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생활

[손님초대 요리] 저수분 돼지고기 수육 만들기

옥포동 몽실언니 2017. 8. 7. 15:26

안녕하세요!  영국 사는 몽실언니입니다.

아주 가끔 제가 직접 한 요리들을 올린 적이 있는데, 오늘은 제가 가장 즐겨 하는 손님초대요리인 저수분 돼지고기 수육을 선보일까 합니다. 

저는...요리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사람이지만.. 집에서 직접 한 음식을 좋아하다 보니..어쩔 수 없이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경우들이 많은데요.  제가 즐겨 하는 요리들의 특징은.. 과정이 단순하고 요리 후 설거지가 최소화되는 요리들이면서 한번 만들면 며칠간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서바이벌에 최적화된 요리라고나 할까요?! ㅋ 이건 아마 미각이 아주 예민하지 않으면서 식성이 까다롭지 않아서 '건강한' 음식이라는 인식만 있다면 적당히 뭐든 잘 먹는 성향 덕분에 가능한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저에게.. 요리법은 너무나도 간단하면서 백에 백이면 실패 없이 거의 항상 주변인들로부터 칭찬을 받아온 요리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저수분 돼지고기 수육!

필수재료:  돼지고기 (삼겹살, 목살, 다리살.. 뭐든지 ^^), 두꺼운 요리용 팬

부재료:  향을 내기 위한 야채 (양파, 파, 생강, 월계수잎, 통후추), 음식접대를 위한 야채 (Rocket 또는 부추나 샐러드용 시금치 등 쓴맛이 나는 야채)

소스재료:  향이 없는 기름 (저의 경우는 집에 있던 땅콩기름 peanut oil), 씨겨자 (whole mustard), 식초, 설탕, 간장

사실 이 요리는 돼지고기와 두꺼운 요리용 팬만 있으면 끝.  나머지 재료는..모두 부수적입니다.  비법은 아주 두꺼운 팬에 물 없이 고기만 넣고 저온에 오랫동안 익혀서 수육을 만드는 것.  물에 넣지도 않고 만들었는데 이게 무슨 수육이냐..하면 할 말이 없지만.. 맛은 수육보다 더 낫고.. 호불호가 갈리지 않으면서.. 다들 어떻게 요리한 거냐고 레서피를 물어온다는 점!  자주 하던 요리였는데, 얼마전 주말 남편의 한 선배네 가정에 저녁 초대를 받아서 가면서 요리를 좀 해가느라 이번에도 이 수육을 만들었습니다.  이번에 쓴 고기는 돼지다릿살.  

영국에서는 주말에 'Sunday Roast' 라고 부르는 통고기 로스트가 전통 요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렇게 통으로 된 고기를 마트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어요.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 할 것 없이.. 주말에 큰 고기 덩어리를 오븐에 두어시간 구워내서 온 가족이 주말에 푸짐한 식사를 하고 남은 고기로 주중에 샌드위치를 만들고, 남은 뼈로는 육수를 내어 soup을 만들어 먹곤 한다지요.  그래서 어느 pub이든 주말이면 'Sunday Roast'라는 메뉴가 있을 정도예요. 

저희는.. 사실 삼겹살 통고기를 사고 싶었는데, 요즘 유기농으로 식성을 바꾸고 나서 고기를 사려다 보니..제한점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다릿살을 사게 되었어요.  유기농은 따로 없어서, 나름대로 웨이트로즈 자체 브랜드의 밭에서 풀어놓고 키운 (free range) 돼지의 다릿살.  그러다 보니 보통고기들보다 가격이... 2.5배는 되는 것 같아요.  일반 돼지고기를 Tesco에서 샀을 때는.. 비슷한 크기라 해도 5-6파운드를 넘지 않았던 것 같은데.. free range나 유기농 고기는..확실히 가격이 비싸다는.. ㅠ 1.216 킬로에 12.15파운드.  그래도 2만원이 되지 않네요.  고기를 도마에 꺼내니.. 아래와 같습니다.

실을 풀고 아래와 같이 뉘어준 후 팬에 넣기 좋게 두 덩이로 잘라줬어요. 

달구지 않은 보통 팬에 먼저 양파를 잘게 썰어 바닥에 깔고, 그 위에 고기를 얹어주면.. 사실 이걸로 끝!  그러나.. 냄새에 민감할 혹시 모를 누군가를 위하여.. 그리고.. 제 요리 실력에 대한 스스로의 불신으로..최대한 고기냄새를 더 잡아보겠다고 파도 넣고, 생강 조각도 조금 넣고, 통후추도 좀 넣고, 집에 있던 월계수 잎도 좀 넣어주면 (월계수잎이 과연 맛과 향을 다르게 하는지는.. 전혀 못 느끼겠지만 ㅠ) 일단 모든 준비 끝!

사진에서 눈치채실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팬은 정말 두꺼운 스테인리스 팬이에요.  2002년 큰언니가 결혼할 때 혼수로 장만했던 팬인데, 바닥이 7중 스테인리스에, 벽면이 3중이래나.. 언니가 2009년에 새로 팬을 하나 더 사면서 저에게 잠시 빌려준 것을..제가 냉큼 영국으로 들고 와 버려서 그 때부터는 제 팬이 되어 저와 함께 한 세월이 8년.. ㅋ 어쨌거나 15년 묵은 팬이지만 여전히 너무 튼튼하게 잘 쓰고 있어요. 

왜 이렇게 두꺼운 팬이 꼭 필요하냐?!  그래야만 자체 내의 수분을 잃어버리지 않고 고기와 야채 자체의 수분으로 이 요리를 끝낼 수 있어요.  그래서 버리는 육즙이 최소화되고, 고기 자체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지요.  고기가 물에 들어갔다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매우 부드러우면서 쫄깃쫄깃한.. 그런 맛을 낼 수가 있습니다.  

저의 요리를 맛본 독일 장금이 동생은 상당히 미각이 발달한 미식가인데, 그 친구도 이 요리를 따라해보겠노라 집에 가서 압력솥을 이용해서 했다고 하는데, 그 또한 대성공이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팬에 모든 재료 준비를 한 후 약불에서..한참.. 인내심있게 기다려주면 그걸로 끝.  저희 집의 경우 전기로 된 hob이 설치되어 있는데, 불 조절이 1-6단까지 가능해요.  저의 경우 2-3단으로 초반에 시작했다가 지글지글 팬 속이 뜨거워져서 본격적 조리가 시작되었다 싶으면 바로 불을 1-1.5단으로 낮춰서 약 50분 정도를 조리합니다.  물론 고기의 양에 따라 조리 시간도 달라지겠죠.  그런데 이렇게 약불에 조리하다 보니 최소한 40분 이상은 걸리는 것 같아요.  불이 세게 되면 아랫부분에 야채나 고기가 팬에 붙어버리거나 타기 때문에 약불에 인내심있게 길게 조리하는 것.  그것이 핵심입니다.

아래는 조리가 끝난 사진~

아.. 돼지고기 껍질이.. 쫄깃쫄깃 정말 맛있어요. ㅠ 일단.. 잘 익었나 시식용으로 몇점 잘라봤어요. 

소스는 어떻게 만드냐?!  귀찮을 때는 그냥 쌈장에 야채와 쌈을 싸서 먹으면 되고, 뭔가 그럴 듯한 요리로 만들고 싶다, 할 때는!  머스타드 간장 소스를 만듭니다.  향이 없어서 소스용으로 만들 수 있는 아무 식용유 기름 (저는 집에 있던 식용유용으로 쓰는 땅콩기름) 3, 식초 1, 설탕 1, 간장 1, 씨겨자 1 (듬뿍~ 취향껏!) 을 섞어 주면 그걸로 소스 준비 끝.  저는 새콤하면서 조금 덜 단 것을 좋아하니까 식초는 1스푼 조금 넘게 넣고, 설탕은 1스푼 조금 덜 되게 넣습니다.  흔들흔들 흔들어주면 아래와 같은 소스 완성~

이렇게 준비된 소스는 쓴 맛이 나서 돼지고기와 잘 어울리는 야채들, 예를 들어 부추, 샐러드용 시금치나 Rocket salad와 아주 잘 어울린다는.. 큰언니의 팁에 따라 저희도 늘 그렇게 먹어요.  영국마트에서는 부추가 너무 비싸므로 대부분 시금치나 rocket 샐러드로.  아래는 제가 결혼식에 대접할 음식으로 집에서 직접 담근 쌈무와 시금치, rocket 샐러드 위에 올린 삼겹살 수육!

그리고 아래 사진은 이번 여름 후배 부부 S와 H 가 방문했을 때 환영저녁식사로 준비했던 잡채와 수육. (가운데 명이장아찌는 독일 장금이가 4월에 직접 채취한 고운 명이잎으로 한잎한잎 담궈낸 명이장아찌!!!) 

이런 수육은 제 결혼식에서도 사용되었는데요.  친구 J의 데코레이션 도움으로 제 수육은 아래 사진의 가운데에 진열된 음식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답니다.  같은 음식도 어떻게 내어놓느냐에 따라..참 달라도 너무 다르죠?! ㅋ

집에 두꺼운 팬이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 이 저수분 수육요리에 도전해보세요!  간장겨자소스 또한 절대 실패 없는 새콤달콤 맛나답니다!  조만간.. 밀리고 밀린 이야기지만.. 저의 셀프웨딩의 핵심이었던 self catering 직접 요리 준비한 이야기를 전해보도록 할게요!  그럼 모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