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임신

임신 37주 운동 기록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1. 21. 04:22

임신 말기에 걷기 운동을 많이 하면 순산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하는 글을 많이 읽어서 나도 임신 말기가 되면 열심히 걸어다니며 운동해야지 다짐했었다.  그러나 그 다짐은 다짐에 불과하고 36주가 지나면서 몸이 한층 무거워지고 피로해지자 극심한 귀차니즘에 빠져버린 나.  2주가 넘게 gym에 가기는 커녕 산책조차 하지 않고 대부분 집에 퍼져있는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핑계는 있다.  37주가 된 첫날이었던 11월 14일은 냉장고 수리 기사 아저씨가 오기로 되어 있어서 하루종일 집에서 대기, 15일은 처음으로 아무 일정 없이 집에서 쉬는 날이라 황금같은 휴식시간, 16일은 식탁 수리 기사 아저씨가 언제 올지 몰라 하루종일 대기, 17일 금요일은 다시금 쉬는 날.  집에 하루종일 있을 수밖에 없는데, 오후 4시만 되면 무섭게 깜깜해지는 영국의 기후 탓에 밖에 나갈 엄두를 못 내게 된다.  그래도 그나마 그런 한주를 돌이켜보며 운동이라 할 수 있는 운동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37주 2일째였던 목요일 저녁, 남편도 2주째 컨디션이 좋지 않아 운동을 생략하고 나와 함께 산책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둘이 동네 한바퀴 돌고 오니.. 약 4-5천보를 걸었다.  40분쯤 걸은 듯.  

37주 4일째였던 토요일.  옥스포드에 물건 사고, 시내 가서 환불하고, 주차장에서 시내까지 걸어갔다 돌아오니 11000보 가량이나 걸었다.  그리고 저녁에 소화가 안 되어서 남편과 짧게 동네 산책.  그러고나니 총 16000보 정도 걸었다고 나온다.  이 날은 남편도 나도 완전 뻗어버렸다. 

37주 6일째인 오늘은 모유수유 워크샵이 있어서 아빙던 커뮤니티 병원까지 가야 하는 날.  병원까지 약 2.8킬로인데, 이 거리를 30여분만에 빠르게 걸어서 완주.  이건.. 이렇게 빠르게 걷고 싶어서가 아니라.. ㅠㅠ 집에서 너무 늦게 나온 탓에.. 어쩔 수 없이 늦지 않으려면 빠르게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걸어가는 중에 "아이고 힘들어!" 란 혼잣말을 몇번이나 했는지.. 이 병원까지 걸어가야 했던 적이 전에 두번이나 더 있었지만.. 역시 몸이 가장 무거워진 오늘이 제일 힘들었다.  다행히 모유수유 워크샵이 6시에 끝나서 남편이 퇴근 후 데리러 와 준 덕분에 집에 돌아오는 길은 편안하게~  그래도 2시간이나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 듣고 하느라 힘들었음.  오늘 운동이자, 37주 운동은 이것으로 끝!  오늘 병원에서 체중을 달아보니.. 벌써 64킬로.  임신 전보다 12킬로나 증가했다.  참.. 놀랍게도 몸무게가 잘 증가한다.  다 내가 먹어서 찐 살이면서도 걱정은 되는지 어젯밤에는 애기를 낳았는데도 배가 너무 두툼하니 두꺼워서 스트레스를 받는 꿈을 꿨다.  그래놓고 오늘도 간식을 어찌나 먹었는지.. 먹는 것 조절이 너무 안 되는 나. 

내일은 동네 병원에서 38주 GP 정기검진이 있어서 가야 한다.  갔다가 컨디션만 괜찮으면 잠시 옥스포드에 가서 출산 전에 필요한 몇가지 물건이라도 좀 구입을 할까 싶기도 하고.. 살 게 없더라도 혼자 다닐 수 있을 때 좀 콧구멍에 바람이라도 쐬어볼까..싶기도 하다.  왜냐?!! 그 다음날부터는 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으니.. 비 안 오는 겨울날을 최대한 즐겨둬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돌아다니느라 운동이 좀 되기도 하고..조용한 동네 아빙던에 살다가 옥스포드에 가면 젊은 사람들, 관광객들 많아서 도시의 활력으로부터 기운을 좀 얻기도 하니.. 컨디션만 괜찮다면 안 갈 이유가 없다.  (그런데 그놈에 컨디션이 늘 안 좋다는 게 함정이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