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455

담임 선생님을 만나고, 이어서 아이 진단명이 확정되었습니다.

첫째 잭의 담임 선생님을 면담하러 가던 날, 요동치는 제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몇 달간 쉬었던 글을 드디어 재개하며 굳센 다짐들을 적어두었습니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아이의 현재 학교 생활과 선생님이 관찰하시는 모습들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그리고 난 다음날.. 바로 어제였죠.  드디어 12개월간 대기자명단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아과 전문의와 전화 면담이 이루어졌습니다.전화면담 약속은 90분짜리 약속이었어요.  약속 시간만 들어도 부담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의사 선생님과 90분에 걸친, 그러니까 1시간 하고도 30분에 걸친 시간 동안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일은 흔치가 않잖아요.  한국의 의료시스템에서는 더더욱 드문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영국..

아이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을 앞두고..

오랫만에 다시 글을 재개합니다. 얼마만에 글인지. 앞으로 아이의 ADHD와 관련된 기록들을 여기에 쌓아가볼까 하여 새로운 글 카테고리를 만들었어요. 2024년 한 해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올 한 해 뿐만 아니라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 온 2022년 여름부터, 그러니까 우리 첫째 잭이 학교를 입학한 시기부터 한 숨 돌릴 겨를 없이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내일이면 영국의 국민건강의료서비스인 NHS에서 저희 잭의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ADHD) 검사를 위한 전문의 면담이 있을 예정이고, 오늘은 그에 앞서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을 할 예정입니다.제 이전 글들을 보아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 아이는 학교..

영국의 의료 서비스: 병원-약국-학교가 협력하는 과정(feat. 항생제 장기복용 부작용으로 인한 구강 칸디다증 치료)

바로 저희 첫째의 이야기입니다. 아이가 항생제 장기 복용 부작용으로 구강내 칸디다균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약을 사고 치료를 해나가는 과정을 적어볼까 합니다. 이 글을 읽어보시면 전국민에 대한 의료가 국가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과 약국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한편으로는 답답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유기적으로 잘 작동하는 시스템이기도 합니다. 저희 첫째 잭이 요도염으로 5일간 항생제를 복용하던 중에 아이가 수두에 걸렸고, 수두가 며칠 진행되면서 매일 고열과 기침이 동반되어 걱정하던 중 병원에서 아이를 응급실로 보내 소아과 전문의 선생님께 진료를 받은 후 페니실린 계열 항상제를 다시 5일치 처방받게되었어요. 소아과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저희 잭이 수두를 앓고 ..

두 아들의 수두와 병마로 3주간의 시간이 사라졌다

도대체 몇 달 만에 아이들이 자는 밤늦은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보는지 모르겠다. 부모님이 계시던 여름 이후로 아마 오늘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아이들이 다시 학교 생활에 적응하고, 나도 새롭게 시작하게 된 일을 틈틈이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2주간의 가을 방학을 맞았다. 그리고 그 방학이 끝나자 마자... 둘째 뚱이가 수두에 걸렸다. 듣기로는 방학 기간 중에 수두를 앓은 어린이집 원생이 있었다고 했다. 우리 뚱이가 옮은 모양이었다. 작년, 잭 반에서도 수두에 걸린 아이가 있었고, 그 때 우리 잭과 뚱이의 몸에도 몇 개의 발진 같은 게 빨갛게 올라와서 우리는 그 때 우리 아이들이 가볍게 수두를 앓고 지나간 줄로만 알았다. 뚱이를 데리고 약국에 가서 약사에게 몸을 보였을 때, 수두 같..

[독서일기] 아서 프랭크의 "아픈 몸을 살다" (feat. 나의 아팠던 시절..)

요즘 제가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네, 제가 책을 읽고 있어요!!!! 한동안 책을 끊었던(?) 제가 요즘 다시 책을 손에 집었습니다. 한권을 다 읽는데까지는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아이들이 티비를 볼 때 저는 식탁 테이블에 앉아 한 챕터라도 책을 읽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바로 아래 그림에 있는 이 책을요. 아서 프랭크 라는 분이 쓰신 "아픈 몸을 살다" 라고, 2017년에 처음으로 한국에 번역이 되어 2020년에 초판 7쇄를 찍었으니, 아마 지금도 계속해서 읽히고 있는 책 같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심장마비와 암을 겪으며 자신의 질병 경험에 대해 기술하며, 질병 (illness) 이 사회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개인의 삶과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자세하게 기술한..

[세살 둘째 이야기] 엄마랑 뽀뽀를 해야되는데 뽀뽀를 안 했어!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 2주간에 걸쳐 아이들 중간방학이다. 다른 학교들은 대부분 1주일간 방학을 갖는데, 우리 학교만 이 가을 중간 방학이 2주나 된다. 최근 들어 일을 시작하면서 방학 동안 아이들을 온전히 내가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으로 아이들을 '할리데이 클럽(Holiday Clubs)'이라 부르는 방학 중 돌봄에 보내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하교 시간이 빠르다 보니 오후 내내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해서 그때부터 사교육비가 든다고 부모들이 푸념을 하는데, 영국에서는 학교 정규 과정이 시작하는 만 4세때부터 하교 시간은 오후 3시라 하교는 늦지만 이후에 방과후 돌봄 비용이 매우 비싸다. 방학 중 돌봄 비용도 비싸다. 프로그램에 따라 아침 9시에서 오후 3시까..

3세, 5세 두 형제의 사랑스러운 대화와 상호작용

저희 아이들이 아직 3세, 5세이긴 하지만 석달만 있으면 잭이 드디어 6세가 되고, 그리고 한달만 더 지나 내년 1월이 되면 둘째 뚱이가 만 4세가 됩니다. 애들이 그새 좀 자랐다고, 둘이 놀거나 싸울 때 그 모습이 좀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어요. 둘째 뚱이는 잭에게 참 좋은 상대예요. 저 어린 나이에 두 살 터울이면 그게 제법 큰 차이인데, 둘째 뚱이는 말도 빠르고 계산도 빨라서인지 잭의 놀이 상대가 잘 되어 주는 편이에요. 오히려 형아 잭을 놀라게 하거나, 웃음을 터뜨리게 할 때도 많어요. 동생이라고 그저 만만하게만 볼 수 없는 상태. 동생이지만 가끔 자신을 놀라게 하는 상대, 그게 바로 뚱이죠. 뚱이에게는 형이 참 멋져요. 자기가 가지지 못한 능력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거든..

우리 아이가 특수교육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다...

이것도 이미 시간이 좀 지난 일입니다. 7월 어느 날.. 제가 한국 청자들에게 줌 세미나로 발표를 하나 하게 됐어요. 이전에 연구했던 결과물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자리였어요. 주제는 영국의 장애아동 통합돌봄 정책에 대한 소개를 하는 것이었고, 제가 정책 관련 발표를 하고, 제 발표에 덧붙여 영국에서 실제로 장애가 있는 자녀를 양육하고 계신 어머니께서 본인의 경험을 공유해주시고, 또 영국내 특수학교에서 재직 중인 한국인 교사께서 특수학교에서의 학생들 생활에 대해 발표해주시는 자리였지요. 연구가 끝난 건 이미 1년도 넘은지라 다시 발표를 하기 위해 제 연구보고서를 다시 들춰보고, 여러 청자들을 모시고 하는 발표였던지라 발표 목적에 맞게 추가적인 자료도 좀 더 찾아보며 발표 준비를 하던 중에 깜짝 ..

2023년 7월 3일 아이 학교 소풍에 다녀오다

아이 학교에서 가는 소풍에 함게 다녀왔다. 아이 반은 정원 30명에, 담임교사 1인과 보조교사 1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풍을 가는 날에 parent helper라고 부르는 엄마 도우미를 모집한다는 이메일이 왔고, 나는 곧장 답장을 보내서 나도 helper로 참여하고 싶다고 답장을 했다. 부모 도우미 신청을 해두고 선생님의 답변이 올 때까지 사흘쯤 기다린 것 같은데, 이 때의 기다림이 은근히 떨려서 마치 어딘가 직장 채용공고에 지원하고 기다리는 취준생 마음이 이런 마음일까 싶기까지 했다. 며칠 후 선생님의 답장이 왔다. 부모 도우미로 신청해줘서 고맙고, 관련한 자세한 사항을 추후 연락줄 거라고 했다. 이 때부터 내 목표는 7월 3일이 되기 전까지 최대한 발이 많이 낫도록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발이 잘..

엄마가 늙으면 예쁜 할머니가 될 거래요.

지난주였던가.. 아이와 놀이터에 간 어느 날이었어요. 올 겨울 12월이면 만으로 여섯살이 되는 우리 첫째 잭이 그네를 타다가 저에게 물었어요. "엄마, 잭이 나중에 어른 되면 엄마, 할머니 될거야?" 요즘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며 아이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떤 건지 좀 알게 되고 있나봐요. "응, 그렇지~" 그러자, 아이가 하는 말. "예쁜 할머니?" "(놀라고 감동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어머, 엄마 할머니 되면 예쁜 할머니가 될 거 같아?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지만, 나는 아이가 말한 "예쁜 할머니"가 될 거라는 표현에 매우 놀라고도 감동받았어요. 저희 엄마 눈에는 제가 너무 멋을 안 부리고 다녀서 마음에 들지 않아 하시는데, 정작 제 아들의 눈에는 이..

아이가 자랄수록 육아일기가 조심스러워졌어요.

이게 제 블로그가 요즘 조용했던 이유 중 하나예요. 아이가 자랄수록 아이를 키우면서 일어나는 일들과 그런 일들에 대한 제 생각을 많은 분들에게 공개되는 블로그라는 지면에 쓰는 것이 얼마나 적절한 일인지 고민이 됐거든요. 저희가 작년 여름 한국분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인근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그 부분이 좀 더 조심스러워졌어요. 저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해도 제 블로그로 잭과 뚱이의 사진으로 우리 아이들을 알아보는 분들이 있있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혹시 우리 아이에 대해, 아니면 우리 아이의 학교에 대해, 혹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괜한 선입견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들었거든요. 특히, 아이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

잠 자는 게 안 좋다는 첫째 아이, 자는 게 싫은 이유

저희 첫째 잭은 어려서부터 잠 자는 걸 정말 정말 싫어했어요. 또래에 비해 늘 낮잠이 적은 편이었고, 밤잠 재우기도 늘 힘든 일 중에 하나였어요. 아이 재우는 일이 큰 고충이었는데, 얼마전 잘 시간이 됐다고 다같이 침대에 누웠는데 첫째가 그러네요. "잭은 잠 자는 거 안 좋아!!! 자는 거 안 좋아!!" 와.. 아이가 다섯살이 넘으니 이제 자기 싫다고 떼를 쓰지 않고 잠 자는 게 싫다고 스스로 말을 한다고, 우리 잭 많이 컸다고 속으로 감탄을 했어요. "왜 자는 게 안 좋아?" 저는 아이에게 자는 게 왜 안 좋은지 물어봤어요. 제가 저희 아이가 자는 걸 이렇게나 싫어한다고, 그래서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주변에서 그런 얘기들을 해주셨어요. 아이에 따라서 자는 걸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아이들이 있..

[형제이야기] 너 T냐?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 이야기

요즘 제가 저녁에 누워 즐겨보는 채널이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피식쇼인데요. 우연히 알고리즘을 통해 shorts 영상 하나를 보고는 '이게 뭐야?!!' 하고 보기 시작해서 요즘 제 생활에 웃음을 주는 쇼가 됐어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글로벌 쇼'를 표방하며 미국식 토크쇼를 흉내내며 한국어 섞인 영어와 콩글리쉬 등을 가감없이 구사하며 진행되는 토크쇼예요. 저런 말과 재치들이 어디서 나오나 신기하고, 생각지 못한 발상들에 웃음을 터뜨리게 됩니다. 특히, 그 중에서 Daily Korean이라는 코너에서 한국어 최신 속어를 가르쳐주는 코너가 있는데, 그게 정말 재밌습니다. 최근에 나온 Daily Korean에서 배운 말이 '너 T냐?' 라는 말이었어요. 이 말을 듣자마자 저는 저희 잭과 뚱이..

[육아단상] 둘째 때문에 혼이 쏙 빠진 날

오늘은 둘째 뚱이 때문에 아침부터 혼이 쏙 빠졌어요. 사실 저희 첫째 잭 때문에 혼이 빠졌던 날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에 비해 둘째가 저희 혼을 빼 놓는 날의 수는 횟수로만 따지자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예요. 그렇지만 과거의 기억은 미화되는 법! 첫째 때문에 진땀빼고 힘들어했던 시기가 얼마나 지났다고, 이제는 그 시간들이 기억도 나질 않는 건 물론이거니와 아예 그런 적도 없었던 것처럼, 그야말로 '없던 일'처럼 여겨지기까지 합니다. 우리 둘째 뚱이는 첫째에 비해서는 키우기가 수월한 편이었어요. 그 수월함에 제가 너무 맘 놓고 있었던 것일까요. 자신을 좀 더 손쉽게 다룰 수 있다고 믿고 있던 엄마에게 이제 그만 정신차리라고, 난 언제까지나 그렇게 쉽기만 하지는 않을 거라는 선언이라도 하듯이 오늘 아침 ..

영국 초등학교의 포닉스 교육과 손글씨 교육: 첫째(만5세)의 글씨 발전사와 둘째 마음 챙기기

저는 아이 둘을 키우고 있어요. 큰 아이는 다섯 살, 작은 아이는 세 살인데, 한국 나이로 치자면 큰 아이는 일곱살, 작은 아이는 네 살이에요. 오늘은 첫째의 손글씨 발전사를 써볼까 합니다. 한국에서도 일곱 살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기 전에도 글씨를 모두 배울 나이인데, 저는 이 나이가 왜 이렇게 이른 것처럼 느껴지나 모르겠어요. 제 친구들 중 똑똑한 친구들은 본인들이 네살, 다섯살에 스스로 한글을 깨쳤다고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티비에 나오는 글자나 책에 나오는 글자들을 궁금해할 때 주변 가족들이 조금씩 알려주는 것만 듣고 스스로 글자를 깨쳐서 글을 읽기 시작했다고들 했죠. 그러나! 저는 학교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글자를 배웠어요. 집에 언니가 둘이나 있었지만 언니들 곁에서 글씨를 깨치거나 하는 일은 저..

1년에 총 6회 방학이 있는 영국 초등학교 생활: 4월 부활절 방학부터 5월 말 하프텀 방학까지의 근황

오랫만에 소식을 올립니다. 지난주까지 아이들 학교가 5월 말 하프텀 방학을 하며 저는 아이들과 바쁜 시간을 보냈어요. 그 외에도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오랫만에 저희의 지난 이야기를 하기 전, 도대체 왜 이렇게 영국에서는 방학이 자주 오는지, 이 방학을 어떻게 보내는지 적어볼까 합니다. 영국 공립 초등학교의 학기 운영과 방학 영국은 방학이 참 자주 옵니다. 지역에 따라, 학교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한데, 대부분 9월 초에 새 학년이 시작되고, 1개 학년은 3학기제로 운영됩니다. 걸쳐 총 6회에 걸쳐 방학이 있어요. 9월 초 신년도 가을학기를 시작하면, 10월 말에 1-2주간 첫 방학, 12월 중순에 2주간 크리스마스 방학, 해가 바뀐 뒤 봄 학기 시작 2월에 다시 한번 1주일간 방학, 4월에 2주간 ..

[형제육아의 즐거움] 만 5세 첫째와 만 3세 둘째의 말재간

요즘 아이들이 말을 할 때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첫째는 말이 늦기도 했지만, 언어적으로 표현을 많이 하지 않는 아이였어요. 몸짓과 행동으로 많이 하는 편이었거든요. 아기 때 옹알이도 별로 없었고, 좀 더 커서도 자기가 생각하는 걸 말로 하기 보다는 자기 혼자하는 어떤 행동에 몰입하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둘째는 말이 빨랐고, 자기가 하는 행동이나 자기가 느끼는 감정들을 말로 잘 표현하는 편이에요. 언어를 통해 표현하고 확인받고자 하는 욕구가 좀 더 많은 것 같고, 언어 자극에 대한 반응도 좀 더 큰 편인 것 같아요. 이렇게 첫째와 둘째가 참 다르지만, 둘 다 각자만의 속도대로 자기만의 방식대로 커가는 걸 보면 참 신기합니다. 첫째는 첫째대로, 둘째는 둘째대로 각자의 언어적 발달로 저를 놀라게 해요. ..

깜깜한 건 안 먹어도 돼 + 육아동지 및 육아선배들께 드리는 인사

오늘도 아이들을 재우느라 저의 밤쇼는 시작됐습니다. 저녁을 먹고, 아이들 양치를 시키고 나면 잠자리를 준비합니다. 아이들은 침대에 누워 자기 전에 읽을 책을 고르고, 남편은 아이들이 편하게 잘 수 있도록 침대를 다시 정돈해줍니다. 아이들은 많이 안 피곤한 날은 책을 많이 고르고, 곧 잠이 들 것 같은 날은 책을 적게 골라요. 많이 고르는 날은 다섯권 정도(얇은 책), 적게 고르는 날은 한 권만 고를 때도 있어요. 오늘은 둘이 함께 딱 세 권만 골랐네요. 다행이다 생각하며 책 읽기를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읽을 수 있는 쉬운 이야기 책을 읽을 때면 최소한 한 두 문장이라도 아이가 읽게 해보려고 애를 씁니다. 엄마 눈이 갑자기 안 보이네, 어쩌네 하며 쇼를 하기도 하고, 아님 딱 이 문장, 아님 두 문장만 잭..

아이들과 벌인 바퀴벌레 논쟁, 그리고 싸구려 커피

요즘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예요. 제 핸드폰에 저장된 음악 재생목록에서 음악이 나오다가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가 흘러나왔는데, 아이들은 그 멜로디와 노랫말이 재미있었나봐요. 엄마 아빠가 맨날 커피를 마시는데, 노래에서도 xxx 커피를 마신다~~ 하고 가사가 나오니 말이죠. 그 가사를 듣자마자, "우하하하하! 짜그리 커피!!!!" 하고 첫째와 둘째가 함께 아주 큰 웃음을 터뜨렸어요. 싸구려 커피라는 그 말의 어감 자체가 웃기고 재미가 있었나봐요. 한참을 웃다가 첫째 잭이 묻네요. "엄마, 짜그리 커피가 뭐야?" 하고 말이죠. 그 말에 저랑 남편이 되려 웃음이 터졌어요. "짜그리 커피가 아니라, 싸구려 커피라고 한 거야. 싸구려. 그건 아주 값싸고 품질은 그저 그런 걸 말하는 거야. 그런 걸 싸구려라..

요즘 제 베프를 소개합니다.

요즘 나와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저의 베프는 바로 우리 둘째 뚱이입니다. 아이들이 만 세 살이 지나니 함께 외출하기가 제법 수월해지네요. 첫째 잭은 한국에서 지내던 중 세 살을 맞이했고, 세 살이 되자마자 저와 단둘이 기차타고 부산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아이와 단둘이서 하는 첫 여행이라 당시 좀 걱정되고 긴장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순탄해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 우리 뚱이는 저와 단 둘이 어디 멀리 가지는 않지만 저의 모든 일상을 함께 하고 있어요. 꼭 해야 할 쇼핑이 있으면 함께 가고, 제 병원 진료도 함께 가고, 주유하러도 함께 가고, 커피 한잔 할 일이 있어도 함께 갑니다. 처음에는 나가기 싫다며 떼 쓸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엄마가 가야 하면 자기도 따라 가는 게 자..

36개월 둘째 아들의 언어구사력, 그리고 형제의 다툼과 우애

요즘 블로그에 글을 좀 더 자주 써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문장 쓰기 무섭게 잠자던 둘째가 우네요. =============== 둘째를 다시 재우고 돌아왔습니다. 제 생황이 이러니 그간 블로그에 글 쓸 시간이 없었다는 말이 이해가 가시죠. 애가 울어서 안아줬는데, 그래도 성질을 내며 울어서 쉬가 마려워서 그런가 해서 쉬하겠냐고 얘기해도 대답도 없이 몸을 틀며 울기만 하네요. 결국 남편 등장. 남편이 안으니 남편 품에서 쉬를 좌아악.... 아이 속옷과 잠옷바지는 물론 남편도 잠옷이 모두 젖어버렸습니다. 자기 전에 쉬를 뉘였는데도 쉬가 더 마려웠나봐요. 옷을 갈아입혀주니 언제 그리 울었냐는듯이 다시 잠든 뚱이. 36개월입니다. 3년을 키워도 이 정도네요. 다시 본론으로 저희 둘쨰의 언어발달에 대해..

만 5세 첫째 아이 공부를 돕기로 결심하다!

요며칠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그 중 가장 굵직한 일을 이야기하자면 이제 만 5세인 저희 첫째 잭의 공부를 돕기로 결심한 일입니다. 아이 공부를 돕는건 부모가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닌가, 그게 왜 결심히 필요하냐 하실 수 있을텐데요. 제게는 꽤 큰 결심이 필요했던 일입니다. 그간 아이 공부를 시키지 않았던 이유 만 5세 아이의 공부를 돕는다... 말이 돕는다는 거지, 공부를 시켜야 하는 것이고, 그건 부모의 노력이 많이 필요하고 아이의 협조도 필요한 일이라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잭이 이제 겨우 만 5살. 한국 나이로 하더라도 일곱살이에요. 사실 한국에서는 요즘 학교 들어가기 전에 한글도 다 떼고, 영어도 좀 배워서 들어간다고들 하긴 하지만, 전 그런 교육관을 그리 지지하는 사람이 아니었던지라 아이에..

[런던 근교 생활] Cheam Park playground 침파크 놀이터

오늘은 둘째 아이(36개월)를 데리고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cheam park 놀이터에 다녀왔다. 아이는 집에서 티비 보고 놀자고 했지만, “모래놀이”하러 가자고 유혹하자 냉큼 ”좋아!“라고 대답했다. 요즘 영국에 추위가 찾아온지라 바깥 기온이 많이 찼다. 그래봤자 한국에 비하면 추위도 아니지만 영국에서는 추운 날 중 하나다. 점심 때가 가까운 시간인데도 4-5도밖에 안 됐다. 영국에서는 겨울이라도 해가 빨리 지고 비가 자주 온다 뿐이지 낮최고 기온은 8-10도를 넘나드는 편이라 그에 비하면 오늘이 추운 날 중 하루이긴 했다. Cheam Park 소개 동네 침 파크는 처음엔 우리 동네라고 생각되지 않았으나 이제는 동네라고 부르려고 한다. 아빙던에 살 때는 집에서 걸어서 20분-30분 내외를 “동네”라..

나에게도 육아동지가 필요하다!!!!

요즘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아이 데리고 같이 놀이터에 가고, 카페도 함께 가고, 공원에서 함께 뛰어놀고, 날씨 안 좋은 날에는 집에서 같이 놀고 떠들 수 있는 육아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첫째를 키울 땐 동네에 친구는 커녕 아는 사람도 하나 없었다. 나 홀로 아이 유모차 끌고 이리가고 저리가며 온종일 혼자 아이와 시간 보내며 오후 5시 30분에 퇴근할 남편만 목놓아 기다렸다. 생각해보면 그 때 난 혼자서 어떻게 그 외로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나 모르겠다. 누구와 함께 지내보지 않아서, 육아 동지를 가져보지 않아서 육아동지가 주는 위안과 기쁨 자체를 몰랐더랬다. 고기 맛도 먹어본 놈이 안다고.. 박사과정 하면서 외롭게 힘든 시간 버티는 것에 익숙했던 덕분에 그 시간을 당연한 듯 생각하며 지낼 수 있..

엄마의 인생은 어디에…

블로그에 글 쓸 시간이 나지 않는다. 핸드폰으로조차 글 쓰기가 여의치 않다. 아이들이 잠들면 나도 함께 잠이 들어버린다. 사실 아이들 재우다가 아이들보다 먼저 잠들 때도 많다. 뭔가 차분히 생각할 시간도 없고, 그러니 그걸 글로 쓰는 것도 어렵다. 흔히들 취미라고 하는 활동이 내게는 블로그 쓰기인데, 그 조차 할 시간이 없다는 건 내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든다. 고립된 타향살이에서 유일하게 내가 외부와 소통하는 곳인데, 그 소통마저 길이 막힌 느낌. 엄마가 된다는 게 이런 건지 몰랐다. 알았던들 뭐가 다르기야할까 싶지만… 알았다 하더라고 몸소 겪어보지 않고서는 그 괴로움과 고충을 온전히 100% 다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며 얻는 기쁨과 즐거움도 있지만, 그 대가로 내 취미 포기, 내 시간..

여전히 셋째가 갖고 싶지만, 그럼에도 가질 수 없는 이유

안녕하세요. 옥포동 몽실언니, 인사드립니다!! 정말 오랫만에 글을 남기죠? 그간 이토록 조용한 제 블로그를 방문해주신 여러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저는 살아있습니다!! 건강하게 잘 살아있습니다. 한동안 두통에도 시달렸고, 아마도 저도 코비드에 두번째로 걸렸던 것 같고, 아이들도 지난 겨울 영국을 강타한 Strep A라는 전염병에 걸리기도 했고, 아이 학교 생활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로 골치를 앓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는 건강하게 잘 버티고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정말 많은데요. 일단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한 손님께서 꺼내주신 질문과 관련된 이야기로 오랫만에 글 포문을 열어볼까 합니다. 그 분의 질문도 질문이었지만 며칠 전 저희 언니와 조카들과 그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거든요. 그것..

친구관계, 학교 생활, 가족, 미술관, 다양성에 대한 책, Luna Loves Art

영국 초등학교 리셉션 학년을 다니고 있는 아들 때문에 어린이 책 읽기에 푹 빠진 몽실언니입니다. 오늘 소개할 이 책도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인데요. 저희 아이들과 저와 남편 모두가 좋아합니다. 정말 예쁜 책이고, 내용도 정말 따뜻하고 좋아요. 제목에서처럼 여러 주제를 아우르고 있는데, 하나같이 아이들에게 필요하고 도움되는 주제 같아요. 어떻게 이렇게 좋은 책이 많은지 감탄하는 요즘입니다. 저희가 가는 도서관이 그렇게 크지 않은데, 이 정도 규모의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책이라면 다 왠만큼 인기있고 검증된 책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책의 제목은 Luna Loves Art 로, “루나는 예술을 좋아해”입니다. 표지부터 색감이 예쁘고 루나도 정말 귀엽습니다~ 딱 봐도 예술을 참 좋아한다는..

[영국 초딩맘의 도서리뷰] 까칠한 아이 마음을 이해해주는 책, Sometimes I Just Won’t

Sometimes I just won’t 나만의 분류: 감정, 아동심리, 유머, 유아 및 초등 저학년 최근 참 인상깊게 보고 재밌게 읽은 책이에요. 제목을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뭐라고 해야 할까요? 번역이 참 어려운 일이에요. 영어로는 딱 네 단어로 메세지가 전달되는데, 한국어로 저 뉘앙스를 전달하려니 참 어려워요. 책 표지가 참 이쁘죠? 눈길을 확 끕니다. 아이들 책은 일러스트와 표지 디자인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당장 저부터 저 표지, 저 강력한 제목 디자인에 이 책을 집어들었으니까요. 저 어린 아이의 범상치 않아 보이는 포스! 제목 소개: Sometimes I Just Won’t 뭐라고 번역해야 할까요? 후보 1. 때론 그냥 싫어요 -> 문장 안에 ‘싫다’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 않은데도 이렇게 번역..

[영국 초딩맘의 도서 리뷰] 섬세한 그림이 흥미로운 책, Green Light!

아이가 이번주에 학교 도서관에서 받아온 책이에요. 매주 화요일마다 학교 도서관에 가서 책을 받아오는데, 이번 주 책은 첫째 잭과 둘째 뚱이가 모두 좋아합니다. 이야기도 재미있어요~ 선로 공사 때문에 오늘은 다른 길로 가야 한다고, 초록불 신호등만 보이면 계속 가면 된다는 안내를 받은 기차 운전수. 그래서 초록불이 커졌다 하면 계속 달려가다가 생기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표지에서부터 그림이 정말 섬세하죠? 기차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모두 좋아할 만한 책입니다. 더 재미있는 건, 그렇게 시작된 여정이 영국에서 아래 해저터널을 지나 프랑스를 갔다가 스페인을 거쳐… 아래에 나오는 스위스까지 간다는 거예요~ ㅋㅋ 나중에는 페리까지 타고 다시 영국에 돌아오는 여행! 각 페이지마다 각 나라의 상징적인 것들이 그..

33개월 둘째의 언어 발달

요즘 저희 둘째 뚱이는 엄마와의 하루를 보내며 즐겁게 살고(?) 있어요. 저도 오즘 둘째를 보며 이래서 사람들이 둘째, 둘째 하는구나 느끼고 있기도 합니다. 저희 둘째는 이번주로 33개월을 꽉 채워요. 3개월 뒤면 만 3세가 된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아직 마냥 아기같은데 벌써 이렇게 컸다는 게 믿기지 않고, 아직 만 3세도 안 됐는데 이렇게 말을 잘 하는 것도 참 신기해요. 저희 첫째 잭은 말이 늦고, 아이가 말이 없는 편이었어요. 옹알이도 많이 하지 않았고, 저희 엄마 표현에 잭은 아예 “입을 떼지 않는” 아이였죠. 반면에 두 돌도 되기 전에 전동드릴을 사용하고, 뛰면서 공을 발로 차는 신체 발달을 보였어요. 반면에, 저희 둘째는 세 돌이 가까워지는 지금도 공차기는 어눌하고, 뛰면서 공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