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임신

임신 36주.. 주말에도 계속되는 바쁜 일상..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1. 13. 05:33

저녁 6시 20분에야 소파에 앉자, 이게 오늘 제대로 된 첫 휴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뭐가 이리 바쁘냐 ㅠㅠ  앉아서 10분쯤 숨을 돌리고 나니 이제야 기운도 나고, 블로그도 끄적거려보고 싶어진다.

이번주 금토일은 3일 연속.. 너무 바빴다.  금요일은 아침부터 health visitor가 다녀갔고, 오후에는 초음파 검사를 하러 가고, 잘못 구입한 아기용품을 환불하러 다니고, 자동차 세차도 하고 돌아왔었다. 

어제 토요일은 아침 일찍 우리가 출산할 조산원을 방문했다.  아침 10시가 투어 일정이라 주차하는 데 걸릴 시간을 생각해서 조금 일찍 갔는데, 아침을 안 먹고 가면 배가 고파 힘들 것 같아서 8시부터 일어나서 샤워하고, 아침 차려서 Tintin과 아침 먹고, 옥스포드에 있는 병원 내 조산원 방문.  길어봤자 20분이면 끝나지 않을까 싶었던 조산원 방문은 무려 1시간이나 걸렸다!  조산원 방문기는 다음에 쓰기로..

어제는 두달에 한번, 런던에 계시는 한국 신부님이 옥스포드를 와서 미사를 드리는 날이기도 했다.  출산 전 마지막 미사 참석이 될 터라 신부님과 미사 전에 미리 만나 인사를 드렸다.  또 성당 사람들에게도 결혼, 출산 등을 축하해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로 미사 후 나눠먹을 음식과 와인을 준비해가느라 조산원 일정이 끝나자 마자 우리는 써머타운에 가서 차 한잔 마시며 기운을 낸 다음 미리 주문해둔 음식을 수령하고, 옥스포드 시내로 고고.  그런데 이게 뭔가!  어제는 옥스포드에 일년에 5-7번 정도 있는 졸업식이 있는 날이라 시내 주차장이 어디고 할 것 없이 모두 만차!  신부님과의 약속 시간에 마저 늦을 것 같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적당히 안전한 곳에 주차를 하고는 성당인근 카페까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신부님을 만나고, 미사를 드리고, 미사 후 사교시간에 우리가 가져 온 간식을 나눠먹고.. 출산/양육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여러 경험담 및 경고의 말을 듣고.. 그리고는 카시트를 얻으러 Y언니네에 가서 차 한잔 하고 신생아용 카시트 하나와 좀 더 큰 아기 카시트 하나를 얻어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는 우리가 얻어 온 카시트가 지금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 현재의 안전규정에 혹시 어긋나거나 하는 건 없는지 찾아보고, 카시트 작동법을 알아내느라 유튜브를 뒤지고, 카시트 커버를 벗겨내는 방법을 알아내느라 또 애를 먹었다.  커버를 벗겨내자...이런! ㅋ 아이들이 쓰던 카시트이다 보니 카시트 여기 저기서 과자 부스러기 등의 작은 쓰레기들이 쏟어지는 게 아닌가!  너무나 당연한 일!  ㅋㅋ 우린 청소기로 중고 소파를 청소할 때와 마찬가지로 카시트와 카시트 커버 구석구석을 청소기로 잘 흡입하고, 카시트를 죄다 벗겨낸 후 카시트 커버는 모두 세탁기로!  카시트 커버는 죄다 드라이클리닝을 하라고 되어 있어서 인터넷을 또 뒤져보니 사람들이 wool 버전으로 machine wash를 해도 문제가 없었단다.  그래서 우리도 wool 버전으로 delicate 전용 세제를 써서 세탁.  그렇게 우리의 긴긴 토요일은 끝이 났고..

드디어 일요일...  오늘은 Watford 에 사는 Y네 부부가 우리 시간만 괜찮다면 친히 담근 물김치를 주겠노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강한 유혹을 거절하고 밀린 집안일과 여러 환불 등을 처리해야 하는 날이었다.  오늘도 우린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간단히 외출준비를 마치고 토스트에 계란 후라이, 남은 브로컬리 수프 등으로 아침을 든든히 먹고 집을 나섰다.  장을 보러 갔다가, 잠시 해를 쬐며 둘만의 오붓한 시간도 좀 가지려 했으나, 바람이 너무 많이 부는 바람에 잠시만 산책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한국에 계신 시아버님과 영상통화를 하고, 내 배가 얼마나 불렀는지도 보여드리고, 집 안팎을 청소하고, 점심을 먹고, 카시트에 커버를 다시 씌우고, 차에 신생아용 카시트 설치 시도를 해보고 (너무 힘듬.. 차가 뒷문이 없이 운전석을 젖혀서 카시트를 설치해야 하다 보니.. 쉽지 않은 듯 ㅠ), 설거지를 하고, 남편을 위한 두유를 만들고, 며칠 전 사둔 대용량 호두와 아몬드를 일일이 모두 굽고, 후라이팬이 달궈진 김에 한국에서 언니가 보내준 멸치를 꺼내 멸치볶음을 만들고 나니.. 기진맥진.  좀 쉬자 싶어 소파에 앉으니 그 때가 바로 내가 이 글을 시작하기 10분 전인 6시 20분이었다. 

핸드폰으로 한국 뉴스 한번 훑어볼 겨를도 없이 그렇게 시간이 가서 벌써 저녁 시간이 되다니!  ㅠㅠ Tintin은 몸도 풀 겸 gym에 가서 사우나만 잠깐 하고 오겠단다.  Tintin이 온 시간에 맞춰 저녁을 먹기 위해..10분만 쉬었다가 나는 다시 부엌으로..고고.. 

오늘의 저녁메뉴는 냉동된 구운채소를 이용한 초간단 카레에 출산 후 먹으려고 비상식량으로 만들어둔 돈까지도 꺼내서 카츠카레 당첨.  이렇게 우리는 출산 후에 먹으려고 해둔 음식을 벌써부터 야금야금 꺼내먹고 있다.  "테스트"라는 이름으로.. 치킨까스는 벌써 두번이나 꺼내먹었고, 돈까스도 이번이 두번째, 불고기도 두번이나 꺼내먹었고, 다진 소고기 볶음은 벌써 3번이나 꺼내먹은 듯.  미역국도 꺼내서 먹고 싶은 유혹이 든 적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그것만큼은 꾹 참고 있다. 

정신없이 요리를 하는 와중 우리집에 자기 이사짐을 맡겨놓고 있었던 Tintin의 전 flat mate인 마랏이 다녀갔다.  Tintin과 내가 그렇게 전화를 해도 전화가 안 되더니..Tintin이 gym에 가고  한참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마랏이 오는 바람에 허겁지겁 Tintin방에 가서 마랏의 우편물을 챙겨주고, 창고 문을 열어서 짐을 챙겨갈 수 있도록 하고 있으니 Tintin이 도착.  그래도 저녁시간에 온 손님을 그냥 보낼 수 없어서 저녁 먹고 가라고 했더니 옥스포드에서 약속이 있어서 이미 저녁을 먹었고, 그냥 차나 한잔 하겠단다.  아.. 이 일요일 저녁, Tintin과 내가 금요일부터 계속 바빴던 일정 끝에 둘이서 조용하게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는데... 차라리 밥을 먹겠다고 하면 밥만 한그릇 더 푸면 되는 것을.. 차를 마신다 해서 또 물을 끓이고 차를 준비하고.. ㅠㅠ 그렇게 자리에 앉은 마랏은 부엌에 들어오자 마자 자기가 한참 준비 중인 자기 사업 이야기를 쉴새없이 한다.  그냥 하기만 하면 모르겠는데, 나에게 질문도 던지고, 이야기도 해보라고 하면서.. ㅠㅠ 왜 밥 먹을 때 일 얘기 하냐고... ㅠㅠ 난 밥 먹을 때만큼은 머리 안 쓰면서 일 얘기 말고 그냥 즐거운 사는 이야기나 재밌는 이야기 하고 싶다고 ㅠㅠㅠㅠㅠㅠ Tintin은 이 아이와 어떻게 2년 반을 같이 살았나.. 나는 정말 이 아이와 안 맞다.. ㅠㅠ Tintin의 친구니.. 예의만 다 할 뿐.. ㅠ

아무튼 그렇게 바빴던 금요일 아침부터 일요일 저녁의 일정이 끝났다.  내일은 식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자 아저씨가 오기로 되어 있고, 모레는 냉장고를 고치러 기사아저씨가 오는 날.  이번주는 출산 시 병원에 가져가야 할 짐도 챙겨봐야 하고, 꼭 필요한 물건들 또한 몇가지 더 사야할지도 모르겠다.  배가 더 부르기 전에 쇼핑해야 할 것들은 최대한 빨리 해야 할텐데.. 임신 37주가 다가오도록 어찌 단 하루도 하는 일 없이 여유롭게 뒹굴뒹굴 할 수 있는 날이 없을 수 있는가!!!!  출산전 마지막 한달은 우리 둘만의 조용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 우리 둘이 가졌던 유일한 출산 전 계획이었는데.. 출산전 한달은 커녕..한주라도 둘만의 조용한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우리의 희망사항이 되어버렸다.

바쁘다 바빠.. 

바쁠 때 바쁘더라도.. 아프지만 말자.. 부르텄던 입술도 이젠 좀 가라앉고 있으니.. 이번주는 수리 일정 두가지에, 내의/잠옷 쇼핑 정도로 나의 일정이 마무리되길.. 

아.. 양배추 피클, 무 피클, 오이피클도 담궈야 하고, 피클 보관할 수 있는 유리병이나 스테인리스 통 등도 구입해야 하는구나.. 몰라몰라몰라.. ㅠ 아기 태어나기 전에 많이 놀아두라는 것이 주변의 일관된 조언이었는데.. 이렇게 일만 하다가 우리 잭 만나겠네..  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