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영국 직장인의 야근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2. 1. 03:08

오늘은 우리 남편 Tintin이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올해 두번째로 있는 "공식" 야근의 날이다.  아니, 영국 회사도 야근을 하냐고?  물론이다.  한국처럼 일상화되어 있지 않다는 차이가 있을 뿐!  (사실 이건 아주 큰 차이이다.)

첫번째 '공식'야근은 두어달 전인가.. 상품 출시를 앞두고 일 진행을 서두르기 위해 당일에 갑작스럽게 인근 팀의 팀장이 관련 직원들에게 야근을 해 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하는 전체 메일을 돌려서 당일에 갑자기 결정된 야근.  두번째 야근인 오늘은 이틀 전에 미리 야근이 필요할 것 같으니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은 야근가능여부를 알려달라는 연락을 받았고, 이에 따라 예정된 야근이다.  

영국에서는 야근을 몇시까지 할까?

Tintin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Tintin의 회사에서는 '공식' 야근의 경우 대부분 7시반에서 8시까지 추가근무를 하는 편이다.  물론 회사일에 더 헌신적이거나, 업무 관련도가 더 높은 사람들의 경우 8시를 넘겨서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Tintin의 회사는 원칙적으로는 flexible hours가 허용되지 않는 회사라, 9시 출근하면 5시반 퇴근, 9시반 출근시 6시 퇴근.. 정도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을 하는 편이다.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회사 근무 경력이 오래된 사람들 중 일부는 8시반에 출근하여 5시에 칼퇴근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Tintin은 되도록 9시까지 출근해서 5시반이면 퇴근하는 생활을 하는 편인데, 야근을 하게 되면 7시반까지, 약 2시간을 더 일 해주고 오게 된다.  그 이상은 집중할 체력이 딸려서 더 하라고 해도 생산성이 아주 낮아질 뿐이다.  

야근을 하면 저녁식사는?

한국처럼 회식을 할까?  그런 일은 절대 없다. ㅋ 

야근해달라는 이메일에 남편이 답장을 했단다.  "야근해주면 뭐해줄건데~?!" 라고.  그랬더니 돌아온 답장.  "피자!" ㅋ 그렇다.  현재 근무하는 회사는 공식 야근이 있을 경우 야근을 한 사람들에게 특별히 "피자"를 제공한다. ㅋㅋㅋ 그것도 야근을 시작할 때 제공하는 게 아니라, 7시반에 피자가 배달되어서,  5시반까지 공식근무를 마친 후 추가 업무를 하고 나면 그 때에서야 주린 배를 채우게 되는 것.  야근을 한 자만이 피자를 먹을 수 있노라니~  인색하다면 인색하고, 또 어찌보면 참 현실적이다.  빠르고 간편하고 호불호가 없는 것이 바로 피자니까. 

한국직장인의 관점에서 보면 7시반이나 8시까지 일 하는 건 야근이라 부르기 참 민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도 엄연히 야근은 야근이다.  한국에서도 직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국에서는 업무 시간 중 업무가 상당히 타이트하게 돌아가고, 오전, 오후에 차 한잔 정도 만들어 먹는 잠시간의 휴식 시간 외에는 휴식이나 느슨한 시간 없이 일에만 집중된다.  그러다 보니 오전에 3시간, 오후에 4시간 반을 빡빡하게 근무하면 이미 뇌는 포화상태.  회사차원의 공식적 야근이 아니더라도 가끔 팀 내에서 처리해야 할 급한 업무들 때문에 평소보다 30-40분만 더 근무하는 날이면 Tintin은 눈이 쾡해서 돌아온다.   

영국에서는 모든 직장인이 칼퇴근을 할까?

그렇지 않다.  되도록 정시에 퇴근해서 그 이후 시간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Tintin 포함 ㅋ), 회사에서 인정받고 잘 나가는 소위, '성공하는' 사람들은 셀프 야근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초과근로시간으로 인정받거나 하는 일은 별로 없다.  본인이 원해서, 필요에 의해서 스스로 하는 추가근무이기 때문에.  오히려 공식적으로 요청된 야근의 경우 이후에 초과 근로시간으로 인정을 해주곤 한다.  

어쨌든 이렇게 실력있는 사람들이 야근까지 하니.. 잘 나가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겠지만, 영국 직장에서도 회사업무에 헌신도가 높은 사람들은 별도의 보상이 없더라도 개인의 시간을 바쳐 회사 업무에 몰두하고, 그런만큼 그들의 업무성과도 그보다 적은 시간을 쏟아붓는 사람에 비해서는 좋을 수밖에 없다.   가끔 주변에서 영국인이고, 외국인이고 할 것 없이 회사업무에 상당히 헌신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Tintin도 감탄할 수밖에 없다.  "성공하려면.. 저렇게 해야 되나봐.." 라고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우리 부부는 우리 부부의 시간, 개인적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회사에 그렇게 올인할 생각이 없다.  물론 Tintin이 회사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회사일을 더 열심히, 더 시간을 쏟아부어보고싶다고 한다면 말릴 생각은 없다.  적어도 노력하는 만큼 성과를 낼 것이라 믿고, 그런 성과가 회사에서 인정받건 받지 못하건 Tintin의 실력 향상으로 이어지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응원할 일이므로.   

그렇긴 한데, 오늘 막상 Tintin이 6시가 되도록 집에 오지 않고.. 아마.. 2시간은 더 있어야 집에 온다는 것을 생각하니.. 너무 적적하고 허전하다.  야근이고 뭐고.. 그냥 당장 집에 와서 내 옆에 있었으면..하는.. 마음..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하다.  생각과 실제 마음이 이렇게 차이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