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다이어리/임신

사립학교 교실을 빌려 운영하는 영국의 산모교실

옥포동 몽실언니 2017. 11. 6. 21:36

지난주 토요일에는 산모교실을 다녀왔다.  지난번 조산사와의 미팅에서 antenatal course (산전 수업과정) 와 breastfeeding workshop (모유수유 워크샵)이 있다는 것을 전달받고 두 과정 모두 참가신청을 하였다.  

산전수업은 토요일 오전이라 남편과 함께 참석, 모유수유 워크샵은 평일 오후라 나 혼자 가는 것으로 신청.  

산전수업은 지난주 토요일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로,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10분 일찍 오라고 해서 나와 Tintin은 최근들어 가장 이른 시간인 8시부터 (??!!! ㅋㅋ) 일어나서 채비를 해야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8시 20분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준비해서 떠났다는.. ^^;;

그렇게 참석한 산모교실 수업은 생각보다 유용한 정보를 많이 제공해주었고, 운영방식도 신선하고 좋았다.  다만 너무 오랫만에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자리에 한 세시간을 앉아있다 보니 (물론 중간에 10분 휴식시간은 있었다.) 다리도 붓고, 숨도 차고, 심장도 뛰고.. 몸이 너무 힘들었다. 

산전수업은 아빙던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Our Ladies Abingdon (OLA) 이라는 이름의 학교에서 이루어졌다.  조산사 말이 원래는 Children's Centre에서 운영되곤 했는데 정부에서 재정절감을 위해 어린이센터를 상당수 폐쇄하였고, 그러다 보니 아빙던에서도 따로 산모교실을 운영할 수 있는 장소가 없어서 물색하던 중 이 Our Ladies Abingdon 이라는 이름의 학교에서 장소를 제공해주기로 했다는 것.  

이 학교는 아빙던에 자리한 사립학교로 한 학기에 학비가 5100파운드, 1년에 3학기제이니 1년간 학비가 15300파운드!  요즘환율로 계산하면 연간 2300만원쯤 되는 것인데, 한국도 사립학교 학비가 워낙 비싸니 그에 비하면 그리 비싼 편은 아니라고 해야 하나 --;;; 사실 영국에 있는 사립학교들 중에서는 이 정도면 사실 학비가 꽤 저렴한 학교 중 하나다. 

학교 주차공간에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와우!  1층 로비에 카페가 있다!  10분 일찍 도착해서 커피를 한잔씩 주문하면서 직원분에게 이 카페는  누굴 위한 것이냐 물어보니 학생들이 이용하는 카페라고 한다!  아니, 학생들이 커피를 마시냐고 재차 물으니, 자기도 그게 놀랍다며 ㅋ 카페에서 일하는 아주머니 본인은 커피를 전혀 드시지 않는다고 ㅋ  카페는 학교에서 11학년 이상만 이용할 수 있게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11학년이면 만 나이로 15세-16세.

카페 뒤 공간은 교내 수영장.  사립이 좋긴 좋구나!  토요일에 수영수업이 있는지 몇몇 학생이 수영을 하고 있었다.  카페에서는 수영장을 바라볼 수 있다.  학생을 기다리는 듯한 학부모 한두명도 카페에 자리하고 있었다. 

복도를 통과해서 강의실 쪽으로 가는데, 그 코너에 학생들이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영국 공립학교를 방문해본 적이 없고, 사립학교 방문만 이번이 두번째인 나로서는.. 이런 공간들과 작품들이 사립이라서 가능한 것인지, 공립도 그런 것인지.. 공립과 사립이 어느정도 차이가 나는지.. 궁금증이 일어난다.

아래는 우리 수업이 이루어진 교실.  교실은 생각보다 평범하다.  이 교실은 프랑스어 수업을 하는 교실인지 교실 곳곳에 프랑스어 단어장이 붙어있었다.  그러나 이날은 산전교실 수업을 하는 날이니만큼, 조산사들이 준비한 아기 출생 사진이 책상에 진열되어 있고, 화이트보드에는 오늘 수업에서 다룰 내용들이 적혀있었다.

오늘 산전교실 운영을 책임지는 사람은 내 담당 조산사인 다이아나.  여러 이미지 차트와 아기 모형, 여러 도구들을 준비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물론 중간에 activity도 들어있어서 삼삼오오 짝을 지어 우리가 알고 있는 출산 과정에 대해 순서를 맞춰보는 게임(?)도 진행했다. (이런 활동 참 민망하지만.. 재밌었다.  마치 오랫만에 영어학원 다니는 느낌?!)

수업에 참석한 사람은 14명.  수업에는 우리 조산사 1명, 병원에 여성센터에 근무하는 또 다른 조산사 한명, 그리고 조산사 과정 인턴 중인 학생 한명, 총 3명이 있었다.  아래 사진에 서 있는 사람이 옥스포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조산사. 

올해는 무슨 아들의 해인가!  주변에 6월에 아이를 낳은 이웃동네 성당언니도 아들을 낳고, 7월에 아이를 낳은 캠브릿지 사는 J도 아들을 낳고, 옥스포드에 사는 살타낫도 7월에 아들을 낳았고, 나도 12월에 아들을 낳을 예정인데, 이날 산모교실에 왔던 산모 9명 중 한명 빼고는 모두 아들이란다!! 

이날 가장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아래 풍선을 이용한 설명이었다.  탁구공이 들어있는 풍선을 하나씩 나눠주면서 바람을 적당히 불어넣어보라고 해서 아래는 내가 불었던 풍선!

풍선에 바람을 채운 뒤 풍선을 잘 세우면 탁구공이 입구를 막아서 풍선을 묶지 않아도 바람이 새어나오지 않는다이 풍선이 바로 우리 자궁이라고.  그리고 풍선 안의 탁구공은 아기!  

이 때 풍선 옆을 손으로 쥐어눌러서 압력을 가하면 별다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데, 이것을 바로 '가진통'이라 하였다.  옆쪽에서는 아무리 풍선을 눌러줘도 탁구공이 꼼짝하지 않았다.  진짜 진통은 풍선 윗쪽에서 압력이 강해질 때이다.  윗쪽을 꽉꽉 눌러주면 신기하게도 탁구공이 아래로 아래로 점점 내려간다.   아래 내 노란풍선도 처음에는 탁구공 아래 풍선입구가 꽤 길었는데, 시키는대로 계속 윗쪽을 눌러주니 그 입구가 아래처럼 작아졌다.  

그러다가 속해서 압력을 가하면 탁구공이 팍~ 하고 튀어나오는데, 그게 바로 아기라는 것!!  

그래서 진짜 진통이 오면 아기가 자궁입구로 내려가면서 배 아래쪽, 자궁 입구쪽 진통이 매우 강하다고 한다.  그렇게 진진통과 가진통을 구분하면 된다는!

다이아나는 출산 과정을 설명해주고, 진통의 종류도 설명해주고.. 이후에는 여러 통증완화 방법들도 설명해줬다.  유명한 무통주사 에피듀럴부터, 가스를 이용한 통증완화, birth pool (욕조)에 들어가서 통증을 완화하는 방법, 산모의 통증완화를 위해 남편이 해 줄 수 있는 등 마사지 방법, 등에 전기회로를 꽂아서 전기자극을 통해 통증을 완화하는 방법 등을 설명해줬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가 병원에서 보게 될 다양한 도구들도 보여주었다.  아래는 무통주사, 에피듀럴을 꽂는 주사 및 약물 주입 튜브,

아래는 등에 붙여서 전기자극을 통해 뇌로 전해지는 통증을 줄여지도록 할 때 등에 붙이는 전기회로패치,

아래는 아기를 낳을 때 아기의 심장박동을 모니터링 할 때 쓰는 도구. 

그리고 아래는 아기 탯줄을 자르고 나서 아기 배꼽에 붙이는 clamp. 뭐라고 해야 하나.. 집게?  

병원에 와서 우리가 보거나 접하게 될 신기한 도구 및 장치들을 하나씩 보여주며 설명해준 다음, 이후에는 병원에 올 때 싸 와야 할 것들의 목록, 소위 '출산가방' 목록도 나눠줬다. 

그리고 맨 마지막 30분 가량은 hat 시간.  

아래 사진에서 보면 조산사 뒤의 테이블에 검정색 모자가 있다.  그 모자 안에는 수업 시작 전에 우리에게 작은 쪽지를 하나씩 주면서 오늘 수업에서 알고 싶은 것이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하나씩 써서 넣어달라고,  이름은 쓰지 말고 질문만 쓰라고 해서 질문을 하나씩 넣었다.  Tintin은 자기 종이에 "After giving a birth, "라고만 써놓고 한 2-3분을 망설이고 있길래 내 질문을 재빨리 적어낸 나는 Tintin의 종이에도 그 문장 초입에 이어서 내 질문을 하나 더 얹어서 적은 다음 두 장을 모두 제출했다.  

준비한 수업내용이 모두 끝난 후, 조산사 다이아나는 자리에 앉아서 저 까만 모자 속에 들어있는 쪽지를 하나씩 읽어주며 각 질문에 답을 해 주었다.  내가 한 질문은 아기를 갖게 된다는 것에서 오는 두려움과 걱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와 Tintin 쪽지를 통해 내가 한 또다른 질문은 출산 후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며, 나의 삶 자체를 어떻게 핸들링 해야 하는지 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모든 질문도 참 좋았는데, 병실에 아이가 방문할 수 있는지와 같은 실제적 질문부터 내 부인의 출산을 서포트 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까지 다양했다. 

먼저, 내가 한 질문 중 두려움과 걱정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이애나 왈, 사람마다 가지는 두려움과 걱정이 다 다르다고.  주변에 꼭 이야기를 하라고 한다.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주변사람들이 내 어려움을 알게 하고, 나를 도울 수 있게 해 주라고.  그리고 두번째 질문, 어떻게 건강/삶을 관리를 해야 하는지.. 에 대해서는 잠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이 아주 클 것인데, 이 또한 주변의 도움을 받으라고.  특히 주변에서 요리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도움을 받으라고.  굉장히 심한 수면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기 때문에 먹는 것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게 되고, 잘 먹지 못하면 이후에 버티는 것이 또 너무 힘들어진다고.  그러니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교인들의 도움을 받고, 가족이나 친척이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도움을 꼭 받으라고 한다. 

자신의 부인의 출산을 가장 잘 서포트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조산사의 대답 또한 주목할 만 했다.  "너 자신을 잘 돌보라!"  남편 본인 건강을 잘 챙기라고 한다.  잘 챙겨먹고.  다시 한번 아기 출생 후 초기의 수면 부족은 "It's a killer!"라고.  그 수면부족은 살인마나 다름없으니 일단 남편 네 몸부터 잘 챙기라고. ㅋㅋ 

이렇게 장작 3시간에 걸친 산모교실은 끝이 났다.  Tintin은 집을 나서면서 "에이, 뭐 특별한 거 있겠어?" 하고 나갔는데, 수업이 끝나자 몰랐던 내용을 너무 많이 배웠고, 유익하고 좋은 시간이었다고 한다.   또 우리는 영국에서도 산모들이 12시간에서 길게는 3일씩 진통하기도 하고, 회복을 위해 출산 후 주변 가족, 친지, 교인들의 도움을 받으라고 조언하는 것을 보면서.   '서양사람들의 산후조리'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한국에서는 산전수업을 어떤 식으로 운영하는지 몰라도 상당히 실질적인 내용들을 많이 다루고, 영국식 답게 토론식, 질문-응답을 많이 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그러다보니 지겨울 틈 없이 내가 궁금한 것은 언제든 물어볼 수 있고 바로 바로 그 궁금증을 해결해 가면서 수업이 진행되어서 강의식 수업이기 보다는 함께 하는 수업이어서 더 재미있었다.  또 Tintin과 함께 이다 보니 내가 놓친 것은 Tintin이 알아듣고, Tintin이 못 알아들은 것은 내가 듣고.  우린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하다!! 

2주 후에 있을 breastfeeding workshop도 Tintin과 함께 가면 좋겠는데 ㅠ Tintin이 평일 오후 짧은 휴가를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 휴가를 내게 되면 출산 후에 쓸 수 있는 휴가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ㅠㅠ

어쨌든 나의 영국에서의 첫 산전교실은 그렇게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