후군은 저위험으로 나와서 마음을 놓았는데.. 이렇게 한 생명을 잉태하고 품어나가는 과정에서부터 늘 걱정의 연속이라는 현실이 몸으로 와닿는 시간들이었습니다. 


18주 말부터는 태동이 좀 더 느껴져서 19주에는 남편도 제 배에 손을 대고 있다가 태동을 느끼고는 깜짝 놀라 제 배에서 손을 확~ 떼더라는 ㅋㅋㅋ 


이 때부터는 운전 연수도 시작하였습니다.  15년전 한국에서 오토 면허증을 딴 뒤로 제대로 운전을 해 본 일이 없었는데.. 영국에서 메뉴얼 차량 (수동 기어) 으로 운전 연수를 시작했어요.  집에 있는 차가 수동인데다가 영국에서는 아직까지 대부분 수동 기어 차량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저도 수동을 배우는 쪽으로.. 긴장해서 자꾸 숨을 참게 되는데, 운전선생님이 아이 셋 있는 아빠인터라 저에게 때때로 "승영, 숨 쉬어~ 아기는 깊은 숨을 좋아해!!"라고 말 해 주십니다. ^^


20주:  기형아 정밀검사


지난주는 20주 0일이 되던 날 기형아 정밀 초음파를 진행했어요.  심장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신장도 잘 있나 확인하고, 손가락 발가락 뼈도 대충 확인하고.. (초음파 기사가..정말.. 대충 확인해줍니다 ㅠㅠ 공공의료의 폐해 ㅠㅠ), 입도 제대로 생겼는지 확인하고.. 등등 여러가지를 체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든 의료진이 공무원이다 보니.. 정말.. 대충해줘서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큰 기대도 없었기에.. 그리고 이제 여러번의 마음 졸임을 겪고 나서.. 이젠 걱정 말고 그냥 아기를 만날 날까지 기다리자..고 결심했기에 별 미련없이 성의없는 초음파에도 불만없이 나왔습니다.  


얼마나..대충 해주냐 하면... "손가락 발가락 갯수는 못 세어 봤는데, 아기 태어나면 세면 되니까 그건 괜찮아요." 라고 하더라는.. ㅎㅎㅎㅎ 손가락 발가락 다 있고 없고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임신 14주 되던 때에 한국 휴가에서 돌아오기 전날 마지막으로 들른 한국 산부인과에서는 아직 14주밖에 안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주 선명한 초음파 사진을 보여주며, 손가락 발가락 모두 5개씩 있는지 확인을 해줬는데.. 서비스에 있어서 너무 차이를 느끼는 시간이었지요. 


이날 알게 된 마지막 정보는.. 아이가 아들이라는.. ^^;;;  사실 이미 한국에서 14주 스캔 때 의사선생님께서 "아이가 아빠 닮았네요~" 하는 말씀을 세번 넘게 하셔서, "초음파 사진 어딜 보고 이 아이가 저희 남편 닮았다고 하시는거예요?" 하고 물었더니 "여기, 여기.." 하며 아이의 두 다리 사이를 뱅글뱅글 화살표로 보여주시면서 아들임을 이미 넌즈시 알려주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이 아이는 딸 일 수도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건만.. 이번 초음파에서.. "이 아이는 딸 일 수가 없습니다"라는 확답까지 들으며.. 또 우리 Tintin도 초음파 영상 모니터 바로 앞에서 그 증거를 명확하게 눈으로 확인했기에.. 저희는 더이상의 surprise없이.. 아들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아들이건, 딸이건.. 그저 뱃속에서 건강하게 자라다가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뿐..  


이렇게 지루하게만 느껴지던 몇 주의 시간이 지나고.. 벌써 임신 전체 주기의 약 절반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낳던 모든 엄마들이 이런 기나긴 시간 동안 아이를 몸에 품고 자신의 신체적 변화를 경험하면서.. 그로 인한 모든 불편과 어려움을 감내하며 9개월이 넘는 시간을 보냈구나..싶어서.. 길에서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기분이 남달라집니다.  이래서.. 애를 가져봐야, 애를 낳아봐야 니가 내 마음 안다.. 이런 말을 엄마나 언니들이 하곤 했구나... 이제야 깨닫습니다..  마흔을 겨우 몇 해 앞두고서야 말이지요. 


남은 시간은.. 받아 놓은 리서치일도 마저 해야 하고, 번역일도 처리를 해야 하고.. 이사도 가야 하고..출산 준비도 해야 하고.. 바뿐 시간들이 될 것 같아요.  그래도.. 아직 19주나 되는 시간이 남았으니.. 남은 시간을 잘 활용해야겠지요.  


운동도 열심히 하고, 일도 열심히 하고, 건강한 음식 먹고, 남편과 사이 좋게 지내면서.. 우리 아기를 기다리는 시간을 즐겨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