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 9개월, 생애 첫 놀이터 입성기!

옥포동 몽실언니 2018. 9. 17. 14:05

우리 아이는 9월 9일로 드디어 생후 9개월에 접어들었다.  백일이 언제오나 했는데, 백일도 지나고, 6개월도 지나고, 어느새 9개월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그간 우리아이는 많이 많이 자라서, 생후 4개월 당시 나의 소원이었던 '제발 목만이라도 좀 가눠라~' 하던 것에서 지금은 목 가누는게 뭐야, 서고, 섰다 앉고, 또 서고.. 뭐든 잡고 서려 하는데, 그 중에서도 그저 엄마 다리며 엄마 어깨를 잡고 서려해서 말썽이다.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지난주에는 우리 아이 9개웖을 맞이하여 동네 놀이터로 산책을 갔다.  아이에게 놀이터도 구경시켜주고, 놀이터에 있을 많은 사람들을 구경시켜주려고. 

우리가 사는 아빙던에는 아주 큰 놀이터가 있는데, 이 놀이터는 우리가 옥스퍼드를 떠나 아빙던으로 이사오는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물론 옥스퍼드보다 집값이 싸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그 다음으로는 아무래도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이런 좋은 놀이터와 공원이 가까이 있으니 그래도 새로운 곳에 정착한다면 여기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 올 당시에는 놀이터 확장개장 공사 중이어서 현재와 같은 모습의 놀이터가 아니었지만, 공사 완료 후에 개장한 놀이터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좋았다.  

좀 큰 아이들이 놀만한 놀이기구들과, 겨우 걷고 뛰는 아이들이 놀만한 놀이기구가 모두 구비되어 있고, 부모들을 위한 휴식공간도 충분해서 나름 이 지역의 랜드마크라 할 만한 곳이다.

여름이면 피크닉 인파도 많고, 

이 피크닉 장소 옆에는 아래와 같은 분수대도 있어서 여름이면 아이들이 분수대의 물을 맞으며 뛰어 놀기 바쁘다. (위 사진은 분수대와 수영장에서 젖은 아이들 옷을 울타리에 걸어서 말리고 있는 것이 포인트 ㅋ).

그 옆에는 야외수영장도 있는데, 올해 공사 후 재개장을 하여 신장개장하였는데, 여름이 더웠던 덕분에 나름 인기몰이를 한 듯하다 

바로 그 놀이터로 지난주 수요일 나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을 갔다.  

사실 늘 가던 산책코스이지만 우리 아이같이 스스로 걷지 못하는 어린 아이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보니 놀이터에 가서 벤치에 한두번 앉아 있다 나온 게 전부였는데, 그 날은 작심하고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들어가서 아이에게 인파도 구경시켜주고 놀이터도 둘러보게 해 줄 요량으로 작정을 하고 나섰다.  낮잠 적은 우리 아이와의 놀이시간을 떼우기도 할겸!

그런데 왠걸, 날씨 좋던 방학 중에는 사람이 그리 많던 곳이, 학교가 개학하고, 하교 시간 전인데다 날씨까지 쌀쌀해서인가 그 큰 놀이터에 형아 둘, 누나 하나와 그들의 보호자인 엄마들 두 명이 전부.  

사진: 휑한 놀이터

분위기는 썰렁했으나 그 덕에 편안하게 아이를 벤치를 잡고 세워도 주고,

어린 아이들용 그네에도 앉혀줬다.  생애 첫 그네! 

그네의 쇠줄이 신기한지 줄을 올려다보는 잭!

우리 아이의 별명은 "참여아기".  "참여웨딩"으로 태어난 "참여아기"이다.  뭐든, 어디든, 참여하고 싶은 아이~  형누나 노는 데도 함께하고 싶은지, 뒷편에서 형누나들이 소리치며 노는 소리가 들리자 그리로 돌아본다. 

바람이 꽤 강했던 관계로 다시 아이를 꽁꽁 싸서 집으로 고고~

집으로 오는 길에 통과하게 된 공원, Abbey Garden. 

유모차를 갖고 와서 운동을 하는 Buggy Fit 수업이 아빠 전용 수업으로 수요일마다 이곳 공원에서 열린단다.  엄마들을 위한 수업은 화요일과 목요일에 다른 공원 Albert Park에서 있다고 하는데, 집에서 유모차를 끌고 걸어가기에 멀기도 멀고, 큰 도로도 몇번 건너야 해서 한번도 가보질 못했는데.. 바로 여기서 수업을 한다면 나도 한두번 오겠다만.. 여기서는 아빠들만 하는 수업이라 하니.. 이렇게 아쉬울데가..! 

그렇게 지난주 우리아이 생애첫 놀이터 입성기 끝~ 

나름 그네를 신기해하는 것 같았고, 놀이터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아이가 걸어다닐 내년 봄이면 놀이터에 와서 시소도 타고, 그네도 타고, 작은 미끄럼도 타면서 재밌게 놀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이 공원과 시내 카페 두어곳 말고는.. 어디 갈 데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이 작은 도시 아빙던.  아이가 놀이터라도 이용할 수 있게 되면 그나마 이곳에 살기를 잘했다는 작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하며 그 날을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