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다시 글을 재개합니다.
얼마만에 글인지. 앞으로 아이의 ADHD와 관련된 기록들을 여기에 쌓아가볼까 하여 새로운 글 카테고리를 만들었어요.
2024년 한 해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올 한 해 뿐만 아니라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 온 2022년 여름부터, 그러니까 우리 첫째 잭이 학교를 입학한 시기부터 한 숨 돌릴 겨를 없이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내일이면 영국의 국민건강의료서비스인 NHS에서 저희 잭의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ADHD)
검사를 위한 전문의 면담이 있을 예정이고, 오늘은 그에 앞서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을 할 예정입니다.
제 이전 글들을 보아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 아이는 학교를 입학하자 마자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자폐장애스펙트럼(Autism Spectrum Disorder, ASD) 아이들이 보이는 여러 모습들이 관찰된다며 병원에 가서 진료받아볼 것을 권하셨고, 거기서 시작된 우리의 여정은 그로부터 2년이 지나서야 드디어 영국에서 제대로 된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초기에 담임 선생님은 아이의 여러 면면들이 ASD의 모습들이라 하셨는데, 그로부터 1년이 흘러 아이가 한 학년 올라가서 차차 학교생활에 적응하면서 보여지는 모습으로는 한 해가 흘러 ADHD의 모습이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또 1년이 흘러 2학년이 된 지금은 아이의 대부분의 모습이 ADHD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이 좀 더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이번 여름 3주간 한국에 방문해서 아동발달센터에서 임상심리학자 선생님과 만나 아이의 풀배터리 검사를 받았어요. 그 때 소견도 아이가 ADHD가 있으며, 여러 발달 사항에 있어서 또래들에 비해 12개월 정도 뒤쳐진 부분이 있으므로 놀이치료,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를 권하고, 약물 복용도 권장된다는 결과를 받은 바 있었습니다.
영국에서 검사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그 검사가 웨이팅이 워낙 길다 보니 그 시기가 언제 될지도 모르고, 아이의 상태를 조금이라도 빨리 파악해서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한국에서 검사를 한 것이었어요. 얼마 되지 않는 한국 방문 기간 동안 아이 검사를 받으러 다니느라 (초진 1회, 검사 1회, 검사결과 청취 1회, 총 3회 방문) 정신이 없었지만, 우리가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흐릿하게 짐작하고 있던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명확하게 알게 된 부분이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내일, 아이가 살고 있는 이 곳에서 이 곳 전문의 선생님과 면담을 하게 됐네요. 첫 해 Reception Year 담임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저희가 병원에 가기까지 12개월, 병원에서 웨이팅에 올라 대기해서 의사를 만나기까지 12개월, 총 24개월이 걸렸습니다.
면담에 앞서서 저는 아이의 Conner's 4 Plus 라는 설문지(온라인)에 응답을 했고, Social Communication Questionnaire 도 작성했습니다. Conner's 4는 아이들의 주의 집중력, 과잉행동에 대해 체크하는 질문지였고, Social Communication Questionnaire는 사회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질문지였어요. 거기에 추가적으로, 사전에 이미 실시한 아이 청력테스트(정상)와 발화언어검사결과(Speech and Language Test, SALT)도 함께 제출하라고 해서 갖고 있던 자료들을 모두 보냈습니다.
병원에서는 담임선생님께도 아이의 학교생활을 바탕으로 Conner's 4 for Teacher 버전을 보내서 선생님이 온라인으로 직접 작성해서 제출하셨고, 아이 학교 생활 전반에 대한 보고서 양식도 제출해야 해서 선생님께서 작성해서 보내주셨어요.
이렇게 부모와 교사 모두에게 의견을 받고, 내일 제가 의사선생님과 면담을 하고 나면, 교육심리학자(Educational Psychologist)가 학교로 방문해서 아이의 학교 내에서의 활동과 태도를 직접 관찰하게 될 예정이에요.
내일 의사 선생님 면담은 장작 90분!!! 전화 면담입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하게 될지.. 총 90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 면담이라는 것부터가 심적으로 부담이 됩니다.
오늘 담임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선생님께서 상세하게 작성해주신 아이 학교 생활 보고서에 대한 내용을 바탕으로, 아이 검사가 이루어지기 전에라도 제가 아이 학교 생활을 지원해주기 위해 집에서 어떤 부분을 더 노력하면 좋을지, 선생님께 조언을 구하고자 만나는 자리예요.
저는 집에서 셋째 딸로 태어나서 학교는 눈 뜨면 밥 먹고 가야 하는 곳으로, 선생님이 여기 보라고 하면 거기를 보고, 뭘 하라고 하면 별 생각없이 그저 시키는대로 하던 아이였습니다. 엄마가 학교에 와야 했던 일이라고는 교실에 환경미화를 도와주러 오는 일이나 운동회에 우리를 응원해주러 오는 일 정도였는데..
제가 겪어 보지 못한 자녀의 학교 생활 일로 학교 선생님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부담이 됩니다. 마음은 조금 무겁지만, 이 모든 것이 현재를 더 나아지게 하려는 노력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밝은 마음으로, 당당한 마음으로 다녀오겠습니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그래서 어쩌면 이해할 수 없었을 수도 있던 현상과 일들에 대해서도 내 자녀 덕분에 경험해보게 되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다녀오겠습니다. 그 덕분에 제가 가진 삶의 지평도 넓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더 커지는 성장의 기회가 된다고 생각하고 다녀오겠습니다.
아이야. 너도 집안과 다른 언어를 쓰는 학교 환경, 너와 죄다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집단 안에서 온 종일 생활하고, 공부하고, 뛰어놀고 돌아오느라 수고가 많다. 오늘 하루도 건강하고 밝게 하루를 보내고, 무사히 귀가해주어서 고맙다. 있는 그래도의 너의 모습 그대로 정말 사랑한다, 엄마가!
'육아 > ADHD와 함께 살아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담임 선생님을 만나고, 이어서 아이 진단명이 확정되었습니다. (1) | 2024.11.28 |
---|