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옥스퍼드 여행

옥스포드에서 나홀로 크리스마스 이브 나들이

옥포동 몽실언니 2016. 12. 25. 02:14

영국의 크리스마스는 가족들이 함께 하는 연휴이다.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 이내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다들 들뜬다.  한국에 비교하여 꽤나 심심할 것 같은 영국인들의 삶에서 여름 휴가가 지나면 사람들은 모두 크리스마스 휴가 계획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12월이 다가오면 다들 미리 미리 크리스마스 쇼핑을 시작한다.  세일을 노려서 평소에 사고싶었던 것을 사기도 하지만 가족 친구들과 나눌 선물이며 크리스마스 카드며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사는 것이 해마다 큰 행사이다. 


이런 서구 명절(?!)이 오면 도시는 텅 빈다. 그나마 시내는 아직 쇼핑을 덜 마친 지역 주민들과 다소간의 관광객의 차지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크리스마스 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갔거나 기숙사에 쳐박혀 막간의 휴식을 즐기기 때문에 학생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이브, 미처 구입하지 못한 크리스마스 카드 몇장을 구입하기 위해 시내에 나갔다가 캐롤을 부르고 아이들과 사진을 찍어주며 자선단체 (charity) 모금활동을 하는 이들을 발견했는데, 귀엽게도 겨울왕국의 올라프 복장을 하고 있는 이가 산타보다 훨씬 인기가 더 좋다. 아이들을 안아주고 사진도 찍어주면 부모들은 조금이라도 기부를 안 할 수가 없다. 좋은 아이디어! 





사진: Cornmarket Street at Oxford 올라프가 인기가 좋다! 사진을 찍기 전에 아이가 포옥 안겼었는데, 그 장면은 놓쳤다!



몇년을 지나다니던 길이었는데, 오늘은 길에 차량이 적다 보니 high street의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Lloyds 은행이 있던 저 건물이 저렇게 수려한 건물이었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 늘 관광객과 시내버스로 시내가 붐비다 보니 주변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할 때가 많았음을 새삼 깨달았다.



사진: 옥스포드 하이스트릿 (High Street at Oxford) 



쇼핑은 힘들어.. 겨우 카드 몇장과 세일 중인 가디건 하나를 산 게 전부였지만..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예전 친한 동생이 가장 좋아했던 Pret A Manger의 아몬드 크로와상을..먹을까 했다가..그냥 따뜻한 white tea만 한잔.. (화이트 커피가 그랬던 것처럼 화이트 티는 블랙티에 우유를 넣어주는 것이다). 



사진: Pret-a-Manger on Cornmarket Street at Oxford 



돌아오는 길.. 시내를 걸어서 5-7분 가량 벗어났을 뿐인데도 저 인적 드문 거리를 보라! 그 와중에도 산타복장을 하고 가는 중년의 아주머니와, 똑같이 산타 커플룩을 한 강아지까지. 저렇게 자기 좋은대로 하면서 재미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그런 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도 즐거워진다. 



사진: Keble Road at Oxford. 왼편은 보행자도로, 흰 선 우측은 자전거도로이다. 그 와중에 알록달록 꾸미고 가는 자동차도 한대 찍혔네.. 



오늘 저녁은 옥스포드에 남아있는 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저녁을 해먹고 자정미사에 참석하기로 했다. 늦었다, 얼른 준비하고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