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임신

셀프산후조리 음식 준비: 무 피클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1. 21. 11:35

임신 37주 5일이었던 그저께 저녁, 드디어 무피클을 담궜다.  생애 처음으로 담궈보는 피클.  모유수유 중에는 김치같은 매운 음식은 피하는 게 좋은데, 김치를 못 먹으면 음식이 다 밍밍해서 힘들다고 큰언니가 추천한 무피클.  영국의 일반적 마트에서는 무를 구할 수 없는데다가, 아빙던 같이 우리가 사는 작은 동네에는 제대로 된 중국슈퍼도 없어서 무를 구하려면 옥스포드를 가야 한다.  그런데 또 옥스포드의 중국슈퍼나 한국슈퍼라고 해서 항상 제대로 된 무를 갖고 있지도 않다는 슬픈 현실!  지난번 한국슈퍼에 무를 사러 갔다가 무가 하나도 없어서 허탕을 치고 돌아온 뒤, 새로운 무가 언제 들어오는지 알아둔 다음 이번에 다시 무를 사러 옥스포드에 가서 무를 자그마치 5개나 사왔다.  한국 무는 아니고 길쭉하게 생긴 mooli라고 불리는 무이다.  한국무를 먹어본지 너무 오래된 나에게는 어떤 무든, 무만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 

2리터짜리 유리병 두개를 깨끗이 씻어, 뜨거운 물에 좀 담궈둔 후 끓는 물로 다시 한번 소독을 해주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처음부터 끓는 물을 부어서 소독하면 혹시라도 유리가 깨어질까봐..  그렇게 간단히 소독을 해서 병을 준비. 

무 껍질을 까고 깨끗이 씻은 후 먹기 좋은 크기로 대충 썰었다.  그리고 피클 레서피 폭풍 검색.  대부분 물:설탕:식초를 1:1:1로 하면 된다고 하는데, 유학 중기쯤 자주 봤던 "베르단디" 라는 네이버 블로거의 블로그를 검색해보니 물 1000ml: 설탕 300ml: 식초 300ml를 하면 된다고 한다.  설탕이랑 식초를 다른 레서피보다 덜 쓴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는데, 믿고 따라하는 베르단디의 레서피였던 터라 그대로 실행!  피클용 향신재료를 쓰면 좋다고 하는데, 집에는 월계수 잎밖에 없어서 그것만 추가해서 물:설탕:식초를 1:0.3:0.3으로 해서 단촛물 완성.  이렇게 해서 부어줬는데, 물이 부족해서 물 150ml 기반으로 적당히 단촛물을 또 만들어서 부어줬는데, 그래도 조금 부족해서 물 200ml에 설탕 60, 식초 60해서 단촛물을 더 만들어서 부어주니 그제야 딱 맞았다.  이 두 병에 사용된 무는 총 3개.  무 반개는 무생채를 만들고, 무가 하나 반 더 남았다.  유리 음식 컨테이너를 몇개 더 주문해뒀는데 도착하는대로 무로 피클을 더 담궈둬야겠다.  무쌈을 만들까.. 싶기도 하고. 

병에 한가득 무를 넣은 후 끓여준 단촛물을 병에 부어주면 그걸로 완성!  병에 무를 꽉꽉 눌러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혼합수를 넣어주니 무가 병에 붕 떠서 아래쪽에는 단촛물만 들어있다.  다음에는 더 꽉꽉 눌러담아야겠다.  설탕이 황설탕인데다가 식초도 사과식초라 단촛물 색깔이 누리끼리하다.  마트에 가게 되면 beet를 사 와서 빨갛게 한번 만들어볼까나..

어제 저녁에 만들어서 하루 부엌에 내어놨더니 아침이 되니 잘 식어서 적당히 익어있다.  무 한조각 건져내서 맛을 보니 너무 달지도 않으면서 상큼한 것이 괜찮다.  냉장고로 직행.  산후조리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또 하나 마련되었다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