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임신

영국의 공공의료: 임신 후 첫 의사진료. 아기가 작단다.

옥포동 몽실언니 2017. 8. 31. 12:30

영국의 공공의료는.. 사회적으로 늘 비판 받으면서도.. 영국에서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제도이다. 

십여년 가까운 영국의 삶에서 몸이 자주 아프고 병원 신세 질 일이 많았던 나로서는.. 영국 공공의료의 좋은 점도 많이 보고.. 답답한 점도 많이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영국에서 어느정도 장기간 체류한 사람들은 대부분 공감하는 경험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내가 임신을 했고, 아이를 그냥 영국에서 남편과 함께 지내며 낳겠고 했을 때 영국 병원 체제의 문제점을 잘 아는 사람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애는 한국 가서 낳으라고들 이야기했다.  그러나.. 한국에 우리를 support 해줄 가족이 마땅찮은 우리로서는.. 그냥 이곳에서 우리 둘이 알아서 해보기로 결심했고 그렇게 벌써 나는 임신 7개월하고도 중반에 들어섰다. 

지난주 금요일은 임신 후에 처음으로 의사를 만난 날.  임신 25주 하고 4일 되는 날이었다.  임신 후 조산사만 두번 만났을 뿐, 의사를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그 의사는 산부인과 의사가 아닌, 가정의!  영국에서 말하는 GP (General Practitioner)이다.  영국에서는 임신 중 특별한 문제가 있는 고위험 임부가 아니고서는 산부인과 의사를 만날 일이 없다.  의사가 소변검사 (당, 단백질, 염증수치 등)를 간단히 검사지를 넣어 테스트 해보고, 혈압을 재고 (혈압이 낮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원래 내 혈압),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기 심장소리를 듣고 배 크기를 측정했다. 

영국병원에서 아기 심장소리 듣는 법:

지난번 미드와이프를 만났을 때도 배에 청진기 비스무레한 것을 대어 심장소리를 들려줬는데 오늘도 마찬가지.  영국에서는 임신 기간 중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초음파 검사는 10주, 20주 각 한번씩 딱 두번이 끝이다.  다행히 우리가 살고있는 옥스포드주에서는 36주 초음파검사를 한번 더 하는 시범사업이 2년간 진행 중이라 우린 36주에도 한번 더 초음파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어쨌든, 그럴 때 빼고는 아기 심장소리를 이렇게 청진기 비스무레한 것을 통해 들려준다. 

배크기 재는 법: 

사실 이날 배크기를 재는지도 모르고 왔다가 의사 선생님이 급 나를 침대에 누워보라고 한다.  그리고는.. 배의 길이를 잰다.  아래 그림처럼 배꼽 뒷쪽 자궁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추정해서 줄자로 세로로 길이를 측정.  그리고 하시는 말씀:

"아기가 작네요"


그리곤 20주 초음파 검사 결과지를 뒤적거리며 보시더니, 이때도 아기 체중이 하위 23%라고, 좀 작다고 하신다.  

20주 정밀검사 당시 받은 아기 추정 무게가 작은 편이라는 것은 병원 가기 전날 내 차트를 미리 검토해본 터라 나도 알고 있었기에 이번에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의사가 손으로 배를 만져보고 또 배가 작다고 하니.. 아니.. 나는 어느새 몸무게가 6킬로 이상 늘어났는데.. 아기는 작다니!!  농담처럼 늘 내 배 반, 아기 반이라 했건만, 진정 이 배는 대부분이 내 배란 말인가?!!! 아기가 작다니!!! 

혹시라도 어떤 문제가 있어서 발육부진일 수 있으니, 3주 뒤에도 애기가 작으면..추가로 초음파 검사를 한번 더 하겠다고 했다. 

이럴 때 보면.. 3주 후에 다시 체크업을 해보고 문제가 있을 경우 초음파를 추가로 하겠다고 하니.. 역시 공공의료가 믿을 만 하다 싶지만.. 저렇게 의사가 손으로 대충 (내 보기에는 ㅠ) 만져보고 줄자로 휘리릭 재어보고는 애기가 작다고 하니.. 이걸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괜히 의심이 들기도 한다.  또 20주 초음파 검사에서도 아기가 작았지만.. 임신 후 11주에 첫 초음파를 찍었던 당시, 그 때의 결과와 바로 1주 뒤 한국 산부인과에서 찍은 초음파 결과가 너무너무 달랐던 경험이 있기에.. 영국 초음파 기사.. 아니, 우리 병원의 초음파 기사가 찍은 초음파 결과를 바탕으로 아기 크기를 측정한 것이.. 그다지 미덥지 못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좋기도 하면서.. 좋지 않기도 한 것이.. 공공의료이다.  정말 응급한 상황이 발생하고.. 그 중에서도 응급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런 상황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다들 영국 의료시스템이 믿을 만하고 좋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렇지 않고.. 일상적인 병원 경험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영국 의료시스템은.. 참으로 답답하다.  초음파 그게 뭐 얼마나 비싸다고.. 초음파로 검사하면 속시원히 잘 알 수 있을 것을..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으로 계산하여 애기가 작네 어쩌네 하여 우리를 겁나게 한다. ㅠㅠ 대신.. 그런 만큼 한국에서 흔히 일어나는 과잉진료는..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다.  

이번에 병원 진료 간 김에 함께 예약해서 맞은 백일해 예방접종.  한국에서는 임신 말기쯤에 주로 맞는 듯하지만 영국에서는 임신 16주 이후에 언제든지 맞아도 되고, 요즘들어서는 중기때 맞는 것이 말기때 맞는 것보다 효과가 좋다는 연구들이 많아서 영국에서는 더 일찍 맞으라고 권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임산부들의 블로그를 보다 보면 남편과 함께 가서 남편도 백일해 예방접종을 5만원 내고 (보험 적용 안 되어서 비용이 비싼 듯) 하는 경우가 많던데.. 영국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  이 백일해 예방접종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닌, 아기를 위한 것이라서 내 태반을 통해 아기에게 그 백신을 주기 위해 엄마가 맞는 거라고 간호사가 이야기했다.  한국에서는.. 아빠들에게 왜 그 주사를 권하는지.. 남자들도.. 그 주사를 맞으면... 어떤 효과가 있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영국 간호사 이야기를 듣고 나니.. 산부인과 병원들의 과잉진료 행태가 아닐까.. 괜한 의심이 들었다.  영국에서는.. 정말로..꼭 필요한 진료만.. 그것도 환자가 원할 때가 아닌.. ㅠㅠ 의료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때에 한해서만 접근할 수가 있다는 점이 참 답답하지만.. 공공의료라는 것이.. 어찌 장점만 있겠는가..  그래도 문제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으니.. 이 제도를 반대할래야 반대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나의 임신 중 첫 의사진료는 이렇게 끝이 났다.  다음은 28주에 조산사를 만나서 임신 당뇨 검사를 하게 되고.. 아기가 얼마나 자랐나 보고.. 어떤 조치를 취해주겠지. 

임신 전에도 나는.. 비슷한 덩치의 여자애들 치고 아주 잘 먹는 편이었는데.. 임신 중기 이후 폭발한 식욕으로 잘 먹던 먹성이 더 좋아졌으나.. 병원에서 애기가 작다고 하는 바람에 주말부터 하여 지금껏 엄청 먹어대고 있다.  그런데.. 혹시 나만 계속 커지고 애기는 자라지 않을까.. 걱정 ㅠㅠㅠㅠㅠㅠ 잭.. ㅠㅠ 엄마가 다 너 생각해서 먹는거야.. ㅠㅠ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엄마 양분 다 가져가려므나 ㅠㅠ 제발 ㅠㅠ 쑥쑥 자라줘, 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